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비만 교실 지원 기금 ‘줄줄 샌다’

입력 2009.02.27 (22:1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정부가 2년 전 만든 어린이 비만 교실이 부실 투성입니다.
치료 프로그램은 시늉뿐이고 지원 기금도 엉뚱한 곳으로 새고 있습니다.
박예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어린이들이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국가차원에서 어린이 비만을 관리하겠다며 정부가 지난 2007년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비만 어린이 건강관리교실의 한장면입니다.

비만 교실이 운영되는 한 체육관을 찾아가봤습니다.

어린이들이 한시간 남짓한 교육 시간동안 스트레칭과 줄넘기를 반복합니다.

일반 태권도장 수강생까지 섞여 있는 모습이 비만전문 교육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녹취> 비만교실 참여 어린이 : "저희 둘은 키 크려고 왔어요."

<녹취> 비만교실 강사 : "비만인 애들도 있고, 기존에 했던 일반 애들도 있죠."

애초 홍보한 비만 교실과는 교육 내용도, 갖추고 있는 기구도 전혀 다릅니다.

<녹취> 비만 교실 강사 :"지금 (프로그램이) 딱 정해져 있지는 않고요. 애들 여러명 다루다보면, 말도 좀 안 듣기도 하고 그러잖아요. 그러다 보면 시간도 부족하고..."

비만교실 운영 업체가 복지부에 제출한 서류를 보면 1주일에 두 번 운동지도는 기본이고, 종합 체력 측정과 식생활 교정, 건강 식단 까지 제공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실제로는 흔히 하는 운동이 끝난 뒤 칭찬 스티커를 나눠주는 게 비만 교육의 전부였습니다.

<인터뷰> 비만교실 운영업체 관계자 : "규정에 위반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 걸 저희가 부인하는 건 아닙니다. 극복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고요."

그런데도 정부가 학부모에게 나눠준 바우처 카드를 통해 매달 4만 원 씩 자동 결제가 됩니다.

심지언 비만 수업을 그만둔 어린이의 바우처계좌에서까지 돈이 빠져나갔습니다.

<인터뷰> 이용우(학부모) : "분명히 그만 둔다, 돈을 빼지 말라고 얘기했는데 확인해보니까 돈이 빠져나갔더라구요."

지난 2007년 8월부터 복지부와 지자체가 비만 교실에 쏟아부은 돈은 85억 원.

학부모들도 매달 많게는 6만 원까지 돈을 내 왔습니다.

복지부는 이런 부실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2년 동안 까맣게 몰랐습니다.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얘깁니다.

<인터뷰> 장호연(복지부) : "바우처 부정 사용이 나올 수 있는데 어떤 경우든지 철저히 관리해서 그런 상황 생기면 제공기관 취소라든가 그렇게 하겠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복지부는 뒤늦게 점검을 지시했지만 관리책임을 업체 측에 미뤘습니다.

<인터뷰> 김종해(가톨릭대 교수) : "서비스 가격이나 서비스 품질 내용을 규제할 수 있어야 되는데 현실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정부 기관이 없습니다."

복지부의 무책임한 관리아래 부실한 비만 교실이 운영되는곳 또 다른 세금낭비의 현장입니다.

KBS 뉴스 박예원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어린이 비만 교실 지원 기금 ‘줄줄 샌다’
    • 입력 2009-02-27 21:21:15
    뉴스 9
<앵커 멘트> 정부가 2년 전 만든 어린이 비만 교실이 부실 투성입니다. 치료 프로그램은 시늉뿐이고 지원 기금도 엉뚱한 곳으로 새고 있습니다. 박예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어린이들이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국가차원에서 어린이 비만을 관리하겠다며 정부가 지난 2007년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비만 어린이 건강관리교실의 한장면입니다. 비만 교실이 운영되는 한 체육관을 찾아가봤습니다. 어린이들이 한시간 남짓한 교육 시간동안 스트레칭과 줄넘기를 반복합니다. 일반 태권도장 수강생까지 섞여 있는 모습이 비만전문 교육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녹취> 비만교실 참여 어린이 : "저희 둘은 키 크려고 왔어요." <녹취> 비만교실 강사 : "비만인 애들도 있고, 기존에 했던 일반 애들도 있죠." 애초 홍보한 비만 교실과는 교육 내용도, 갖추고 있는 기구도 전혀 다릅니다. <녹취> 비만 교실 강사 :"지금 (프로그램이) 딱 정해져 있지는 않고요. 애들 여러명 다루다보면, 말도 좀 안 듣기도 하고 그러잖아요. 그러다 보면 시간도 부족하고..." 비만교실 운영 업체가 복지부에 제출한 서류를 보면 1주일에 두 번 운동지도는 기본이고, 종합 체력 측정과 식생활 교정, 건강 식단 까지 제공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실제로는 흔히 하는 운동이 끝난 뒤 칭찬 스티커를 나눠주는 게 비만 교육의 전부였습니다. <인터뷰> 비만교실 운영업체 관계자 : "규정에 위반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 걸 저희가 부인하는 건 아닙니다. 극복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고요." 그런데도 정부가 학부모에게 나눠준 바우처 카드를 통해 매달 4만 원 씩 자동 결제가 됩니다. 심지언 비만 수업을 그만둔 어린이의 바우처계좌에서까지 돈이 빠져나갔습니다. <인터뷰> 이용우(학부모) : "분명히 그만 둔다, 돈을 빼지 말라고 얘기했는데 확인해보니까 돈이 빠져나갔더라구요." 지난 2007년 8월부터 복지부와 지자체가 비만 교실에 쏟아부은 돈은 85억 원. 학부모들도 매달 많게는 6만 원까지 돈을 내 왔습니다. 복지부는 이런 부실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2년 동안 까맣게 몰랐습니다.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얘깁니다. <인터뷰> 장호연(복지부) : "바우처 부정 사용이 나올 수 있는데 어떤 경우든지 철저히 관리해서 그런 상황 생기면 제공기관 취소라든가 그렇게 하겠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복지부는 뒤늦게 점검을 지시했지만 관리책임을 업체 측에 미뤘습니다. <인터뷰> 김종해(가톨릭대 교수) : "서비스 가격이나 서비스 품질 내용을 규제할 수 있어야 되는데 현실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정부 기관이 없습니다." 복지부의 무책임한 관리아래 부실한 비만 교실이 운영되는곳 또 다른 세금낭비의 현장입니다. KBS 뉴스 박예원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