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화재 대피 가능 시간 불과 7분”

입력 2007.06.25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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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중심지역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지하 상가 만약 여기서 화재가 발생하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은 과연 몇분까지일까요?

생각보다 훨씬 짧았습니다.

박재용 기자가 지하공간에 대한 실물화재실험을 해봤습니다.

<리포트>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지하 복합쇼핑센터인 코엑스 몰. 하루 유동 인구만도 최고 20만 명에 이르는 지하상가들.

일종의 지하 도시를 형성한 이곳에 만약 화재가 난다면 어떻게 될까?

취재팀은 건설기술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국내에선 최초로 실물 화재실험을 실시했습니다. 지하 공간을 가정해 창문을 모두 없애고 그 안에는 옷가지 등을 쌓아 놓아 가상 의류 상가를 만든 뒤 실제로 불을 붙여 연소되는 과정을 살펴봤습니다.

불이 붙자 옷들이 서서히 타들어 가더니 검은 연기가 천장까지 차오르고 불기둥이 치솟으면서 구조물은 삽시간에 불길에 휩싸입니다.

사람이 견딜 수 있는 실내 온도는 150도. 불과 7분 만에 도달합니다.

인체에 치명적인 손상을 주는 일산화탄소도 8분 만에 허용 농도인 100ppm을 넘습니다.

<인터뷰> 김흥열(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 "실물 실험이 중요한 이유는 유독가스나 주위 온도, 발열량 등에 대한 재실자의 위험성을 파악해 정확한 피난 시간대가 나오게 되면 그 시간대에 맞춰 피난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가게 한곳에서 난 화재가 지하상가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 해봤습니다.

화재가 발생한 지 40초쯤 되자 연기가 발화 공간을 가득 채웠고 3분여가 지나자 상가의 절반이 연기로 뒤덮였습니다. 상가 전체가 연기로 가득 차는 데는 7분여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럼, 실제 화재가 났을 때 마지노선인 7분 안에 대피할 수 있을까? 연기의 확산 속도가 훨씬 빠르고 빛이 들어오지 않는 지하공간에선 대피 통로의 확보와 소방 설비의 신속한 작동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서울의 한 지하상가,, 넘쳐나는 상품들 탓에 소화기나 소화전은 보이지 않고 방화 셔터가 내려져야 하는 자리에도 어김없이 길을 막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태주(지하상가관리사무소 직원) : "이게 25년 이상된 건물이다 보니까 관행적으로 이렇게 해 오던 게 지금 와서 단속하기 상당히 힘이 듭니다. 매일 하는데도 상당히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가스와 소방 설비 등 안전 점검을 실시한다고는 하지만 20년이 넘은 건축물이 많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박상읍(설비업체 부장) : "우려되는 게 배관이 정상적으로 배관이 되는지 안되는지는 저희도 테스트를 해보지 않았으니까 알 수가 없어요. 그렇다고 그것을 다 터뜨려 볼 수는 없지 않습니까?"

편리함과 경제성을 발판으로 점점 깊어지고 넓어지는 지하공간,, 하지만 그 속에는 '잠재적 위험'이란 또 하나의 얼굴이 숨어있습니다.

KBS 뉴스 박재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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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하 화재 대피 가능 시간 불과 7분”
    • 입력 2007-06-25 21:07:18
    뉴스 9
<앵커 멘트>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중심지역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지하 상가 만약 여기서 화재가 발생하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은 과연 몇분까지일까요? 생각보다 훨씬 짧았습니다. 박재용 기자가 지하공간에 대한 실물화재실험을 해봤습니다. <리포트>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지하 복합쇼핑센터인 코엑스 몰. 하루 유동 인구만도 최고 20만 명에 이르는 지하상가들. 일종의 지하 도시를 형성한 이곳에 만약 화재가 난다면 어떻게 될까? 취재팀은 건설기술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국내에선 최초로 실물 화재실험을 실시했습니다. 지하 공간을 가정해 창문을 모두 없애고 그 안에는 옷가지 등을 쌓아 놓아 가상 의류 상가를 만든 뒤 실제로 불을 붙여 연소되는 과정을 살펴봤습니다. 불이 붙자 옷들이 서서히 타들어 가더니 검은 연기가 천장까지 차오르고 불기둥이 치솟으면서 구조물은 삽시간에 불길에 휩싸입니다. 사람이 견딜 수 있는 실내 온도는 150도. 불과 7분 만에 도달합니다. 인체에 치명적인 손상을 주는 일산화탄소도 8분 만에 허용 농도인 100ppm을 넘습니다. <인터뷰> 김흥열(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 "실물 실험이 중요한 이유는 유독가스나 주위 온도, 발열량 등에 대한 재실자의 위험성을 파악해 정확한 피난 시간대가 나오게 되면 그 시간대에 맞춰 피난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가게 한곳에서 난 화재가 지하상가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 해봤습니다. 화재가 발생한 지 40초쯤 되자 연기가 발화 공간을 가득 채웠고 3분여가 지나자 상가의 절반이 연기로 뒤덮였습니다. 상가 전체가 연기로 가득 차는 데는 7분여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럼, 실제 화재가 났을 때 마지노선인 7분 안에 대피할 수 있을까? 연기의 확산 속도가 훨씬 빠르고 빛이 들어오지 않는 지하공간에선 대피 통로의 확보와 소방 설비의 신속한 작동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서울의 한 지하상가,, 넘쳐나는 상품들 탓에 소화기나 소화전은 보이지 않고 방화 셔터가 내려져야 하는 자리에도 어김없이 길을 막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태주(지하상가관리사무소 직원) : "이게 25년 이상된 건물이다 보니까 관행적으로 이렇게 해 오던 게 지금 와서 단속하기 상당히 힘이 듭니다. 매일 하는데도 상당히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가스와 소방 설비 등 안전 점검을 실시한다고는 하지만 20년이 넘은 건축물이 많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박상읍(설비업체 부장) : "우려되는 게 배관이 정상적으로 배관이 되는지 안되는지는 저희도 테스트를 해보지 않았으니까 알 수가 없어요. 그렇다고 그것을 다 터뜨려 볼 수는 없지 않습니까?" 편리함과 경제성을 발판으로 점점 깊어지고 넓어지는 지하공간,, 하지만 그 속에는 '잠재적 위험'이란 또 하나의 얼굴이 숨어있습니다. KBS 뉴스 박재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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