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세상 적응 못해서” 광복절 특사 납치극

입력 2010.02.15 (08:50) 수정 2010.02.1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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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고급 외제차 주인을 납치해 거액을 요구하다 적발된 납치 사건이 지난주에 있었는데요.



납치극을 벌인 두 사람, 알고봤더니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모범수들이었습니다.



이민우 기자, 모범수로 풀려났는데, 도대체 왜 또 범죄를 저지른 겁니까?



<리포트>



네. 물론 이번 범행의 목적은 단번에 큰 돈을 벌겠다는 생각에서였는데요.



그러나 오랜 수감생활로 인해 세상에 적응하기 어려워서 이런 일을 벌인 것으로도 보여집니다.



두 사람은 20년 가까이 교도소 생활을 하고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는데요.



세상에 나와서 적응하려 노력했지만 세상이 너무 달라졌고, 돈 벌기도 힘들고 사기도 당하고 그래서 이런 일을 다시 꾸몄다는 겁니다.



다시 교도소로 가게 된 2인조 납치범의 사연, 취재했습니다.



지난 9일 새벽 4시, 서울의 한 주택가. 고급 외제차가 아파트에 들어서려는 순간, 뒤따라오던 차가 일부러 이 차를 들이받습니다.



<인터뷰> 임정일(팀장/서초경찰서 강력2팀) : "피해자가 내려서 “당신들, 음주운전 한 것 아니냐. 도대체 뭐하는 짓이냐.” 라고 할 때 주먹으로 얼굴하고 머리를 사정없이 때린 것이지요. 발로 차고."



영문도 모르고 얻어맞은 외제차주인 김모씨, 뒤따르던 차의 두 남자에게 납치됐습니다.



두 남자는 김씨를 인근 야산으로 끌고 가 묶어놓은 뒤 현금 1억을 요구했습니다.



납치당한 김씨는 회사 직원을 통해 7천만원을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했고, 이 직원은 납치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납치된지 12시간이 지난 오후 4시쯤, 돈을 주기로 약속한 장소에 납치범 가운데 한 명이 나타납니다.



<인터뷰> 임정일(팀장/서초경찰서 강력2팀) : "갑자기 누군가가 차량 앞 쪽에서 뛰어서 도망가더라고요. 직감적으로 안 것이지요. 범인이라는 것을요. 한 500미터 떨어진 주택가에서 검거를 한 것이에요."



약속 장소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던 또 다른 납치범은 범행이 실패로 돌아가자, 김씨를 풀어주고 도주하다 결국 붙잡혔습니다.



<녹취> 피의자 최씨 : "무조건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피해자는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임정일(팀장/서초경찰서 강력2팀) : "협박당하는 과정에서 심하게 폭행을 당했고 도주하는 과정에서 한 번 붙잡혀서 심하게 폭행을 당해서 응급실에서 치료 중입니다."



카드 빚 때문에, 집을 구하려고 사람을 납치했다는 두 남자, 경찰 조사 결과 5년 전 광복절에 특사로 풀려난 교도소 동기였습니다.



<인터뷰> 임정일(팀장/서초경찰서 강력2팀) : "강씨는 강도 살인으로 무기징역, 1986년도에 (교도소로) 들어갔고 최씨는 1988년도에 살인죄로 무기징역 선고 받고 (두 사람이) 대전 교도소에서 같이 생활을 했어요."



강도 살인이라는 낙인이 찍혀 교도소에서 무기수 생활을 했지만, 두 사람은 대표적인 모범수였다고 합니다.



<녹취> 최씨와 함께 교도소에서 지냈던 수감자 : "(교도소) 안에서는 착한 사람이었어요. 징역 사는 사람 중에서 제일 모범수로서 대표였어요. 저런 사람이 어떻게 죄를 짓고 징역을 살까."



<녹취> 강씨와 함께 교도소에서 지냈던 수감자 : "나이 드신 어머니가 면회를 오시고 어머니 때문에라도 잘 살아야 한다고 했어요."



두 사람은 수감된지 20년도 안돼 모범적인 수형 생활을 인정받아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습니다.



출소 후에는 교도소에서 배운 목공일 등으로 전국의 공사장을 돌아다니며 조금씩 세상에 적응하게 됩니다.



<녹취> 피의자 최씨와 강씨 지인 : "교도소 안 가고 살아보려고 강원도 건설 현장 가서도 일했어요. 출소해서 많이 막노동 했어요."



서로 다른 곳에서 살던 두 사람이 함께 살기 시작 한 것은 지난해 10월, 혼자 살던 최씨 집에 오갈데 없던 강씨가 오게 된 것입니다.



<녹취> 이웃주민 : "워낙 얌전해요. 뭐 없음 없다고 그러고 우리 집 와서 해코지하고 그런 건 없었어요. 못 되게 구는 사람은 아니에요."



그러나 20년 가까이 교도소 생활을 하는 동안 세상은 달라도 너무 달라졌습니다. 사회생활 적응도 쉽지 않았습니다.



<녹취> 피의자 최씨 지인 : "요거트 주니까 어떻게 먹는지 알아요? 우리 같으면 (뚜껑을) 까서 먹잖아요. 이걸 깔 줄 모르더라고요."



<녹취> 피의자 최씨와 강씨 지인 : "사람과 사람이 산다는 게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어떨 때는 교도소가 더 편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는 (얘기를) 가끔 하더라고요."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로웠던 강씨와 최씨, 그래서 사기도 많이 당했다고 합니다.



<녹취> 피의자 강씨 지인 : "**신문, 이런데서 500만원을 융통하려고 그러니까 카드 번호를 불러 달라. 비밀번호를 알아야 한다. 사회생활이 짧은 탓에 비밀번호를 가르쳐 준거에요. 그것 때문에 500만 원 정도를 그 쪽에서 불법으로 (피의자) 카드를 써버린 거예요."



열심히 일을 해도 돈이 모이기는 커녕 사기만 당해 빚만 늘어갔던 강씨와 최씨, 결국 인질 강도라는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된 것입니다.



<녹취> 피의자 강씨 지인 : "나는 이렇게 막노동도 해서 열심히 벌어먹고 살려는데 세상은 도와주는 것도 없고 그런 상태에서 진짜 좋은 차타고 (다니는 사람) 보면 저 사람 한 번 칠까, (이런 말을) 농담 삼아서 한다는 말이에요. 근데 그게 실행이 된 것 같아요."



두 사람이 그랬듯이 오랫동안 수감되었다 사회에 나오면 다시 범죄의 유혹에 빠져들기 쉽다고 경찰은 말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임정일(팀장/서초경찰서 강력2팀) : "크게 재산을 모아서 나오는 것도 아니고 사회 물정을 너무 몰라요. 전철 타는 방법도 처음에는 잘 모른다고 할 정도고 음식 먹는 방법도 잘 모르기도 하고 문화도 20년 전에 비해서 많이 바뀌고 생각도 많이 바뀌고 하니까 적응을 잘 못하는 편이지요."



경찰은 광복절 특사로 풀려나 인질 강도극을 벌인 두 사람을 상대로 여죄를 캐고 있습니다.



20대에 교도소에 들어가 40대에 세상에 나온 두 사람, 결국 40대 후반에 다시 교도소로 들어가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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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세상 적응 못해서” 광복절 특사 납치극
    • 입력 2010-02-15 08:50:30
    • 수정2010-02-15 10:4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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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고급 외제차 주인을 납치해 거액을 요구하다 적발된 납치 사건이 지난주에 있었는데요.

납치극을 벌인 두 사람, 알고봤더니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모범수들이었습니다.

이민우 기자, 모범수로 풀려났는데, 도대체 왜 또 범죄를 저지른 겁니까?

<리포트>

네. 물론 이번 범행의 목적은 단번에 큰 돈을 벌겠다는 생각에서였는데요.

그러나 오랜 수감생활로 인해 세상에 적응하기 어려워서 이런 일을 벌인 것으로도 보여집니다.

두 사람은 20년 가까이 교도소 생활을 하고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는데요.

세상에 나와서 적응하려 노력했지만 세상이 너무 달라졌고, 돈 벌기도 힘들고 사기도 당하고 그래서 이런 일을 다시 꾸몄다는 겁니다.

다시 교도소로 가게 된 2인조 납치범의 사연, 취재했습니다.

지난 9일 새벽 4시, 서울의 한 주택가. 고급 외제차가 아파트에 들어서려는 순간, 뒤따라오던 차가 일부러 이 차를 들이받습니다.

<인터뷰> 임정일(팀장/서초경찰서 강력2팀) : "피해자가 내려서 “당신들, 음주운전 한 것 아니냐. 도대체 뭐하는 짓이냐.” 라고 할 때 주먹으로 얼굴하고 머리를 사정없이 때린 것이지요. 발로 차고."

영문도 모르고 얻어맞은 외제차주인 김모씨, 뒤따르던 차의 두 남자에게 납치됐습니다.

두 남자는 김씨를 인근 야산으로 끌고 가 묶어놓은 뒤 현금 1억을 요구했습니다.

납치당한 김씨는 회사 직원을 통해 7천만원을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했고, 이 직원은 납치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납치된지 12시간이 지난 오후 4시쯤, 돈을 주기로 약속한 장소에 납치범 가운데 한 명이 나타납니다.

<인터뷰> 임정일(팀장/서초경찰서 강력2팀) : "갑자기 누군가가 차량 앞 쪽에서 뛰어서 도망가더라고요. 직감적으로 안 것이지요. 범인이라는 것을요. 한 500미터 떨어진 주택가에서 검거를 한 것이에요."

약속 장소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던 또 다른 납치범은 범행이 실패로 돌아가자, 김씨를 풀어주고 도주하다 결국 붙잡혔습니다.

<녹취> 피의자 최씨 : "무조건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피해자는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임정일(팀장/서초경찰서 강력2팀) : "협박당하는 과정에서 심하게 폭행을 당했고 도주하는 과정에서 한 번 붙잡혀서 심하게 폭행을 당해서 응급실에서 치료 중입니다."

카드 빚 때문에, 집을 구하려고 사람을 납치했다는 두 남자, 경찰 조사 결과 5년 전 광복절에 특사로 풀려난 교도소 동기였습니다.

<인터뷰> 임정일(팀장/서초경찰서 강력2팀) : "강씨는 강도 살인으로 무기징역, 1986년도에 (교도소로) 들어갔고 최씨는 1988년도에 살인죄로 무기징역 선고 받고 (두 사람이) 대전 교도소에서 같이 생활을 했어요."

강도 살인이라는 낙인이 찍혀 교도소에서 무기수 생활을 했지만, 두 사람은 대표적인 모범수였다고 합니다.

<녹취> 최씨와 함께 교도소에서 지냈던 수감자 : "(교도소) 안에서는 착한 사람이었어요. 징역 사는 사람 중에서 제일 모범수로서 대표였어요. 저런 사람이 어떻게 죄를 짓고 징역을 살까."

<녹취> 강씨와 함께 교도소에서 지냈던 수감자 : "나이 드신 어머니가 면회를 오시고 어머니 때문에라도 잘 살아야 한다고 했어요."

두 사람은 수감된지 20년도 안돼 모범적인 수형 생활을 인정받아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습니다.

출소 후에는 교도소에서 배운 목공일 등으로 전국의 공사장을 돌아다니며 조금씩 세상에 적응하게 됩니다.

<녹취> 피의자 최씨와 강씨 지인 : "교도소 안 가고 살아보려고 강원도 건설 현장 가서도 일했어요. 출소해서 많이 막노동 했어요."

서로 다른 곳에서 살던 두 사람이 함께 살기 시작 한 것은 지난해 10월, 혼자 살던 최씨 집에 오갈데 없던 강씨가 오게 된 것입니다.

<녹취> 이웃주민 : "워낙 얌전해요. 뭐 없음 없다고 그러고 우리 집 와서 해코지하고 그런 건 없었어요. 못 되게 구는 사람은 아니에요."

그러나 20년 가까이 교도소 생활을 하는 동안 세상은 달라도 너무 달라졌습니다. 사회생활 적응도 쉽지 않았습니다.

<녹취> 피의자 최씨 지인 : "요거트 주니까 어떻게 먹는지 알아요? 우리 같으면 (뚜껑을) 까서 먹잖아요. 이걸 깔 줄 모르더라고요."

<녹취> 피의자 최씨와 강씨 지인 : "사람과 사람이 산다는 게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어떨 때는 교도소가 더 편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는 (얘기를) 가끔 하더라고요."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로웠던 강씨와 최씨, 그래서 사기도 많이 당했다고 합니다.

<녹취> 피의자 강씨 지인 : "**신문, 이런데서 500만원을 융통하려고 그러니까 카드 번호를 불러 달라. 비밀번호를 알아야 한다. 사회생활이 짧은 탓에 비밀번호를 가르쳐 준거에요. 그것 때문에 500만 원 정도를 그 쪽에서 불법으로 (피의자) 카드를 써버린 거예요."

열심히 일을 해도 돈이 모이기는 커녕 사기만 당해 빚만 늘어갔던 강씨와 최씨, 결국 인질 강도라는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된 것입니다.

<녹취> 피의자 강씨 지인 : "나는 이렇게 막노동도 해서 열심히 벌어먹고 살려는데 세상은 도와주는 것도 없고 그런 상태에서 진짜 좋은 차타고 (다니는 사람) 보면 저 사람 한 번 칠까, (이런 말을) 농담 삼아서 한다는 말이에요. 근데 그게 실행이 된 것 같아요."

두 사람이 그랬듯이 오랫동안 수감되었다 사회에 나오면 다시 범죄의 유혹에 빠져들기 쉽다고 경찰은 말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임정일(팀장/서초경찰서 강력2팀) : "크게 재산을 모아서 나오는 것도 아니고 사회 물정을 너무 몰라요. 전철 타는 방법도 처음에는 잘 모른다고 할 정도고 음식 먹는 방법도 잘 모르기도 하고 문화도 20년 전에 비해서 많이 바뀌고 생각도 많이 바뀌고 하니까 적응을 잘 못하는 편이지요."

경찰은 광복절 특사로 풀려나 인질 강도극을 벌인 두 사람을 상대로 여죄를 캐고 있습니다.

20대에 교도소에 들어가 40대에 세상에 나온 두 사람, 결국 40대 후반에 다시 교도소로 들어가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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