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투기만 있고 투자는 없는 경제자유구역

입력 2008.02.10 (21:43) 수정 2008.02.10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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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인천 경제자유구역이 동북아 허브를 꿈꾸며 출범한 지 4년 반이 됐습니다.

그런데, 외국기업의 투자는 찾아보기 어렵고, 곳곳에 아파트만 들어서고 있다고 합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김 석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국내 최장, 세계 5위 규모의 인천대교가 바다 위로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경제자유구역의 국제업무 창구가 될 아시아 트레이드 센터와, 국제 행사 개최장인 컨벤션센터도 차츰 제 모습을 갖춰가고 있습니다.

각종 건설공사가 속도를 내면서 인천 경제자유구역의 핵심 시설들이 하나둘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외형적인 진전과 달리 경제자유구역 조성의 핵심인 외국인 투자유치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실정입니다.
지난해까지 계약을 통해 확정된 외국인 투자는 23건에 88억 8960만 달러, 이 가운데 외국인 직접투자 신고액은 전체의 3.2%에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대부분 국내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입니다.

외국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꺼리는 건 까다롭기 이를 데 없는 규제 때문입니다.

가령, 수도권에 공장 하나를 지으려면 입지선정부터 공장설립 인허가까지 몇 달씩 걸려 40가지에 이르는 규제를 거쳐야 합니다.

게다가 경제자유구역법은 특별법이 아니기 때문에, 상위법인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정하는 대기업공장 신설 금지와 공장총량 제한 등의 규제를 그대로 따라야 합니다.

국내 대기업이 들어올 리 없습니다.

<인터뷰> 이환균(경제자유구역청장): "같이 파트너가 돼서 같이 협력해야 할 한국 대기업들은 여기 안 들어오고 하면, 그 사람들은 불안해서 안 들어옵니다. (규제 때문인가요?) 규제 때문에 그렇습니다. 수도권 규제 때문에 그렇습니다."

50%까지 해주도록 돼 있는 국비 지원 규모도 전체 사업비의 15.2%에 불과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핵심 기반 시설을 짓는 데 필요한 사업비를 곳곳에 아파트를 지어 충당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장금석(인천연대 사무처장): "자치단체장이 어떤 실적과 성과를 홍보하기 위해서 주거상업용지 중심의 부동산 시장화 된다라고 하는 것이 솔직한 경제자유구역의 현주소인 것 같습니다."

주거상업지구 위주로 개발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정작 기업들이 들어갈 산업용지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산업용지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 외국의 경제특구와 달리, 인천은 송도 23%, 청라 10.5%, 영종지구는 고작 2%도 안 됩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규제가 풀려 기업들이 공장을 짓겠다고 해도 현재 인천 경제자유구역 내에는 기업에 줄 땅이 더는 없다는 데 있습니다.

<인터뷰> 최정철(인하대 겸임교수): "결국은 경제자유구역이 일자리 창출, 고부가가치 산업 위주로 하고자 했던 건데, 오히려 아파트 위주의, 부동산 위주의 경제자유구역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 하는 우려를 갖고 있습니다."

외자 유치를 통해 국가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육성하기 위해 지정한 경제자유구역.

중앙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이름만 다른 또 하나의 지역개발 정책에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KBS 뉴스 김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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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투기만 있고 투자는 없는 경제자유구역
    • 입력 2008-02-10 20:49:11
    • 수정2008-02-10 21:5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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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인천 경제자유구역이 동북아 허브를 꿈꾸며 출범한 지 4년 반이 됐습니다. 그런데, 외국기업의 투자는 찾아보기 어렵고, 곳곳에 아파트만 들어서고 있다고 합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김 석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국내 최장, 세계 5위 규모의 인천대교가 바다 위로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경제자유구역의 국제업무 창구가 될 아시아 트레이드 센터와, 국제 행사 개최장인 컨벤션센터도 차츰 제 모습을 갖춰가고 있습니다. 각종 건설공사가 속도를 내면서 인천 경제자유구역의 핵심 시설들이 하나둘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외형적인 진전과 달리 경제자유구역 조성의 핵심인 외국인 투자유치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실정입니다. 지난해까지 계약을 통해 확정된 외국인 투자는 23건에 88억 8960만 달러, 이 가운데 외국인 직접투자 신고액은 전체의 3.2%에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대부분 국내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입니다. 외국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꺼리는 건 까다롭기 이를 데 없는 규제 때문입니다. 가령, 수도권에 공장 하나를 지으려면 입지선정부터 공장설립 인허가까지 몇 달씩 걸려 40가지에 이르는 규제를 거쳐야 합니다. 게다가 경제자유구역법은 특별법이 아니기 때문에, 상위법인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정하는 대기업공장 신설 금지와 공장총량 제한 등의 규제를 그대로 따라야 합니다. 국내 대기업이 들어올 리 없습니다. <인터뷰> 이환균(경제자유구역청장): "같이 파트너가 돼서 같이 협력해야 할 한국 대기업들은 여기 안 들어오고 하면, 그 사람들은 불안해서 안 들어옵니다. (규제 때문인가요?) 규제 때문에 그렇습니다. 수도권 규제 때문에 그렇습니다." 50%까지 해주도록 돼 있는 국비 지원 규모도 전체 사업비의 15.2%에 불과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핵심 기반 시설을 짓는 데 필요한 사업비를 곳곳에 아파트를 지어 충당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장금석(인천연대 사무처장): "자치단체장이 어떤 실적과 성과를 홍보하기 위해서 주거상업용지 중심의 부동산 시장화 된다라고 하는 것이 솔직한 경제자유구역의 현주소인 것 같습니다." 주거상업지구 위주로 개발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정작 기업들이 들어갈 산업용지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산업용지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 외국의 경제특구와 달리, 인천은 송도 23%, 청라 10.5%, 영종지구는 고작 2%도 안 됩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규제가 풀려 기업들이 공장을 짓겠다고 해도 현재 인천 경제자유구역 내에는 기업에 줄 땅이 더는 없다는 데 있습니다. <인터뷰> 최정철(인하대 겸임교수): "결국은 경제자유구역이 일자리 창출, 고부가가치 산업 위주로 하고자 했던 건데, 오히려 아파트 위주의, 부동산 위주의 경제자유구역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 하는 우려를 갖고 있습니다." 외자 유치를 통해 국가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육성하기 위해 지정한 경제자유구역. 중앙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이름만 다른 또 하나의 지역개발 정책에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KBS 뉴스 김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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