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잡는 ‘음주 후 저체온증’

입력 2010.01.03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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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새해 각오를 다지기 위해 산에 오르거나, 주변 분들에게 인사를 다니다 보면 술이 빠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 데요.

요즘 같은 강추위엔 저체온증으로 자칫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고 합니다.

황현택 기자가 실험을 통해 그 위험성을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등산객들이 눈발이 흩날리는 산길을 오릅니다.

그러길 잠시, 여기저기서 술판이 벌어집니다.

아슬아슬한 절벽 위에서도 어김없이 술잔이 오갑니다.

<녹취> 등산객: (이 맛으로 오는 거 아녜요? 산에?) "아까 올라올 때도 양주에 폭탄 드시는 분들도 있던데. 저 밑에서."

이런 음주 산행은 사고 위험은 물론, 체온이 35도 밑으로 떨어지는 저체온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땀을 흘린 뒤 차가운 바람을 맞는 동안 몸 안의 체온은 계속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전성권(북한산 경찰 산악 구조대장): "우리가 1년이면 120여 건의 사고를 처리하는데 그 중에 60~70% 이상이 음주로 인한 사고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취객들로 넘쳐나는 밤 거리.

만취 상태로 길에서 잠이 들었다 병원에 실려오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건강 상태가 양호한 이 20대 남성,

식사 도중 소주 1병 반을 마시고 영하 1도의 추위 속에 50분을 노출시킨 뒤 열 화상 카메라로 체온 변화를 살펴봤습니다.

먼저 신체 표면 온도.

추위에 바로 노출됐던 얼굴 쪽은 체온이 크게 떨어져 새파랗게 변했지만, 옷을 입고 있던 상반신은 술 기운이 오르자 이전보다 더 붉은 빛으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신체 내부 온도는 34.2도까지 떨어져 곧바로 저체온증이 시작됐습니다.

술기운 탓에 후끈거린다 해도 체온이 35도 아래로 내려가면 주요 장기의 기능은 저하되기 시작합니다.

<인터뷰> 서태규(실험 참가자): "술을 안 마시는 친구들을 옆에서 보면 이 친구들은 갑자기 추위를 타는데 저는 좀 좀 괜찮고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게다가 술에 취하면 판단력과 순발력까지 떨어집니다.

<인터뷰>이기호 교수(강남차병원 가정의학과): "실제로는 혈관이 확장되면서 열을 지속적으로 빼앗기게 되고요. 일시적으로 술을 먹은게 열이 나는 것 같은 기분은 들지만, 결과적으로는 저체온증을 조장하게 됩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과음을 피하고, 불가피하게 술을 마시더라도 체온 유지에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KBS뉴스 황현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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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잡는 ‘음주 후 저체온증’
    • 입력 2010-01-03 07:5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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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새해 각오를 다지기 위해 산에 오르거나, 주변 분들에게 인사를 다니다 보면 술이 빠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 데요. 요즘 같은 강추위엔 저체온증으로 자칫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고 합니다. 황현택 기자가 실험을 통해 그 위험성을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등산객들이 눈발이 흩날리는 산길을 오릅니다. 그러길 잠시, 여기저기서 술판이 벌어집니다. 아슬아슬한 절벽 위에서도 어김없이 술잔이 오갑니다. <녹취> 등산객: (이 맛으로 오는 거 아녜요? 산에?) "아까 올라올 때도 양주에 폭탄 드시는 분들도 있던데. 저 밑에서." 이런 음주 산행은 사고 위험은 물론, 체온이 35도 밑으로 떨어지는 저체온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땀을 흘린 뒤 차가운 바람을 맞는 동안 몸 안의 체온은 계속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전성권(북한산 경찰 산악 구조대장): "우리가 1년이면 120여 건의 사고를 처리하는데 그 중에 60~70% 이상이 음주로 인한 사고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취객들로 넘쳐나는 밤 거리. 만취 상태로 길에서 잠이 들었다 병원에 실려오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건강 상태가 양호한 이 20대 남성, 식사 도중 소주 1병 반을 마시고 영하 1도의 추위 속에 50분을 노출시킨 뒤 열 화상 카메라로 체온 변화를 살펴봤습니다. 먼저 신체 표면 온도. 추위에 바로 노출됐던 얼굴 쪽은 체온이 크게 떨어져 새파랗게 변했지만, 옷을 입고 있던 상반신은 술 기운이 오르자 이전보다 더 붉은 빛으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신체 내부 온도는 34.2도까지 떨어져 곧바로 저체온증이 시작됐습니다. 술기운 탓에 후끈거린다 해도 체온이 35도 아래로 내려가면 주요 장기의 기능은 저하되기 시작합니다. <인터뷰> 서태규(실험 참가자): "술을 안 마시는 친구들을 옆에서 보면 이 친구들은 갑자기 추위를 타는데 저는 좀 좀 괜찮고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게다가 술에 취하면 판단력과 순발력까지 떨어집니다. <인터뷰>이기호 교수(강남차병원 가정의학과): "실제로는 혈관이 확장되면서 열을 지속적으로 빼앗기게 되고요. 일시적으로 술을 먹은게 열이 나는 것 같은 기분은 들지만, 결과적으로는 저체온증을 조장하게 됩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과음을 피하고, 불가피하게 술을 마시더라도 체온 유지에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KBS뉴스 황현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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