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거짓 사랑에 날아간 15억

입력 2010.07.16 (08:59) 수정 2010.07.2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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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6년 동안 외국의 국립음악대학에서 악기를 전공하던 음악가가 국내 유명대학 교수를 사칭해 돈을 가로챘다가 경찰에 구속됐습니다.



30대 여성 가족을 상대로 2년 반 동안 무려 15억 원을 가로챘는데요.



이재환 기자, 어떻게 감쪽같이 속을 수가 있죠?



<리포트>



네, 소설 같기도 영화 같기도 한 얘기인데요.



사랑인줄 알았더니 돈이 목적이었다는 겁니다.



해외에서 유학을 했다는 사실 하나에 그럴싸한 거짓말들로 포장했습니다.



사업에 성공했다, 그리고 대학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며 증거 서류까지 보여줬습니다.



물론, 모두 가짜였습니다.



거짓말을 밥 먹듯 하면서도 사랑한다, 믿어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랑 때문에 피해 여성 가족은 재산을 모두 날렸습니다.



사랑한다고, 결혼하자던 그 남자.



사랑한단 말만 믿고 모든 걸 내주었는데, 알고 보니 모두가 거짓말이었습니다.



<녹취>이 모씨(피해자) :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잃는다는 것 자체도 힘든데, (상대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더 그렇잖아요. (거짓말이란 걸) 믿고 싶지도 않고... 정말 어떻게 해야 될지 몰랐어요."



사랑을 핑계 삼아 가져간 돈은 무려 15억 원!



한 사람의 거짓말 때문에, 한 집안은 풍비박산 되고 말았습니다.



지난 2007년, 평범한 직장 여성 이 모 씨에게 10년 전 사귀었던 남자친구, 박 모 씨가 찾아왔습니다.



6년 동안 오스트리아의 유명 음악대학에서 트럼펫을 공부하고 온 박씨.



그 동안 사업에도 성공했고, 10년 전에 빌렸던 2억 원을 갚고 싶다고 했습니다.



<녹취>이 모씨(피해자) : "20대 초반에 사귀었다가 금전적인 것 때문에 헤어졌었어요. 2억 원 정도 (빌려준 것 때문에)... (유학 다녀온 후에) 자기가 외국에서 돈을 많이 벌었으니까, ’다시 만나고 싶다, 잊지 못했다, 결혼하고 싶다’ 그래서 다시 만나게 된 거였거든요."



카지노 호텔에 투자해 큰 돈을 벌었다던 박씨. 그런데 또 돈을 요구했습니다.



<녹취>이 모씨(피해자) : "’외국에 있는 돈을 가지고 와야 한다, 경비 등 돈이 필요하다.’ 이게 정말 진짜가 아닌 것 같은데, 저희 친오빠에게는 회계사가 보낸 서류까지 보여줬어요."



믿지 못하는 이 씨 가족에게 박 씨는 한국은행 명의로 된 2천 억 원짜리 지급확인서까지 보여줬습니다.



자신이 투자한 카지노 호텔의 수익금 중 일부를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직접 오스트리아에 데려가기까지 했습니다.



<녹취>이 모씨(피해자) : "친오빠는 (오스트리아에) 두 번을 갔고, 제가 간 건 한 번이에요. 외국에 있는 돈을 찾으러 가자 그래서... 거기에 있는 호텔도 (본인이) 샀다고 얘길 해줬고, 자기가 지분 있는 곳을 데려가면서, 여기가 내 것이라고 얘기 했어요."



이렇게 박 씨가 가져간 돈이 무려 15억 원!



이 씨와 가족들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백만 원, 3백만 원 씩 그리 많지 않은 액수로 돈을 빌렸습니다.



2년 6개월 동안, 260 차례에 이릅니다.



기업가에서 교수로까지 신분을 속이기도 했는데요.



오스트리아 유명 음대를 졸업한 이후, 지금은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조교수로 근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녹취>이 모씨(피해자) : "(피의자의) 가족들은 당연히 교수라고 얘기하고... 옛날 은사님도 앞에서도 강의 이야기하고, ’학교도 교수님이 추천을 해주셔서 이렇게 됐어’하고 얘길 하니까... 저는 당연히 믿을 수밖에 없잖아요."



자신을 박 교수라고 부르던 박 씨.



차츰 이 씨의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손을 뻗치기 시작했습니다.



이 씨의 주변사람들에게 자녀를 서울 유명 대학에 특별전형으로 입학시켜주겠다며, 2명에게 각각 3천만 원과 천 5백만 원을 가져오게 했습니다.



돈을 받은 뒤, 자녀들이 대학에 입학했다는 증거로 가 입학증과 상장을 보내 확신을 줬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했습니다.



카지노 호텔 수익금이라던 돈은 들어오지 않고, 특별전형 입학 얘기는 온데 간데 없어졌습니다.



의심이 커지자, 전화 통화로 일인다역도 서슴치 않았습니다.



<녹취>이 모씨(피해자) : "외국에서 돈을 전해줄 사람이 올 거다, 통역관이다 하는데... (알고 보니) 자기 명의로 다른 핸드폰을 만들어서, (본인이) 음성변조를 해서 일인다역을 한 거예요."



결국 의심하던 이 씨가 교수 사칭과 돈을 가로챈 혐의로 박 씨를 고소했고, 지난 14일, 박씨는 경찰에 붙잡혔는데요. 유명 대학 교수라던 박 씨, 실체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인터뷰> 정종택(서울 중부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경사) : "오스트리아의 국립음악대학을 하지 못하고 국내로 귀국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유학생활을 갔다 와서 국내에서 공연기획사를 운영했는데, 그 기획사가 잘 되지 못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집을 부양해야하고 아버지 빚을 갚아야 되는 입장에서..."



오스트리아 유명 음대는 졸업도 못했고, 자신이 힘 있는 대학 교수라며 건네주던 학생들의 입학증과 상장 등은 인터넷 상에서 만든 가짜서류였습니다.



<인터뷰> 정종택(서울 중부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경사) : "인터넷 상에서 각종 (서류) 양식이 있답니다. 그 양식을 다운 받아서, 안에 내용들만 바꿔서 위조를 했다고..."



국내에서 하던 사업이 잘 안되면서, 그저 돈이 필요해 꾸민 일이었던 겁니다.



<인터뷰> 정종택(서울 중부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경사) : "아버지 빚을 대신 갚아야 하는 입장에서, (전에 사귀던) 피해자 아버지가 재산이 많다는 것을 알고, 그 재산을 편취할 목적으로 거짓말을 시작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모두 드러난 박 씨의 거짓말.



사실이 밝혀지기까지 3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녹취>박 모씨(피의자) : "그 일 때문에 다른 가족들, 그리고 피해준 사람까지 피해를 보게 된 자체는... 제가 죄짓고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당연히 죄를 받는데..."



이 씨의 집안은 그야말로 풍비박산 됐습니다.



지방에 서너 채 집을 소유할 정도로 자산가이던 이 씨의 가족들은 현재 월세 집을 전전해야하는 상황인데요.



박 씨의 말만 믿었다가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녹취>이 모씨(피해자) : "지금 제 집이랑 직장도 잃고, 오히려 빚만 있는 상황이에요. 신용불량에, 남의 집에 얹혀사는 입장이고, 저희 부모님과 친오빠 같은 경우도 집도 잃고 다 잃었죠."



사랑한다는 한 마디에 모든 것 내준 피해자.



하지만 그 사랑의 실체는 돈이 목적인 거짓말이었습니다.



온갖 거짓말로 수십억을 가로챈 피의자는 현재 사기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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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거짓 사랑에 날아간 15억
    • 입력 2010-07-16 08:59:33
    • 수정2010-07-21 09: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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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6년 동안 외국의 국립음악대학에서 악기를 전공하던 음악가가 국내 유명대학 교수를 사칭해 돈을 가로챘다가 경찰에 구속됐습니다.

30대 여성 가족을 상대로 2년 반 동안 무려 15억 원을 가로챘는데요.

이재환 기자, 어떻게 감쪽같이 속을 수가 있죠?

<리포트>

네, 소설 같기도 영화 같기도 한 얘기인데요.

사랑인줄 알았더니 돈이 목적이었다는 겁니다.

해외에서 유학을 했다는 사실 하나에 그럴싸한 거짓말들로 포장했습니다.

사업에 성공했다, 그리고 대학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며 증거 서류까지 보여줬습니다.

물론, 모두 가짜였습니다.

거짓말을 밥 먹듯 하면서도 사랑한다, 믿어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랑 때문에 피해 여성 가족은 재산을 모두 날렸습니다.

사랑한다고, 결혼하자던 그 남자.

사랑한단 말만 믿고 모든 걸 내주었는데, 알고 보니 모두가 거짓말이었습니다.

<녹취>이 모씨(피해자) :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잃는다는 것 자체도 힘든데, (상대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더 그렇잖아요. (거짓말이란 걸) 믿고 싶지도 않고... 정말 어떻게 해야 될지 몰랐어요."

사랑을 핑계 삼아 가져간 돈은 무려 15억 원!

한 사람의 거짓말 때문에, 한 집안은 풍비박산 되고 말았습니다.

지난 2007년, 평범한 직장 여성 이 모 씨에게 10년 전 사귀었던 남자친구, 박 모 씨가 찾아왔습니다.

6년 동안 오스트리아의 유명 음악대학에서 트럼펫을 공부하고 온 박씨.

그 동안 사업에도 성공했고, 10년 전에 빌렸던 2억 원을 갚고 싶다고 했습니다.

<녹취>이 모씨(피해자) : "20대 초반에 사귀었다가 금전적인 것 때문에 헤어졌었어요. 2억 원 정도 (빌려준 것 때문에)... (유학 다녀온 후에) 자기가 외국에서 돈을 많이 벌었으니까, ’다시 만나고 싶다, 잊지 못했다, 결혼하고 싶다’ 그래서 다시 만나게 된 거였거든요."

카지노 호텔에 투자해 큰 돈을 벌었다던 박씨. 그런데 또 돈을 요구했습니다.

<녹취>이 모씨(피해자) : "’외국에 있는 돈을 가지고 와야 한다, 경비 등 돈이 필요하다.’ 이게 정말 진짜가 아닌 것 같은데, 저희 친오빠에게는 회계사가 보낸 서류까지 보여줬어요."

믿지 못하는 이 씨 가족에게 박 씨는 한국은행 명의로 된 2천 억 원짜리 지급확인서까지 보여줬습니다.

자신이 투자한 카지노 호텔의 수익금 중 일부를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직접 오스트리아에 데려가기까지 했습니다.

<녹취>이 모씨(피해자) : "친오빠는 (오스트리아에) 두 번을 갔고, 제가 간 건 한 번이에요. 외국에 있는 돈을 찾으러 가자 그래서... 거기에 있는 호텔도 (본인이) 샀다고 얘길 해줬고, 자기가 지분 있는 곳을 데려가면서, 여기가 내 것이라고 얘기 했어요."

이렇게 박 씨가 가져간 돈이 무려 15억 원!

이 씨와 가족들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백만 원, 3백만 원 씩 그리 많지 않은 액수로 돈을 빌렸습니다.

2년 6개월 동안, 260 차례에 이릅니다.

기업가에서 교수로까지 신분을 속이기도 했는데요.

오스트리아 유명 음대를 졸업한 이후, 지금은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조교수로 근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녹취>이 모씨(피해자) : "(피의자의) 가족들은 당연히 교수라고 얘기하고... 옛날 은사님도 앞에서도 강의 이야기하고, ’학교도 교수님이 추천을 해주셔서 이렇게 됐어’하고 얘길 하니까... 저는 당연히 믿을 수밖에 없잖아요."

자신을 박 교수라고 부르던 박 씨.

차츰 이 씨의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손을 뻗치기 시작했습니다.

이 씨의 주변사람들에게 자녀를 서울 유명 대학에 특별전형으로 입학시켜주겠다며, 2명에게 각각 3천만 원과 천 5백만 원을 가져오게 했습니다.

돈을 받은 뒤, 자녀들이 대학에 입학했다는 증거로 가 입학증과 상장을 보내 확신을 줬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했습니다.

카지노 호텔 수익금이라던 돈은 들어오지 않고, 특별전형 입학 얘기는 온데 간데 없어졌습니다.

의심이 커지자, 전화 통화로 일인다역도 서슴치 않았습니다.

<녹취>이 모씨(피해자) : "외국에서 돈을 전해줄 사람이 올 거다, 통역관이다 하는데... (알고 보니) 자기 명의로 다른 핸드폰을 만들어서, (본인이) 음성변조를 해서 일인다역을 한 거예요."

결국 의심하던 이 씨가 교수 사칭과 돈을 가로챈 혐의로 박 씨를 고소했고, 지난 14일, 박씨는 경찰에 붙잡혔는데요. 유명 대학 교수라던 박 씨, 실체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인터뷰> 정종택(서울 중부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경사) : "오스트리아의 국립음악대학을 하지 못하고 국내로 귀국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유학생활을 갔다 와서 국내에서 공연기획사를 운영했는데, 그 기획사가 잘 되지 못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집을 부양해야하고 아버지 빚을 갚아야 되는 입장에서..."

오스트리아 유명 음대는 졸업도 못했고, 자신이 힘 있는 대학 교수라며 건네주던 학생들의 입학증과 상장 등은 인터넷 상에서 만든 가짜서류였습니다.

<인터뷰> 정종택(서울 중부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경사) : "인터넷 상에서 각종 (서류) 양식이 있답니다. 그 양식을 다운 받아서, 안에 내용들만 바꿔서 위조를 했다고..."

국내에서 하던 사업이 잘 안되면서, 그저 돈이 필요해 꾸민 일이었던 겁니다.

<인터뷰> 정종택(서울 중부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경사) : "아버지 빚을 대신 갚아야 하는 입장에서, (전에 사귀던) 피해자 아버지가 재산이 많다는 것을 알고, 그 재산을 편취할 목적으로 거짓말을 시작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모두 드러난 박 씨의 거짓말.

사실이 밝혀지기까지 3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녹취>박 모씨(피의자) : "그 일 때문에 다른 가족들, 그리고 피해준 사람까지 피해를 보게 된 자체는... 제가 죄짓고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당연히 죄를 받는데..."

이 씨의 집안은 그야말로 풍비박산 됐습니다.

지방에 서너 채 집을 소유할 정도로 자산가이던 이 씨의 가족들은 현재 월세 집을 전전해야하는 상황인데요.

박 씨의 말만 믿었다가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녹취>이 모씨(피해자) : "지금 제 집이랑 직장도 잃고, 오히려 빚만 있는 상황이에요. 신용불량에, 남의 집에 얹혀사는 입장이고, 저희 부모님과 친오빠 같은 경우도 집도 잃고 다 잃었죠."

사랑한다는 한 마디에 모든 것 내준 피해자.

하지만 그 사랑의 실체는 돈이 목적인 거짓말이었습니다.

온갖 거짓말로 수십억을 가로챈 피의자는 현재 사기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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