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방과 후 학교, 편법 동원 ‘사교육 변질’

입력 2007.07.03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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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목적으로 시작된 방과후 학교에 각종 편법이 동원돼 변질되고 있습니다.

예산지원은 적고, 규제는 까다롭기 때문이라는데, 이중근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수업이 끝난 시간, 조용한 학교 안에서 영어 강의가 한창입니다.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지난해 3월 본격 시행된 방과후 학교입니다.

이 학교에서 원어민 영어강의를 듣는 학생은 60여 명.

호응이 좋아 강의를 더 늘리고 싶지만 강사를 구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인터뷰> 이승원(서울 치현초등학교 교장) : "보수나 언어소통, 거주지 문제 등을 학교에서 해결할 수가 없어서..."

원어민 영어 강사 1명을 초빙하기 위해선 항공료와 체류비, 월급 등 연간 적어도 3천만원이 들지만 이와 관련된 예산은 전혀 없습니다.

방과후 학교는 수익자 부담이 원칙이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받는 수강료로 모두 해결하는 형편입니다.

이 때문에 교육부가 나서서 강사를 구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교육부는 난색을 표합니다.

<인터뷰> 심은석(학교정책추진단장) : "원하는 학교에 모두 공급해줘야 되지만 정규수업 강사도 부족한 상황..."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부분의 학교들은 사설 학원을 통해 원어민 강사와 한국인 보조 강사를 구하고 있습니다.

방과후 학교를 사설업체에 맡길 수는 없지만. 학교측은 업체가 아닌 소속 강사와 직접 계약하는 것 처럼 꾸며 규제를 피해갑니다.

<녹취> 학교 관계자 : "공급은 적고 수요는 많아서 문제가.. 그래도 우리는 직접 계약하기 때문에..."

강사들의 말은 다릅니다.

학교와 계약은 했지만 자신들은 월급을 받는 업체 직원이라는 겁니다.

<녹취> 전직 방과후 학교 강사 : "프리랜서라고 볼 수 없죠. 월급을 받는데.. 직원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일부 업체들은 강사 이름으로 만든 통장을 관리하면서 학교가 강사들에게 지급한 강사료를 대신 받은 뒤 일부만 월급 형태로 강사들에게 지급하고 있습니다.

한 강사의 월급 통장입니다.

학교에서 준다고 밝힌 월급은 2백여 만 원 그러나 강사 통장엔 백 2십 만 원도 안됩니다.

절반 가까운 돈은 업체의 몫입니다.

<녹취> 강사 : "적은 임금에 대한 문제..."

강사를 파견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돈을 받아가는 사실상의 위탁운영이라는 말입니다.

최근에는 새로운 편법도 등장했습니다.

위탁운영이 가능한 비영리단체가 방과후 학교 운영권을 받아오면 사설업체들이 이 비영리단체와 용역계약을 맺는 겁니다.

업체들은 방과후 학교가 이렇게 파행적으로 운영되는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사설 업체 관계자 : "선생님들 입장에서 방과후 학교는 주업무가 아니니까 귀찮은 거죠."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방과후 학교 강사들이 능력있는 전문강사일리 없습니다.

<녹취> 사설 업체 관계자 : "한국인 강사들은 주로 원어민을 통해 경험을 쌓은려는 사람들..."

때문에 학교들은 사설업체와 방과후 학교 운영 계약을 맺도록 해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육부는 단호합니다.

<인터뷰> 심은석(학교정책추진단장) : "사설업체가 들어오면 수강료가 인상되는 등 문제가 있기 때문에 금지..."

지원금은 변변찮고 규제는 엄격하고, 야심차게 출발한 방과후 학교는 편법의 온상이 되고 있고 학생들은 질 낮은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중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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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방과 후 학교, 편법 동원 ‘사교육 변질’
    • 입력 2007-07-03 21:26:11
    뉴스 9
<앵커 멘트>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목적으로 시작된 방과후 학교에 각종 편법이 동원돼 변질되고 있습니다. 예산지원은 적고, 규제는 까다롭기 때문이라는데, 이중근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수업이 끝난 시간, 조용한 학교 안에서 영어 강의가 한창입니다.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지난해 3월 본격 시행된 방과후 학교입니다. 이 학교에서 원어민 영어강의를 듣는 학생은 60여 명. 호응이 좋아 강의를 더 늘리고 싶지만 강사를 구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인터뷰> 이승원(서울 치현초등학교 교장) : "보수나 언어소통, 거주지 문제 등을 학교에서 해결할 수가 없어서..." 원어민 영어 강사 1명을 초빙하기 위해선 항공료와 체류비, 월급 등 연간 적어도 3천만원이 들지만 이와 관련된 예산은 전혀 없습니다. 방과후 학교는 수익자 부담이 원칙이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받는 수강료로 모두 해결하는 형편입니다. 이 때문에 교육부가 나서서 강사를 구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교육부는 난색을 표합니다. <인터뷰> 심은석(학교정책추진단장) : "원하는 학교에 모두 공급해줘야 되지만 정규수업 강사도 부족한 상황..."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부분의 학교들은 사설 학원을 통해 원어민 강사와 한국인 보조 강사를 구하고 있습니다. 방과후 학교를 사설업체에 맡길 수는 없지만. 학교측은 업체가 아닌 소속 강사와 직접 계약하는 것 처럼 꾸며 규제를 피해갑니다. <녹취> 학교 관계자 : "공급은 적고 수요는 많아서 문제가.. 그래도 우리는 직접 계약하기 때문에..." 강사들의 말은 다릅니다. 학교와 계약은 했지만 자신들은 월급을 받는 업체 직원이라는 겁니다. <녹취> 전직 방과후 학교 강사 : "프리랜서라고 볼 수 없죠. 월급을 받는데.. 직원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일부 업체들은 강사 이름으로 만든 통장을 관리하면서 학교가 강사들에게 지급한 강사료를 대신 받은 뒤 일부만 월급 형태로 강사들에게 지급하고 있습니다. 한 강사의 월급 통장입니다. 학교에서 준다고 밝힌 월급은 2백여 만 원 그러나 강사 통장엔 백 2십 만 원도 안됩니다. 절반 가까운 돈은 업체의 몫입니다. <녹취> 강사 : "적은 임금에 대한 문제..." 강사를 파견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돈을 받아가는 사실상의 위탁운영이라는 말입니다. 최근에는 새로운 편법도 등장했습니다. 위탁운영이 가능한 비영리단체가 방과후 학교 운영권을 받아오면 사설업체들이 이 비영리단체와 용역계약을 맺는 겁니다. 업체들은 방과후 학교가 이렇게 파행적으로 운영되는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사설 업체 관계자 : "선생님들 입장에서 방과후 학교는 주업무가 아니니까 귀찮은 거죠."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방과후 학교 강사들이 능력있는 전문강사일리 없습니다. <녹취> 사설 업체 관계자 : "한국인 강사들은 주로 원어민을 통해 경험을 쌓은려는 사람들..." 때문에 학교들은 사설업체와 방과후 학교 운영 계약을 맺도록 해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육부는 단호합니다. <인터뷰> 심은석(학교정책추진단장) : "사설업체가 들어오면 수강료가 인상되는 등 문제가 있기 때문에 금지..." 지원금은 변변찮고 규제는 엄격하고, 야심차게 출발한 방과후 학교는 편법의 온상이 되고 있고 학생들은 질 낮은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중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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