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입양이 불법 체류?…다문화가족 눈물

입력 2010.02.16 (09:06) 수정 2010.02.1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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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한 50대 한국인 어머니가파키스탄인은 입양했는데 그 아들은 여전히 불법체류자 신셉니다.

사법부도 입양의 진정성을 일단 인정했는데요.

이민우 기자!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이유가 뭡니까?

<리포트>

비록 입양한 외국인이지만 어머니에겐 사랑스런 아들일 뿐이겠죠.

하지만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입장은 다릅니다.그 입양이 진짜냐, 혹시 불법 취업을 위한 가짜 입양은 아니냐는거죠.

그래서 법원의 1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아들은 여전히 불법체류자 신세인거죠.

다문화 가정 다문화 사회,이 가족의 사연에 더 관심을 가져야하는 이윱니다.

지난 12일,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한국으로 귀화한 파키스탄인 정태일씨가 이곳을 찾습니다.

이곳에 갇혀있는 무하마드 이판씨를 만나기 위해섭니다.

<인터뷰> 정태일(이영애씨 사위/2002년 귀화) : "8일날 이태원동에서 12시 아니면 11시 반에 잡혔어요. 이곳에 갇힌 이판씨는 현재 불법체류자 신분, 한국에서 불법 취업을 했다는 이유로 붙잡혀 있습니다."

붙잡힌지 닷새 만에 일시 보호해제로 풀려난 이판씨.

나오자마자 어머니부터 걱정합니다.

<인터뷰> 카와자 무하마드 이판(2005년 입양) : "어머님이 많이 보고 싶어서...제가 전화했는데...보고 싶어서..."

그가 걱정하는 어머니는 놀랍게도 한국인 58살 이영애씨입니다.

<현장음> "배가 쏙 들어갔네. 얼굴도 까칠하고..."

<인터뷰> 이영애(카와자 무하마드 이판 어머니) : "(잡혀서) 밥도 못 먹는 것 같고...나도 못 먹고...쟤(이판) 마음은 얼마나 아팠겠어요. 쟤가 마음아팠을 것 생각하면 속상하고..."

5년 전 이영애씨가 이판씨를 성인 입양한 것입니다.

법적으로 이판씨는 이영애씨의 아들인데요.

그런데 왜 아직 불법 체류자 신분일까?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이판씨의 체류 기간을 연장해주지 않은 겁니다.

<녹취> 의정부 출입국 관리사무소 관계자 : "성인 입양을 빙자해서 불법 취업을 했다는 점이랄지 입양의 진위성을...우리가 실태 조사가 한계가 있다."

순수한 입양이 목적인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지 의심이 간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이영애(카와자 무하마드 이판 어머니) : "열이 나서 다녔어요. 아들한테 왜 이렇게 하느냐 하는 속상한 생각만 들고...불법으로 한 게 아닌데...왜 이렇게 트집잡고 해야 되나 싶어서 속이 상해서 다녔죠."

결국 이영애씨는 아들 이판씨의 체류 기간을 연장해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냈고, 지난 2일 승소했습니다.

무려 3년이 걸린 소송이었습니다.

<인터뷰> 추헌영(원고 측 변호사) : "법원은 피고가 원고에 대해 내린 체류기간 연장 불허 결정과 출국 명령을 취소하라는 명령을 선포하였습니다."

성인 입양이지만 입양의 진정성이 인정되고, 그래서 체류기간을 연장해줘야 한다는게 법원의 판결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출입국 관리 사무소가 항소하게 되면 기나긴 법정 싸움을 계속해야할 상황입니다.

<녹취> 의정부 출입국 관리사무소 관계자 : "항소될지 안될지 지금 그것은 모르겠고요. 항소 끝난 다음에 이야기 할 수 있겠습니다."

<인터뷰> 이영애(카와자 무하마드 이판 어머니) : "가장 힘들었던건 불법체류자. 그 낙인이 쟤한테 항상 있다는거...어딜가도 맘 놓고 못 가고...자다가도 생각하면...걔라도 편하게 살아야 되는데..."

이영애씨가 아들 이판씨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지난 99년, 먼 타국에 와서 지내는 이판씨가 늘 마음에 걸렸고, 특히 우직하고 성실한 모습에 애착이 갔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영애(카와자 무하마드 이판 어머니) : "(예전에 여기서) 부대찌개 식당을 했었어요. 그때 얘를 만났고 얘가 여기 놀러오고 (첫 인상이) 어딘지 모르게 정이 가는 사람...하나도 낯설지 않고...얼굴에 손이 쉽게 가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이영애씨도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외국 사람이었던 큰 사위 정태일씨를 만나며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된 건데요.

<인터뷰> 정태일(2002년 파키스탄에서 귀화) : "자기 딸 걱정해서 (외국 사람인) 날 반대한거예요. 시간이 지나면서 어머님도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이젠 이판씨가 친아들같은 느낌이 들고, 파키스탄에 사는 이판의 친엄마와도 가족처럼 막역하게 지내게 됐습니다.

<인터뷰> 이영애(카와자 무하마드 이판 어머니) : "엄마들끼리 인터넷으로 (화상전화) 하면 저를 이판 엄마라고 부르거든요. 나보고 엄마라고 하면 안되죠.그쪽이 먼저 엄마인데(라고) 하니까 아니라고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그런 말도 하거든요."

이영애씨의 성인 입양과 이번 판결은 국내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을 깨는 작은 계기이기도 합니다.

<인터뷰> 추헌영(원고 측 변호사) : "이런 판결로 다문화 다인종 사회로 가는 국내의 상황에서 작은 밑돌 하나를 놓은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영애씨는 입양한 아들 이판이 그저 평범한 아들이 되기만 바라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영애(카와자 무하마드 이판 어머니) : "나도 저를 사랑하니까...저도 아까 그러잖아요. 앞으로 잘할게요. (잘)하는 아들이 되면 좋죠. 나한테 꼭 잘하라는게 아니라열심히 해서 훌륭한 삶 사는 걸 바라는 것 밖에 없어요."

<인터뷰> 카와자 무하마드 이판(2005년 입양) : "(지금도) 엄마랑 같이 살고 있는데요. 계속 나랑 살았으면 좋겠어요."

불법체류 문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격하게 처리해야겠다는 게 출입국 관리사무소의 입장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영애씨의 성인 입양은 법원에서도 인정해준만큼 하루 빨리 문제가 풀리기를 새로운 가족들은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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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2-16 09:06:08
    • 수정2010-02-16 10:2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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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한 50대 한국인 어머니가파키스탄인은 입양했는데 그 아들은 여전히 불법체류자 신셉니다. 사법부도 입양의 진정성을 일단 인정했는데요. 이민우 기자!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이유가 뭡니까? <리포트> 비록 입양한 외국인이지만 어머니에겐 사랑스런 아들일 뿐이겠죠. 하지만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입장은 다릅니다.그 입양이 진짜냐, 혹시 불법 취업을 위한 가짜 입양은 아니냐는거죠. 그래서 법원의 1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아들은 여전히 불법체류자 신세인거죠. 다문화 가정 다문화 사회,이 가족의 사연에 더 관심을 가져야하는 이윱니다. 지난 12일,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한국으로 귀화한 파키스탄인 정태일씨가 이곳을 찾습니다. 이곳에 갇혀있는 무하마드 이판씨를 만나기 위해섭니다. <인터뷰> 정태일(이영애씨 사위/2002년 귀화) : "8일날 이태원동에서 12시 아니면 11시 반에 잡혔어요. 이곳에 갇힌 이판씨는 현재 불법체류자 신분, 한국에서 불법 취업을 했다는 이유로 붙잡혀 있습니다." 붙잡힌지 닷새 만에 일시 보호해제로 풀려난 이판씨. 나오자마자 어머니부터 걱정합니다. <인터뷰> 카와자 무하마드 이판(2005년 입양) : "어머님이 많이 보고 싶어서...제가 전화했는데...보고 싶어서..." 그가 걱정하는 어머니는 놀랍게도 한국인 58살 이영애씨입니다. <현장음> "배가 쏙 들어갔네. 얼굴도 까칠하고..." <인터뷰> 이영애(카와자 무하마드 이판 어머니) : "(잡혀서) 밥도 못 먹는 것 같고...나도 못 먹고...쟤(이판) 마음은 얼마나 아팠겠어요. 쟤가 마음아팠을 것 생각하면 속상하고..." 5년 전 이영애씨가 이판씨를 성인 입양한 것입니다. 법적으로 이판씨는 이영애씨의 아들인데요. 그런데 왜 아직 불법 체류자 신분일까?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이판씨의 체류 기간을 연장해주지 않은 겁니다. <녹취> 의정부 출입국 관리사무소 관계자 : "성인 입양을 빙자해서 불법 취업을 했다는 점이랄지 입양의 진위성을...우리가 실태 조사가 한계가 있다." 순수한 입양이 목적인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지 의심이 간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이영애(카와자 무하마드 이판 어머니) : "열이 나서 다녔어요. 아들한테 왜 이렇게 하느냐 하는 속상한 생각만 들고...불법으로 한 게 아닌데...왜 이렇게 트집잡고 해야 되나 싶어서 속이 상해서 다녔죠." 결국 이영애씨는 아들 이판씨의 체류 기간을 연장해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냈고, 지난 2일 승소했습니다. 무려 3년이 걸린 소송이었습니다. <인터뷰> 추헌영(원고 측 변호사) : "법원은 피고가 원고에 대해 내린 체류기간 연장 불허 결정과 출국 명령을 취소하라는 명령을 선포하였습니다." 성인 입양이지만 입양의 진정성이 인정되고, 그래서 체류기간을 연장해줘야 한다는게 법원의 판결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출입국 관리 사무소가 항소하게 되면 기나긴 법정 싸움을 계속해야할 상황입니다. <녹취> 의정부 출입국 관리사무소 관계자 : "항소될지 안될지 지금 그것은 모르겠고요. 항소 끝난 다음에 이야기 할 수 있겠습니다." <인터뷰> 이영애(카와자 무하마드 이판 어머니) : "가장 힘들었던건 불법체류자. 그 낙인이 쟤한테 항상 있다는거...어딜가도 맘 놓고 못 가고...자다가도 생각하면...걔라도 편하게 살아야 되는데..." 이영애씨가 아들 이판씨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지난 99년, 먼 타국에 와서 지내는 이판씨가 늘 마음에 걸렸고, 특히 우직하고 성실한 모습에 애착이 갔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영애(카와자 무하마드 이판 어머니) : "(예전에 여기서) 부대찌개 식당을 했었어요. 그때 얘를 만났고 얘가 여기 놀러오고 (첫 인상이) 어딘지 모르게 정이 가는 사람...하나도 낯설지 않고...얼굴에 손이 쉽게 가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이영애씨도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외국 사람이었던 큰 사위 정태일씨를 만나며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된 건데요. <인터뷰> 정태일(2002년 파키스탄에서 귀화) : "자기 딸 걱정해서 (외국 사람인) 날 반대한거예요. 시간이 지나면서 어머님도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이젠 이판씨가 친아들같은 느낌이 들고, 파키스탄에 사는 이판의 친엄마와도 가족처럼 막역하게 지내게 됐습니다. <인터뷰> 이영애(카와자 무하마드 이판 어머니) : "엄마들끼리 인터넷으로 (화상전화) 하면 저를 이판 엄마라고 부르거든요. 나보고 엄마라고 하면 안되죠.그쪽이 먼저 엄마인데(라고) 하니까 아니라고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그런 말도 하거든요." 이영애씨의 성인 입양과 이번 판결은 국내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을 깨는 작은 계기이기도 합니다. <인터뷰> 추헌영(원고 측 변호사) : "이런 판결로 다문화 다인종 사회로 가는 국내의 상황에서 작은 밑돌 하나를 놓은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영애씨는 입양한 아들 이판이 그저 평범한 아들이 되기만 바라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영애(카와자 무하마드 이판 어머니) : "나도 저를 사랑하니까...저도 아까 그러잖아요. 앞으로 잘할게요. (잘)하는 아들이 되면 좋죠. 나한테 꼭 잘하라는게 아니라열심히 해서 훌륭한 삶 사는 걸 바라는 것 밖에 없어요." <인터뷰> 카와자 무하마드 이판(2005년 입양) : "(지금도) 엄마랑 같이 살고 있는데요. 계속 나랑 살았으면 좋겠어요." 불법체류 문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격하게 처리해야겠다는 게 출입국 관리사무소의 입장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영애씨의 성인 입양은 법원에서도 인정해준만큼 하루 빨리 문제가 풀리기를 새로운 가족들은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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