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을 여는 발걸음] 탈북자 공작원 등 위험에도 중국으로 가는 이유는?

입력 2010.04.17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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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한국인 남성이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에게 포섭돼 탈북자 사냥꾼 노릇을 하다 검거됐습니다.

북한을 이탈하는 주민들이 계속해서 늘어나자 다급해진 북한 당국은 탈북자들을 겨냥해 경고와 위협의 수위를 한 층 높이고 있는데요.

특히 요즘 들어서는 탈북자나 중국 상인 등으로 위장한 채 중국 내 북한이탈주민들을 색출해 북으로 끌고 가는 북한 공작원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고 합니다.

탈북자들이 운영하는 대북 라디오매체 자유북한방송, 이 단체에 소속된 한국 국적의 탈북남성 이모 씨가 지난 2월 북한에 납치 됐다고 단체 대표가 주장했습니다.

지난 2008년 남한에 입국한 실종자 이 씨는 지난해 6월부터 중국을 오가며 북한 내부 소식을 전하는 통신원으로 활동했습니다.

그러던 지난 2월 19일 이후 지금까지 연락이 두절되고 있습니다.

혼자 탈북 했던 이 씨는 연락이 끊기기 하루 전 단체 대표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쪽에 남겨둔 가족을 데려오기 위해 중국 단둥에 간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습니다.

그후 8일 뒤인 지난 2월 26일 북한은 한국인 4명을 억류했다는 소식을 전했고, 단체는 북한의 납치를 확신해 북한 내부의 다른 통신원을 통해 이 씨의 행방을 수소문했습니다.

<녹취>김성민(자유북한방송 대표) : "신의주를 거쳐서 평양으로 직송됐어요. 초기에. 단둥에서 신의주에서 바로 평양으로 갔어요. 그래서 이건 ‘미리 사전에 준비된 거구나’라고 판단하고 있어요."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들은 뒤를 쫒아온 북한 공작원들과, 또 이들과 연계된 중국 공안의 추적을 피해 도망자 신세로 살아갑니다.

최근에는 남한에서 중국으로 건너간 한국인 마저 북한에 포섭돼 탈북자 사냥꾼 노릇을 하다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마약을 투약한 적이 있는 이 50대 남자는 지난 1999년 중국에서 좋은 마약을 구해주겠다는 북한 공작원에게 포섭됐습니다.

이듬해엔 북한에 들어가 공작원 교육까지 받았습니다.

이 사건이 더욱 충격을 주는 것은 한국인이 북한 공작원 노릇을 할 정도라면 중국 내 탈북자들을 노리는 북한 공작원이나 북한에 매수된 중국인 공작원은 수없이 많을 것으로 추청되기 때문입니다.

<녹취>최성용(납북자가족모임 대표) : "쉽게 접근하기 좋은 사람들로해서 활동하게끔하고 탈북자들 부지기수로 보이는 대로 끌고 가거든요."

신변 안전에 대한 위협은 비단 중국 내 탈북자들 뿐만이 아닙니다.

이미 남한에 들어와 한국 국적을 취득한 탈북자들도 위험에 적잖이 노출돼 있습니다.

4년 전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 박상길 씨.

박 씨는 중국의 북-중 국경지역을 오가며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식자재 등을 구입해 중국 내 거래선에 물건을 공급하는 일입니다.

탈북 후 남한에 들어오기 전 6년 동안이나 중국에 머물다보니 중국 내 인맥도 넓고 물정도 훤한 편입니다.

하지만 북중 국경지역을 드나드는 것은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탈북자를 잡으려는 북한 공작원이 득실대고 혹시라도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라는 것이 알려지면 닥치는 대로 잡아들이는 중국 공안에 잡히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박 씨는 지난 2003년 중국에서 남한입국을 앞두고 아찔한 고비를 넘기기도 했습니다.

<녹취>박상길(가명)(탈북자) : "(중국에서)이제 다음날이면 떠나자는 걸 그날 저녁에 어디 식당에서 모여서 밥먹자고 약속했거든요. 안갔거든요. (나중에 다른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너네는 안잡혔는가 이렇게 물어보는 거에요. 그래서 뭐가 잡혔냐 물으니 그날 저녁에 식당에 갔다가 홀까닥 잡혔다고 누가 고자질해서...."

함께 한국에 가자며 탈북자로 위장한 북한 공작원의 전형적인 수법에 걸려든 것입니다.

탈북자를 색출하는 북한 공작원들의 수법도 날로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해 북한을 탈출한 심성복 씨는 북한 공작원들이 어떻게 접근하는지 경험담을 상세히 전했습니다.

<녹취>심성복(가명)(탈북자) : "(북한 공작원들이)탈북자들을 많이 알아가지고 친하게 지내면서 같이 술 마시고 서로 속에 있는 소리도 하면은 그 다음에 거주지도 알고. (그러다가) 중국 깡패들하고 협력해가지고 납치해오라고 그렇게 임무를 주는 것도 있습니다.”

북한에서 추적 나온 탈북자 사냥꾼들이 이렇게 기승을 부리는 원인은 바로 북한 당국의 채근과 닦달 때문입니다.

<녹취>심성복(가명)(탈북자) : "(북한 당국으로부터) 임무를 받았는데 아무라도 잡아가지 않으면 또 욕먹거든요. 그러니까 닥치는 대로 잡아서 내(끌고) 가는 거죠."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고도 한국 국적을 취득한 일부 탈북자들은 중국을 드나들며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목숨 걸고 할 정도의 돈벌이도 안되지만, 남한 내에서 딱히 할 일도 마땅치 않은 처지라 어쩔 수 없습니다.

<녹취>박상길(가명)(탈북자) : "한국에 와서는 기술도 없고 아무것도 없으니까 아무거나 제가 배워서 나가야 되니까 나이가 있으니까 힘들어요."“솔직히 한국보다 거기(중국)에 대해서 너무 잘 알고”

탈북자 중 남성은 전체의 30%미만입니다.

또 통계를 보면 취업률이 여성보다 낮습니다.

그만큼 취직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얘긴데, 그러다 보니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있고, 여러모로 정착에 애로점이 많은 게 냉혹한 현실입니다.

많은 탈북 남성들이 속칭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자조하면서 오늘도 위험 천만한 북-중 접경지대로 또다시 발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은 자유롭고 풍족한 남쪽 사회에 왔지만 취업난 등으로 적응의 벽을 넘기는 쉽지 않은데요.

일부 탈북자들은 남한 내부에 깊이 뿌리 내리지 못하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중국을 드나들며 불안정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들이 하루빨리 안착할 수 있도록 한국 사회의 따뜻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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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을 여는 발걸음] 탈북자 공작원 등 위험에도 중국으로 가는 이유는?
    • 입력 2010-04-17 09:3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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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한국인 남성이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에게 포섭돼 탈북자 사냥꾼 노릇을 하다 검거됐습니다. 북한을 이탈하는 주민들이 계속해서 늘어나자 다급해진 북한 당국은 탈북자들을 겨냥해 경고와 위협의 수위를 한 층 높이고 있는데요. 특히 요즘 들어서는 탈북자나 중국 상인 등으로 위장한 채 중국 내 북한이탈주민들을 색출해 북으로 끌고 가는 북한 공작원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고 합니다. 탈북자들이 운영하는 대북 라디오매체 자유북한방송, 이 단체에 소속된 한국 국적의 탈북남성 이모 씨가 지난 2월 북한에 납치 됐다고 단체 대표가 주장했습니다. 지난 2008년 남한에 입국한 실종자 이 씨는 지난해 6월부터 중국을 오가며 북한 내부 소식을 전하는 통신원으로 활동했습니다. 그러던 지난 2월 19일 이후 지금까지 연락이 두절되고 있습니다. 혼자 탈북 했던 이 씨는 연락이 끊기기 하루 전 단체 대표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쪽에 남겨둔 가족을 데려오기 위해 중국 단둥에 간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습니다. 그후 8일 뒤인 지난 2월 26일 북한은 한국인 4명을 억류했다는 소식을 전했고, 단체는 북한의 납치를 확신해 북한 내부의 다른 통신원을 통해 이 씨의 행방을 수소문했습니다. <녹취>김성민(자유북한방송 대표) : "신의주를 거쳐서 평양으로 직송됐어요. 초기에. 단둥에서 신의주에서 바로 평양으로 갔어요. 그래서 이건 ‘미리 사전에 준비된 거구나’라고 판단하고 있어요."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들은 뒤를 쫒아온 북한 공작원들과, 또 이들과 연계된 중국 공안의 추적을 피해 도망자 신세로 살아갑니다. 최근에는 남한에서 중국으로 건너간 한국인 마저 북한에 포섭돼 탈북자 사냥꾼 노릇을 하다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마약을 투약한 적이 있는 이 50대 남자는 지난 1999년 중국에서 좋은 마약을 구해주겠다는 북한 공작원에게 포섭됐습니다. 이듬해엔 북한에 들어가 공작원 교육까지 받았습니다. 이 사건이 더욱 충격을 주는 것은 한국인이 북한 공작원 노릇을 할 정도라면 중국 내 탈북자들을 노리는 북한 공작원이나 북한에 매수된 중국인 공작원은 수없이 많을 것으로 추청되기 때문입니다. <녹취>최성용(납북자가족모임 대표) : "쉽게 접근하기 좋은 사람들로해서 활동하게끔하고 탈북자들 부지기수로 보이는 대로 끌고 가거든요." 신변 안전에 대한 위협은 비단 중국 내 탈북자들 뿐만이 아닙니다. 이미 남한에 들어와 한국 국적을 취득한 탈북자들도 위험에 적잖이 노출돼 있습니다. 4년 전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 박상길 씨. 박 씨는 중국의 북-중 국경지역을 오가며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식자재 등을 구입해 중국 내 거래선에 물건을 공급하는 일입니다. 탈북 후 남한에 들어오기 전 6년 동안이나 중국에 머물다보니 중국 내 인맥도 넓고 물정도 훤한 편입니다. 하지만 북중 국경지역을 드나드는 것은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탈북자를 잡으려는 북한 공작원이 득실대고 혹시라도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라는 것이 알려지면 닥치는 대로 잡아들이는 중국 공안에 잡히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박 씨는 지난 2003년 중국에서 남한입국을 앞두고 아찔한 고비를 넘기기도 했습니다. <녹취>박상길(가명)(탈북자) : "(중국에서)이제 다음날이면 떠나자는 걸 그날 저녁에 어디 식당에서 모여서 밥먹자고 약속했거든요. 안갔거든요. (나중에 다른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너네는 안잡혔는가 이렇게 물어보는 거에요. 그래서 뭐가 잡혔냐 물으니 그날 저녁에 식당에 갔다가 홀까닥 잡혔다고 누가 고자질해서...." 함께 한국에 가자며 탈북자로 위장한 북한 공작원의 전형적인 수법에 걸려든 것입니다. 탈북자를 색출하는 북한 공작원들의 수법도 날로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해 북한을 탈출한 심성복 씨는 북한 공작원들이 어떻게 접근하는지 경험담을 상세히 전했습니다. <녹취>심성복(가명)(탈북자) : "(북한 공작원들이)탈북자들을 많이 알아가지고 친하게 지내면서 같이 술 마시고 서로 속에 있는 소리도 하면은 그 다음에 거주지도 알고. (그러다가) 중국 깡패들하고 협력해가지고 납치해오라고 그렇게 임무를 주는 것도 있습니다.” 북한에서 추적 나온 탈북자 사냥꾼들이 이렇게 기승을 부리는 원인은 바로 북한 당국의 채근과 닦달 때문입니다. <녹취>심성복(가명)(탈북자) : "(북한 당국으로부터) 임무를 받았는데 아무라도 잡아가지 않으면 또 욕먹거든요. 그러니까 닥치는 대로 잡아서 내(끌고) 가는 거죠."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고도 한국 국적을 취득한 일부 탈북자들은 중국을 드나들며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목숨 걸고 할 정도의 돈벌이도 안되지만, 남한 내에서 딱히 할 일도 마땅치 않은 처지라 어쩔 수 없습니다. <녹취>박상길(가명)(탈북자) : "한국에 와서는 기술도 없고 아무것도 없으니까 아무거나 제가 배워서 나가야 되니까 나이가 있으니까 힘들어요."“솔직히 한국보다 거기(중국)에 대해서 너무 잘 알고” 탈북자 중 남성은 전체의 30%미만입니다. 또 통계를 보면 취업률이 여성보다 낮습니다. 그만큼 취직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얘긴데, 그러다 보니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있고, 여러모로 정착에 애로점이 많은 게 냉혹한 현실입니다. 많은 탈북 남성들이 속칭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자조하면서 오늘도 위험 천만한 북-중 접경지대로 또다시 발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은 자유롭고 풍족한 남쪽 사회에 왔지만 취업난 등으로 적응의 벽을 넘기는 쉽지 않은데요. 일부 탈북자들은 남한 내부에 깊이 뿌리 내리지 못하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중국을 드나들며 불안정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들이 하루빨리 안착할 수 있도록 한국 사회의 따뜻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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