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현장] 스페인 바스크, 분리독립 불씨 되살아나나?
입력 2008.04.13 (09:32)
수정 2008.04.1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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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그동안 내연하던 세계 각지의 분리 독립 움직임이 코소보의 독립 선언과 방금 보신 티베트 사태 등의 영향을 받아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무장 투쟁으로 독립을 쟁취하려던 바스크, 스페인 북부의 이 바스크 지역이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최근 바스크 지방 정부가 오는 10월, 분리 독립과 관련한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나서면서 스페인 정부가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김도엽 순회 특파원이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역…. 도심의 도로를 시위대가 점령했습니다. '바스크의 완전한 독립'을 요구하는 집회입니다.
바스크 지방 정부가 '오는 10월 분리독립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이후 스페인 정부의 대응이 더욱 강경해진 데 대한 반발입니다.
<인터뷰> 페르난도 바레나(바타수나(바스크 정당) 대변인): “스페인 정부에게 탄압은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라고 얘기할 것입니다. 정부가 틀린 길을 고집한다면 실패할 것입니다.”
이 인터뷰 직후 바스크 지역 정당 '바타수나'의 대변인은 불법 활동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스페인 정부는 바스크 분리주의 주요 인사들을 잇달아 체포하는 한편, 법원의 판결을 통해 바스크 지역 주요 정당들의 활동을 금지했습니다.
코소보 독립 선언과 티베트 사태를 계기로 지구촌 곳곳에서 다시 꿈틀거리는 독립 움직임, 그리고 되살아나는 민족주의의 불씨 속에 바스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스페인 최북단, 피레네산맥과 대서양이 맞닿은 땅, 바스크... 주로 스페인 쪽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바스크족은 국경을 넘어 프랑스 남서부까지 거주하고 있습니다.
'베레모'로 특징지어지는 독특한 문화와 관습을 지켜온 이베리아 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민족…. 바스크는 스페인어와 전혀 다른 고유 언어도 갖고 있습니다.
지난 36년 스페인 내전과 함께 프랑코 독재정권이 스페인에 강제 편입시키기 전까지 이들은 자치권이 있었습니다.
이후 끊임없이 계속된 독립운동은 어찌 보면 이들에겐 너무나도 당연한 투쟁인 것입니다. 그 중심엔 스페인 정부요인 200여 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800여 명을 암살한 바스크 무장 단체 ETA, 에타가 있습니다.
한때 평화 협상 무드와 함께 다소 잠잠하던 ETA의 움직임이 올 들어 다시 심상치 않아졌습니다. 두 달 전 바스크 지방 법원 앞에서 강력한 폭탄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바스크 분리 독립 활동을 하는 정당에 대해 법원이 불법 단체라고 판결하자 ETA가 보복에 나선 것입니다. 그 일주일 뒤 현 집권당의 바스크 지역 지구당 당사에서 다시 폭탄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인터뷰> 프란시스코 데라토레(사회당 지구당위원장): “저기 폭탄이 있었습니다. 중간에 문이 있었는데 폭발로 저쪽 벽으로 튀어나갔습니다. 저걸 보세요.”
테러 이후 당사 사무실은 즉각 폐쇄됐습니다. 다행이 폭탄이 설치됐다는 사전 경고가 미리 전달되면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한 주 사이에 폭탄테러가 두 번이나 잇따라 발생하면서 이 지역의 긴장은 극도로 높아진 상태입니다.
급기야, 총선을 이틀 앞둔 지난달 7일, 집권 사회당 소속 시의원이 ETA 요원의 총격을 받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선거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벌어진 ETA의 테러로 스페인 정국은 들끓었습니다. 바스크 지방 정부가 추진 중인 바스크 독립과 관련한 오는 10월의 국민투표 실시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인터뷰> 아이또르 에스테반 의원(PNV(바스크 주정부 집권당)대변인): “국민투표가 동의에 이르길 바랍니다. 하지만 스페인 정부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이는 바스크 주 법령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바스크 주 정부는 중앙 정부가 국민투표 실시에 동의해야 하며 에타와의 대화도 재개해야 더 이상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바스크 주정부가 공언대로 오는 10월 바스크 분리독립과 관련한 국민투표를 성사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곳 바스크 현지에서도 회의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총선에서 재집권한 사회당은 물론 제1야당까지도 바스크의 분리독립과 관련해선 극력 반대하고 있고, 3개의 정파로 나눠진 바스크 주 정부도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투표를 밀어붙이는 바스크 주 정부의 움직임이 주춤한 사이, 스페인 정부는 쐐기를 박고 나섰습니다. 바스크 주의회 주도로 추진 중인 국민투표는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승인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사파테로(스페인 총리): “바스크 국민투표에 대한 제 입장은 분명합니다. 누구도 법적 권능 없이 국민투표를 부칠 수 없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재집권이 확정된 직후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가 첫 기자회견에서의 주요 화두로 이 문제를 언급했을 정도로 바스크 분리 독립과 관련한스페인의 입장은 단호합니다.
게다가, 설령 국민투표가 어렵사리 실시된다 하더라도 찬성이 과반 이상 나오기를 기대하는 건 현재로선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 객관적인 평가입니다.
실제 자체 분석 결과도 분리 독립에 대한 바스크 지역의 찬성률이 40%를 넘기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루이스 고르디요(빌바오 데우스토대 교수): “바스크는 아마 독립 국가를 건설하지 못할 겁니다. 왜냐하면 지역 주민 대부분이 독립을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변화에는 경제적인 동기가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바스크 지역은 현재 스페인 내에서도 최고의 소득 수준을 유지하는 곳으로 만일 바스크가 스페인에서 독립할 경우 주민들이 치를 경제적인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득보다 실이 많을 거라는 겁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연 국제사회, 특히 유럽 연합이 바스크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코소보와는 사뭇 다릅니다.
<인터뷰> 루이스 고르디요(교수): “유럽 연합은 바스크의 독립을 허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스페인이 주요 회원국으로서 압력을 행사할 것이고, 다른 국가들도 국경 간 긴장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으니까요.”
지난 2005년 북아일랜드 무장독립 단체 IRA의 사실상 항복 선언을 기점으로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한 유럽 내 분리 독립 움직임은 유럽 통합의 도도한 흐름 속에 잠기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코소보의 독립 선언은 파문을 던졌고, 티베트인들의 몸부림도 바스크인들에게는 남의 일로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현재로선 바스크 독립의 가능성이 낮은 게 사실이지만 국민투표가 추진되고 있는 10월까지 변수가 생길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특히나 ETA같은 무장단체가 건재 하는 한 더욱 그렇습니다. 세계가 바스크의 10월을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 있습니다.
그동안 내연하던 세계 각지의 분리 독립 움직임이 코소보의 독립 선언과 방금 보신 티베트 사태 등의 영향을 받아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무장 투쟁으로 독립을 쟁취하려던 바스크, 스페인 북부의 이 바스크 지역이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최근 바스크 지방 정부가 오는 10월, 분리 독립과 관련한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나서면서 스페인 정부가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김도엽 순회 특파원이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역…. 도심의 도로를 시위대가 점령했습니다. '바스크의 완전한 독립'을 요구하는 집회입니다.
바스크 지방 정부가 '오는 10월 분리독립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이후 스페인 정부의 대응이 더욱 강경해진 데 대한 반발입니다.
<인터뷰> 페르난도 바레나(바타수나(바스크 정당) 대변인): “스페인 정부에게 탄압은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라고 얘기할 것입니다. 정부가 틀린 길을 고집한다면 실패할 것입니다.”
이 인터뷰 직후 바스크 지역 정당 '바타수나'의 대변인은 불법 활동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스페인 정부는 바스크 분리주의 주요 인사들을 잇달아 체포하는 한편, 법원의 판결을 통해 바스크 지역 주요 정당들의 활동을 금지했습니다.
코소보 독립 선언과 티베트 사태를 계기로 지구촌 곳곳에서 다시 꿈틀거리는 독립 움직임, 그리고 되살아나는 민족주의의 불씨 속에 바스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스페인 최북단, 피레네산맥과 대서양이 맞닿은 땅, 바스크... 주로 스페인 쪽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바스크족은 국경을 넘어 프랑스 남서부까지 거주하고 있습니다.
'베레모'로 특징지어지는 독특한 문화와 관습을 지켜온 이베리아 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민족…. 바스크는 스페인어와 전혀 다른 고유 언어도 갖고 있습니다.
지난 36년 스페인 내전과 함께 프랑코 독재정권이 스페인에 강제 편입시키기 전까지 이들은 자치권이 있었습니다.
이후 끊임없이 계속된 독립운동은 어찌 보면 이들에겐 너무나도 당연한 투쟁인 것입니다. 그 중심엔 스페인 정부요인 200여 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800여 명을 암살한 바스크 무장 단체 ETA, 에타가 있습니다.
한때 평화 협상 무드와 함께 다소 잠잠하던 ETA의 움직임이 올 들어 다시 심상치 않아졌습니다. 두 달 전 바스크 지방 법원 앞에서 강력한 폭탄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바스크 분리 독립 활동을 하는 정당에 대해 법원이 불법 단체라고 판결하자 ETA가 보복에 나선 것입니다. 그 일주일 뒤 현 집권당의 바스크 지역 지구당 당사에서 다시 폭탄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인터뷰> 프란시스코 데라토레(사회당 지구당위원장): “저기 폭탄이 있었습니다. 중간에 문이 있었는데 폭발로 저쪽 벽으로 튀어나갔습니다. 저걸 보세요.”
테러 이후 당사 사무실은 즉각 폐쇄됐습니다. 다행이 폭탄이 설치됐다는 사전 경고가 미리 전달되면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한 주 사이에 폭탄테러가 두 번이나 잇따라 발생하면서 이 지역의 긴장은 극도로 높아진 상태입니다.
급기야, 총선을 이틀 앞둔 지난달 7일, 집권 사회당 소속 시의원이 ETA 요원의 총격을 받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선거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벌어진 ETA의 테러로 스페인 정국은 들끓었습니다. 바스크 지방 정부가 추진 중인 바스크 독립과 관련한 오는 10월의 국민투표 실시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인터뷰> 아이또르 에스테반 의원(PNV(바스크 주정부 집권당)대변인): “국민투표가 동의에 이르길 바랍니다. 하지만 스페인 정부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이는 바스크 주 법령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바스크 주 정부는 중앙 정부가 국민투표 실시에 동의해야 하며 에타와의 대화도 재개해야 더 이상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바스크 주정부가 공언대로 오는 10월 바스크 분리독립과 관련한 국민투표를 성사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곳 바스크 현지에서도 회의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총선에서 재집권한 사회당은 물론 제1야당까지도 바스크의 분리독립과 관련해선 극력 반대하고 있고, 3개의 정파로 나눠진 바스크 주 정부도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투표를 밀어붙이는 바스크 주 정부의 움직임이 주춤한 사이, 스페인 정부는 쐐기를 박고 나섰습니다. 바스크 주의회 주도로 추진 중인 국민투표는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승인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사파테로(스페인 총리): “바스크 국민투표에 대한 제 입장은 분명합니다. 누구도 법적 권능 없이 국민투표를 부칠 수 없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재집권이 확정된 직후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가 첫 기자회견에서의 주요 화두로 이 문제를 언급했을 정도로 바스크 분리 독립과 관련한스페인의 입장은 단호합니다.
게다가, 설령 국민투표가 어렵사리 실시된다 하더라도 찬성이 과반 이상 나오기를 기대하는 건 현재로선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 객관적인 평가입니다.
실제 자체 분석 결과도 분리 독립에 대한 바스크 지역의 찬성률이 40%를 넘기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루이스 고르디요(빌바오 데우스토대 교수): “바스크는 아마 독립 국가를 건설하지 못할 겁니다. 왜냐하면 지역 주민 대부분이 독립을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변화에는 경제적인 동기가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바스크 지역은 현재 스페인 내에서도 최고의 소득 수준을 유지하는 곳으로 만일 바스크가 스페인에서 독립할 경우 주민들이 치를 경제적인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득보다 실이 많을 거라는 겁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연 국제사회, 특히 유럽 연합이 바스크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코소보와는 사뭇 다릅니다.
<인터뷰> 루이스 고르디요(교수): “유럽 연합은 바스크의 독립을 허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스페인이 주요 회원국으로서 압력을 행사할 것이고, 다른 국가들도 국경 간 긴장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으니까요.”
지난 2005년 북아일랜드 무장독립 단체 IRA의 사실상 항복 선언을 기점으로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한 유럽 내 분리 독립 움직임은 유럽 통합의 도도한 흐름 속에 잠기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코소보의 독립 선언은 파문을 던졌고, 티베트인들의 몸부림도 바스크인들에게는 남의 일로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현재로선 바스크 독립의 가능성이 낮은 게 사실이지만 국민투표가 추진되고 있는 10월까지 변수가 생길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특히나 ETA같은 무장단체가 건재 하는 한 더욱 그렇습니다. 세계가 바스크의 10월을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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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내연하던 세계 각지의 분리 독립 움직임이 코소보의 독립 선언과 방금 보신 티베트 사태 등의 영향을 받아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무장 투쟁으로 독립을 쟁취하려던 바스크, 스페인 북부의 이 바스크 지역이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최근 바스크 지방 정부가 오는 10월, 분리 독립과 관련한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나서면서 스페인 정부가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김도엽 순회 특파원이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역…. 도심의 도로를 시위대가 점령했습니다. '바스크의 완전한 독립'을 요구하는 집회입니다.
바스크 지방 정부가 '오는 10월 분리독립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이후 스페인 정부의 대응이 더욱 강경해진 데 대한 반발입니다.
<인터뷰> 페르난도 바레나(바타수나(바스크 정당) 대변인): “스페인 정부에게 탄압은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라고 얘기할 것입니다. 정부가 틀린 길을 고집한다면 실패할 것입니다.”
이 인터뷰 직후 바스크 지역 정당 '바타수나'의 대변인은 불법 활동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스페인 정부는 바스크 분리주의 주요 인사들을 잇달아 체포하는 한편, 법원의 판결을 통해 바스크 지역 주요 정당들의 활동을 금지했습니다.
코소보 독립 선언과 티베트 사태를 계기로 지구촌 곳곳에서 다시 꿈틀거리는 독립 움직임, 그리고 되살아나는 민족주의의 불씨 속에 바스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스페인 최북단, 피레네산맥과 대서양이 맞닿은 땅, 바스크... 주로 스페인 쪽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바스크족은 국경을 넘어 프랑스 남서부까지 거주하고 있습니다.
'베레모'로 특징지어지는 독특한 문화와 관습을 지켜온 이베리아 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민족…. 바스크는 스페인어와 전혀 다른 고유 언어도 갖고 있습니다.
지난 36년 스페인 내전과 함께 프랑코 독재정권이 스페인에 강제 편입시키기 전까지 이들은 자치권이 있었습니다.
이후 끊임없이 계속된 독립운동은 어찌 보면 이들에겐 너무나도 당연한 투쟁인 것입니다. 그 중심엔 스페인 정부요인 200여 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800여 명을 암살한 바스크 무장 단체 ETA, 에타가 있습니다.
한때 평화 협상 무드와 함께 다소 잠잠하던 ETA의 움직임이 올 들어 다시 심상치 않아졌습니다. 두 달 전 바스크 지방 법원 앞에서 강력한 폭탄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바스크 분리 독립 활동을 하는 정당에 대해 법원이 불법 단체라고 판결하자 ETA가 보복에 나선 것입니다. 그 일주일 뒤 현 집권당의 바스크 지역 지구당 당사에서 다시 폭탄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인터뷰> 프란시스코 데라토레(사회당 지구당위원장): “저기 폭탄이 있었습니다. 중간에 문이 있었는데 폭발로 저쪽 벽으로 튀어나갔습니다. 저걸 보세요.”
테러 이후 당사 사무실은 즉각 폐쇄됐습니다. 다행이 폭탄이 설치됐다는 사전 경고가 미리 전달되면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한 주 사이에 폭탄테러가 두 번이나 잇따라 발생하면서 이 지역의 긴장은 극도로 높아진 상태입니다.
급기야, 총선을 이틀 앞둔 지난달 7일, 집권 사회당 소속 시의원이 ETA 요원의 총격을 받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선거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벌어진 ETA의 테러로 스페인 정국은 들끓었습니다. 바스크 지방 정부가 추진 중인 바스크 독립과 관련한 오는 10월의 국민투표 실시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인터뷰> 아이또르 에스테반 의원(PNV(바스크 주정부 집권당)대변인): “국민투표가 동의에 이르길 바랍니다. 하지만 스페인 정부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이는 바스크 주 법령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바스크 주 정부는 중앙 정부가 국민투표 실시에 동의해야 하며 에타와의 대화도 재개해야 더 이상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바스크 주정부가 공언대로 오는 10월 바스크 분리독립과 관련한 국민투표를 성사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곳 바스크 현지에서도 회의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총선에서 재집권한 사회당은 물론 제1야당까지도 바스크의 분리독립과 관련해선 극력 반대하고 있고, 3개의 정파로 나눠진 바스크 주 정부도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투표를 밀어붙이는 바스크 주 정부의 움직임이 주춤한 사이, 스페인 정부는 쐐기를 박고 나섰습니다. 바스크 주의회 주도로 추진 중인 국민투표는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승인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사파테로(스페인 총리): “바스크 국민투표에 대한 제 입장은 분명합니다. 누구도 법적 권능 없이 국민투표를 부칠 수 없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재집권이 확정된 직후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가 첫 기자회견에서의 주요 화두로 이 문제를 언급했을 정도로 바스크 분리 독립과 관련한스페인의 입장은 단호합니다.
게다가, 설령 국민투표가 어렵사리 실시된다 하더라도 찬성이 과반 이상 나오기를 기대하는 건 현재로선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 객관적인 평가입니다.
실제 자체 분석 결과도 분리 독립에 대한 바스크 지역의 찬성률이 40%를 넘기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루이스 고르디요(빌바오 데우스토대 교수): “바스크는 아마 독립 국가를 건설하지 못할 겁니다. 왜냐하면 지역 주민 대부분이 독립을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변화에는 경제적인 동기가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바스크 지역은 현재 스페인 내에서도 최고의 소득 수준을 유지하는 곳으로 만일 바스크가 스페인에서 독립할 경우 주민들이 치를 경제적인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득보다 실이 많을 거라는 겁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연 국제사회, 특히 유럽 연합이 바스크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코소보와는 사뭇 다릅니다.
<인터뷰> 루이스 고르디요(교수): “유럽 연합은 바스크의 독립을 허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스페인이 주요 회원국으로서 압력을 행사할 것이고, 다른 국가들도 국경 간 긴장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으니까요.”
지난 2005년 북아일랜드 무장독립 단체 IRA의 사실상 항복 선언을 기점으로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한 유럽 내 분리 독립 움직임은 유럽 통합의 도도한 흐름 속에 잠기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코소보의 독립 선언은 파문을 던졌고, 티베트인들의 몸부림도 바스크인들에게는 남의 일로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현재로선 바스크 독립의 가능성이 낮은 게 사실이지만 국민투표가 추진되고 있는 10월까지 변수가 생길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특히나 ETA같은 무장단체가 건재 하는 한 더욱 그렇습니다. 세계가 바스크의 10월을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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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엽 기자 yop2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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