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대기업 미술관, ‘투명성’이 생명

입력 2007.12.04 (22:16) 수정 2007.12.04 (22:2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을 계기로 재벌의 미술품 거래가 이제는 투명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재벌이 미술발전에 큰 기여를 한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비자금 관련 의혹은 반드시 털어내야 할 것입니다.

김성모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번 주 경매를 앞둔 작품들, 국내외 수작들이 많이 포함됐지만 회사 측은 경매 결과를 선뜻 자신하지 못합니다.

지난주 열린 다른 회사의 경매에선 낙찰률이 70%로 지난 7월보다 20% 떨어졌습니다.

<인터뷰> 김윤섭(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 "경매 시장이 위축된 것은 삼성 비자금 사건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삼성이 미술계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합니다.

지난해 삼성이 미술관 운영에 들인 돈은 349억 원,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 예산 275억 원보다 많습니다.

삼성 등 대기업이 미술관을 세우는 이유는 문화 예술 진흥을 통한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입니다.

<녹취> 이건희(삼성문화재단 이사장/개관 당시): "한국미술과 세계 미술이 어우러진 열린 공간으로 만들겠습니다."

현재 대기업이 설립한 미술관은 9군데, 대기업의 총수 가족이 경영의 전반을 맡고 있는 곳이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총수의 부인들은 미묘한 경쟁을 벌이기도 합니다.

<인터뷰> 김준기(부산시립미술관 큐레이터): "이쪽에서 산다니까 다른 쪽에서 먼저 그 작품을 사기도 한다."

개인 소장을 위해서도 작품을 사들이며 시장의 큰손으로 행세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미술 시장이 작품 가격과 구매자의 신분을 감출 수 있어 검은 거래가 가능하다는데 있습니다.

비자금으로 구매한 개인 소장품을 미술관 소장품으로 둔갑시켜 비자금을 세탁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80억 원짜리 작품 '행복한 눈물'을 몰래 구입한 뒤 미술관 작품으로 등록할 경우 이를 외부에서 들춰낼 방법이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미술관의 감사와 이사가 제 역할을 못해 내부 적발도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삼성문화재단 감사 비서: "삼성문화재단 운영과 관련해서 감사로서 하실 말씀 없으시냐니까, 아는 게 별로 없어서 인터뷰할 내용 없는 것 같다(고 하셨어요.)"

실제로 신정아 씨가 연루됐던 성곡 미술관은 관장이었던 박문순 씨가 미술품 거래의 리베이트를 챙겼고 비자금 일부를 차명 계좌로 관리해 왔습니다.

<녹취> 박문순(성곡미술관 관장): "나중에 다 밝히겠습니다. (목걸이는 왜 주신 겁니까?)"

미국 미술관을 대표하는 뉴욕 현대 미술관.

록펠러 부인의 막대한 기부로 세워졌지만 록펠러 일가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습니다.

외부 전문가가 경영을 책임지고 미술관 운영 사항을 모두 공개합니다.

<인터뷰> 장동광(큐레이터협회 부회장): "외국 선진미술관들은 매년 애뉴얼리포트를 발간함으로써 투명성을 일반대중들에게 공개를 하게 됩니다."

우리 대기업의 미술관도 이런 투명성을 갖추지 못한다면 언제든 의혹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KBS 뉴스 김성모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심층취재] 대기업 미술관, ‘투명성’이 생명
    • 입력 2007-12-04 21:12:18
    • 수정2007-12-04 22:29:24
    뉴스 9
<앵커 멘트>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을 계기로 재벌의 미술품 거래가 이제는 투명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재벌이 미술발전에 큰 기여를 한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비자금 관련 의혹은 반드시 털어내야 할 것입니다. 김성모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번 주 경매를 앞둔 작품들, 국내외 수작들이 많이 포함됐지만 회사 측은 경매 결과를 선뜻 자신하지 못합니다. 지난주 열린 다른 회사의 경매에선 낙찰률이 70%로 지난 7월보다 20% 떨어졌습니다. <인터뷰> 김윤섭(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 "경매 시장이 위축된 것은 삼성 비자금 사건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삼성이 미술계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합니다. 지난해 삼성이 미술관 운영에 들인 돈은 349억 원,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 예산 275억 원보다 많습니다. 삼성 등 대기업이 미술관을 세우는 이유는 문화 예술 진흥을 통한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입니다. <녹취> 이건희(삼성문화재단 이사장/개관 당시): "한국미술과 세계 미술이 어우러진 열린 공간으로 만들겠습니다." 현재 대기업이 설립한 미술관은 9군데, 대기업의 총수 가족이 경영의 전반을 맡고 있는 곳이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총수의 부인들은 미묘한 경쟁을 벌이기도 합니다. <인터뷰> 김준기(부산시립미술관 큐레이터): "이쪽에서 산다니까 다른 쪽에서 먼저 그 작품을 사기도 한다." 개인 소장을 위해서도 작품을 사들이며 시장의 큰손으로 행세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미술 시장이 작품 가격과 구매자의 신분을 감출 수 있어 검은 거래가 가능하다는데 있습니다. 비자금으로 구매한 개인 소장품을 미술관 소장품으로 둔갑시켜 비자금을 세탁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80억 원짜리 작품 '행복한 눈물'을 몰래 구입한 뒤 미술관 작품으로 등록할 경우 이를 외부에서 들춰낼 방법이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미술관의 감사와 이사가 제 역할을 못해 내부 적발도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삼성문화재단 감사 비서: "삼성문화재단 운영과 관련해서 감사로서 하실 말씀 없으시냐니까, 아는 게 별로 없어서 인터뷰할 내용 없는 것 같다(고 하셨어요.)" 실제로 신정아 씨가 연루됐던 성곡 미술관은 관장이었던 박문순 씨가 미술품 거래의 리베이트를 챙겼고 비자금 일부를 차명 계좌로 관리해 왔습니다. <녹취> 박문순(성곡미술관 관장): "나중에 다 밝히겠습니다. (목걸이는 왜 주신 겁니까?)" 미국 미술관을 대표하는 뉴욕 현대 미술관. 록펠러 부인의 막대한 기부로 세워졌지만 록펠러 일가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습니다. 외부 전문가가 경영을 책임지고 미술관 운영 사항을 모두 공개합니다. <인터뷰> 장동광(큐레이터협회 부회장): "외국 선진미술관들은 매년 애뉴얼리포트를 발간함으로써 투명성을 일반대중들에게 공개를 하게 됩니다." 우리 대기업의 미술관도 이런 투명성을 갖추지 못한다면 언제든 의혹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KBS 뉴스 김성모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패럴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