[뉴스 따라잡기] 곗돈 사기에 멍든 농심

입력 2007.01.17 (09:1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최근 경북의 한 마을에서 십억이 넘는 곗돈 사기사건이 발생해 마을이 발 칵 뒤집혔습니다.

회원들의 곗돈을 빼돌리고, 자취를 감춘 계주는 알고 보니, 지역주민들의 존경을 받던 교장 선생님의 아내였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자도 늘어나고 있는데요, 송창언 기자, 피해규모가 어떻게 됩니까?

<리포트>

네,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한 인원만도 현재까지 76명, 피해규모도 13억 원이 넘었다고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쉬쉬하던 피해자들이 드러나면서 피해규모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조용한 농촌마을을 술렁이게 한 곗돈 사기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경북 상주시의 한 마을. 한 해 동안 지은 농사를 마친 농한기이지만, 최근 이 마을 분위기는 어수선하기만 합니다.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계모임의 계주였던 58살 남 모 여인이 회원들의 곗돈을 빼돌리고 종적을 감춰버렸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피해주민: “그 생각만 하면 잠이 안와요. 그 생각만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고. 농사 이거 서,너마지기씩 지어가지고, 겨우 억지로 먹고살고, 양식도 겨우 대는데, 돈이라도 남아도나. 일 안하면 돈 한 푼도 못 만져요.”

<인터뷰> 피해주민: “나이가 70이 다 됐는데, 어디 가서 (돈을) 벌지도 못하고, 한푼 두푼 모아가지고 거기 (곗돈) 넣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심장병이 있어서, 내가 병원에 다니려고 (곗돈) 그거를 집어넣은 거라.”

이 마을 경찰서에 달아난 남모여인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한 사람이 76명에 이릅니다. 집계된 피해액만도 13억 원이 넘었는데요, 피해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들 중에는 남 씨와 같은 동네에 사는 주민 외에 다른 마을 주민들까지 있었습니다.

<인터뷰> 피해주민: “이사람, 저사람 친척들 것도 있고 그래요. (남씨와) 가까운데 살다보니까 친척들이 (곗돈 부어달라고) 부탁을 해서, 시골에서 농사짓는 돈을 늘리려고 하다가 이런 사고가...”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계를 하게 됐다는 이들. 은행대출이자는 높고, 저금을 하려해도 이자가 너무 낮아 동네주민들과 함께 계를 하나 둘 만들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피해주민: “이율이 많이 낮았잖아요. 그리고 적금 같은 것도 농협에 가보면, 얼마 안 되더라고요. 세금까지 붙고. 그러니까 (마을마다) 이런 조직이 많이 있다고 봐야죠.”

한 평생 이 마을에서 벼농사를 지으셨다는 김 씨 할아버지네. 한해 수확한 벼로 버는 돈은 천만 원 정도지만, 자식들이 보내오는 돈까지 모아 남씨가 운영하는 계에 곗돈을 부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00 (가명, 피해주민): “한 20년 계주를 했는데, 밑천도 너무 든든해 보였어요. 아주 신용이 있었고요. 잘했거든요. 우리 아들도 지금 결혼자금으로 5월 달에 (곗돈을) 타서 결혼하려고 기다리고 있었고...”

지난해 8월부터 김 씨 할아버지가 가입한 계는 2천만 원짜리 2개와 천만 원짜리 2개해서 모두 4개. 결국 피해액이 4천 4백만 원에 이릅니다. 당장 올해 지을 농사도 걱정입니다.

<인터뷰> 김00 (가명, 피해주민): “비료도 사야되고, (인력)품도 사 써야 되고, 농자재 등 다른 거 구입할 게 많죠. 조합에 대출을 받던지 해 가지고, 농사는 지어야죠.”

자식들이 보내준 용돈을 아껴 모은 돈과 한 해 동안 농사지어 번 돈까지 다 날려버릴 처지에 놓인 노부부는 앞날이 막막하기만 하다는데요,

<인터뷰> 이00 (가명, 피해주민): “우리 아저씨가 (말은) 괜찮다고 해도 자꾸 한숨을 내쉬고, 내가 병날까봐 자꾸 염려하고... 가슴에 뭔가 이런 게 치미는 것 같아요. 모르겠어요. 어떻게 할런지...”

이처럼 피해자들은 대부분 어려운 형편에 있는 서민들이었습니다. 지체장애 1급인 허 씨 역시 딸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해 두고자 계를 들었다가 낭패를 봤습니다.

<인터뷰> 허정용 (피해주민): “내가 딸이 있거든요. 딸을 하나 키우는데, (내년에) 대학교 갈 나이거든요. 공부도 잘하고 하는데, 아이 학교를 보내야 하는데, (곗돈을 못 받으면) 학교를 못 보내는 거예요. 한푼 두푼 모아서 생활하고, 겨우겨우 곗돈 내고...”

몸이 불편해 일도 못하고 쉬고 있는 형편이지만, 딸의 미래를 위해 붓는 곗돈만큼은 꼬박꼬박 넣었다고 하는데요, 허 씨가 떼인 곗돈은 천 2백만 원. 게다가 빌려준 돈 2천만 원까지 허 씨는 모두 3천여만 원의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허정용 (피해주민): “2천만 원을 곗돈 조금 덜 내려고, 은행이자 쳐서 차용증을 받고 (남씨에게) 빌려준 거예요 작년 6월 달에 아주 급한 일이 벌어져서, 2천만 원 중에 천만 원만 달라고 했더니 ‘갑자기 달라면 어떻게 하냐’고 연말까지 미루더라고요.”

이 때문에 허 씨는 다른 곳에서 수 천 만원의 빚까지 지게 됐습니다.

<인터뷰> 허정용 (피해주민): “ (자식이) 국제변호사니 뭐니 하면서 그렇게 (자랑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말하자면, 전부 우리 돈으로 해결한 거라. 전부 우리 돈으
로. 그 장애인 돈을 갖고 도망간 거 보면 진짜 사람이 뭐고, 돈이 뭔가 (싶어요.)”

피해 주민들은 하나같이 남씨가 30여년 동안 이 지역에서 꾸준히 여러 계모임의 계주 역할을 잘 해 왔고, 무엇보다 남편이 이 지역 초등학교 현직 교장이라는 사실에 안심했다고 합니다.

사건이 불거지자, 남씨의 남편과 가족들은 경찰이외에 다른 사람과 연락을 끊고 사라졌다고 합니다. 올 2월 퇴임을 앞둔 학교에서 조차 연락이 쉽지 않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00초등학교 관계자: “지금 교장 선생님 연락이 안돼요. 휴대폰을 걸어 봐도 연락이 잘 안되고...1월 5일까지 여기 출근했어요. 5일 날 나한테 (교장선생님이) 병원에 가신다고 (하셔서), (제가) ‘학교에 못 나오시니까 근무상황을 좀 명확하게 해 주십시오.’ (하고 말씀드렸어요.)”

이렇게 연락이 안 되는 상황이지만, 피해자 가운데는 여전히 남씨가 돌아와 돈을 돌려줄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한 평생을 바느질과 재봉틀을 돌리며 살아온 김 씨 할머니. 곗돈으로 부은 돈은 얼마 안 되지만, 할머니는 갖은 고생을 하며 번 돈을 남씨에게 맡기다시피 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숙희 (피해주민): “(피해액이) 한 3천만 원돼요. (재봉틀로 돈을) 벌어가지고 (남씨) 집에 돈을 늘려달라고 준 것도 있고 그래요. 그러니까 사는 것도 형편없이 (고생하며) 살았지요.”

할머니에게는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돈 2천 만 원을 고스란히 남 씨에게 빌려줬다고 하는데요, 10년도 더 지난 빛바랜 차용증서를 소중한 보물처럼 보관하고 있는 할머니. 남씨가 종적을 감춘 후 늘어난 건 한 숨뿐이었습니다.

<인터뷰> 김숙희 (피해주민): “한숨은 하루에 스무 번도 더 쉬고, 서른 번도 쉬지요. 한숨 밖에 안 나오는데, 울기도 많이 울고, 울면 뭐합니까. 하도 애가 타니까 그렇지. 애들한테는 그런 소리도 못하고...”

할머니가 돈을 모은 이유는 바로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서였는데요, 한푼 두푼 모은 쌈짓돈. 할머니는 그 돈으로 양로원에 들어가 남은여생을 보낼 계획이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할머니: “2008년도에는 내가 저기 노인들이 (돈 내고 사는) 시설로 (돈을) 모아가지고 가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냥 그런데 가면 좋다고 하더라고. 그래가지고 단 2천만 원이라도 되면 그런 곳에 갈려고 한 푼도 안 쓰고 모았지요.”

그렇게 믿었던 남씨. 할머니 또한 다른 피해자들처럼 남씨의 남편이 교육자였던 것에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고, 그 믿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는 듯 했습니다.

<인터뷰> 김숙희 (피해주민) : “(남씨 남편이) 점잖은 분이라서 그 선생님이 한없이 점잖아. 옆도 안 돌아보고 40년을 근무하다가 마지막에 이게 무슨...(곗돈을) 가지고 도망갔나 싶은 마음은 지금 하나도 안 들어요. 꼭 오시리라 이렇게 생각이 듭니다.”

한 농촌마을에 편지풍파를 몰고 온 이번 곗돈 사기사건, 넉넉지 못한 형편의 피해자들은 저마다 안타까운 사연이 줄을 잇고 있는데요, 조속히 사건이 잘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곗돈 사기에 멍든 농심
    • 입력 2007-01-17 08:36:08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최근 경북의 한 마을에서 십억이 넘는 곗돈 사기사건이 발생해 마을이 발 칵 뒤집혔습니다. 회원들의 곗돈을 빼돌리고, 자취를 감춘 계주는 알고 보니, 지역주민들의 존경을 받던 교장 선생님의 아내였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자도 늘어나고 있는데요, 송창언 기자, 피해규모가 어떻게 됩니까? <리포트> 네,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한 인원만도 현재까지 76명, 피해규모도 13억 원이 넘었다고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쉬쉬하던 피해자들이 드러나면서 피해규모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조용한 농촌마을을 술렁이게 한 곗돈 사기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경북 상주시의 한 마을. 한 해 동안 지은 농사를 마친 농한기이지만, 최근 이 마을 분위기는 어수선하기만 합니다.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계모임의 계주였던 58살 남 모 여인이 회원들의 곗돈을 빼돌리고 종적을 감춰버렸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피해주민: “그 생각만 하면 잠이 안와요. 그 생각만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고. 농사 이거 서,너마지기씩 지어가지고, 겨우 억지로 먹고살고, 양식도 겨우 대는데, 돈이라도 남아도나. 일 안하면 돈 한 푼도 못 만져요.” <인터뷰> 피해주민: “나이가 70이 다 됐는데, 어디 가서 (돈을) 벌지도 못하고, 한푼 두푼 모아가지고 거기 (곗돈) 넣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심장병이 있어서, 내가 병원에 다니려고 (곗돈) 그거를 집어넣은 거라.” 이 마을 경찰서에 달아난 남모여인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한 사람이 76명에 이릅니다. 집계된 피해액만도 13억 원이 넘었는데요, 피해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들 중에는 남 씨와 같은 동네에 사는 주민 외에 다른 마을 주민들까지 있었습니다. <인터뷰> 피해주민: “이사람, 저사람 친척들 것도 있고 그래요. (남씨와) 가까운데 살다보니까 친척들이 (곗돈 부어달라고) 부탁을 해서, 시골에서 농사짓는 돈을 늘리려고 하다가 이런 사고가...”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계를 하게 됐다는 이들. 은행대출이자는 높고, 저금을 하려해도 이자가 너무 낮아 동네주민들과 함께 계를 하나 둘 만들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피해주민: “이율이 많이 낮았잖아요. 그리고 적금 같은 것도 농협에 가보면, 얼마 안 되더라고요. 세금까지 붙고. 그러니까 (마을마다) 이런 조직이 많이 있다고 봐야죠.” 한 평생 이 마을에서 벼농사를 지으셨다는 김 씨 할아버지네. 한해 수확한 벼로 버는 돈은 천만 원 정도지만, 자식들이 보내오는 돈까지 모아 남씨가 운영하는 계에 곗돈을 부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00 (가명, 피해주민): “한 20년 계주를 했는데, 밑천도 너무 든든해 보였어요. 아주 신용이 있었고요. 잘했거든요. 우리 아들도 지금 결혼자금으로 5월 달에 (곗돈을) 타서 결혼하려고 기다리고 있었고...” 지난해 8월부터 김 씨 할아버지가 가입한 계는 2천만 원짜리 2개와 천만 원짜리 2개해서 모두 4개. 결국 피해액이 4천 4백만 원에 이릅니다. 당장 올해 지을 농사도 걱정입니다. <인터뷰> 김00 (가명, 피해주민): “비료도 사야되고, (인력)품도 사 써야 되고, 농자재 등 다른 거 구입할 게 많죠. 조합에 대출을 받던지 해 가지고, 농사는 지어야죠.” 자식들이 보내준 용돈을 아껴 모은 돈과 한 해 동안 농사지어 번 돈까지 다 날려버릴 처지에 놓인 노부부는 앞날이 막막하기만 하다는데요, <인터뷰> 이00 (가명, 피해주민): “우리 아저씨가 (말은) 괜찮다고 해도 자꾸 한숨을 내쉬고, 내가 병날까봐 자꾸 염려하고... 가슴에 뭔가 이런 게 치미는 것 같아요. 모르겠어요. 어떻게 할런지...” 이처럼 피해자들은 대부분 어려운 형편에 있는 서민들이었습니다. 지체장애 1급인 허 씨 역시 딸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해 두고자 계를 들었다가 낭패를 봤습니다. <인터뷰> 허정용 (피해주민): “내가 딸이 있거든요. 딸을 하나 키우는데, (내년에) 대학교 갈 나이거든요. 공부도 잘하고 하는데, 아이 학교를 보내야 하는데, (곗돈을 못 받으면) 학교를 못 보내는 거예요. 한푼 두푼 모아서 생활하고, 겨우겨우 곗돈 내고...” 몸이 불편해 일도 못하고 쉬고 있는 형편이지만, 딸의 미래를 위해 붓는 곗돈만큼은 꼬박꼬박 넣었다고 하는데요, 허 씨가 떼인 곗돈은 천 2백만 원. 게다가 빌려준 돈 2천만 원까지 허 씨는 모두 3천여만 원의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허정용 (피해주민): “2천만 원을 곗돈 조금 덜 내려고, 은행이자 쳐서 차용증을 받고 (남씨에게) 빌려준 거예요 작년 6월 달에 아주 급한 일이 벌어져서, 2천만 원 중에 천만 원만 달라고 했더니 ‘갑자기 달라면 어떻게 하냐’고 연말까지 미루더라고요.” 이 때문에 허 씨는 다른 곳에서 수 천 만원의 빚까지 지게 됐습니다. <인터뷰> 허정용 (피해주민): “ (자식이) 국제변호사니 뭐니 하면서 그렇게 (자랑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말하자면, 전부 우리 돈으로 해결한 거라. 전부 우리 돈으 로. 그 장애인 돈을 갖고 도망간 거 보면 진짜 사람이 뭐고, 돈이 뭔가 (싶어요.)” 피해 주민들은 하나같이 남씨가 30여년 동안 이 지역에서 꾸준히 여러 계모임의 계주 역할을 잘 해 왔고, 무엇보다 남편이 이 지역 초등학교 현직 교장이라는 사실에 안심했다고 합니다. 사건이 불거지자, 남씨의 남편과 가족들은 경찰이외에 다른 사람과 연락을 끊고 사라졌다고 합니다. 올 2월 퇴임을 앞둔 학교에서 조차 연락이 쉽지 않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00초등학교 관계자: “지금 교장 선생님 연락이 안돼요. 휴대폰을 걸어 봐도 연락이 잘 안되고...1월 5일까지 여기 출근했어요. 5일 날 나한테 (교장선생님이) 병원에 가신다고 (하셔서), (제가) ‘학교에 못 나오시니까 근무상황을 좀 명확하게 해 주십시오.’ (하고 말씀드렸어요.)” 이렇게 연락이 안 되는 상황이지만, 피해자 가운데는 여전히 남씨가 돌아와 돈을 돌려줄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한 평생을 바느질과 재봉틀을 돌리며 살아온 김 씨 할머니. 곗돈으로 부은 돈은 얼마 안 되지만, 할머니는 갖은 고생을 하며 번 돈을 남씨에게 맡기다시피 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숙희 (피해주민): “(피해액이) 한 3천만 원돼요. (재봉틀로 돈을) 벌어가지고 (남씨) 집에 돈을 늘려달라고 준 것도 있고 그래요. 그러니까 사는 것도 형편없이 (고생하며) 살았지요.” 할머니에게는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돈 2천 만 원을 고스란히 남 씨에게 빌려줬다고 하는데요, 10년도 더 지난 빛바랜 차용증서를 소중한 보물처럼 보관하고 있는 할머니. 남씨가 종적을 감춘 후 늘어난 건 한 숨뿐이었습니다. <인터뷰> 김숙희 (피해주민): “한숨은 하루에 스무 번도 더 쉬고, 서른 번도 쉬지요. 한숨 밖에 안 나오는데, 울기도 많이 울고, 울면 뭐합니까. 하도 애가 타니까 그렇지. 애들한테는 그런 소리도 못하고...” 할머니가 돈을 모은 이유는 바로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서였는데요, 한푼 두푼 모은 쌈짓돈. 할머니는 그 돈으로 양로원에 들어가 남은여생을 보낼 계획이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할머니: “2008년도에는 내가 저기 노인들이 (돈 내고 사는) 시설로 (돈을) 모아가지고 가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냥 그런데 가면 좋다고 하더라고. 그래가지고 단 2천만 원이라도 되면 그런 곳에 갈려고 한 푼도 안 쓰고 모았지요.” 그렇게 믿었던 남씨. 할머니 또한 다른 피해자들처럼 남씨의 남편이 교육자였던 것에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고, 그 믿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는 듯 했습니다. <인터뷰> 김숙희 (피해주민) : “(남씨 남편이) 점잖은 분이라서 그 선생님이 한없이 점잖아. 옆도 안 돌아보고 40년을 근무하다가 마지막에 이게 무슨...(곗돈을) 가지고 도망갔나 싶은 마음은 지금 하나도 안 들어요. 꼭 오시리라 이렇게 생각이 듭니다.” 한 농촌마을에 편지풍파를 몰고 온 이번 곗돈 사기사건, 넉넉지 못한 형편의 피해자들은 저마다 안타까운 사연이 줄을 잇고 있는데요, 조속히 사건이 잘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