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원어민 강사 ‘학위 위조에 성추행도’

입력 2007.07.04 (09:0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멘트>

영어교육 열풍을 틈타 무자격 원어민 영어강사가 판치고 있습니다. 대학학위증과 성적증명서를 위조하거나 심지어 학생들을 추행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임세흠 기자, 얼마 전에는 마약을 복용한 외국인 강사가 적발되기도 했는데, 원어민 강사들의 자질 문제가 끊이질 않는군요?

<리포트>

네, 학력을 위조하는 것은 기본이고 학생을 성추행하거나 알코올 중독에 이르기까지 자격미달인 원어민 영어 강사가 수두룩합니다.

하지만 수요가 많기 때문에 학원에서는 자격미달의 강사들이 버젓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관광비자로 불법 취업한 경우는 차라리 양반에 속하고, 학원에서 아예 강사의 국적까지 바꾸는 사례도 있습니다.

국내 원어민 영어강사들의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서울의 한 영어회화 전문학원입니다. 캐나다에서 온 25살 S씨는 이 학원에서 지난 1년여 동안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원어민 강사로 일했습니다.

<녹취> 학원관계자 : “수업도 괜찮고, 반응도 괜찮고 해서 별 문제가 없었어요. 외국인 강사를 쓰는 이유가 (아이들이) 원어민을 봐도 자연스럽게 말을 트게 되려고 하는 거니까 사실 아주 쉬운 영어를 (쓰고)...”

S씨는 지난 2003년 캐나다의 모 대학 졸업증명서와 성적증명서를 출입국 관리사무소에 제출해, 우리나라에서 영어회화 강사로 일하는데 필요한 E2비자를 취득했습니다.

캐나다와 한국을 왔다갔다하며 2년 동안 S씨가 벌어들인 돈은 1억여 원에 이릅니다.

하지만, S씨가 제출한 서류는 미국인터넷 문서 위조전문 사이트에서 미국 돈 300달러를 주고 구입한 가짜였습니다.

<녹취> 학원 관계자 : “서류가 아예 모집 업체에서 넘어와요. 졸업장이나 뭐 그런 거 저희가 신고만 하면 출입국관리소에서 확인해주니까 잘 됐구나 생각을 한 거거든요.”

S씨처럼 불법으로 문서를 위조하고 국내 학원에서 일해 온 캐나다 출신 외국인강사 3명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들은 모두 E2비자를 취득할 수 없는 고졸 또는 전문대졸 학력이 전부였습니다.

<인터뷰> 강금문(서울지방경찰청) : “한 명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한국에 와서 영어강사를 했고, 한 명은 패스트푸드점에서, 또 다른 한 명은 공장에서 포장하는 일을 하다가 한국에 입국하여 원어민 강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들이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제출한 위조문서들입니다. 문제는 이런 외국 문서의 경우 우리나라 출입국사무소에서조차 그 진위여부를 가려내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녹취> 출입국 관리사무소 : “(위조된 문서 진위여부 확인이 어렵나요?) 쉽지는 않죠. 우리가 기계도 아니고. 업무는 이루어지고 있는데...”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들은 몇 년 동안 국내에 거주하며 학원 외에 신분확인이 까다롭지 않은 청소년 수련관 등에서도 원어민 강사로 일했습니다. 수련관 관계자는 업체를 통해 강사를 소개받았지만, 끝내 비자 확인조차 해보지도 못했다고 말합니다.

<녹취> 청소년 수련관 관계자 : “저희가 강사를 일대일로 채용을 하는 게 아니고요, (업체에서) 수업이 가능하신 분이라고 안내를 받았어요. (비자는) 나중에 갖다 주겠다 이렇게 했었거든요. (결국엔 안 갖다 주셨나요?) 네.”

5년째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한 재미교포 강사는 원어민에 집착하는 영어열풍이 큰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일부 학원에서는 홍보를 위해 심지어 강사의 국적을 바꾸는 일까지 있다고 합니다.

<녹취> 재미교포 영어 강사 : “러시아 무용수인데 미국인 여강사로 둔갑해가지고 파키스탄인 인데 스페인계 미국인으로 둔갑한 그런 경우도 있고... 백인이면 만사 오케이입니다. (학원에서) 학부모들한테 우리는 백인강사 쓴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이 강사는 원어민 강사에 대한 지나친 수요와 믿음 때문에 정작 필요한 영어실력은 부족하고 자질이 안 되는 원어민 강사들이 많아졌다고 말합니다.

<녹취> 재미교포 영어 강사 : “수동태도 모르는 강사도 있었고, 아이들한테도 아주 성적인 농담 그런 얘기도 하고, 한국을 비하하는 이야기들 그런 얘기도 서슴없이 하고...”

심지어 자질이 떨어지는 원어민 강사가 학생들을 추행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호주 출신의 31살 A씨는 지난해 말 여자 친구가 이별을 통보하고 만나주지 않자, 휴대폰 문자메시지와 이메일을 통해 협박을 계속해 왔습니다. 참다못해 경찰에 신고한 옛 여자 친구는 지금도 A씨를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A씨의 옛 여자친구 : “솔직히 겁나거든요. 이 사람이 어떻게 나올지... (복수) 그런 게 좀 두렵거든요. 더 이상 커지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에...”

경찰조사결과 A씨는 이미 모 학원에서 학생들에게 성추행 수준의 신체접촉을 하다 해고되어 ‘한국 원어민강사 리쿠르팅업체 협회’의 ‘블랙리스트’에 이미 이름이 올라가 있는 상태였습니다.

최근까지 일하던 다른 학원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A씨는 문화적 차이라고 주장합니다.

<녹취> 호주출신 원어민 영어강사 : “호주에서처럼 칭찬해 줄때나 ‘이따가 봐’하고 인사할 때 아이들의 어깨를 툭툭 만지는 정도였다. 나는 죄가 없다. 문제는 ‘호주문화’와 ‘한국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A씨는 관광비자로도 얼마든지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한 학원은 강사가 급한 나머지 거처까지 마련해 줬다고 하는데요, 물론 비자나 신분확인은 차후의 일이었습니다.

<녹취> 학원 관계자 : "(A씨에게) 내가 방을 하나 얻어줬거든요. 오래 쓸려고. 갑자기 선생님이 펑크가 나서 급하니까 우선수업을 하면서 3, 4일 내로 E2비자 신청을 하면 되지 않겠느냐 했는데...”

원어민 강사가 부족하다보니 학원은 이것저것 따질 처지가 못 됩니다. 더욱이 학부모들도 강사의 실력보다는 특정 인종이나 국적을 더 선호합니다.

<녹취> 학원 관계자 : “한국 사람이 원어민처럼 발음을 기막히게 하도록 원어민만 원하죠. 동양계는 잘 안 써요. 어머님들 자체가...”

이러다보니 원어민 강사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녹취> 불법 원어민 강사 퇴출카페 운영자 : “관광비자로 들어와서 바로 할 수 있는 게 영어 강사예요. 그것처럼 하기 쉬운 게 없어요. 이들을 처벌하는 강력한 법 규정이 우선 필요하고, E2 비자를 신청할 때 범법증명서랑 건강진단서를 포함시켜라 이게 제일 중요한 것이고...”

영어 교육 열풍 속에 원어민이면 무조건 실력이 좋을 거라는 편견 때문에 자격미달인 원어민 강사들이 활개치고 있습니다.

이들에 대한 보다 철저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원어민 강사 ‘학위 위조에 성추행도’
    • 입력 2007-07-04 08:30:46
    아침뉴스타임
<앵커멘트> 영어교육 열풍을 틈타 무자격 원어민 영어강사가 판치고 있습니다. 대학학위증과 성적증명서를 위조하거나 심지어 학생들을 추행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임세흠 기자, 얼마 전에는 마약을 복용한 외국인 강사가 적발되기도 했는데, 원어민 강사들의 자질 문제가 끊이질 않는군요? <리포트> 네, 학력을 위조하는 것은 기본이고 학생을 성추행하거나 알코올 중독에 이르기까지 자격미달인 원어민 영어 강사가 수두룩합니다. 하지만 수요가 많기 때문에 학원에서는 자격미달의 강사들이 버젓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관광비자로 불법 취업한 경우는 차라리 양반에 속하고, 학원에서 아예 강사의 국적까지 바꾸는 사례도 있습니다. 국내 원어민 영어강사들의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서울의 한 영어회화 전문학원입니다. 캐나다에서 온 25살 S씨는 이 학원에서 지난 1년여 동안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원어민 강사로 일했습니다. <녹취> 학원관계자 : “수업도 괜찮고, 반응도 괜찮고 해서 별 문제가 없었어요. 외국인 강사를 쓰는 이유가 (아이들이) 원어민을 봐도 자연스럽게 말을 트게 되려고 하는 거니까 사실 아주 쉬운 영어를 (쓰고)...” S씨는 지난 2003년 캐나다의 모 대학 졸업증명서와 성적증명서를 출입국 관리사무소에 제출해, 우리나라에서 영어회화 강사로 일하는데 필요한 E2비자를 취득했습니다. 캐나다와 한국을 왔다갔다하며 2년 동안 S씨가 벌어들인 돈은 1억여 원에 이릅니다. 하지만, S씨가 제출한 서류는 미국인터넷 문서 위조전문 사이트에서 미국 돈 300달러를 주고 구입한 가짜였습니다. <녹취> 학원 관계자 : “서류가 아예 모집 업체에서 넘어와요. 졸업장이나 뭐 그런 거 저희가 신고만 하면 출입국관리소에서 확인해주니까 잘 됐구나 생각을 한 거거든요.” S씨처럼 불법으로 문서를 위조하고 국내 학원에서 일해 온 캐나다 출신 외국인강사 3명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들은 모두 E2비자를 취득할 수 없는 고졸 또는 전문대졸 학력이 전부였습니다. <인터뷰> 강금문(서울지방경찰청) : “한 명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한국에 와서 영어강사를 했고, 한 명은 패스트푸드점에서, 또 다른 한 명은 공장에서 포장하는 일을 하다가 한국에 입국하여 원어민 강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들이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제출한 위조문서들입니다. 문제는 이런 외국 문서의 경우 우리나라 출입국사무소에서조차 그 진위여부를 가려내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녹취> 출입국 관리사무소 : “(위조된 문서 진위여부 확인이 어렵나요?) 쉽지는 않죠. 우리가 기계도 아니고. 업무는 이루어지고 있는데...”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들은 몇 년 동안 국내에 거주하며 학원 외에 신분확인이 까다롭지 않은 청소년 수련관 등에서도 원어민 강사로 일했습니다. 수련관 관계자는 업체를 통해 강사를 소개받았지만, 끝내 비자 확인조차 해보지도 못했다고 말합니다. <녹취> 청소년 수련관 관계자 : “저희가 강사를 일대일로 채용을 하는 게 아니고요, (업체에서) 수업이 가능하신 분이라고 안내를 받았어요. (비자는) 나중에 갖다 주겠다 이렇게 했었거든요. (결국엔 안 갖다 주셨나요?) 네.” 5년째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한 재미교포 강사는 원어민에 집착하는 영어열풍이 큰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일부 학원에서는 홍보를 위해 심지어 강사의 국적을 바꾸는 일까지 있다고 합니다. <녹취> 재미교포 영어 강사 : “러시아 무용수인데 미국인 여강사로 둔갑해가지고 파키스탄인 인데 스페인계 미국인으로 둔갑한 그런 경우도 있고... 백인이면 만사 오케이입니다. (학원에서) 학부모들한테 우리는 백인강사 쓴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이 강사는 원어민 강사에 대한 지나친 수요와 믿음 때문에 정작 필요한 영어실력은 부족하고 자질이 안 되는 원어민 강사들이 많아졌다고 말합니다. <녹취> 재미교포 영어 강사 : “수동태도 모르는 강사도 있었고, 아이들한테도 아주 성적인 농담 그런 얘기도 하고, 한국을 비하하는 이야기들 그런 얘기도 서슴없이 하고...” 심지어 자질이 떨어지는 원어민 강사가 학생들을 추행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호주 출신의 31살 A씨는 지난해 말 여자 친구가 이별을 통보하고 만나주지 않자, 휴대폰 문자메시지와 이메일을 통해 협박을 계속해 왔습니다. 참다못해 경찰에 신고한 옛 여자 친구는 지금도 A씨를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A씨의 옛 여자친구 : “솔직히 겁나거든요. 이 사람이 어떻게 나올지... (복수) 그런 게 좀 두렵거든요. 더 이상 커지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에...” 경찰조사결과 A씨는 이미 모 학원에서 학생들에게 성추행 수준의 신체접촉을 하다 해고되어 ‘한국 원어민강사 리쿠르팅업체 협회’의 ‘블랙리스트’에 이미 이름이 올라가 있는 상태였습니다. 최근까지 일하던 다른 학원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A씨는 문화적 차이라고 주장합니다. <녹취> 호주출신 원어민 영어강사 : “호주에서처럼 칭찬해 줄때나 ‘이따가 봐’하고 인사할 때 아이들의 어깨를 툭툭 만지는 정도였다. 나는 죄가 없다. 문제는 ‘호주문화’와 ‘한국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A씨는 관광비자로도 얼마든지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한 학원은 강사가 급한 나머지 거처까지 마련해 줬다고 하는데요, 물론 비자나 신분확인은 차후의 일이었습니다. <녹취> 학원 관계자 : "(A씨에게) 내가 방을 하나 얻어줬거든요. 오래 쓸려고. 갑자기 선생님이 펑크가 나서 급하니까 우선수업을 하면서 3, 4일 내로 E2비자 신청을 하면 되지 않겠느냐 했는데...” 원어민 강사가 부족하다보니 학원은 이것저것 따질 처지가 못 됩니다. 더욱이 학부모들도 강사의 실력보다는 특정 인종이나 국적을 더 선호합니다. <녹취> 학원 관계자 : “한국 사람이 원어민처럼 발음을 기막히게 하도록 원어민만 원하죠. 동양계는 잘 안 써요. 어머님들 자체가...” 이러다보니 원어민 강사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녹취> 불법 원어민 강사 퇴출카페 운영자 : “관광비자로 들어와서 바로 할 수 있는 게 영어 강사예요. 그것처럼 하기 쉬운 게 없어요. 이들을 처벌하는 강력한 법 규정이 우선 필요하고, E2 비자를 신청할 때 범법증명서랑 건강진단서를 포함시켜라 이게 제일 중요한 것이고...” 영어 교육 열풍 속에 원어민이면 무조건 실력이 좋을 거라는 편견 때문에 자격미달인 원어민 강사들이 활개치고 있습니다. 이들에 대한 보다 철저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