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유령 집회’ 신고하는 대기업들

입력 2008.03.24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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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해놓고는 실제로는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런 유령집회 신고는 주로 대기업들이 집회를 막기 위해 쓰는 수법으로 현행법으론 어쩔 도리가 없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이재석 기자가 심층취재 했습니다.

<리포트>

이른 아침, 서울의 한 경찰서 민원실 앞.

몇몇 사람들이 민원실 문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집회 신고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집회는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려고 하는 것일 텐데, 웬일인지 이들은 말하길 꺼립니다.

<녹취> 집회 신고자 : "어디서 나오셨어요?" "아저씨랑 상관 없잖아요."

<녹취> 집회 신고자 : "어디서 나오셨어요?" "......"

집회 신고서를 확인해봤더니, 대부분 인근 대기업에서 보낸 사람들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자기 회사 앞에서 집회하는 걸 막으려고 날마다 회사에서 먼저 자리를 잡는 겁니다.

<녹취> 집회 신고자 : "중복 신고 안 되니까, 선점해야 하니까. 대기업이 일당 고용해서 막는 거죠."

그러나 실제 신고된 장소에 가보면 집회가 열리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처럼 경찰이 파악하고 있는 이른바 '유령 집회'는 한두 곳이 아닙니다.

지난 2004년 3월부터 '깨끗한 환경 조성 캠페인' 으로, 2004년 3월부터 역시 '환경 개선을 위한 캠페인', 2006년 7월부터 '환경보호 결의 대회' 명목으로 날마다 집회 신고를 냈습니다.

이밖에도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CJ, GS 칼텍스, 교보리얼코, 호텔롯데, 금호건설, 흥국생명, 현대해상 등 취재진이 서울 종로와 강남에서 파악한 것만 20군데가 넘습니다.

이들 기업은 하나같이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녹취> 00기업 관계자 : "다른 데도 다 그렇게 하는 거죠."

이 노조원들은 지난 1월부터 교대로 돌아가면서 경찰서 앞에서 상주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집회 신고를 먼저해서 집회 기회를 빼앗긴 게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황창훈(학습지노조 : "집회 자체를 봉쇄하는 것은 사회적 도덕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렇게 신고만 해놓고 실제 집회는 하지 않는 기업들에 대한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에는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내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민사회단체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이런 '유령 집회'를 여는 주체에게 제약을 줘야한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박주민(변호사/민변) : "과태료를 부과한다든지, 아니면 같은 장소에 집회를 몇차례 열지 못하도록 규제한다든지 하는 조치가 필요합니다."

시민단체들은 18대 국회가 새로 열리면 이런 내용을 포함하는 집시법 개정안을 마련할 것을 국회에 요구하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이재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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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유령 집회’ 신고하는 대기업들
    • 입력 2008-03-24 21: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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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해놓고는 실제로는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런 유령집회 신고는 주로 대기업들이 집회를 막기 위해 쓰는 수법으로 현행법으론 어쩔 도리가 없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이재석 기자가 심층취재 했습니다. <리포트> 이른 아침, 서울의 한 경찰서 민원실 앞. 몇몇 사람들이 민원실 문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집회 신고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집회는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려고 하는 것일 텐데, 웬일인지 이들은 말하길 꺼립니다. <녹취> 집회 신고자 : "어디서 나오셨어요?" "아저씨랑 상관 없잖아요." <녹취> 집회 신고자 : "어디서 나오셨어요?" "......" 집회 신고서를 확인해봤더니, 대부분 인근 대기업에서 보낸 사람들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자기 회사 앞에서 집회하는 걸 막으려고 날마다 회사에서 먼저 자리를 잡는 겁니다. <녹취> 집회 신고자 : "중복 신고 안 되니까, 선점해야 하니까. 대기업이 일당 고용해서 막는 거죠." 그러나 실제 신고된 장소에 가보면 집회가 열리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처럼 경찰이 파악하고 있는 이른바 '유령 집회'는 한두 곳이 아닙니다. 지난 2004년 3월부터 '깨끗한 환경 조성 캠페인' 으로, 2004년 3월부터 역시 '환경 개선을 위한 캠페인', 2006년 7월부터 '환경보호 결의 대회' 명목으로 날마다 집회 신고를 냈습니다. 이밖에도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CJ, GS 칼텍스, 교보리얼코, 호텔롯데, 금호건설, 흥국생명, 현대해상 등 취재진이 서울 종로와 강남에서 파악한 것만 20군데가 넘습니다. 이들 기업은 하나같이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녹취> 00기업 관계자 : "다른 데도 다 그렇게 하는 거죠." 이 노조원들은 지난 1월부터 교대로 돌아가면서 경찰서 앞에서 상주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집회 신고를 먼저해서 집회 기회를 빼앗긴 게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황창훈(학습지노조 : "집회 자체를 봉쇄하는 것은 사회적 도덕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렇게 신고만 해놓고 실제 집회는 하지 않는 기업들에 대한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에는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내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민사회단체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이런 '유령 집회'를 여는 주체에게 제약을 줘야한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박주민(변호사/민변) : "과태료를 부과한다든지, 아니면 같은 장소에 집회를 몇차례 열지 못하도록 규제한다든지 하는 조치가 필요합니다." 시민단체들은 18대 국회가 새로 열리면 이런 내용을 포함하는 집시법 개정안을 마련할 것을 국회에 요구하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이재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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