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임 현장] 여성 사회 활동 “나이·결혼 장벽 안돼요”

입력 2008.03.10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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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앞서 알바니아에서는 여성이 사회활동을 하려면 평생 남자로 살 것을 맹세해야 한다고 전해드렸는데요, 이렇게 극단적이진 않지만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저희 방송 직군만 봐도 결혼해서 가정이 있는 사람, 또 나이 든 여성들도 더 활발하게 활동하는 추센데요, 이제 능력만 있다면 여성이기 때문에 겪는 걸림돌은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네, 오늘은 이효연 기자와 함께 합니다. 가장 큰 변화라면 어떤 걸 들 수 있을까요?

<리포트>

바로 여성들의 사회 진출의 큰 장벽 중 하나였던 결혼과 나이 제한이 폐지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나이 제한에 묶여 능력을 펼쳐 볼 기회조차 잡을 수 없었던 여성들이 이제 충분히 사회로 나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고 있는데요. 공기업부터 항공사 승무원, 그리고 여군까지! 변화하고 있는 현장들, 취재했습니다.

단정한 옷차림에 꼿꼿한 자세, 날카로운 질문들이 오가는 영어 인터뷰. 다름 아닌 항공사 승무원 교육 중인 서울의 한 전문학원인데요, 최근 수강생이 부쩍 늘었다고 합니다. 지난해 국내 주요 항공사들이 만 25세 이하로 제한했던 지원 자격을 폐지하면서 부터라는데요

<인터뷰> 지선옥(항공사 승무원 전문학원 이사) : “나이 제한이 없어진 후부터는 사회생활을 한 사람들도 새로운 분야에서 다시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에 20대 중·후반, 30대까지도 수강생들이 늘고 있습니다.”

올해 결혼 2년 차, 주부 김수진 씨. 재작년까지는 학생들에게 성악을 가르치는 일을 했었다는데요. 지난해, 그 일을 그만두고 그동안 막연히 꿈꿔오던 항공사 승무원에 도전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수진(32세/항공사 승무원 지망생) : “항공사 승무원이라는 일에 대해서 저와 상관 없는 일이라고 생각을 했다가 결정적으로 나이 제한이 폐지됐다는 얘기를 듣고 한번 해보면 어떨까…….”

그러나 늦은 나이의 도전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고 하는데요.

지금까지 몸에 익었던 걸음걸이며 자세 하나까지 바꿔야 하는 데다 그동안 손을 놓고 있었던 외국어까지.

하지만 남들보다 늦은 만큼 오히려 더 강한 열정으로 도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

<인터뷰> “작년 11월에 시작할 때 영어와 너무 많이 멀어졌다는 것을 새삼 느꼈거든요. 처음 시작할 때는 영어에 많이 집중을 했어요. 어린 사람들보다는 좀 더 절실하게 임하고 있고 또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어 강사였던 박미경 씨 역시, 지난해부터 항공사 승무원이 되기 위해 시험 준비를 시작했는데요, 자신만의 장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터뷰> 박미경(27세/항공사 승무원 지망생) : “제가 영어학원에서 일해서 학부모님과의 대화법이나 학생을 가르치는 방법도 배웠고 항공사 승무원이 서비스 직업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잖아요. 그래서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나이 어린 사람들보다는 더 자신 있게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무리 능력과 열정이 있어도 하던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게 솔직히 여성들로서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죠, 하지만 사회가 변화하고 가치관이 바뀌면서 이런 생각도 달라졌다고 합니다.

<인터뷰> 정연순(인권위 차별시정 본부장) : “우리 사회에서는 나이를 기준으로 특정 업무를 잘 할 수 있다거나 일정한 나이를 넘으면 곤란하지 않느냐 하는 것이 연공서열적인 문화와 결합되어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는데요. 요즘 추세에서 이러한 것들이 나이 차별이라고 하는 인식이 점차 퍼지고 있고…….”


최근에는공기업들도 속속 나이 제한을 폐지하고 있습니다.

2006년 나이 제한을 없앤 뒤 대한주택공사에는 30대 이상 신입사원이 해마다 늘고 있다고 하는데요.

34살의 주부 김희은 씨도 이 중 한 명입니다.

<인터뷰> 김희은(34세/대한주택공사 신입사원) : “나이 제한에 쫓겨서 준비하거나 앞으로 진출할 수 있는 부분에 한계를 짓지 않고 좀 더 넓게 가능성을 열어 두고 준비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나이뿐만이 아니라 여성에게 또 하나의 큰 장벽이 되고 있는 것, 바로 결혼인데요. 지난해에는 결혼 여부에 엄격했던 여군이 미혼자 조건을 폐지하면서, 결혼으로 꿈을 접어야 했던 기혼 여성들이 재도전 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습니다.

<인터뷰> 안창수(여군부사관 학원장) : “미혼 조건이 폐지된 이후 결혼 때문에 자기의 꿈을 못 이루었던 사람들이 다시 도전하려고 학원에 문의가 많이 오고 있습니다.”

사회 분위기가 점차 능력 중심의 경쟁 사회로 변화하면서 나이와 결혼이란 굴레를 벗어나 새롭게 도전을 시작하는 여성들.

전보다 채용 분야와 규모가 늘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 문턱은 매우 높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박남희(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 :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여성에게 제약을 가하는 부분들이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고요. 실제로 취업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보다 현실적으로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뒤늦게나마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 다시금 사회에 재진출 하려는 다부진 여성들의 더 많은 도전과 성공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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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타임 현장] 여성 사회 활동 “나이·결혼 장벽 안돼요”
    • 입력 2008-03-10 08:33:23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앞서 알바니아에서는 여성이 사회활동을 하려면 평생 남자로 살 것을 맹세해야 한다고 전해드렸는데요, 이렇게 극단적이진 않지만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저희 방송 직군만 봐도 결혼해서 가정이 있는 사람, 또 나이 든 여성들도 더 활발하게 활동하는 추센데요, 이제 능력만 있다면 여성이기 때문에 겪는 걸림돌은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네, 오늘은 이효연 기자와 함께 합니다. 가장 큰 변화라면 어떤 걸 들 수 있을까요? <리포트> 바로 여성들의 사회 진출의 큰 장벽 중 하나였던 결혼과 나이 제한이 폐지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나이 제한에 묶여 능력을 펼쳐 볼 기회조차 잡을 수 없었던 여성들이 이제 충분히 사회로 나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고 있는데요. 공기업부터 항공사 승무원, 그리고 여군까지! 변화하고 있는 현장들, 취재했습니다. 단정한 옷차림에 꼿꼿한 자세, 날카로운 질문들이 오가는 영어 인터뷰. 다름 아닌 항공사 승무원 교육 중인 서울의 한 전문학원인데요, 최근 수강생이 부쩍 늘었다고 합니다. 지난해 국내 주요 항공사들이 만 25세 이하로 제한했던 지원 자격을 폐지하면서 부터라는데요 <인터뷰> 지선옥(항공사 승무원 전문학원 이사) : “나이 제한이 없어진 후부터는 사회생활을 한 사람들도 새로운 분야에서 다시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에 20대 중·후반, 30대까지도 수강생들이 늘고 있습니다.” 올해 결혼 2년 차, 주부 김수진 씨. 재작년까지는 학생들에게 성악을 가르치는 일을 했었다는데요. 지난해, 그 일을 그만두고 그동안 막연히 꿈꿔오던 항공사 승무원에 도전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수진(32세/항공사 승무원 지망생) : “항공사 승무원이라는 일에 대해서 저와 상관 없는 일이라고 생각을 했다가 결정적으로 나이 제한이 폐지됐다는 얘기를 듣고 한번 해보면 어떨까…….” 그러나 늦은 나이의 도전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고 하는데요. 지금까지 몸에 익었던 걸음걸이며 자세 하나까지 바꿔야 하는 데다 그동안 손을 놓고 있었던 외국어까지. 하지만 남들보다 늦은 만큼 오히려 더 강한 열정으로 도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 <인터뷰> “작년 11월에 시작할 때 영어와 너무 많이 멀어졌다는 것을 새삼 느꼈거든요. 처음 시작할 때는 영어에 많이 집중을 했어요. 어린 사람들보다는 좀 더 절실하게 임하고 있고 또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어 강사였던 박미경 씨 역시, 지난해부터 항공사 승무원이 되기 위해 시험 준비를 시작했는데요, 자신만의 장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터뷰> 박미경(27세/항공사 승무원 지망생) : “제가 영어학원에서 일해서 학부모님과의 대화법이나 학생을 가르치는 방법도 배웠고 항공사 승무원이 서비스 직업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잖아요. 그래서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나이 어린 사람들보다는 더 자신 있게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무리 능력과 열정이 있어도 하던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게 솔직히 여성들로서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죠, 하지만 사회가 변화하고 가치관이 바뀌면서 이런 생각도 달라졌다고 합니다. <인터뷰> 정연순(인권위 차별시정 본부장) : “우리 사회에서는 나이를 기준으로 특정 업무를 잘 할 수 있다거나 일정한 나이를 넘으면 곤란하지 않느냐 하는 것이 연공서열적인 문화와 결합되어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는데요. 요즘 추세에서 이러한 것들이 나이 차별이라고 하는 인식이 점차 퍼지고 있고…….” 최근에는공기업들도 속속 나이 제한을 폐지하고 있습니다. 2006년 나이 제한을 없앤 뒤 대한주택공사에는 30대 이상 신입사원이 해마다 늘고 있다고 하는데요. 34살의 주부 김희은 씨도 이 중 한 명입니다. <인터뷰> 김희은(34세/대한주택공사 신입사원) : “나이 제한에 쫓겨서 준비하거나 앞으로 진출할 수 있는 부분에 한계를 짓지 않고 좀 더 넓게 가능성을 열어 두고 준비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나이뿐만이 아니라 여성에게 또 하나의 큰 장벽이 되고 있는 것, 바로 결혼인데요. 지난해에는 결혼 여부에 엄격했던 여군이 미혼자 조건을 폐지하면서, 결혼으로 꿈을 접어야 했던 기혼 여성들이 재도전 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습니다. <인터뷰> 안창수(여군부사관 학원장) : “미혼 조건이 폐지된 이후 결혼 때문에 자기의 꿈을 못 이루었던 사람들이 다시 도전하려고 학원에 문의가 많이 오고 있습니다.” 사회 분위기가 점차 능력 중심의 경쟁 사회로 변화하면서 나이와 결혼이란 굴레를 벗어나 새롭게 도전을 시작하는 여성들. 전보다 채용 분야와 규모가 늘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 문턱은 매우 높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박남희(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 :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여성에게 제약을 가하는 부분들이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고요. 실제로 취업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보다 현실적으로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뒤늦게나마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 다시금 사회에 재진출 하려는 다부진 여성들의 더 많은 도전과 성공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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