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여중생 2명 동반자살, 왜?

입력 2010.06.0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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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틀 전 여중생 2명이 20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숨졌습니다.



이 두 여학생은 사는 곳도 다르고 나이도 달랐지만, 죽음은 같았습니다.



인터넷 자살사이트가 창구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민우 기자, 두 여학생이 왜 이렇게 끔찍한 선택을 하게 된 건가요?



<리포트>



아직 모릅니다.



다만 한 학생은 전교 1등이었다고 합니다.



1등 스트레스가 커서 그 랬다는 말도 있습니다.



문제는 두 학생이 잘 모르는 사이인데, 동반 자살했다는 것입니다.



자살 사이트인 것 같습니다.



주로 2,30대가 이런 동반자살을 했는데, 이번 엔 10대입니다.



자살사이트 하나 못 막냐구요? 막으면 더 은밀한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자살사이트 막는 게 근본 처방도 아니고요.



우리나라 자살율이 왜 세계 최고인지, 청소년들이 무엇 때문에 삶을 버리는지, 그 답을 주지 못하면 이런 동반 자살은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이틀 전 오후 7시, 충남 당진의 한 아파트.



지나가던 시민이 우연히 고개를 들었는데, 아파트 옥상에 두 여학생이 손을 잡고 서 있었습니다.



<녹취> 목격자 양모씨:"사람 얼굴이 빠금히 내미는 거예요. 여자애가. 보자마자 뛰어내렸어요. 손잡고서, 땅 한 번 쓱 보더니 바로 뛰어내렸어요. 1-2초 사이에. 떨어지는 중간에 사람 죽는구나 생각하고 바로 경찰에 신고했어요."



20층에서 투신한 두 사람은 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졌습니다.



투신한 사람은 13살 장 모양과 14살 박모양, 둘 다 중학생이었습니다.



이들의 유서는 발견되지 않은 채 옥상에는 두 여중생의 소지품만이 놓여있었습니다.



<인터뷰> 이상무 (순경/충남 당진경찰서 중앙지구대):"가방 안에 휴대전화하고 지갑하고 수첩, 그리고 무슨 수험표, 시험 본 수험표 하나 있었고요. 그리고 다른 여자 아이거는 휴대전화만 난간에 올려 져서 있었어요."



박양의 거주지는 인천, 장양을 만나기 위해 이곳 당진으로 온 것인데요.



이들의 휴대폰에서는 자살을 약속하는 문자가 여러 개 발견되었습니다.



<인터뷰> 이상무 (순경/충남 당진경찰서 중앙지구대):"평상시 주고받는 문자인데 둘이 별로 친한 사이는 아니고 안지 얼마 안 된 그런 사이가 주고받는 문자 있잖아요. 오후에 만나기로 약속했을 때부터 지금 어디 지나가고 있다. 좀 있으면 만나겠네, 혼자 실행하기 힘들다는 (내용이었어요)"



정확한 자살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숨진 장양의 학교 성적은 뛰어났고, 그 스트레스가 컸을 것이라고 친구들은 말합니다.



<녹취> 장모양 친구:"전교 1등이었어요. 공부 잘했어요. 쉬는 시간에 복도에 잘 안 나왔어요."



<녹취> 장모양 친구:"공부 그거 때문에요. 1등 하고 그러니까.."



두 여학생은 사는 곳도, 나이도 다르고 특별히 친하지도 않아, 인터넷 자살 사이트에서 만나 동반자살을 계획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인터넷이 동반 자살의 창구가 되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이 많았는데요.



지난달에는 경기도 화성과 춘천에서 여덟 명이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줬습니다.



또 부산에서도 메신저로 알게 된 남성 두 명이 차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는데요.



모두 2,30대 성인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10대 여중생들이었습니다.



자살사이트를 통한 동반자살이 10대들에게도 점차 번지고 있는 것입니다.



<현장음> 어떻게 (자살 사이트에) 들어갔어요?



<녹취> 중학생:"네. 블로그 같은 거 들어가면 나와요. 자살사이트.



<녹취>고등학생:"웹 서핑 같은 거 돌다 보면 링크 되는 거 있잖아요. 같이. 링크 된 거 보면 나와 있어요."



실제로 취재 도중 자살을 시도해봤다는 학생을 만났습니다.



<현장음> "자살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 있어요?"



<녹취> 중학생:"많이 해 봤는데.. 시도한 적도 많고, 약도 먹어보고 흉기로도 그어보고요."



<녹취> 중학생:"그냥 살기 싫어서요. 집에서 짜증이 나가지고 엄마가 맨 날 뭐라고 그래서."



사소해 보이는 이유로 자살까지 생각하는 10대들. 어느 세대보다 인터넷에 익숙해, 동반자살의 통로로 악용될 소지가 그만큼 큰 것입니다.



<녹취>고등학생:"혼자 죽기는 무섭고 또 같이 있어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더 마음이 놓이지 않을까요."



<녹취>고등학생:"혼자 죽으면요. 뭔가 용기가 안 날수도 있고 막상 다짐은 했는데 못 이루니까 함께 있으면 자기가 갑자기 마음을 바꿔도 그 사람들이 뛰려고 하면 자기도 미리 말한 것 때문에 뛸 것 같아서..."



그렇다면 왜 자살사이트를 막지 못 하는 걸까? 자살 카페를 폐쇄하고 게시물을 삭제하면, 다른 방법이 동원되는 것입니다.



쪽지나 메신저같은 비공개적인 방법입니다.



<녹취>포털 사이트 관계자:"쪽지나 댓글 같은 경우에는 아직까지 본 것은 없어서 뭐라고 설명하기는 어렵고요. 그 부분까지는 아직 알지를 못해서..."



실제로 논란이 되었던 자살 카페는 공개적으로 모습을 감추었지만 포털 사이트에는 여전히 자살 관련한 글이 수 십 건씩 올라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병수 (교수/서울아산병원 정신과):"‘나와 비슷한 감정을 갖고 있고 힘든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구나.’라는 걸 발견하게 되면 공유하는 느낌을 가지게 되요. 그러면 자살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 조차도 아주 쉬운 일처럼, 동반자가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되지요. 그러면 자살 생각이나 사고 자체가 행동화 하는 게 쉽게 이끌려지게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우리나라는 하루 평균 35명이 자살하고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청소년 자살율도 세계에서 가장 높습니다.



그리고 이젠 인터넷 동반자살이 10대들로까지 퍼져, 더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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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여중생 2명 동반자살, 왜?
    • 입력 2010-06-01 09: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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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틀 전 여중생 2명이 20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숨졌습니다.

이 두 여학생은 사는 곳도 다르고 나이도 달랐지만, 죽음은 같았습니다.

인터넷 자살사이트가 창구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민우 기자, 두 여학생이 왜 이렇게 끔찍한 선택을 하게 된 건가요?

<리포트>

아직 모릅니다.

다만 한 학생은 전교 1등이었다고 합니다.

1등 스트레스가 커서 그 랬다는 말도 있습니다.

문제는 두 학생이 잘 모르는 사이인데, 동반 자살했다는 것입니다.

자살 사이트인 것 같습니다.

주로 2,30대가 이런 동반자살을 했는데, 이번 엔 10대입니다.

자살사이트 하나 못 막냐구요? 막으면 더 은밀한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자살사이트 막는 게 근본 처방도 아니고요.

우리나라 자살율이 왜 세계 최고인지, 청소년들이 무엇 때문에 삶을 버리는지, 그 답을 주지 못하면 이런 동반 자살은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이틀 전 오후 7시, 충남 당진의 한 아파트.

지나가던 시민이 우연히 고개를 들었는데, 아파트 옥상에 두 여학생이 손을 잡고 서 있었습니다.

<녹취> 목격자 양모씨:"사람 얼굴이 빠금히 내미는 거예요. 여자애가. 보자마자 뛰어내렸어요. 손잡고서, 땅 한 번 쓱 보더니 바로 뛰어내렸어요. 1-2초 사이에. 떨어지는 중간에 사람 죽는구나 생각하고 바로 경찰에 신고했어요."

20층에서 투신한 두 사람은 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졌습니다.

투신한 사람은 13살 장 모양과 14살 박모양, 둘 다 중학생이었습니다.

이들의 유서는 발견되지 않은 채 옥상에는 두 여중생의 소지품만이 놓여있었습니다.

<인터뷰> 이상무 (순경/충남 당진경찰서 중앙지구대):"가방 안에 휴대전화하고 지갑하고 수첩, 그리고 무슨 수험표, 시험 본 수험표 하나 있었고요. 그리고 다른 여자 아이거는 휴대전화만 난간에 올려 져서 있었어요."

박양의 거주지는 인천, 장양을 만나기 위해 이곳 당진으로 온 것인데요.

이들의 휴대폰에서는 자살을 약속하는 문자가 여러 개 발견되었습니다.

<인터뷰> 이상무 (순경/충남 당진경찰서 중앙지구대):"평상시 주고받는 문자인데 둘이 별로 친한 사이는 아니고 안지 얼마 안 된 그런 사이가 주고받는 문자 있잖아요. 오후에 만나기로 약속했을 때부터 지금 어디 지나가고 있다. 좀 있으면 만나겠네, 혼자 실행하기 힘들다는 (내용이었어요)"

정확한 자살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숨진 장양의 학교 성적은 뛰어났고, 그 스트레스가 컸을 것이라고 친구들은 말합니다.

<녹취> 장모양 친구:"전교 1등이었어요. 공부 잘했어요. 쉬는 시간에 복도에 잘 안 나왔어요."

<녹취> 장모양 친구:"공부 그거 때문에요. 1등 하고 그러니까.."

두 여학생은 사는 곳도, 나이도 다르고 특별히 친하지도 않아, 인터넷 자살 사이트에서 만나 동반자살을 계획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인터넷이 동반 자살의 창구가 되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이 많았는데요.

지난달에는 경기도 화성과 춘천에서 여덟 명이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줬습니다.

또 부산에서도 메신저로 알게 된 남성 두 명이 차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는데요.

모두 2,30대 성인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10대 여중생들이었습니다.

자살사이트를 통한 동반자살이 10대들에게도 점차 번지고 있는 것입니다.

<현장음> 어떻게 (자살 사이트에) 들어갔어요?

<녹취> 중학생:"네. 블로그 같은 거 들어가면 나와요. 자살사이트.

<녹취>고등학생:"웹 서핑 같은 거 돌다 보면 링크 되는 거 있잖아요. 같이. 링크 된 거 보면 나와 있어요."

실제로 취재 도중 자살을 시도해봤다는 학생을 만났습니다.

<현장음> "자살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 있어요?"

<녹취> 중학생:"많이 해 봤는데.. 시도한 적도 많고, 약도 먹어보고 흉기로도 그어보고요."

<녹취> 중학생:"그냥 살기 싫어서요. 집에서 짜증이 나가지고 엄마가 맨 날 뭐라고 그래서."

사소해 보이는 이유로 자살까지 생각하는 10대들. 어느 세대보다 인터넷에 익숙해, 동반자살의 통로로 악용될 소지가 그만큼 큰 것입니다.

<녹취>고등학생:"혼자 죽기는 무섭고 또 같이 있어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더 마음이 놓이지 않을까요."

<녹취>고등학생:"혼자 죽으면요. 뭔가 용기가 안 날수도 있고 막상 다짐은 했는데 못 이루니까 함께 있으면 자기가 갑자기 마음을 바꿔도 그 사람들이 뛰려고 하면 자기도 미리 말한 것 때문에 뛸 것 같아서..."

그렇다면 왜 자살사이트를 막지 못 하는 걸까? 자살 카페를 폐쇄하고 게시물을 삭제하면, 다른 방법이 동원되는 것입니다.

쪽지나 메신저같은 비공개적인 방법입니다.

<녹취>포털 사이트 관계자:"쪽지나 댓글 같은 경우에는 아직까지 본 것은 없어서 뭐라고 설명하기는 어렵고요. 그 부분까지는 아직 알지를 못해서..."

실제로 논란이 되었던 자살 카페는 공개적으로 모습을 감추었지만 포털 사이트에는 여전히 자살 관련한 글이 수 십 건씩 올라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병수 (교수/서울아산병원 정신과):"‘나와 비슷한 감정을 갖고 있고 힘든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구나.’라는 걸 발견하게 되면 공유하는 느낌을 가지게 되요. 그러면 자살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 조차도 아주 쉬운 일처럼, 동반자가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되지요. 그러면 자살 생각이나 사고 자체가 행동화 하는 게 쉽게 이끌려지게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우리나라는 하루 평균 35명이 자살하고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청소년 자살율도 세계에서 가장 높습니다.

그리고 이젠 인터넷 동반자살이 10대들로까지 퍼져, 더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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