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문화강국으로 거듭난다!

입력 2008.04.13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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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러시아가 이번에 이소연씨를 태운 소유즈를 쏘아 올리며 전 세계에 그 저력을 다시 한 번 과시했습니다만, 최근 러시아의 상승세가 두드러집니다.

석유와 가스 등 천연자원을 무기로 국제무대에서 목소리를 높여가며 다방면에서 구소련 당시의 위상을 되찾아가고 있는데요.

그래서 특파원 현장보고는 이번 주부터 슈퍼 파워로 재도약하는 러시아의 현재와 미래, 희망과 고민을 집중 조명하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오늘 그 첫 순서로, 미국의 할리우드 대중문화에 맞서 고급 문화대국으로 거듭나고 있는 러시아를, 김태욱 순회특파원이 현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제정러시아 로마노프 왕조의 수도 상트 페테르부르크, 개펄을 메워 건설된 이 아름다운 인공운하 도시는 우리에겐 '레닌그라드'라는 옛 이름으로 더 익숙한 곳입니다. 한때 혁명의 도시였지만 지금은 러시아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문화와 예술의 중심집니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자 148년 역사의 마린스키 극장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집니다. 세계 최고로 인정받는 이 극장의 키로프 발레단 공연을 보기 위해섭니다.

<인터뷰> 관람객: "자주 오려고 노력합니다. 우리의 공연 문화는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이런 공연을 보여주려고 노력합니다."

서정적인 차이코프스키의 음악과 함께 막이 오릅니다. 장중한 오케스트라에 맞춰 무용수들은 화려하고도 섬세한 러시아 발레의 진수를 선사합니다.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환상적인 발레 공연에 흠뻑 빠져듭니다.

<인터뷰> 관람객: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워요. 정말 아름다운 공연입니다. 훌륭해요.”

<인터뷰> 관람객: “발레와 음악이 모두 좋았어요. 공연시간이 3시간 이상이었는데 아주 빨리 지나갔어요.”

이처럼 러시아에서 발레는 사치가 아니라 삶 속에 스며있는 국민 예술입니다.

<인터뷰> 나탈리나 스피치나(마린스키 극장 연출가): “차르시대부터 지금까지 이 극장은 표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항상 관객들로 가득 찼죠. 언제나 매진입니다.”

지난 2차 대전 당시 무려 872일간 독일군에 봉쇄돼 66만 명이 숨지는 대재앙 속에서도 마린스키 극장의 발레 공연은 계속됐습니다.

꺼지지 않는 마린스키 극장의 불빛은 러시아 국민들의 높은 예술적 긍지를 보여주는 상징이 됐습니다.

소장품 3백만 점, 작품 한 점당 1분씩만 감상해도 5년이 걸린다는 이 박물관에도 관람객이 끊이질 않습니다. 이런 박물관이 이 도시에만 무려 250여 개나 됩니다.

<인터뷰> 드네사(라트비아 고교생): “러시아 문화는 아름답고 독창적입니다.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적 시각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요.”

특히 박물관은 어린 학생들에게는 살아 숨쉬는 교육 현장이기도 합니다. 어느 박물관을 찾아도 이렇게 직접 작품 앞에서 진행되는 수업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러시아 국민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높은 수준의 문화 예술적 교양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곳은 러시아 문화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예술인을 기리기 위해 지난 1823년에 세워진 공동묘집니다. 차이코프스키와 도스토예프스키, 스트라빈스키와 같은 세계적 거장들이 이곳에 함께 잠들어 있습니다.

이 예술인 묘지는 문화계 인사에 대한 깊은 사회적 존경심과 경의의 또 다른 표현이기도 합니다.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위대한 예술가의 영전에 꽃을 바칩니다.

<인터뷰> 류바(대학생): “자주 듣지는 못하지만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좋아해요. 러시아 음악가 중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예술적 잠재력을 기반으로 러시아는 최근 세계 문화시장에서 급속히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습니다.

270년 역사의 이 학교는 최정상급의 무용수들을 길러내는 발레 전문학교로 세계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조지 발란신과 누레예프, 마카로바와 같은 전설적인 무용수들이 이 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인터뷰> 릴리아리슈크(바가노바 학생): "관객들에게 기쁨을 주는 발레리나가 되는 것이 나의 꿈입니다."

<인터뷰> 연보라(바가노바 한국 학생): "여기서 공부하면 기술적인 댄서보다는 예술적인 댄서가 될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국제무대에서 이 학교 출신 무용수들의 영향력은 절대적입니다. 전 세계 발레단의 주역무용수 대부분이 이 학교를 졸업한 키로프 발레단 출신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돕니다.

<인터뷰> 비에라 알렉셰브나9바가노바 교장): "우리 졸업생들이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미국,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한국 등 전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습니다."

발레 뿐 아니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만 매년 150여 회나 국제음악 페스티벌을 개최해 세계의 음악인들을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90년대 소련 붕괴와 함께 무너졌던 러시아 영화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풍부한 예술적 기반을 무기로 할리우드에 맞서고 있습니다. 푸틴 정부 이전까지만 해도 자국 내부에만 갇혀있던 예술 강국 러시아.

그러나 이제 러시아는 실질적으로 세계 문화시장을 선도해 가는 진정한 문화예술 강국으로 성장해 가고 있습니다.

문화산업의 육성과 발전을 위한 남다른 국가적 지원과 정책적 노력이 그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넘치는 오일 달러를 통해 경제적 자신감을 회복한 러시아가 문화예술계에 대한 재정 지원을 대폭 늘리고 있는 것입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만 백여 개의 공연 극장과 오케스트라가 매년 5천6백 회 이상의 공연을 펼치고, 250여 개의 박물관이 800회의 전시회를 개회할 수 있는 힘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인터뷰> 안드레이(미하일로프스키 극장 감독): "정부는 공연장에 많은 관심을 기울입니다. 공연장은 미래이고 다음 세대를 교육시키는 장소입니다. 극장에 투자하는 것은 미래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할리우드 문화에 맞서 세계의 고품격 문화예술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이 러시아 정부의 전략입니다. 국가의 문화경쟁력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미래의 전진을 위한 가장 확실한 토대가 될 것이라는 정책적 비전이 그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인터뷰> 니콜라이 비탈리예비치9상트페테르부르크 문화위원장): "문화만이 러시아가 고난의 역사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문화 덕분에 러시아는 이성과 감성, 신앙심을 회복했습니다."

구소련 붕괴 뒤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역경을 겪으며 세계인의 관심에서 멀어져 가던 러시아. 하지만 오일머니의 힘을 바탕으로 국제 정치 무대에서 목소리를 높여가면서 미국과 양극체제를 이루던 구소련 당시의 위상을 회복해 가고 있습니다.

나아가 이제는 구소련 당시와는 다른 차원의 문화 대국의 꿈까지 키워가고 있습니다. 광대한 영토만큼이나 깊고 넓은 문화 예술적 기반이 과거 관제문화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미국식 대중문화에 맞서는 고급 문화의 슈퍼 파워로 재도약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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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문화강국으로 거듭난다!
    • 입력 2008-04-13 08:39:13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러시아가 이번에 이소연씨를 태운 소유즈를 쏘아 올리며 전 세계에 그 저력을 다시 한 번 과시했습니다만, 최근 러시아의 상승세가 두드러집니다. 석유와 가스 등 천연자원을 무기로 국제무대에서 목소리를 높여가며 다방면에서 구소련 당시의 위상을 되찾아가고 있는데요. 그래서 특파원 현장보고는 이번 주부터 슈퍼 파워로 재도약하는 러시아의 현재와 미래, 희망과 고민을 집중 조명하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오늘 그 첫 순서로, 미국의 할리우드 대중문화에 맞서 고급 문화대국으로 거듭나고 있는 러시아를, 김태욱 순회특파원이 현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제정러시아 로마노프 왕조의 수도 상트 페테르부르크, 개펄을 메워 건설된 이 아름다운 인공운하 도시는 우리에겐 '레닌그라드'라는 옛 이름으로 더 익숙한 곳입니다. 한때 혁명의 도시였지만 지금은 러시아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문화와 예술의 중심집니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자 148년 역사의 마린스키 극장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집니다. 세계 최고로 인정받는 이 극장의 키로프 발레단 공연을 보기 위해섭니다. <인터뷰> 관람객: "자주 오려고 노력합니다. 우리의 공연 문화는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이런 공연을 보여주려고 노력합니다." 서정적인 차이코프스키의 음악과 함께 막이 오릅니다. 장중한 오케스트라에 맞춰 무용수들은 화려하고도 섬세한 러시아 발레의 진수를 선사합니다.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환상적인 발레 공연에 흠뻑 빠져듭니다. <인터뷰> 관람객: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워요. 정말 아름다운 공연입니다. 훌륭해요.” <인터뷰> 관람객: “발레와 음악이 모두 좋았어요. 공연시간이 3시간 이상이었는데 아주 빨리 지나갔어요.” 이처럼 러시아에서 발레는 사치가 아니라 삶 속에 스며있는 국민 예술입니다. <인터뷰> 나탈리나 스피치나(마린스키 극장 연출가): “차르시대부터 지금까지 이 극장은 표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항상 관객들로 가득 찼죠. 언제나 매진입니다.” 지난 2차 대전 당시 무려 872일간 독일군에 봉쇄돼 66만 명이 숨지는 대재앙 속에서도 마린스키 극장의 발레 공연은 계속됐습니다. 꺼지지 않는 마린스키 극장의 불빛은 러시아 국민들의 높은 예술적 긍지를 보여주는 상징이 됐습니다. 소장품 3백만 점, 작품 한 점당 1분씩만 감상해도 5년이 걸린다는 이 박물관에도 관람객이 끊이질 않습니다. 이런 박물관이 이 도시에만 무려 250여 개나 됩니다. <인터뷰> 드네사(라트비아 고교생): “러시아 문화는 아름답고 독창적입니다.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적 시각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요.” 특히 박물관은 어린 학생들에게는 살아 숨쉬는 교육 현장이기도 합니다. 어느 박물관을 찾아도 이렇게 직접 작품 앞에서 진행되는 수업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러시아 국민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높은 수준의 문화 예술적 교양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곳은 러시아 문화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예술인을 기리기 위해 지난 1823년에 세워진 공동묘집니다. 차이코프스키와 도스토예프스키, 스트라빈스키와 같은 세계적 거장들이 이곳에 함께 잠들어 있습니다. 이 예술인 묘지는 문화계 인사에 대한 깊은 사회적 존경심과 경의의 또 다른 표현이기도 합니다.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위대한 예술가의 영전에 꽃을 바칩니다. <인터뷰> 류바(대학생): “자주 듣지는 못하지만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좋아해요. 러시아 음악가 중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예술적 잠재력을 기반으로 러시아는 최근 세계 문화시장에서 급속히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습니다. 270년 역사의 이 학교는 최정상급의 무용수들을 길러내는 발레 전문학교로 세계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조지 발란신과 누레예프, 마카로바와 같은 전설적인 무용수들이 이 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인터뷰> 릴리아리슈크(바가노바 학생): "관객들에게 기쁨을 주는 발레리나가 되는 것이 나의 꿈입니다." <인터뷰> 연보라(바가노바 한국 학생): "여기서 공부하면 기술적인 댄서보다는 예술적인 댄서가 될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국제무대에서 이 학교 출신 무용수들의 영향력은 절대적입니다. 전 세계 발레단의 주역무용수 대부분이 이 학교를 졸업한 키로프 발레단 출신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돕니다. <인터뷰> 비에라 알렉셰브나9바가노바 교장): "우리 졸업생들이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미국,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한국 등 전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습니다." 발레 뿐 아니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만 매년 150여 회나 국제음악 페스티벌을 개최해 세계의 음악인들을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90년대 소련 붕괴와 함께 무너졌던 러시아 영화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풍부한 예술적 기반을 무기로 할리우드에 맞서고 있습니다. 푸틴 정부 이전까지만 해도 자국 내부에만 갇혀있던 예술 강국 러시아. 그러나 이제 러시아는 실질적으로 세계 문화시장을 선도해 가는 진정한 문화예술 강국으로 성장해 가고 있습니다. 문화산업의 육성과 발전을 위한 남다른 국가적 지원과 정책적 노력이 그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넘치는 오일 달러를 통해 경제적 자신감을 회복한 러시아가 문화예술계에 대한 재정 지원을 대폭 늘리고 있는 것입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만 백여 개의 공연 극장과 오케스트라가 매년 5천6백 회 이상의 공연을 펼치고, 250여 개의 박물관이 800회의 전시회를 개회할 수 있는 힘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인터뷰> 안드레이(미하일로프스키 극장 감독): "정부는 공연장에 많은 관심을 기울입니다. 공연장은 미래이고 다음 세대를 교육시키는 장소입니다. 극장에 투자하는 것은 미래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할리우드 문화에 맞서 세계의 고품격 문화예술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이 러시아 정부의 전략입니다. 국가의 문화경쟁력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미래의 전진을 위한 가장 확실한 토대가 될 것이라는 정책적 비전이 그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인터뷰> 니콜라이 비탈리예비치9상트페테르부르크 문화위원장): "문화만이 러시아가 고난의 역사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문화 덕분에 러시아는 이성과 감성, 신앙심을 회복했습니다." 구소련 붕괴 뒤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역경을 겪으며 세계인의 관심에서 멀어져 가던 러시아. 하지만 오일머니의 힘을 바탕으로 국제 정치 무대에서 목소리를 높여가면서 미국과 양극체제를 이루던 구소련 당시의 위상을 회복해 가고 있습니다. 나아가 이제는 구소련 당시와는 다른 차원의 문화 대국의 꿈까지 키워가고 있습니다. 광대한 영토만큼이나 깊고 넓은 문화 예술적 기반이 과거 관제문화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미국식 대중문화에 맞서는 고급 문화의 슈퍼 파워로 재도약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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