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지리정보시스템

입력 2001.03.14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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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구지하철 가스폭발사고 이후 지하 매설물의 위치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서 만든 지리정보시스템이 절반 이상 엉터리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덕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300여 명의 사상자를 냈던 대구지하철 가스폭발사고.
지하에 가스관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공사를 벌이다 일어난 어처구니 없는 대형참사입니다.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해 정부는 지난 98년부터 970억원을 들여 전국 주요도시 지하에 매설된 시설물의 위치를 표시한 지리정보시스템 구축작업을 벌였습니다.
이런 작업이 끝난 경기도 고양시의 한 도로. 지리정보시스템대로라면 이곳 지하에 상수도관이 묻혀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탐지기로 조사를 해 보니 엉뚱하게도 전선케이블이 묻혀 있습니다.
⊙김상도(측량 특급기술자): 이 수치는 상수관로가 아닌 통신케이블이 나타났을 때의 반응입니다.
⊙기자: 인근의 다른 도로입니다.
지리정보시스템에는 도로 한가운데에 상수도관이 매설되어 있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오른쪽으로 3m이상 떨어진 곳에 상수도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사정은 서울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리정보시스템의 하수도 위치가 실제의 하수도가 묻힌 곳과는 2.4m나 차이가 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렇게 지하시설물의 위치가 실제와 달라 부적합 판정을 받은 곳은 전국에 모두 14군데.
지리정보시스템 구축을 마친 23곳의 절반을 넘습니다.
⊙신귀호(대한측량협회 심사부장):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을 사용했을 시는 가스관이나 송유관을 건드려서 엄청난 사고를 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기자: 이렇게 1000억원에 가까운 돈이 들어간 국책사업이 엉터리가 된 것은 전문인력이 투입돼야 하는 작업에 단순노동자인 공공근로자들이 동원됐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전문기술이 전혀 없는 공공근로자들에게 열흘 정도의 기본교육만 시킨 뒤 지하시설물 조사에 투입한 것입니다.
⊙건교부 관계자: 국가에서 공공근로자 동원한 게 잘못이죠.
⊙기자: 엄청난 규모의 예산을 들이고도 부실하게 이루어진 지하시설물 조사.
잘못된 자료 때문에 언제 또다시 대형참사가 일어날지 주민들은 불안하기만 합니다.
KBS뉴스 김덕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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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엉터리 지리정보시스템
    • 입력 2001-03-14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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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구지하철 가스폭발사고 이후 지하 매설물의 위치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서 만든 지리정보시스템이 절반 이상 엉터리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덕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300여 명의 사상자를 냈던 대구지하철 가스폭발사고. 지하에 가스관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공사를 벌이다 일어난 어처구니 없는 대형참사입니다.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해 정부는 지난 98년부터 970억원을 들여 전국 주요도시 지하에 매설된 시설물의 위치를 표시한 지리정보시스템 구축작업을 벌였습니다. 이런 작업이 끝난 경기도 고양시의 한 도로. 지리정보시스템대로라면 이곳 지하에 상수도관이 묻혀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탐지기로 조사를 해 보니 엉뚱하게도 전선케이블이 묻혀 있습니다. ⊙김상도(측량 특급기술자): 이 수치는 상수관로가 아닌 통신케이블이 나타났을 때의 반응입니다. ⊙기자: 인근의 다른 도로입니다. 지리정보시스템에는 도로 한가운데에 상수도관이 매설되어 있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오른쪽으로 3m이상 떨어진 곳에 상수도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사정은 서울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리정보시스템의 하수도 위치가 실제의 하수도가 묻힌 곳과는 2.4m나 차이가 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렇게 지하시설물의 위치가 실제와 달라 부적합 판정을 받은 곳은 전국에 모두 14군데. 지리정보시스템 구축을 마친 23곳의 절반을 넘습니다. ⊙신귀호(대한측량협회 심사부장):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을 사용했을 시는 가스관이나 송유관을 건드려서 엄청난 사고를 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기자: 이렇게 1000억원에 가까운 돈이 들어간 국책사업이 엉터리가 된 것은 전문인력이 투입돼야 하는 작업에 단순노동자인 공공근로자들이 동원됐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전문기술이 전혀 없는 공공근로자들에게 열흘 정도의 기본교육만 시킨 뒤 지하시설물 조사에 투입한 것입니다. ⊙건교부 관계자: 국가에서 공공근로자 동원한 게 잘못이죠. ⊙기자: 엄청난 규모의 예산을 들이고도 부실하게 이루어진 지하시설물 조사. 잘못된 자료 때문에 언제 또다시 대형참사가 일어날지 주민들은 불안하기만 합니다. KBS뉴스 김덕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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