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도 동토?

입력 2001.01.16 (21:00) 수정 2018.08.29 (15: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오늘 아침 철원의 최저기온이 영하 29도까지 떨어져서 또다시 기상관측 사상 최저기온을 경신했습니다.
기르던 동물이 얼어죽고 폭포수까지 그대로 얼어붙었습니다.
엄경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영하 29도, 체감온도 영하 40도.
이 철원 땅의 북쪽 끝 마을이 추위에 얼어붙은 듯 적막강산입니다.
우리 안에 풀어 기르던 5년된 사슴이 맥없이 얼어죽은 채 굳어 있습니다.
바로 옆에 있던 어린 흑염소도 추위를 견디지 못 하고 동사했고 살아 남은 동물도 하루하루가 고비입니다.
⊙김영인(사슴농장 주인): 가둘 수가 없어요.
성질이 급해서 받아버리기 때문에 대책이 없어요.
⊙기자: 축사에 있던 어린 송아지도 딱딱하게 얼어죽었고 얼음장 같은 추위에 어미 젖마저 굳어 우유를 짜내지 못 하고 있습니다.
창고 안에 가득 쌓여있는 음료수와 술병 300여 개가 얼어터져 산산조각났습니다.
얼음이 된 음료수만 남긴 채 병은 통째로 깨져 나갔고 터지기 바로 직전의 맥주병에서는 쉴 새 없이 거품이 흘러나옵니다.
⊙주류도매상 관리인: 안에서도 얼지만 밖에 나갔다 이제 얼면 녹지 않죠, 그러다가 너무 추우니까 바로...
⊙기자: 땅 속에서 퍼올려 먹던 지하수도 얼어붙어 수돗물이 안 나온 지 벌써 보름이 넘습니다.
⊙기자: 왜 물을 길어다 드시는 거에요?
⊙주민: 물이 안 나와서 얼었어요.
물이 얼어 가지고 여기서 길어다 먹어요.
⊙기자: 철원의 명소 직탕폭포.
기록적인 한파는 쉴새 없이 흐르던 폭포수를 그대로 얼려버렸습니다.
먹이를 구하지 못한 재두루미떼가 눈 속에 뒤덮인 동토의 땅을 파헤치며 처절한 생존의 몸부림을 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얼려버릴 기세로 휘몰아친 기록적인 추위로 철원은 지금 말 그대로 냉동상태입니다.
KBS뉴스 엄경철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여기도 동토?
    • 입력 2001-01-16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뉴스 9
⊙앵커: 오늘 아침 철원의 최저기온이 영하 29도까지 떨어져서 또다시 기상관측 사상 최저기온을 경신했습니다. 기르던 동물이 얼어죽고 폭포수까지 그대로 얼어붙었습니다. 엄경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영하 29도, 체감온도 영하 40도. 이 철원 땅의 북쪽 끝 마을이 추위에 얼어붙은 듯 적막강산입니다. 우리 안에 풀어 기르던 5년된 사슴이 맥없이 얼어죽은 채 굳어 있습니다. 바로 옆에 있던 어린 흑염소도 추위를 견디지 못 하고 동사했고 살아 남은 동물도 하루하루가 고비입니다. ⊙김영인(사슴농장 주인): 가둘 수가 없어요. 성질이 급해서 받아버리기 때문에 대책이 없어요. ⊙기자: 축사에 있던 어린 송아지도 딱딱하게 얼어죽었고 얼음장 같은 추위에 어미 젖마저 굳어 우유를 짜내지 못 하고 있습니다. 창고 안에 가득 쌓여있는 음료수와 술병 300여 개가 얼어터져 산산조각났습니다. 얼음이 된 음료수만 남긴 채 병은 통째로 깨져 나갔고 터지기 바로 직전의 맥주병에서는 쉴 새 없이 거품이 흘러나옵니다. ⊙주류도매상 관리인: 안에서도 얼지만 밖에 나갔다 이제 얼면 녹지 않죠, 그러다가 너무 추우니까 바로... ⊙기자: 땅 속에서 퍼올려 먹던 지하수도 얼어붙어 수돗물이 안 나온 지 벌써 보름이 넘습니다. ⊙기자: 왜 물을 길어다 드시는 거에요? ⊙주민: 물이 안 나와서 얼었어요. 물이 얼어 가지고 여기서 길어다 먹어요. ⊙기자: 철원의 명소 직탕폭포. 기록적인 한파는 쉴새 없이 흐르던 폭포수를 그대로 얼려버렸습니다. 먹이를 구하지 못한 재두루미떼가 눈 속에 뒤덮인 동토의 땅을 파헤치며 처절한 생존의 몸부림을 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얼려버릴 기세로 휘몰아친 기록적인 추위로 철원은 지금 말 그대로 냉동상태입니다. KBS뉴스 엄경철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