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되풀이 되는 소방관 참사…‘열악한 여건’ 탓

입력 2008.08.21 (22:13) 수정 2008.08.21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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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의 안타까운 희생이 되풀이 되고 있는 건, 붕괴에 대비한 훈련도 장비도 부족하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예산확충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류란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소방관 7명이 희생된 지난 2001년 홍제동 화재 사고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전에 또다시 소방관 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왜 이같은 사고가 되풀이 되는지 불이 난 나이트 클럽을 다시 찾았습니다.

천장은 불이 쉽게 번지는데다 하중에 약한 이른바 샌드위치 패널로 시공돼 있습니다.

여기에 무거운 철제 구조물이 매달려 있어 애초 붕괴 우려가 높았습니다.

때문에 현장에 들어가기전 소방관들은 사전 대비가 있어야 했지만, 그냥 투입됐습니다.

<녹취> 당시 출동 소방관 : "우리 한국 소방관들은 현장에서 물불 안가려요. 빨리 불끄고 빨리 인명구하고. 그러니까 이런 사고가 나는 거예요."

위험한 현장에 투입될 경우 대원들의 동태나 위치를 파악하는게 필수지만 이 또한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희생된 소방관 3명중 한 명에게만 무전기가 지급됐을뿐, 그나마도 건물에 깔린뒤 교신이 두절됐습니다.

<인터뷰> 최영화(서울시립대 소방방재연구소) : "자신의 생명을 보존할 수 있는 장구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대원들이 사지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런 사고에 대비한 사전 대응 훈련도 형식적입니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소방 학교, 기본적인 진화 훈련만 이뤄지는데다 장비는 10년째 그대로입니다.

<인터뷰> 소방학교 관계자 : "실제로 불끄는 훈련은 한번도 못해요. 신참이 들어오면 경험으로 배워야 되니까 상당히 위험하죠."

미국이나 독일 등 선진국은 이런 사고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습니다.

붕괴 우려가 있는 현장 진입때는 이른바 붕괴 방지 지지대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현장에 투입된 소방대원들은 위치와 움직임, 심지어 산소 잔량까지 확인할 수있는 장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바깥 지휘부는 내부 상황을 수시로 파악합니다.

<녹취> 현직 소방관 : "그런 게 우리도 있으면 가서 금방 구조하고 그럴텐데..."

문제는 예산입니다.

수년 전부터 첨단 장비와 시스템 도입을 위한 예산안이 상정되고 있지만, 국회는 번번이 이를 승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소방 방재청은 안전 사고를 예방할 기술개발을 위해 5년간 39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지만, 지난 2년간 배정된 예산은 52억 원에 불과합니다.

열악한 여건에서 지난 5년간 순직한 소방관은 모두 34명에 이릅니다.

KBS 뉴스 류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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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되풀이 되는 소방관 참사…‘열악한 여건’ 탓
    • 입력 2008-08-21 21:04:20
    • 수정2008-08-21 22: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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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의 안타까운 희생이 되풀이 되고 있는 건, 붕괴에 대비한 훈련도 장비도 부족하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예산확충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류란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소방관 7명이 희생된 지난 2001년 홍제동 화재 사고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전에 또다시 소방관 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왜 이같은 사고가 되풀이 되는지 불이 난 나이트 클럽을 다시 찾았습니다. 천장은 불이 쉽게 번지는데다 하중에 약한 이른바 샌드위치 패널로 시공돼 있습니다. 여기에 무거운 철제 구조물이 매달려 있어 애초 붕괴 우려가 높았습니다. 때문에 현장에 들어가기전 소방관들은 사전 대비가 있어야 했지만, 그냥 투입됐습니다. <녹취> 당시 출동 소방관 : "우리 한국 소방관들은 현장에서 물불 안가려요. 빨리 불끄고 빨리 인명구하고. 그러니까 이런 사고가 나는 거예요." 위험한 현장에 투입될 경우 대원들의 동태나 위치를 파악하는게 필수지만 이 또한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희생된 소방관 3명중 한 명에게만 무전기가 지급됐을뿐, 그나마도 건물에 깔린뒤 교신이 두절됐습니다. <인터뷰> 최영화(서울시립대 소방방재연구소) : "자신의 생명을 보존할 수 있는 장구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대원들이 사지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런 사고에 대비한 사전 대응 훈련도 형식적입니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소방 학교, 기본적인 진화 훈련만 이뤄지는데다 장비는 10년째 그대로입니다. <인터뷰> 소방학교 관계자 : "실제로 불끄는 훈련은 한번도 못해요. 신참이 들어오면 경험으로 배워야 되니까 상당히 위험하죠." 미국이나 독일 등 선진국은 이런 사고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습니다. 붕괴 우려가 있는 현장 진입때는 이른바 붕괴 방지 지지대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현장에 투입된 소방대원들은 위치와 움직임, 심지어 산소 잔량까지 확인할 수있는 장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바깥 지휘부는 내부 상황을 수시로 파악합니다. <녹취> 현직 소방관 : "그런 게 우리도 있으면 가서 금방 구조하고 그럴텐데..." 문제는 예산입니다. 수년 전부터 첨단 장비와 시스템 도입을 위한 예산안이 상정되고 있지만, 국회는 번번이 이를 승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소방 방재청은 안전 사고를 예방할 기술개발을 위해 5년간 39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지만, 지난 2년간 배정된 예산은 52억 원에 불과합니다. 열악한 여건에서 지난 5년간 순직한 소방관은 모두 34명에 이릅니다. KBS 뉴스 류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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