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고교 투수 혹사는 인권 침해”

입력 2008.03.26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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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투수 한 명이, 이틀 사흘 연속으로 몇 백 개 씩 공을 던지는 모습은, 우리나라 고교 야구에서 흔한 일입니다.

선수 생명을 위협하는 야구계의 이런 관행에 대해 인권위가 '인권 침해'라며 대책 마련을 권고했습니다.

임세흠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4월, 대통령배 결승전...

9회말 동점, 절박한 상황에서 서울고 투수 이형종은 폭투를 쏟아냅니다.

<녹취> "몸쪽 볼, 베이스온볼스입니다. 큰일났습니다. 서울고등학교"

<녹취> "어 이게 뭡니까, 이형종 선수.."

<녹취> "아 몸에 맞았습니다"

<녹취> "아.. 이형종 제가 안스러워요. 제가 눈물이 나올 정도입니다."

이형종은 이날만 140개를 던졌고, 앞선 다섯 경기에서 470개를 던졌습니다.

그는 눈물까지 흘리며 팔이 빠져라, 공을 던졌지만, 결국 패전투수가 됐습니다.

이런 '고무팔 투구'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제동을 걸었습니다.

선수들이 무리한 투구로 선수 생명을 위협, 단축당하게 된다면, 이는 헌법의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김형완(인권위침해구제총괄팀장): "어린 선수들이 혹사당하고, 심지어는 부상당해서 선수생명을 위협 받고..."

인권위는, 대한야구협회에 과다한 투구 등으로 인해 신체가 혹사당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고, 강제성 없는 이 권고에 야구협회는, 제도 개선에 대해 연구해 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야구협회는 앞서 3년 전 한 투수가 다섯 이닝 이상 던질 수 없도록 한 자체 규정을 마련했지만, 이 규정은 이내 유명무실해졌습니다.

선수층이 얇은데다, 팀이 전국 8강 안에 들어야만, 학생들이 체육 특기자로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제도 때문입니다.

<녹취> 고교 감독: "팀 성적이 돼야 대학이나 취업이 되기 때문에, 잘하는 선수들한테 의존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니까, 자꾸 잘하는 선수한테 집중이 되다 보니까 무리하는 경우도 있지 않나..."

이형종은, 올 시즌 신인 최대계약금을 받고 프로에 입단했지만 팔꿈치 통증으로, 전반기 출전을 포기한 채 재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KBS 뉴스 임세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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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권위 “고교 투수 혹사는 인권 침해”
    • 입력 2008-03-26 20:10:06
    뉴스타임
<앵커 멘트> 투수 한 명이, 이틀 사흘 연속으로 몇 백 개 씩 공을 던지는 모습은, 우리나라 고교 야구에서 흔한 일입니다. 선수 생명을 위협하는 야구계의 이런 관행에 대해 인권위가 '인권 침해'라며 대책 마련을 권고했습니다. 임세흠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4월, 대통령배 결승전... 9회말 동점, 절박한 상황에서 서울고 투수 이형종은 폭투를 쏟아냅니다. <녹취> "몸쪽 볼, 베이스온볼스입니다. 큰일났습니다. 서울고등학교" <녹취> "어 이게 뭡니까, 이형종 선수.." <녹취> "아 몸에 맞았습니다" <녹취> "아.. 이형종 제가 안스러워요. 제가 눈물이 나올 정도입니다." 이형종은 이날만 140개를 던졌고, 앞선 다섯 경기에서 470개를 던졌습니다. 그는 눈물까지 흘리며 팔이 빠져라, 공을 던졌지만, 결국 패전투수가 됐습니다. 이런 '고무팔 투구'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제동을 걸었습니다. 선수들이 무리한 투구로 선수 생명을 위협, 단축당하게 된다면, 이는 헌법의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김형완(인권위침해구제총괄팀장): "어린 선수들이 혹사당하고, 심지어는 부상당해서 선수생명을 위협 받고..." 인권위는, 대한야구협회에 과다한 투구 등으로 인해 신체가 혹사당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고, 강제성 없는 이 권고에 야구협회는, 제도 개선에 대해 연구해 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야구협회는 앞서 3년 전 한 투수가 다섯 이닝 이상 던질 수 없도록 한 자체 규정을 마련했지만, 이 규정은 이내 유명무실해졌습니다. 선수층이 얇은데다, 팀이 전국 8강 안에 들어야만, 학생들이 체육 특기자로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제도 때문입니다. <녹취> 고교 감독: "팀 성적이 돼야 대학이나 취업이 되기 때문에, 잘하는 선수들한테 의존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니까, 자꾸 잘하는 선수한테 집중이 되다 보니까 무리하는 경우도 있지 않나..." 이형종은, 올 시즌 신인 최대계약금을 받고 프로에 입단했지만 팔꿈치 통증으로, 전반기 출전을 포기한 채 재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KBS 뉴스 임세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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