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늑장·부실’ 수해 복구 피해키웠다

입력 2007.08.10 (22:11) 수정 2007.08.10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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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해 수해로 만신창이가 됐던 강원도 인제 지역에서는 또다시 복구현장이 엉망이 됐습니다. 늑장,부실 복구가 원인이었다는 분석입니다. 박상용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7월 집중호우로 마을이 쓸려내려가고 토사에 덮여 천4백여 명의 이재민을 낸 강원도 인제지역,

20명이 숨지고, 9명은 아직 시신조차 찾지 못한 상탭니다.

수마가 할퀴고 간 지 1년, 도로는 또다시 끊어지고 쓸려나갔습니다.

도로와 교량을 이어주던 지반은 칼로 도려낸 듯 예리하게 잘려나갔습니다.

하천 제방의 철망은 모두 뜯겨졌고, 돌로 쌓은 제방은 큰 구멍이 생겼습니다.

수해복구 공사로 강폭이 오히려 줄어 악몽이 재현됐다고 주민들은 하소연합니다.

<인터뷰> 이대길(인제군 한계리): "강폭이 너무 좁아, 맨땅 이렇게 크게 해놓고 집단 이주했던 사람들 잠도 못 잤을 꺼야.."

지난해 여름 장사를 망쳤던 양양 오색 지역,

마을로 통하는 유일한 국도가 1년 만에 또다시 비에 주저앉았습니다.

주민들은 임시로 설치한 배수관이 폭우를 감당할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진승화(양양군 오색리): "도로를 만들더라도 물이 빠지도록해야 유실이 안되는건데.. 조그만 관을 묻어놔서"

복구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44번 국도 한계령 구간도 이번 비로 임시도로의 토사가 무너져 내리고 시설물이 잠기는 등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인제 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복구공사 현장의 시설물들이 물에 떠내려와 이처럼 어지럽게 널려있습니다.

쏟아져 내려온 바위 때문에 물길 내기 공사부터 아예 다시 해야 할 형편입니다.

<녹취> 공사관계자: 가 배수관을 이 정도 비의 설계량은 감안했던 건데 예상보다 집중호우가 순간적으로 내리니까 일시적으로 유실된 거죠.."

이처럼 반복되는 수해는 공사 기간이 절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인제 한계령 국도 복구의 경우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하는 이른바 '패스트 트랙 공법'을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예산 배정이 늦어진데다 국립공원이라는 이유로 인허가도 늦어져 지난 4월에야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더우기 공사 발주처와 설계사,

시공사 등 다수가 얽혀있어 협의에도 적지않은 시간이 걸립니다.

하천 복구공사 역시 보상 문제를 놓고 소유주들과 행정 기관 사이에 갈등을 빚으면서 대부분 공사 착공이 늦어졌습니다.

<인터뷰> 정한영(인제군청 토목계장): "하천, 도로 부분이 신규 신설되는 부분이 많고 이 부분 편입용지 부분이 지연되는.."

이 같은 이유로 인제지역의 수해 복구율은 70%대로 강원도 평균인 85%에 훨씬 못미칩니다.

<인터뷰> 최흥식교수(상지대학교 건축공학과): "수해 복구공사를 결정하게 되는 과정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산의 빠른 지원이라든지."

늦어진 수해 복구가 또다른 수해를 부르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면서 예산 낭비는 물론 주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상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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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늑장·부실’ 수해 복구 피해키웠다
    • 입력 2007-08-10 21:02:52
    • 수정2007-08-10 22: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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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해 수해로 만신창이가 됐던 강원도 인제 지역에서는 또다시 복구현장이 엉망이 됐습니다. 늑장,부실 복구가 원인이었다는 분석입니다. 박상용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7월 집중호우로 마을이 쓸려내려가고 토사에 덮여 천4백여 명의 이재민을 낸 강원도 인제지역, 20명이 숨지고, 9명은 아직 시신조차 찾지 못한 상탭니다. 수마가 할퀴고 간 지 1년, 도로는 또다시 끊어지고 쓸려나갔습니다. 도로와 교량을 이어주던 지반은 칼로 도려낸 듯 예리하게 잘려나갔습니다. 하천 제방의 철망은 모두 뜯겨졌고, 돌로 쌓은 제방은 큰 구멍이 생겼습니다. 수해복구 공사로 강폭이 오히려 줄어 악몽이 재현됐다고 주민들은 하소연합니다. <인터뷰> 이대길(인제군 한계리): "강폭이 너무 좁아, 맨땅 이렇게 크게 해놓고 집단 이주했던 사람들 잠도 못 잤을 꺼야.." 지난해 여름 장사를 망쳤던 양양 오색 지역, 마을로 통하는 유일한 국도가 1년 만에 또다시 비에 주저앉았습니다. 주민들은 임시로 설치한 배수관이 폭우를 감당할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진승화(양양군 오색리): "도로를 만들더라도 물이 빠지도록해야 유실이 안되는건데.. 조그만 관을 묻어놔서" 복구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44번 국도 한계령 구간도 이번 비로 임시도로의 토사가 무너져 내리고 시설물이 잠기는 등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인제 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복구공사 현장의 시설물들이 물에 떠내려와 이처럼 어지럽게 널려있습니다. 쏟아져 내려온 바위 때문에 물길 내기 공사부터 아예 다시 해야 할 형편입니다. <녹취> 공사관계자: 가 배수관을 이 정도 비의 설계량은 감안했던 건데 예상보다 집중호우가 순간적으로 내리니까 일시적으로 유실된 거죠.." 이처럼 반복되는 수해는 공사 기간이 절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인제 한계령 국도 복구의 경우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하는 이른바 '패스트 트랙 공법'을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예산 배정이 늦어진데다 국립공원이라는 이유로 인허가도 늦어져 지난 4월에야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더우기 공사 발주처와 설계사, 시공사 등 다수가 얽혀있어 협의에도 적지않은 시간이 걸립니다. 하천 복구공사 역시 보상 문제를 놓고 소유주들과 행정 기관 사이에 갈등을 빚으면서 대부분 공사 착공이 늦어졌습니다. <인터뷰> 정한영(인제군청 토목계장): "하천, 도로 부분이 신규 신설되는 부분이 많고 이 부분 편입용지 부분이 지연되는.." 이 같은 이유로 인제지역의 수해 복구율은 70%대로 강원도 평균인 85%에 훨씬 못미칩니다. <인터뷰> 최흥식교수(상지대학교 건축공학과): "수해 복구공사를 결정하게 되는 과정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산의 빠른 지원이라든지." 늦어진 수해 복구가 또다른 수해를 부르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면서 예산 낭비는 물론 주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상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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