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짧은 치마에 하이힐…잡고보니 ‘여장 강도’

입력 2010.07.29 (08:51) 수정 2010.07.29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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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남자 배우들이 여장을 하고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건 봤지만, 현실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습니다.



여장을 한 채 빈집을 털어온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는데요, 여성이 사는 집만 노렸습니다.



하이힐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금품을 빼앗기도 했다는데요.



이재환 기자, 좀 황당한 이야기인데요, 피의자가 여장까지 한 이유가 대체 뭔가요?



<리포트>



네, 자신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서였습니다.



여장을 하기 위해 빈집에 들어가 여성의 옷과 구두,속옷까지 훔쳤습니다.



훔친 옷가지만 2백 여벌, 신발도 60켤레나 됩니다.



여장을 하면 다른 사람의 경계의 눈빛을 피해 범행을 더 쉽게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도둑은 여장을 하고 강도짓을 벌이다 1년 여 만에 경찰에 덜미를 잡혔습니다.



지난 5월, 서울의 한 동네에서 절도 사건이 잇따라 일어났습니다.



이상한 것은 한 가지 종류의 여성 물품만 털렸다는 건데요. 다름 아닌 신발이었습니다.



<인터뷰> 주민 : "부츠하고, 구두하고, 운동화 새것. 이렇게 집어 갔대요. 저 윗집에도 잃어버렸대요. CCTV를 틀어봤으면 했었어요."



이 동네에서는 지난해 말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낮 시간 집을 비워둔 사이, 여성의 옷과 화장품 등 여성 물품만 모조리 사라진 것입니다.



<녹취> 피해자 한 모 씨 : "패물을 안방에 뒀는데, 안방은 건들지도 않았고... 여자 것만 가져갔어요. 겉옷하고, 블라우스, 티셔츠, 치마, 바지, 화장품, 속옷 이렇게 가져갔어요. 거의 30벌 정도... 옷장 안에 걸어 놓은 것도 휑하니 비었죠."



수 백 만 원짜리 모피코트까지 도둑맞은 한 모 씨. 값 비싼 여성물품들만 훔쳐간 것으로 봐, 자신을 잘 아는 여성의 범행이라고 생각했는데요.



<녹취> 피해자 한 모 씨 : "모피 코트를 산 지 며칠 안 돼서 잃어버렸거든요. 그러니까 제가 모피 코트 샀다고 제가 자랑도 했고, 한 번 입고 밖에 나갔거든요. 제가 도둑맞았다고 하니까 주위에서, ’그건 아는 사람 짓’이라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여성 구두를 비롯해 여성 물품만을 골라 턴 절도범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황당한 사건의 범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11일, 꽁꽁 숨어있던 범인의 윤곽이 드러났습니다.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가던 한 여성을 강도가 흉기로 위협해 금품을 뺏으려 하다, 여성이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달아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인터뷰> 목격자 : "(피해 여성이) 비명을 지른 거죠. 엄청 크게 질렀어요. (비명소리) 듣고 나서 어디서 그런 건지 두리번대다가, 옆 건물인 줄 알고 (제가) 창문을 열고 내다봤거든요. 이쪽에서 어떤 아가씨가 나오면서,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밑에서 차를 후진하더니, 얼른 타고 가버리더라고요."



피해를 당한 김 모 씨는 자신을 위협하는 이 여성이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원피스에 하이힐을 신은 차림새였지만, 도무지 여성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인터뷰> 목격자 : "(도망간 여성의) 차림새가 이렇게 머리를 묶고, 좀 늘어트린 머리 같더라고요. 원피스차림 같기도 하고, 하여튼 여자 옷이었어요. (저는) 여자로 봤으니까... 그런데 (피해) 당한 사람이 여자가 아니고, 남잔데 여장을 했다고..."



자신을 위협한 강도가 여장한 남자 같다는 김 씨의 신고를 받은 경찰.



현장에 남은 지문을 채취해 사건의 용의자로 28살 김 모 씨를 붙잡았습니다.



<인터뷰> 강동헌 (강동경찰서 강력팀/형사) : "피의자의 키는 약 170cm 정도로 작아요. 덩치는 남성의 덩치처럼 탄탄한 몸매에, 건강한 체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까이서 보면 누가 보더라도, 이 사람은 남자다..."



한 눈에 남자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건장한 체격에 남성적인 외모를 가진 김 모 씨.



배달원 일을 하던 김 씨가 바로 여장 절도, 강도 용의자였습니다.



일부러 여성으로 변장한 뒤 금품을 털고 강도짓을 한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인터뷰> 강동헌 (강동경찰서 강력팀/형사) : "피의자가 여장을 하고 다닌 이유는 주변에서 혹시나 범행 현장을 답사할 때 의심을 덜 받기 위한 거고, 혹시나 목격되더라도 자신의 인상착의를 노출 시키지 않기 위해서..."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가는 여성들이 여장한 김 씨를 경계하지 않기 때문에, 뒤따라가 범행하기 쉬웠다는 겁니다.



영화 속에서나 있을 법한 여장강도의 황당한 범행.



실제로 대부분의 여성들이 어두운 곳에서 같은 여성을 마주치면, 남성과 마주칠 때완 달리 두려움과 경계심을 갖지 않고 있었는데요.



<인터뷰> 시민 : "(여성은) 소리가 가볍고, 또각또각하고 구두 소리는 달라요. (남성과) 발소리가 다르니까 굳이 (뒤를) 안 돌아봐도 신경을 전혀 안 쓰죠. 남자들 발소리는 좀 무겁고, 주변에서 따라오면 되게 조심하고 신경 쓰게 되죠."



김 씨가 훔친 옷은 무려 2백여 벌! 구두는 60켤레, 가방과 지갑도 수십 개나 됐습니다.



김 씨는 능숙하게 훔친 옷을 입고, 하이힐을 신은 뒤, 긴 머리 가발까지 쓰며 완벽한 여성 행세를 해왔습니다.



여장을 하고는 빈집에 들어가 또 여성 물건들을 골라 털었습니다.



<인터뷰> 강동헌 (강동경찰서 강력팀/형사) : "피의자가 여성용품이 ’예쁘다, 아름답다’고 표현하는 것으로 봐, 여성용품에 대해서 본인이 애착이 있고, 수집하고 싶은 그런 성향이 있는 걸로 보입니다."



여장 생활을 하면서도, 김 씨는 주변 사람들이 절대 눈치 채지 못하도록 행동 했는데요.



<인터뷰> 강동헌 (강동경찰서 강력팀/형사) : "가족들도 피의자가 이렇게 범행을 한 것에 대해 굉장히 놀란 상황입니다. 피의자는 일정한 직업도 가지고 건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남성이었습니다."



또 훔친 수많은 여성 물품이 주변에 들키지 않게, 집과 떨어진 다른 사람의 창고에 몰래 보관해 두기까지 했습니다.



<녹취> 창고 주인 : "그 창고가 제가 손수레도 두고, 폐신문지도 놓고 하는데, 열어보니까 이상한 물건들이 있어서... 여자 신발, 옷들이더라고요. 그런데 (식구들은) 다 자기 물건이 아니래요. 지구대에 (신고)전화를 했어요. 나중에 경찰에서 전화가 왔어요. 도둑맞은 물건이라고..."



1년 8개월 동안 김 씨가 여장을 한 뒤, 빈집을 털고 강도 행각을 벌인 것은 모두 25차례. 피해금액은 모두 3천 7백만 원에 이릅니다. 하지만 김씨에게는 어떠한 사과의 말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인터뷰> 피의자 김 모 씨 : "다 변상해 줄 거니까 그냥 가세요. 괜히 서로 얼굴 붉히기 싫으니까..."



같은 여성에게는 경계심을 늦추는 여성들의 심리를 노린 강절도 사건!



김 씨는 강도 미수 및 절도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경찰서에서는 김 씨가 훔친 물건들을 돌려받기 위해 물건 여주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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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짧은 치마에 하이힐…잡고보니 ‘여장 강도’
    • 입력 2010-07-29 08:51:33
    • 수정2010-07-29 10: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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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남자 배우들이 여장을 하고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건 봤지만, 현실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습니다.

여장을 한 채 빈집을 털어온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는데요, 여성이 사는 집만 노렸습니다.

하이힐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금품을 빼앗기도 했다는데요.

이재환 기자, 좀 황당한 이야기인데요, 피의자가 여장까지 한 이유가 대체 뭔가요?

<리포트>

네, 자신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서였습니다.

여장을 하기 위해 빈집에 들어가 여성의 옷과 구두,속옷까지 훔쳤습니다.

훔친 옷가지만 2백 여벌, 신발도 60켤레나 됩니다.

여장을 하면 다른 사람의 경계의 눈빛을 피해 범행을 더 쉽게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도둑은 여장을 하고 강도짓을 벌이다 1년 여 만에 경찰에 덜미를 잡혔습니다.

지난 5월, 서울의 한 동네에서 절도 사건이 잇따라 일어났습니다.

이상한 것은 한 가지 종류의 여성 물품만 털렸다는 건데요. 다름 아닌 신발이었습니다.

<인터뷰> 주민 : "부츠하고, 구두하고, 운동화 새것. 이렇게 집어 갔대요. 저 윗집에도 잃어버렸대요. CCTV를 틀어봤으면 했었어요."

이 동네에서는 지난해 말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낮 시간 집을 비워둔 사이, 여성의 옷과 화장품 등 여성 물품만 모조리 사라진 것입니다.

<녹취> 피해자 한 모 씨 : "패물을 안방에 뒀는데, 안방은 건들지도 않았고... 여자 것만 가져갔어요. 겉옷하고, 블라우스, 티셔츠, 치마, 바지, 화장품, 속옷 이렇게 가져갔어요. 거의 30벌 정도... 옷장 안에 걸어 놓은 것도 휑하니 비었죠."

수 백 만 원짜리 모피코트까지 도둑맞은 한 모 씨. 값 비싼 여성물품들만 훔쳐간 것으로 봐, 자신을 잘 아는 여성의 범행이라고 생각했는데요.

<녹취> 피해자 한 모 씨 : "모피 코트를 산 지 며칠 안 돼서 잃어버렸거든요. 그러니까 제가 모피 코트 샀다고 제가 자랑도 했고, 한 번 입고 밖에 나갔거든요. 제가 도둑맞았다고 하니까 주위에서, ’그건 아는 사람 짓’이라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여성 구두를 비롯해 여성 물품만을 골라 턴 절도범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황당한 사건의 범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11일, 꽁꽁 숨어있던 범인의 윤곽이 드러났습니다.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가던 한 여성을 강도가 흉기로 위협해 금품을 뺏으려 하다, 여성이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달아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인터뷰> 목격자 : "(피해 여성이) 비명을 지른 거죠. 엄청 크게 질렀어요. (비명소리) 듣고 나서 어디서 그런 건지 두리번대다가, 옆 건물인 줄 알고 (제가) 창문을 열고 내다봤거든요. 이쪽에서 어떤 아가씨가 나오면서,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밑에서 차를 후진하더니, 얼른 타고 가버리더라고요."

피해를 당한 김 모 씨는 자신을 위협하는 이 여성이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원피스에 하이힐을 신은 차림새였지만, 도무지 여성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인터뷰> 목격자 : "(도망간 여성의) 차림새가 이렇게 머리를 묶고, 좀 늘어트린 머리 같더라고요. 원피스차림 같기도 하고, 하여튼 여자 옷이었어요. (저는) 여자로 봤으니까... 그런데 (피해) 당한 사람이 여자가 아니고, 남잔데 여장을 했다고..."

자신을 위협한 강도가 여장한 남자 같다는 김 씨의 신고를 받은 경찰.

현장에 남은 지문을 채취해 사건의 용의자로 28살 김 모 씨를 붙잡았습니다.

<인터뷰> 강동헌 (강동경찰서 강력팀/형사) : "피의자의 키는 약 170cm 정도로 작아요. 덩치는 남성의 덩치처럼 탄탄한 몸매에, 건강한 체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까이서 보면 누가 보더라도, 이 사람은 남자다..."

한 눈에 남자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건장한 체격에 남성적인 외모를 가진 김 모 씨.

배달원 일을 하던 김 씨가 바로 여장 절도, 강도 용의자였습니다.

일부러 여성으로 변장한 뒤 금품을 털고 강도짓을 한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인터뷰> 강동헌 (강동경찰서 강력팀/형사) : "피의자가 여장을 하고 다닌 이유는 주변에서 혹시나 범행 현장을 답사할 때 의심을 덜 받기 위한 거고, 혹시나 목격되더라도 자신의 인상착의를 노출 시키지 않기 위해서..."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가는 여성들이 여장한 김 씨를 경계하지 않기 때문에, 뒤따라가 범행하기 쉬웠다는 겁니다.

영화 속에서나 있을 법한 여장강도의 황당한 범행.

실제로 대부분의 여성들이 어두운 곳에서 같은 여성을 마주치면, 남성과 마주칠 때완 달리 두려움과 경계심을 갖지 않고 있었는데요.

<인터뷰> 시민 : "(여성은) 소리가 가볍고, 또각또각하고 구두 소리는 달라요. (남성과) 발소리가 다르니까 굳이 (뒤를) 안 돌아봐도 신경을 전혀 안 쓰죠. 남자들 발소리는 좀 무겁고, 주변에서 따라오면 되게 조심하고 신경 쓰게 되죠."

김 씨가 훔친 옷은 무려 2백여 벌! 구두는 60켤레, 가방과 지갑도 수십 개나 됐습니다.

김 씨는 능숙하게 훔친 옷을 입고, 하이힐을 신은 뒤, 긴 머리 가발까지 쓰며 완벽한 여성 행세를 해왔습니다.

여장을 하고는 빈집에 들어가 또 여성 물건들을 골라 털었습니다.

<인터뷰> 강동헌 (강동경찰서 강력팀/형사) : "피의자가 여성용품이 ’예쁘다, 아름답다’고 표현하는 것으로 봐, 여성용품에 대해서 본인이 애착이 있고, 수집하고 싶은 그런 성향이 있는 걸로 보입니다."

여장 생활을 하면서도, 김 씨는 주변 사람들이 절대 눈치 채지 못하도록 행동 했는데요.

<인터뷰> 강동헌 (강동경찰서 강력팀/형사) : "가족들도 피의자가 이렇게 범행을 한 것에 대해 굉장히 놀란 상황입니다. 피의자는 일정한 직업도 가지고 건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남성이었습니다."

또 훔친 수많은 여성 물품이 주변에 들키지 않게, 집과 떨어진 다른 사람의 창고에 몰래 보관해 두기까지 했습니다.

<녹취> 창고 주인 : "그 창고가 제가 손수레도 두고, 폐신문지도 놓고 하는데, 열어보니까 이상한 물건들이 있어서... 여자 신발, 옷들이더라고요. 그런데 (식구들은) 다 자기 물건이 아니래요. 지구대에 (신고)전화를 했어요. 나중에 경찰에서 전화가 왔어요. 도둑맞은 물건이라고..."

1년 8개월 동안 김 씨가 여장을 한 뒤, 빈집을 털고 강도 행각을 벌인 것은 모두 25차례. 피해금액은 모두 3천 7백만 원에 이릅니다. 하지만 김씨에게는 어떠한 사과의 말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인터뷰> 피의자 김 모 씨 : "다 변상해 줄 거니까 그냥 가세요. 괜히 서로 얼굴 붉히기 싫으니까..."

같은 여성에게는 경계심을 늦추는 여성들의 심리를 노린 강절도 사건!

김 씨는 강도 미수 및 절도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경찰서에서는 김 씨가 훔친 물건들을 돌려받기 위해 물건 여주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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