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멕시코 만, 끝나지 않은 비극

입력 2010.08.0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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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미국 남부 멕시코 만에서 석유 시추시설 폭발 사고가 일어난 지 백 일이 지났습니다. 인근 바다에 엄청난 피해를 안겨줬지만 기름이 더 이상 새나오지 않는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죠?

네 두 주 전에 유출 지점을 대형 철제 덮개로 막는 작업이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해양 생물 수 백종이 멸종 위기에 처하는 등 심각한 환경 재앙을 남겼고 천혜의 관광 자원도 파괴됐습니다.

끝나지 않은 비극의 현장 멕시코만 일대를 이동채 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부드러운 모래와 깨끗한 바다로 유명한 멕시코 만 일대는 천혜의 관광지입니다. 해마다 4백 만명 관광객이 북적거렸던 알라바마 주 오렌지 비치. 그러나 올 여름 해변은 텅 비어있습니다.

<인터뷰>셜리(오렌지 비치 주민):“해변에 관광객이 늘 북적였는데 기름 때문에 안 오는 것 같아요.”

눈꽃 같이 고운 모래 위에는 기름띠가 길게 검은 줄을 그었고, 기름에 뭉친 모래 덩이가 여기 저기 널려있습니다.

<인터뷰>빅터 터너(관광객):“2년 전에 없었던 기름 자국이 많습니다. 물에 들어가기가 좀 껄끄럽네요.”

BP에서 고용한 인부들이 일일이 기름 찌꺼기를 제거하고 있지만 언제 끝낼지 기약할 수 없습니다.

해변에 줄지어 늘어선 별장 단지입니다. 고층 아파트 모양의 휴양 시설부터, 가정집 형 고급 시설까지 만 6천 시설이 여름 관광객 맞을 준비를 끝냈습니다. 그러나 찾는 손님은 없고 손님을 부르는 손짓만 있습니다.

하루 5만원이 넘는 고급 콘도의 사정은 더욱 심각합니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됐지만 대부분의 콘도는 이렇게 텅 비어있습니다.

<인터뷰>사라 쿠즈마(별장 임대업체 직원):“너무 힘든 시기인 것 같습니다. 지난해와 비교해 50% 이상 떨어졌어요.”

조금 더 깊은 곳으로 가면 사정은 더욱 심각해 집니다. 밀려온 기름에 그대로 노출돼 있습니다. 둑을 쌓아 기름 공격을 막아도 보고, 기름을 없애려 노력해 보기도 하지만, 멕시코 만 곳곳에 침투한 기름 앞에 그저 한숨만 나올 뿐입니다.

<인터뷰>데이비드 카소스(어민):“먼 바다나 가까운 바다 모두에 기름이 들어차 있어서 고기잡이를 못해 힘듭니다.”

수산업과 함께 관광업으로 살아왔던 주민 역시 피해를 고스란히 덮어썼습니다. 해변과 식당을 찾는 손님들 발길이 끊기다시피 하니 신이 날 리 없습니다.

<인터뷰>토니 소이어(해산물 음식점 주인):“사람마다 정도가 다르겠지만, 주변이 황폐해진 만큼 충격도 큽니다.”

BP사가 피해 지역 곳곳에 설치해 둔 피해 신고 센터를 찾았습니다.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언론의 취재는 단호히 거부했습니다. 주민들 역시 넋두리만 늘어놓고 돌아갈 뿐 뚜렷한 해결책은 찾지 못합니다.

<인터뷰>아니다 존스(주민):“렌트가 뚝 떨어져 손해가 큽니다. 내일 약속을 잡았지만 잘 모르겠네요.”

걱정거리는 또 있습니다. 여름의 불청객 허리케인이 몰고 올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이 그 것입니다. 여전히 검은 기름을 머금고 있는 바닷물이 허리케인을 타고 몰려올 경우 지금까지 해온 복구가 물거품이 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롭 마르시아노(CNN 기상전문기자):“열대성 저기압이 허리케인으로 바뀌어 주말쯤 멕시코 만으로 몰려와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예보되고 있습니다.”

자연 경관과 날씨가 좋기로 유명한 멕시코 만의 길고 긴 해변 휴양 지대. 플로리다, 알라바마, 루이지애나. 미국 남부 모든 주의 해안이 검은 기름 피해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 하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그랜트 브라운(오렌지 비치 공보관):“우리 지역은 관광으로 먹고 사는데 3개월 동안 바다가 묶여 낚시고 뭐고 아무 것도 못 하니 굉장히 힘듭니다.”

<현장음>"여기는 딥워터 호라이즌 메이데이! 메이데이! 장비를 버리겠다!"

<현장음>"이건 나한테 9/11 같았어요."

멕시코 만 바다 한 가운데 떠 있던 원유 시추 시설의 어처구니 없는 폭발. 인류 최대 환경재앙이라던 엑손 발데즈 사건의 16배가 넘는 원유가 이미 바다를 덮쳤습니다. 생태계 보고라는 국립공원 8곳에 400종 넘는 생명체가 멸종 위험에 놓였고, 4만종 넘는 생물이 오염됐습니다. 위기에 놓인 생명체를 살려내는 일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인터뷰>케일라 디베니데토(미국 해양구조대원):“활동을 하면서 안타까울 때도 많지만 그래도 생명체 하나라도 살려내는게 기분 좋은 일이죠.”

사고를 낸 영국 정유사 BP의 헤이워드 사장이 오는 10월 물러납니다. 올 2분기 손실액만 170억 달러, 20조원 대 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게다가 26조원 넘는 거액을 사고 해역 주변에 투입하고 있지만, 언제가 끝인지 알 수 없습니다.

<인터뷰>제니퍼 데이(뉴 올린즈 관광국):“저희 루이지애나 주도 bp사로부터 180억 원 가까운 돈을 받았습니다. 기름 유출로 망가진 이미지를 고치는데 홍보 비용으로 받은 것입니다.”

원유 유출 85일 째. 끊임없이 솟아 나오던 기름을 더 이상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데 그나마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사고 백일이 지나면서 그 아픔은 점차 잊혀져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검은 황금만을 쫓아 1,600미터 바다 깊은 곳에 까지 기름 구멍을 뚫고 있는 인간의 욕망이 계속되는 한 제2, 제3의 멕시코 만 사태가 다시 인간과 자연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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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리포트] 멕시코 만, 끝나지 않은 비극
    • 입력 2010-08-01 09:55:55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미국 남부 멕시코 만에서 석유 시추시설 폭발 사고가 일어난 지 백 일이 지났습니다. 인근 바다에 엄청난 피해를 안겨줬지만 기름이 더 이상 새나오지 않는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죠? 네 두 주 전에 유출 지점을 대형 철제 덮개로 막는 작업이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해양 생물 수 백종이 멸종 위기에 처하는 등 심각한 환경 재앙을 남겼고 천혜의 관광 자원도 파괴됐습니다. 끝나지 않은 비극의 현장 멕시코만 일대를 이동채 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부드러운 모래와 깨끗한 바다로 유명한 멕시코 만 일대는 천혜의 관광지입니다. 해마다 4백 만명 관광객이 북적거렸던 알라바마 주 오렌지 비치. 그러나 올 여름 해변은 텅 비어있습니다. <인터뷰>셜리(오렌지 비치 주민):“해변에 관광객이 늘 북적였는데 기름 때문에 안 오는 것 같아요.” 눈꽃 같이 고운 모래 위에는 기름띠가 길게 검은 줄을 그었고, 기름에 뭉친 모래 덩이가 여기 저기 널려있습니다. <인터뷰>빅터 터너(관광객):“2년 전에 없었던 기름 자국이 많습니다. 물에 들어가기가 좀 껄끄럽네요.” BP에서 고용한 인부들이 일일이 기름 찌꺼기를 제거하고 있지만 언제 끝낼지 기약할 수 없습니다. 해변에 줄지어 늘어선 별장 단지입니다. 고층 아파트 모양의 휴양 시설부터, 가정집 형 고급 시설까지 만 6천 시설이 여름 관광객 맞을 준비를 끝냈습니다. 그러나 찾는 손님은 없고 손님을 부르는 손짓만 있습니다. 하루 5만원이 넘는 고급 콘도의 사정은 더욱 심각합니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됐지만 대부분의 콘도는 이렇게 텅 비어있습니다. <인터뷰>사라 쿠즈마(별장 임대업체 직원):“너무 힘든 시기인 것 같습니다. 지난해와 비교해 50% 이상 떨어졌어요.” 조금 더 깊은 곳으로 가면 사정은 더욱 심각해 집니다. 밀려온 기름에 그대로 노출돼 있습니다. 둑을 쌓아 기름 공격을 막아도 보고, 기름을 없애려 노력해 보기도 하지만, 멕시코 만 곳곳에 침투한 기름 앞에 그저 한숨만 나올 뿐입니다. <인터뷰>데이비드 카소스(어민):“먼 바다나 가까운 바다 모두에 기름이 들어차 있어서 고기잡이를 못해 힘듭니다.” 수산업과 함께 관광업으로 살아왔던 주민 역시 피해를 고스란히 덮어썼습니다. 해변과 식당을 찾는 손님들 발길이 끊기다시피 하니 신이 날 리 없습니다. <인터뷰>토니 소이어(해산물 음식점 주인):“사람마다 정도가 다르겠지만, 주변이 황폐해진 만큼 충격도 큽니다.” BP사가 피해 지역 곳곳에 설치해 둔 피해 신고 센터를 찾았습니다.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언론의 취재는 단호히 거부했습니다. 주민들 역시 넋두리만 늘어놓고 돌아갈 뿐 뚜렷한 해결책은 찾지 못합니다. <인터뷰>아니다 존스(주민):“렌트가 뚝 떨어져 손해가 큽니다. 내일 약속을 잡았지만 잘 모르겠네요.” 걱정거리는 또 있습니다. 여름의 불청객 허리케인이 몰고 올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이 그 것입니다. 여전히 검은 기름을 머금고 있는 바닷물이 허리케인을 타고 몰려올 경우 지금까지 해온 복구가 물거품이 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롭 마르시아노(CNN 기상전문기자):“열대성 저기압이 허리케인으로 바뀌어 주말쯤 멕시코 만으로 몰려와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예보되고 있습니다.” 자연 경관과 날씨가 좋기로 유명한 멕시코 만의 길고 긴 해변 휴양 지대. 플로리다, 알라바마, 루이지애나. 미국 남부 모든 주의 해안이 검은 기름 피해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 하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그랜트 브라운(오렌지 비치 공보관):“우리 지역은 관광으로 먹고 사는데 3개월 동안 바다가 묶여 낚시고 뭐고 아무 것도 못 하니 굉장히 힘듭니다.” <현장음>"여기는 딥워터 호라이즌 메이데이! 메이데이! 장비를 버리겠다!" <현장음>"이건 나한테 9/11 같았어요." 멕시코 만 바다 한 가운데 떠 있던 원유 시추 시설의 어처구니 없는 폭발. 인류 최대 환경재앙이라던 엑손 발데즈 사건의 16배가 넘는 원유가 이미 바다를 덮쳤습니다. 생태계 보고라는 국립공원 8곳에 400종 넘는 생명체가 멸종 위험에 놓였고, 4만종 넘는 생물이 오염됐습니다. 위기에 놓인 생명체를 살려내는 일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인터뷰>케일라 디베니데토(미국 해양구조대원):“활동을 하면서 안타까울 때도 많지만 그래도 생명체 하나라도 살려내는게 기분 좋은 일이죠.” 사고를 낸 영국 정유사 BP의 헤이워드 사장이 오는 10월 물러납니다. 올 2분기 손실액만 170억 달러, 20조원 대 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게다가 26조원 넘는 거액을 사고 해역 주변에 투입하고 있지만, 언제가 끝인지 알 수 없습니다. <인터뷰>제니퍼 데이(뉴 올린즈 관광국):“저희 루이지애나 주도 bp사로부터 180억 원 가까운 돈을 받았습니다. 기름 유출로 망가진 이미지를 고치는데 홍보 비용으로 받은 것입니다.” 원유 유출 85일 째. 끊임없이 솟아 나오던 기름을 더 이상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데 그나마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사고 백일이 지나면서 그 아픔은 점차 잊혀져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검은 황금만을 쫓아 1,600미터 바다 깊은 곳에 까지 기름 구멍을 뚫고 있는 인간의 욕망이 계속되는 한 제2, 제3의 멕시코 만 사태가 다시 인간과 자연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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