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욕설 난무 ‘스승 헐뜯기’ 카페 성행

입력 2008.10.13 (08:49) 수정 2008.10.1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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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학교 다닐 때 누구나 좋아하는 선생님, 싫어하는 선생님이 있기 마련이죠.

그런데 요즘 학생들, 인터넷에 '선생님을 싫어하는 모임', '담임 안티카페' 같은 것을 만든다는데요.

정지주 기자, 선생님 입장에서 이건 귀엽다.. 웃어 넘길 수준이 아닌 것 같아요?

<리포트>

네, 선생님의 그림자도 밟지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옛말이 됐습니다.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당하는 인터넷 폭력이라 충격이 더욱 큰데요. 피해교사 중에는 회의감에 교직을 그만두는 사람까지 있다고 합니다. 실명은 물론 몇몇 교사들은 사진까지 인터넷에 버젓이 노출돼있어 더욱 문젠데요.

선생님이 그냥 싫어서 또는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특별한 이유도 없이 안티카페를 만든다고 합니다.

교사 안티카페 어떻게 만들어지고 피해는 어떤지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입니다. ‘안티교사’와 ‘싫어하는 모임’이라는 단어로 검색하자 수 백 개의 안티카페가 나오는데요. 이 중 100개가 넘는 카페는 초중학생이 만든 선생님 안티 카페입니다.

<녹취>초등학생 : “자기한테 조금 짜증나게 하는 선생님들을요. 애들이 모여서 컴퓨터를 만들어서 작성을 하고요. 만날 선생님 욕을 메모장에 써놓고... 한번은 6학년 3반 선생님 사진을 몰래 찍어서 올렸잖아요.”

게시판에는 원색적인 욕설들과 인신공격성 비방글들이 난무하는데요. 마음에 안든다, 나쁘다는 표현은 그나마 나은 편이고 죽었으면 좋겠다, 추방하자라는 표현까지 눈에 띕니다. 몇몇 카페에는 교사의 실명과 사진까지 공개돼 있는데요.

또 다른 교사안티카페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만든 이 카페 메인화면에는 담임선생님에게 폭력을 가하는 그림도 있는데요.

운영자에게 왜 이런 카페를 만들었는지 물었지만 답을 듣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익명성을 이용해 특별한 근거도 없는 비난이 대부분입니다.

<녹취>초등학생 : “얼굴도 못생겼고 눈 진짜 작아서 돋보기예요. 생긴 거 자체가 웃겨요. 얼굴도 길쭉해서 납작하게 해주고 싶어요.”

<녹취>초등학생 : “그냥 싫어요. (왜?) 모르겠는데 일단 그냥 싫다고 해야 되나? 이유도 없는데 그냥 싫어요.”

인터넷공간에서 무차별적으로 공격당한 교사들의 기분은 어떨까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의 비난에 충격이 더 크다고 합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안티카페가 생긴 한 초등학교 교사를 만나봤습니다. 처음엔 아이들이 올린 글을 보고 믿지 못하는 표정이었는데요.

<녹취>피해교사 : “나에 대한 안티카페가 있다? 동명이인이겠지...”

매일 보던 아이들이 자신을 향해 쓴 욕설과 비방글을 보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녹취>피해교사 : “저한테는 충격적이에요. 나한테는... 내가 애들한테 이렇게 혼을 내기는 했지만 진짜 폭력이란 걸 써본 적도 없고...”

안티카페뿐 아니라 최근에는 선생님을 괴롭히는 이메일까지 보내는 학생들이 있다고 합니다.

<녹취>피해교사 : “왜 걔만 더 예뻐하느냐 하는 항의성 메일이긴 했는데 그 내용은 정말 지금 생각해도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의 굉장히 성적인 욕이었죠. 모멸감을 느끼는...”

이렇게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사이버폭력을 당한 교사들은 회의감을 느껴 담임 자리를 내놓거나 심지어 교단을 떠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녹취>피해교사 : “처음에는 정말 충격이고요. 머리가 하얗죠. 감정적으로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 된 듯 한 느낌이 좀 들죠. 나는 교사로서 자격이 없나 내지는 어떻게 이런 얘기를 듣고 내가 이런 걸 하면서 아이들 앞에 설 수가 있을까...”

<인터뷰>손애라(초등학교 교사) : “특별하게 선생님들한테 대처방법이 있는 게 아니에요. 그걸 보냈다고 해서 그 아이를 혼을 낸다든지 야단을 친다든지 별도의 지도를 하는 거 자체가 내가 얘한테 보복성 지도를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대부분 널리 널리 퍼지지 않기를 바라고 안으로 삭히고 그런 거죠.”

교사들의 피해도 피해지만 이처럼 선생님의 권위가 실추된 상황에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지도 의문인데요.

<인터뷰>김문희(학부모) : “우리 때는 선생님 그림자도 못 밟았는데 지금 그렇게 되면 진정한 교육이 될까 걱정이 되고 선생님들이 열의를 가지고 하시는 분들께 얼마나 상처가 될지...”

그렇다면 학생들이 선생님들에게 이토록 적대감을 갖는 이유는 뭘까요?

<인터뷰>황상민(연세대학교 심리학과교수) : “실제로 사이버 공간에서 누구를 욕하는 거는 그 사람에 대한 직접적인 욕이 아니라 그 욕하는 말을 하거나 글을 올리는 사람들이 엄청난 공격성을 아무한테나 퍼부어대고 있는 일종의 배설작용을 하고 있다는 거죠.”

문제는 교사안티카페뿐만 아니라 인터넷 공간에서 악성댓글, 욕설과 인신공격성 글을 쓰는 게 아이들에게는 마치 놀이처럼 받아들여진다는 점입니다.

<녹취>초등학생 : “악성댓글 같은 거 달아요. 근데 욕인데... 짜증난다. 귀여운 척하지 마라. (댓글 다는 거) 재밌어요. 짜증내는 사람들보고 하니까 좋아요.”

<녹취>초등학생 : “저희가 안티카페를 만들고 그 애를 계속 한명을 욕하면요. 그것만으로도 통쾌해져요. 쌓였던 게 다 풀려요.”

보건복지가족부 조사결과를 보면 청소년들은 학교폭력보다 악플이나 헛소문 같은 사이버 폭력에 대한 불안감이 더 크다고 하는데요.

최근 안티카페나 악성댓글 등 사이버폭력이 기승인데요. 심지어 학생들이 선생님이 싫다며 만든 교사안티카페까지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인터넷은 아이들에게 득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는데요...아이들의 인터넷 이용에 문제는 없는지, 이번 기회에 각 가정에서 한번 쯤 살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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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08-10-13 09: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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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학교 다닐 때 누구나 좋아하는 선생님, 싫어하는 선생님이 있기 마련이죠. 그런데 요즘 학생들, 인터넷에 '선생님을 싫어하는 모임', '담임 안티카페' 같은 것을 만든다는데요. 정지주 기자, 선생님 입장에서 이건 귀엽다.. 웃어 넘길 수준이 아닌 것 같아요? <리포트> 네, 선생님의 그림자도 밟지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옛말이 됐습니다.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당하는 인터넷 폭력이라 충격이 더욱 큰데요. 피해교사 중에는 회의감에 교직을 그만두는 사람까지 있다고 합니다. 실명은 물론 몇몇 교사들은 사진까지 인터넷에 버젓이 노출돼있어 더욱 문젠데요. 선생님이 그냥 싫어서 또는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특별한 이유도 없이 안티카페를 만든다고 합니다. 교사 안티카페 어떻게 만들어지고 피해는 어떤지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입니다. ‘안티교사’와 ‘싫어하는 모임’이라는 단어로 검색하자 수 백 개의 안티카페가 나오는데요. 이 중 100개가 넘는 카페는 초중학생이 만든 선생님 안티 카페입니다. <녹취>초등학생 : “자기한테 조금 짜증나게 하는 선생님들을요. 애들이 모여서 컴퓨터를 만들어서 작성을 하고요. 만날 선생님 욕을 메모장에 써놓고... 한번은 6학년 3반 선생님 사진을 몰래 찍어서 올렸잖아요.” 게시판에는 원색적인 욕설들과 인신공격성 비방글들이 난무하는데요. 마음에 안든다, 나쁘다는 표현은 그나마 나은 편이고 죽었으면 좋겠다, 추방하자라는 표현까지 눈에 띕니다. 몇몇 카페에는 교사의 실명과 사진까지 공개돼 있는데요. 또 다른 교사안티카페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만든 이 카페 메인화면에는 담임선생님에게 폭력을 가하는 그림도 있는데요. 운영자에게 왜 이런 카페를 만들었는지 물었지만 답을 듣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익명성을 이용해 특별한 근거도 없는 비난이 대부분입니다. <녹취>초등학생 : “얼굴도 못생겼고 눈 진짜 작아서 돋보기예요. 생긴 거 자체가 웃겨요. 얼굴도 길쭉해서 납작하게 해주고 싶어요.” <녹취>초등학생 : “그냥 싫어요. (왜?) 모르겠는데 일단 그냥 싫다고 해야 되나? 이유도 없는데 그냥 싫어요.” 인터넷공간에서 무차별적으로 공격당한 교사들의 기분은 어떨까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의 비난에 충격이 더 크다고 합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안티카페가 생긴 한 초등학교 교사를 만나봤습니다. 처음엔 아이들이 올린 글을 보고 믿지 못하는 표정이었는데요. <녹취>피해교사 : “나에 대한 안티카페가 있다? 동명이인이겠지...” 매일 보던 아이들이 자신을 향해 쓴 욕설과 비방글을 보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녹취>피해교사 : “저한테는 충격적이에요. 나한테는... 내가 애들한테 이렇게 혼을 내기는 했지만 진짜 폭력이란 걸 써본 적도 없고...” 안티카페뿐 아니라 최근에는 선생님을 괴롭히는 이메일까지 보내는 학생들이 있다고 합니다. <녹취>피해교사 : “왜 걔만 더 예뻐하느냐 하는 항의성 메일이긴 했는데 그 내용은 정말 지금 생각해도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의 굉장히 성적인 욕이었죠. 모멸감을 느끼는...” 이렇게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사이버폭력을 당한 교사들은 회의감을 느껴 담임 자리를 내놓거나 심지어 교단을 떠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녹취>피해교사 : “처음에는 정말 충격이고요. 머리가 하얗죠. 감정적으로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 된 듯 한 느낌이 좀 들죠. 나는 교사로서 자격이 없나 내지는 어떻게 이런 얘기를 듣고 내가 이런 걸 하면서 아이들 앞에 설 수가 있을까...” <인터뷰>손애라(초등학교 교사) : “특별하게 선생님들한테 대처방법이 있는 게 아니에요. 그걸 보냈다고 해서 그 아이를 혼을 낸다든지 야단을 친다든지 별도의 지도를 하는 거 자체가 내가 얘한테 보복성 지도를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대부분 널리 널리 퍼지지 않기를 바라고 안으로 삭히고 그런 거죠.” 교사들의 피해도 피해지만 이처럼 선생님의 권위가 실추된 상황에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지도 의문인데요. <인터뷰>김문희(학부모) : “우리 때는 선생님 그림자도 못 밟았는데 지금 그렇게 되면 진정한 교육이 될까 걱정이 되고 선생님들이 열의를 가지고 하시는 분들께 얼마나 상처가 될지...” 그렇다면 학생들이 선생님들에게 이토록 적대감을 갖는 이유는 뭘까요? <인터뷰>황상민(연세대학교 심리학과교수) : “실제로 사이버 공간에서 누구를 욕하는 거는 그 사람에 대한 직접적인 욕이 아니라 그 욕하는 말을 하거나 글을 올리는 사람들이 엄청난 공격성을 아무한테나 퍼부어대고 있는 일종의 배설작용을 하고 있다는 거죠.” 문제는 교사안티카페뿐만 아니라 인터넷 공간에서 악성댓글, 욕설과 인신공격성 글을 쓰는 게 아이들에게는 마치 놀이처럼 받아들여진다는 점입니다. <녹취>초등학생 : “악성댓글 같은 거 달아요. 근데 욕인데... 짜증난다. 귀여운 척하지 마라. (댓글 다는 거) 재밌어요. 짜증내는 사람들보고 하니까 좋아요.” <녹취>초등학생 : “저희가 안티카페를 만들고 그 애를 계속 한명을 욕하면요. 그것만으로도 통쾌해져요. 쌓였던 게 다 풀려요.” 보건복지가족부 조사결과를 보면 청소년들은 학교폭력보다 악플이나 헛소문 같은 사이버 폭력에 대한 불안감이 더 크다고 하는데요. 최근 안티카페나 악성댓글 등 사이버폭력이 기승인데요. 심지어 학생들이 선생님이 싫다며 만든 교사안티카페까지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인터넷은 아이들에게 득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는데요...아이들의 인터넷 이용에 문제는 없는지, 이번 기회에 각 가정에서 한번 쯤 살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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