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현대시, 태어난 지 꼭 100년 해

입력 2008.11.22 (21:28) 수정 2008.11.2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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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올해는 우리 현대시가 태어난 지 꼭 100년이 되는 해입니다만, 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요.

시를 사랑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열정을 다하고 있는 이 시대의 시인들을 조성훈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공연 준비에 한창인 한 극단의 연습실입니다.

똑같은 이름때문에 오해를 받고 경찰서에 끌려온 한 시인의 이야기, 시인은 자신의 정체성을 강변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조롱뿐입니다.

<녹취> "저는 시인입니다. 시인에겐 낭만이 있어요. 낭만에 이유가 없다고요..." "낭만, 지금 시대가 어느땐데 낭만이니 뭐니 떠들고 다니면서..."

원작자는 최치언 시인,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시인이 될 것을 결심하자 주위에서 비슷한 우려와 비아냥을 받았었습니다.

하지만 시가 잊혀져가는 시대, 시인에 대한 조롱과 편견이 지배하는 시대야말로 시인의 결심을 더욱 굳게 만들었습니다.

<인터뷰> 최치언(시인) : "개인화되고 고립화되는 우리 사회의 문제들이 시를 통해 치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시인의 소신은 연극에서 그치지않습니다.

젊은 만화가와 손잡고 이른바 만화 시집을 발표합니다.

<인터뷰> 변기현(만화가) : "공부처럼 접근하게 되는 시인데, 의미를 어렵게 찾지 않으면 굉장히 쉽게 접근할 수가 있어요."

서울의 한 문화회관, 한 달에 한번 시인과 독자들이 만나는 시 낭송회가 한창입니다.

<녹취> 황금찬(낙엽시초) : "...이별을 생각하지 말자 그리고 문을 닫으라 낙엽, 다시는 내 가는 곳을 묻지 말라..."

아흔이 넘은 노시인의 목소리엔 열정이 가득합니다.

올해 91세 황금찬 시인, 시인은 한 자치단체에서 여는 시 강연과 교육 현장에 10여년 넘게 빠짐없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현대시 100년사를 오롯이 살아온 노시인의 마지막 소명은 착하고 아름다운 시의 마음을 더욱더 많은 사람에게 일깨워주는 것입니다.

<인터뷰> 황금찬(시인) : "시는 즉 아름다움이요, 선한 것이다. 시를 사랑하고 시를 많이 읽게되면 얼마나 아름답겠습니까..."


노 시인의 이끌림에 그동안 시를 떠났던 많은 사람들이 하나 둘 다시 시의 마음을 찾아 나서고 있습니다.

등록 시인만 8천여 명에, 시 동인지도 백여 종류, 여기에 노벨 문학상 후보로 우리 시인이 꾸준히 거론되는 등 우리 현대시는 탄생 100년만에 커다란 질적, 양적 성장을 이뤄왔습니다.

당대의 환희와 슬픔을 같이하며 사람들의 가슴을 적셔줬던 시는 그러나 이제 넘쳐나는 대중음악과 영화, 드라마에 밀리며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종길(시인/47년 등단) : "인간의 제 모습을 늘 돌이켜 생각하면서 살아간다는 중요한 의미를 시나 예술이 수행하고 있는 것이죠."

삶을 위로하고, 앞 날을 희망하는 우리의 현대시, 더 많은 이들의 참여 속에 또 다른 백년의 진화를 꿈꾸고 있습니다.

KBS 뉴스 조성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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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현대시, 태어난 지 꼭 100년 해
    • 입력 2008-11-22 20:53:56
    • 수정2008-11-22 2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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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올해는 우리 현대시가 태어난 지 꼭 100년이 되는 해입니다만, 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요. 시를 사랑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열정을 다하고 있는 이 시대의 시인들을 조성훈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공연 준비에 한창인 한 극단의 연습실입니다. 똑같은 이름때문에 오해를 받고 경찰서에 끌려온 한 시인의 이야기, 시인은 자신의 정체성을 강변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조롱뿐입니다. <녹취> "저는 시인입니다. 시인에겐 낭만이 있어요. 낭만에 이유가 없다고요..." "낭만, 지금 시대가 어느땐데 낭만이니 뭐니 떠들고 다니면서..." 원작자는 최치언 시인,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시인이 될 것을 결심하자 주위에서 비슷한 우려와 비아냥을 받았었습니다. 하지만 시가 잊혀져가는 시대, 시인에 대한 조롱과 편견이 지배하는 시대야말로 시인의 결심을 더욱 굳게 만들었습니다. <인터뷰> 최치언(시인) : "개인화되고 고립화되는 우리 사회의 문제들이 시를 통해 치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시인의 소신은 연극에서 그치지않습니다. 젊은 만화가와 손잡고 이른바 만화 시집을 발표합니다. <인터뷰> 변기현(만화가) : "공부처럼 접근하게 되는 시인데, 의미를 어렵게 찾지 않으면 굉장히 쉽게 접근할 수가 있어요." 서울의 한 문화회관, 한 달에 한번 시인과 독자들이 만나는 시 낭송회가 한창입니다. <녹취> 황금찬(낙엽시초) : "...이별을 생각하지 말자 그리고 문을 닫으라 낙엽, 다시는 내 가는 곳을 묻지 말라..." 아흔이 넘은 노시인의 목소리엔 열정이 가득합니다. 올해 91세 황금찬 시인, 시인은 한 자치단체에서 여는 시 강연과 교육 현장에 10여년 넘게 빠짐없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현대시 100년사를 오롯이 살아온 노시인의 마지막 소명은 착하고 아름다운 시의 마음을 더욱더 많은 사람에게 일깨워주는 것입니다. <인터뷰> 황금찬(시인) : "시는 즉 아름다움이요, 선한 것이다. 시를 사랑하고 시를 많이 읽게되면 얼마나 아름답겠습니까..." 노 시인의 이끌림에 그동안 시를 떠났던 많은 사람들이 하나 둘 다시 시의 마음을 찾아 나서고 있습니다. 등록 시인만 8천여 명에, 시 동인지도 백여 종류, 여기에 노벨 문학상 후보로 우리 시인이 꾸준히 거론되는 등 우리 현대시는 탄생 100년만에 커다란 질적, 양적 성장을 이뤄왔습니다. 당대의 환희와 슬픔을 같이하며 사람들의 가슴을 적셔줬던 시는 그러나 이제 넘쳐나는 대중음악과 영화, 드라마에 밀리며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종길(시인/47년 등단) : "인간의 제 모습을 늘 돌이켜 생각하면서 살아간다는 중요한 의미를 시나 예술이 수행하고 있는 것이죠." 삶을 위로하고, 앞 날을 희망하는 우리의 현대시, 더 많은 이들의 참여 속에 또 다른 백년의 진화를 꿈꾸고 있습니다. KBS 뉴스 조성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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