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저출산 가속화…사라지는 분만실

입력 2010.05.28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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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가 된 진 이미 오래죠.

그런데, 설령 아기를 갖는다 해도 낳을 수 있는 분만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슈 앤 뉴스. 먼저 이충헌 기자가 현장을 짚어 봤습니다.

<리포트>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분만실이 매년 90개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난 2004년 1300여 곳이었던 분만실은 4년 새 357개나 줄었습니다.

산부인과 10곳 중 3곳에서만 아기를 받고있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분만실이 사라지다보니 분만을 하는 산부인과가 없는 시군이 쉰 두곳이나 됩니다.

강원도와 경북, 전남 지역은 10개 시군에 분만실이 단 한 곳도 없습니다.

한해 배출되는 산부인과 전문의 수도 절반 이상 뚝 떨어졌습니다.

올해 108명이 배출됐는데, 내년엔 더 줄어 80여 명만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추세라면 10년 뒤엔 분만을 담당하는 의사가 모두 사라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질문> 이렇게 분만실이 사라진다면, 저출산 문제는 더 심화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무엇이 산부인과를 위기에 빠뜨렸는지, 짚어 보겠습니다.

이충헌 기자, 문제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군요.

<답변>

네, 저출산만이 문제가 아니고 이젠 산모가 있어도 낳을 곳이 없는 상황입니다.

분만실이 줄면서 이미 전국의 많은 시군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사라졌습니다. 그 현장을 오수호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강원도 양구군에 사는 정진숙 씨, 지난해 낳은 넷째 아이를 보면 아직도 가슴이 떨립니다.

늦은 밤 갑자기 진통이 왔지만 근처에 산부인과가 없어 구급차를 타고 춘천까지 1시간 넘게 가야 했기 때문입니다.

정씨는 병원으로 가던 중 구급차에서 아이를 낳았습니다.

<인터뷰> 정진숙(강원도 양구군 한전리):"저도 세 아이를 낳았지만 차에서 출산한 건 처음이라 아이가 걱정됐는데 다행히 잘 울더라구요."

지난 2008년 양구군에 접수된 출생신고는 188명, 모두 다른 도시에서 낳아 온 아기였습니다.

보건소와 병원 1곳이 있지만 장비도 의사도 없기 때문입니다.

<녹취> 강원도 양구 보건소 직원:"(산모를)진료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요. 2년 전까지 산부인과 진료가 있었는데 (의사가)다른 곳으로 이동하셨어요."

산부인과가 있는 지방 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이 대학병원은 10년 전 만 해도 신생아가 한 달에 2백 명이 넘었지만 지금은 10명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분만 수가가 낮게 책정돼 건강한 산모만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노의선(춘천 한림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신생아에 대한 적극적인 진료와 지역병원 역할을 감당하기 어렵다."

관할지역에서 아이를 한 명도 출산하지 못한 시,군은 전국에 39곳이나 됩니다.

KBS 뉴스 오수호입니다.

<질문> '산부인과'에 분만실이 없다는 건 가장 기본적인 기능을 못한다는 얘기 아니겠습니까?

어쩌다 이렇게까지 된 겁니까?

<답변>

저출산으로 분만 건수가 줄면서 산부인과 운영이 어려워진 탓입니다.

산부인과는 의료사고도 많은데요, 분만 수가는 애완견 분만 비용보다도 낮습니다.

이러다보니 산부인과를 포기하고 아예 미용성형 등으로 바꾼 산부인과 의사가 적지 않습니다.

그 실태를 김나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0여 년 전만 해도 유명 산부인과였던 이 병원은 최근 산부인과 간판을 떼버리고 피부 비만 치료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분만 진료를 아예 접으면서 신생아실과 분만 장비엔 먼지만 쌓였습니다.

대신 개조한 병원 한 층에선 피부 진료가 한창입니다.

아이를 낳는 여성이 해마다 준데다 현재의 분만 수가로는 수지가 맞지 않아 임대료라도 벌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인터뷰>이기철 (여성의원장/산부인과 전문의):"이제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돼서 어쩔 수 없이 분만을 접게 된 거죠. 다행히 그전부터 다른 길을 찾아서..."

산부인과의 경영난은 이곳만이 아닙니다.

산부인과 의원의 평균 부채는 약 8억 원 정도로 전체 의원 평균보다 2배 이상 많았습니다.

<인터뷰>박노준(산부인과의사회 회장):"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거죠. 이러다가는 산부인과가 붕괴될 거예요. 붕괴 직전이예요. 나중엔 아기 낳을 병원이 없어서 원정 분만을 하게 될거예요."

의사들이 분만 업무를 꺼리는 상황을 해결해주지 않는 한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KBS 뉴스 김나나입니다.

<질문> 출산 '인프라'가 붕괴되고 있는 실정인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변>

전문가나 정부 모두 분만 수가 인상과 취약지역 산부인과 병원 건립에 의견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장석일(산부인과의사회 부회장):"의료분쟁에 대한 해결이 있어야 하는 거고 응급시스템이 정부 차원에서 지원돼야 하는 거고 수가도 현실화돼야 한다는 거죠 강아지 분만보다 사람분만이 더 싸다는 것입니다."

<인터뷰>노길상(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국장):"산부인과 취약지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산부인과가 필요한 곳에 대해서는 산부인과 병원을 짓도록 하고 분만 수가에 대해서는 높이는 방향을 찾고 있다."

건강한 아기를 낳는 것은 국가의 미래가 걸린 일입니다. 분만실이 모두 문을 닫기 전에 정부와 사회 모두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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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저출산 가속화…사라지는 분만실
    • 입력 2010-05-28 22: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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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가 된 진 이미 오래죠. 그런데, 설령 아기를 갖는다 해도 낳을 수 있는 분만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슈 앤 뉴스. 먼저 이충헌 기자가 현장을 짚어 봤습니다. <리포트>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분만실이 매년 90개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난 2004년 1300여 곳이었던 분만실은 4년 새 357개나 줄었습니다. 산부인과 10곳 중 3곳에서만 아기를 받고있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분만실이 사라지다보니 분만을 하는 산부인과가 없는 시군이 쉰 두곳이나 됩니다. 강원도와 경북, 전남 지역은 10개 시군에 분만실이 단 한 곳도 없습니다. 한해 배출되는 산부인과 전문의 수도 절반 이상 뚝 떨어졌습니다. 올해 108명이 배출됐는데, 내년엔 더 줄어 80여 명만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추세라면 10년 뒤엔 분만을 담당하는 의사가 모두 사라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질문> 이렇게 분만실이 사라진다면, 저출산 문제는 더 심화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무엇이 산부인과를 위기에 빠뜨렸는지, 짚어 보겠습니다. 이충헌 기자, 문제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군요. <답변> 네, 저출산만이 문제가 아니고 이젠 산모가 있어도 낳을 곳이 없는 상황입니다. 분만실이 줄면서 이미 전국의 많은 시군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사라졌습니다. 그 현장을 오수호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강원도 양구군에 사는 정진숙 씨, 지난해 낳은 넷째 아이를 보면 아직도 가슴이 떨립니다. 늦은 밤 갑자기 진통이 왔지만 근처에 산부인과가 없어 구급차를 타고 춘천까지 1시간 넘게 가야 했기 때문입니다. 정씨는 병원으로 가던 중 구급차에서 아이를 낳았습니다. <인터뷰> 정진숙(강원도 양구군 한전리):"저도 세 아이를 낳았지만 차에서 출산한 건 처음이라 아이가 걱정됐는데 다행히 잘 울더라구요." 지난 2008년 양구군에 접수된 출생신고는 188명, 모두 다른 도시에서 낳아 온 아기였습니다. 보건소와 병원 1곳이 있지만 장비도 의사도 없기 때문입니다. <녹취> 강원도 양구 보건소 직원:"(산모를)진료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요. 2년 전까지 산부인과 진료가 있었는데 (의사가)다른 곳으로 이동하셨어요." 산부인과가 있는 지방 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이 대학병원은 10년 전 만 해도 신생아가 한 달에 2백 명이 넘었지만 지금은 10명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분만 수가가 낮게 책정돼 건강한 산모만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노의선(춘천 한림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신생아에 대한 적극적인 진료와 지역병원 역할을 감당하기 어렵다." 관할지역에서 아이를 한 명도 출산하지 못한 시,군은 전국에 39곳이나 됩니다. KBS 뉴스 오수호입니다. <질문> '산부인과'에 분만실이 없다는 건 가장 기본적인 기능을 못한다는 얘기 아니겠습니까? 어쩌다 이렇게까지 된 겁니까? <답변> 저출산으로 분만 건수가 줄면서 산부인과 운영이 어려워진 탓입니다. 산부인과는 의료사고도 많은데요, 분만 수가는 애완견 분만 비용보다도 낮습니다. 이러다보니 산부인과를 포기하고 아예 미용성형 등으로 바꾼 산부인과 의사가 적지 않습니다. 그 실태를 김나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0여 년 전만 해도 유명 산부인과였던 이 병원은 최근 산부인과 간판을 떼버리고 피부 비만 치료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분만 진료를 아예 접으면서 신생아실과 분만 장비엔 먼지만 쌓였습니다. 대신 개조한 병원 한 층에선 피부 진료가 한창입니다. 아이를 낳는 여성이 해마다 준데다 현재의 분만 수가로는 수지가 맞지 않아 임대료라도 벌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인터뷰>이기철 (여성의원장/산부인과 전문의):"이제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돼서 어쩔 수 없이 분만을 접게 된 거죠. 다행히 그전부터 다른 길을 찾아서..." 산부인과의 경영난은 이곳만이 아닙니다. 산부인과 의원의 평균 부채는 약 8억 원 정도로 전체 의원 평균보다 2배 이상 많았습니다. <인터뷰>박노준(산부인과의사회 회장):"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거죠. 이러다가는 산부인과가 붕괴될 거예요. 붕괴 직전이예요. 나중엔 아기 낳을 병원이 없어서 원정 분만을 하게 될거예요." 의사들이 분만 업무를 꺼리는 상황을 해결해주지 않는 한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KBS 뉴스 김나나입니다. <질문> 출산 '인프라'가 붕괴되고 있는 실정인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변> 전문가나 정부 모두 분만 수가 인상과 취약지역 산부인과 병원 건립에 의견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장석일(산부인과의사회 부회장):"의료분쟁에 대한 해결이 있어야 하는 거고 응급시스템이 정부 차원에서 지원돼야 하는 거고 수가도 현실화돼야 한다는 거죠 강아지 분만보다 사람분만이 더 싸다는 것입니다." <인터뷰>노길상(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국장):"산부인과 취약지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산부인과가 필요한 곳에 대해서는 산부인과 병원을 짓도록 하고 분만 수가에 대해서는 높이는 방향을 찾고 있다." 건강한 아기를 낳는 것은 국가의 미래가 걸린 일입니다. 분만실이 모두 문을 닫기 전에 정부와 사회 모두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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