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세계속으로] 인도네시아 석유마을 분쟁

입력 2009.12.11 (11:45) 수정 2009.12.14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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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자바 섬에 사는 마을 주민들은 염소를 치거나 농사를 지어 생계를 유지하는데요.

전통적 농업에 종사하던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몇 년 전부터 원유가 발견된 뒤 주민들의 삶이 달라졌습니다.

마을 앞 우물에서 물을 퍼올리듯이 원유를 쉽게 채굴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원유가 나온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최근에는 미국의 에너지 기업이 대규모 원유 개발에 나섰고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공사장에서 나오는 각종 유해 가스 때문입니다.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가스와 소음은 조용한 시골마을을 온통 뒤흔들고 있는데요.

가스로 인해 호흡 곤란 증상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는데다 하루에 50대씩 오가는 화물차 소음도 심각합니다.

급기야 자바 섬의 세 개 마을 주민들은 원유개발기업을 상대로 거센 항의를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이완 밤방(주민 대표) : “유독가스에 중독돼가는 우리의 건강을 미국의 개발 회사는 책임져야 하며 그에 합당한 보상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주민들의 요구는 세 개 마을 3천 가구에 각각 한 달에 약 3만 2천 원씩 보상하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주민들의 피해를 쉽게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요.

원유 개발의 지분을 미국 기업이 60%나 갖고 있는 상황에서 피해를 입증할 객관적인 자료도 없이 회사측을 압박해봐야 소용없다는 것입니다.

법적 책임 여부가 확실치 않기 때문에 인도네시아 정부도 별다른 방책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파자르(의회 의원) : “유독가스로 인한 피해가 확실하다는 근거가 있어야 주민들의 피해를 주장할 수 있지요.”

이곳 마을 사람들은 땅만 파면 원유가 쏟아져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가난한 생활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요.

내 집 앞마당에서 나오는 원유라도 정부의 허가 없이 함부로 채굴하면 1억 원의 벌금이 부과되기 때문입니다.

설령 허가를 받더라도 영세한 주민들이 직접 나설 경우 개발비용이 더 들어가는 상황이어서 그림의 떡과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자바 섬 사람들은 다국적 에너지 기업이 만들어내는 각종 공해에 시달리고 질병까지 얻고 있다며 불만입니다.

신의 선물이자 검은 보석으로 불리는 석유.

하지만 이 곳 주민들에게는 더 이상 축복이 아니라 검은 저주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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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09-12-14 13:43:54
    지구촌뉴스
인도네시아 자바 섬에 사는 마을 주민들은 염소를 치거나 농사를 지어 생계를 유지하는데요. 전통적 농업에 종사하던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몇 년 전부터 원유가 발견된 뒤 주민들의 삶이 달라졌습니다. 마을 앞 우물에서 물을 퍼올리듯이 원유를 쉽게 채굴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원유가 나온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최근에는 미국의 에너지 기업이 대규모 원유 개발에 나섰고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공사장에서 나오는 각종 유해 가스 때문입니다.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가스와 소음은 조용한 시골마을을 온통 뒤흔들고 있는데요. 가스로 인해 호흡 곤란 증상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는데다 하루에 50대씩 오가는 화물차 소음도 심각합니다. 급기야 자바 섬의 세 개 마을 주민들은 원유개발기업을 상대로 거센 항의를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이완 밤방(주민 대표) : “유독가스에 중독돼가는 우리의 건강을 미국의 개발 회사는 책임져야 하며 그에 합당한 보상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주민들의 요구는 세 개 마을 3천 가구에 각각 한 달에 약 3만 2천 원씩 보상하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주민들의 피해를 쉽게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요. 원유 개발의 지분을 미국 기업이 60%나 갖고 있는 상황에서 피해를 입증할 객관적인 자료도 없이 회사측을 압박해봐야 소용없다는 것입니다. 법적 책임 여부가 확실치 않기 때문에 인도네시아 정부도 별다른 방책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파자르(의회 의원) : “유독가스로 인한 피해가 확실하다는 근거가 있어야 주민들의 피해를 주장할 수 있지요.” 이곳 마을 사람들은 땅만 파면 원유가 쏟아져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가난한 생활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요. 내 집 앞마당에서 나오는 원유라도 정부의 허가 없이 함부로 채굴하면 1억 원의 벌금이 부과되기 때문입니다. 설령 허가를 받더라도 영세한 주민들이 직접 나설 경우 개발비용이 더 들어가는 상황이어서 그림의 떡과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자바 섬 사람들은 다국적 에너지 기업이 만들어내는 각종 공해에 시달리고 질병까지 얻고 있다며 불만입니다. 신의 선물이자 검은 보석으로 불리는 석유. 하지만 이 곳 주민들에게는 더 이상 축복이 아니라 검은 저주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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