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고 훼손되는 산성의 실태

<앵커 멘트>

지난 2월 숭례문이 불타면서 목조 문화재 보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유네스코의 세계 문화 유산 등재까지 추진될만큼 그 가치가 높은 우리나라의 석조 문화재, 산성에 대한 관리는 여전히 허술하기만 합니다.

먼저 사라지고 훼손되는 산성의 실태를 함영구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하루 수 천명이 오르내리는 등산로, 주변에는 기와와 토기 파견이 어지럽게 널려있습니다.

주워 모은 파편이 채 1분도 안 돼 수 십 점이 넘습니다.

통일신라 시대 산성의 유물들입니다.

<인터뷰> 박상일(서원향토문화연구회장): "대개 유물들은 통일신라시대의 것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토기는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가장 많이 나오는데..."

산성의 존재를 알 수 있는 안내판도 없습니다.

산성을 쌓았던 돌로 등산로 계단을 만든 곳도 있습니다.

등산객들이 무심코 쌓아놓은 이 같은 돌탑들도 역사 속 숨결이 담겨진 산성을 축조했던 돌들입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토성의 하나인 삼양리 토성은 도로 건설을 위해 산성의 1/3이 한순간에 사라졌습니다.

구들장을 만드는 독특한 널돌 축조방식의 이 산성도 올해 초 농로를 내느라 성곽 일부가 훼손됐습니다.

충북 영동의 이 산성은 농경지를 만드느라 1km나 되던 성벽이 백 미터도 남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유동렬(충북 영동 황간향교 전교): "어느 개인이 굴삭기로 농사를 짓는다고 쳐서 향교 유림들이 관심을 갖고 원형을 보존하고 파헤치면 안되겠다 생각이 들어"

삼국시대 격전지였던 중부지역에 위치한 산성은 모두 250여 개, 당시의 건축양식과 생활상까지 엿볼 수 있는 귀중한 문화재지만 무관심과 개발 등의 이유로 하나 둘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KBS 뉴스 함영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