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맞춤형 채용’ 파문 확산
입력 2010.09.12 (07:40)
수정 2010.09.1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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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대통령이 언급한 공정한 사회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지난 한 주 동안 유명환 전 장관 딸의 특채 파문은 그야말로 일파만파로 번졌습니다.
비슷한 의혹이 잇따라 제기됐고, 특채를 확대하려던 정부 계획도 백지화됐습니다.
정치외교부 최문종 기자와 함께 특채 파문 정리해보겠습니다.
<질문> 최 기자, 특채 파문의 시작점이었죠.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딸이 특혜를 받아 채용됐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죠?
<답변>
그렇습니다.
외교부가 이른바 '맞춤형 채용'으로 불리는 특혜를 노골적으로 준 사실이 행정안전부 감사 결과 확인됐습니다.
확인된 특혜는 크게 세 가지인데요.
우선, 장관 딸인 줄 알면서도 외교부 간부 2명이 심사 위원으로 참여해 높은 점수를 줬습니다.
외교부 인사기획관 등 2명이 장관 딸에게는 면접 점수를 20점 만점에 19점을 주고, 탈락한 차점자에게는 낙제점을 줬습니다.
반면, 외부 면접위원들은 차점자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녹취> 조윤명(행정안전부 인사실장) : "심사 회의시 내부 위원이 실제 근무 경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등 면접 시험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저해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두 번째 특혜는, FTA 통상 관련 법적 분쟁 담당자를 특채하면서 업무 연관성이 높은 변호사는 아예 응시자격에서 빼버린 겁니다.
또, 통상 2주 정도인 원서 접수 기간도 장관 딸인 유 씨가 높은 점수를 받은 영어 시험 성적이 나올 때까지 연장해 26일이나 됐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니 당연히 1등으로 채용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질문> 네, 그런데 유 전 장관뿐 아니라 이후 전현직 외교부 간부와 관련해 비슷한 의혹이 잇달았죠?
<답변>
그렇습니다. 전현직 고위직 인사, 대사들의 자녀는 물론, 친인척, 지인 자녀까지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경우 친구 딸이 지난 2006년 통상 분야 계약직에 특채됐고, 지난해 시험을 거쳐 정규직으로 다시 채용돼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외교부는 당시 친구 딸인 줄 몰랐다는 입장이고요.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지난 2006년에 외교부가 5급 특채 합격자들을 6급으로 발령하고, 이 시험에서 탈락했던 홍모 전 대사의 딸 등은 다시 5급 특채를 실시해 채용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박선영(자유선진당 의원) : "먼저 시험을 봐서 합격한 사람들은 6급으로 채용을 하고 그 시험에서 떨어졌던 사람들은 5급으로 채용을 했습니다."
박 의원은 특히 두 번째 특채 때는 필기시험 없이 면접만으로 평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2007년에는 홍 전 대사의 사위도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최근 전직 대사들의 자녀와 친척 3명이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특혜 전환됐다고 주장하면서 검찰 수사를 촉구했습니다.
이밖에 유종하, 홍순영 전 외교부 장관은 각각 아들의 외무고시 합격을 위해 편법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질문> 의혹이 정말 많군요. 해외 근무지를 옮겨다니면서 끈끈한 유대 관계를 맺게 되는 외교부 특유의 분위기가 이런 의혹 사태를 불러왔다, 이런 분석도 있던데요.
여기에 전윤철 전 감사원장 딸도 도마에 올랐죠?
<답변>
네, 전윤철 전 감사원장의 딸도 특혜를 받아 채용됐다는 의혹이 나왔습니다.
전윤철 전 감사원장은 외교부 출신은 아니지만, 유명환 전 장관, 신각수 외교부 1차관과 고등학교 동문이라는 연결 고리가 있습니다.
외교부는 지난 7월말 프랑스어 6급 전문인력 합격자를 발표했는데, 여기에 단독으로 합격한 사람이 바로 전윤철 전 감사원장이 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특채는 지난해 전문 인력을 특채하고 불과 반년 정도 만에 또 한 것이어서 외교부가 정원을 억지로 늘린 게 아니냐 이런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이에 외교부는 채용 공고 당시 계약직은 정원보다 19명이나 부족한 상태였고, 특히 심사위원 5명 가운데 외부 위원 3명 모두가 전 씨에게 더 많은 점수를 줬다면서 특혜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질문> 이렇게 의혹이 연이어 터져 나오는데, 외교부 차원에서도 뭔가 조치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답변>
네, 일단 인사 조치부터 시작했습니다. 유명환 전 장관은 청와대에서 사표가 수리됐고요.
유 전 장관 딸의 특채 파문과 관련해 지휘선상에 있던 고위 인사들이 문책성 인사 조치됐습니다.
장관 대행을 맡고 있는 신각수 1차관의 경우 이 자리가 원래 인사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인데, 이 권한을 당분간 천영우 2차관에게 넘기게 됐습니다.
또 임재홍 기획조정실장이 보직 해임과 함께 대기 조치됐고, 유 전 장관 딸의 인사 과정을 총괄한 한충희 인사기획관도 엄중 경고와 함께 외교안보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습니다.
추가 징계 등 구체적인 문책 수위는 후임 장관이 결정하게 됩니다.
외교부는 또 자체적으로 특별조사팀을 구성해서 연이어 터져 나오는 특채 의혹과 관련해 실제로 부당한 일이 있었는지를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질문> 하지만, 이 문제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은 이미 넘어선 것으로 보이는데요.
<답변>
그렇습니다. 이 문제는 이미 외교부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입니다.
유 전 장관 파문을 계기로 외교부뿐만 아니라 각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에서도 임용 비리 의혹이 정말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감사원에서 공무원 인사 전반에 대해서 대대적인 감사를 벌이기로 했는데요.
감사원이 기관별 감사가 아니라 인사 전반에 걸쳐 집중 감사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감사원은 중앙부처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특히 단체장들의 인사 전횡에 대해서 집중적인 감사를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김황식 감사원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김황식(감사원장) :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무리한 사람 심기 수단으로 특별채용이 혹시 이용되지 않나하는 의구심도 있기 때문에…"
이뿐만 아니라 다음달에 있을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유종하, 홍순영,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과 전윤철 전 감사원장 등 각종 의혹의 당사자들이 대거 증인으로 채택됐습니다.
<질문> 정말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란 생각이 드는군요.
이번 특채 파문 여파로 특채를 늘리겠다던 정부 계획도 백지화됐죠?
<답변>
네, 정부는 지난달 12일에 행정고시 개편안을 발표했는데요.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이 바로 특채를 확대하겠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오는 2015년까지 새로 채용하는 5급 공무원의 절반을 전문가 특채로 선발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여당과의 당정협의에서 이 안이 백지화됐습니다.
이로 인해서 특채 비율은 지난 10년의 평균 수준인 공채의 37% 정도로 유지되고, 각 부처에서 각각 진행하던 특채 과정은 행정안전부가 통합 관리하기로 했습니다.
특채를 늘리면, 특권층에만 유리하게 된다는 비판이 일반 국민은 물론, 여당 안에서도 나왔었는데요.
특채 파문까지 터지면서 결국, 정부가 뜻을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통령이 언급한 공정한 사회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지난 한 주 동안 유명환 전 장관 딸의 특채 파문은 그야말로 일파만파로 번졌습니다.
비슷한 의혹이 잇따라 제기됐고, 특채를 확대하려던 정부 계획도 백지화됐습니다.
정치외교부 최문종 기자와 함께 특채 파문 정리해보겠습니다.
<질문> 최 기자, 특채 파문의 시작점이었죠.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딸이 특혜를 받아 채용됐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죠?
<답변>
그렇습니다.
외교부가 이른바 '맞춤형 채용'으로 불리는 특혜를 노골적으로 준 사실이 행정안전부 감사 결과 확인됐습니다.
확인된 특혜는 크게 세 가지인데요.
우선, 장관 딸인 줄 알면서도 외교부 간부 2명이 심사 위원으로 참여해 높은 점수를 줬습니다.
외교부 인사기획관 등 2명이 장관 딸에게는 면접 점수를 20점 만점에 19점을 주고, 탈락한 차점자에게는 낙제점을 줬습니다.
반면, 외부 면접위원들은 차점자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녹취> 조윤명(행정안전부 인사실장) : "심사 회의시 내부 위원이 실제 근무 경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등 면접 시험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저해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두 번째 특혜는, FTA 통상 관련 법적 분쟁 담당자를 특채하면서 업무 연관성이 높은 변호사는 아예 응시자격에서 빼버린 겁니다.
또, 통상 2주 정도인 원서 접수 기간도 장관 딸인 유 씨가 높은 점수를 받은 영어 시험 성적이 나올 때까지 연장해 26일이나 됐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니 당연히 1등으로 채용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질문> 네, 그런데 유 전 장관뿐 아니라 이후 전현직 외교부 간부와 관련해 비슷한 의혹이 잇달았죠?
<답변>
그렇습니다. 전현직 고위직 인사, 대사들의 자녀는 물론, 친인척, 지인 자녀까지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경우 친구 딸이 지난 2006년 통상 분야 계약직에 특채됐고, 지난해 시험을 거쳐 정규직으로 다시 채용돼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외교부는 당시 친구 딸인 줄 몰랐다는 입장이고요.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지난 2006년에 외교부가 5급 특채 합격자들을 6급으로 발령하고, 이 시험에서 탈락했던 홍모 전 대사의 딸 등은 다시 5급 특채를 실시해 채용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박선영(자유선진당 의원) : "먼저 시험을 봐서 합격한 사람들은 6급으로 채용을 하고 그 시험에서 떨어졌던 사람들은 5급으로 채용을 했습니다."
박 의원은 특히 두 번째 특채 때는 필기시험 없이 면접만으로 평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2007년에는 홍 전 대사의 사위도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최근 전직 대사들의 자녀와 친척 3명이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특혜 전환됐다고 주장하면서 검찰 수사를 촉구했습니다.
이밖에 유종하, 홍순영 전 외교부 장관은 각각 아들의 외무고시 합격을 위해 편법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질문> 의혹이 정말 많군요. 해외 근무지를 옮겨다니면서 끈끈한 유대 관계를 맺게 되는 외교부 특유의 분위기가 이런 의혹 사태를 불러왔다, 이런 분석도 있던데요.
여기에 전윤철 전 감사원장 딸도 도마에 올랐죠?
<답변>
네, 전윤철 전 감사원장의 딸도 특혜를 받아 채용됐다는 의혹이 나왔습니다.
전윤철 전 감사원장은 외교부 출신은 아니지만, 유명환 전 장관, 신각수 외교부 1차관과 고등학교 동문이라는 연결 고리가 있습니다.
외교부는 지난 7월말 프랑스어 6급 전문인력 합격자를 발표했는데, 여기에 단독으로 합격한 사람이 바로 전윤철 전 감사원장이 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특채는 지난해 전문 인력을 특채하고 불과 반년 정도 만에 또 한 것이어서 외교부가 정원을 억지로 늘린 게 아니냐 이런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이에 외교부는 채용 공고 당시 계약직은 정원보다 19명이나 부족한 상태였고, 특히 심사위원 5명 가운데 외부 위원 3명 모두가 전 씨에게 더 많은 점수를 줬다면서 특혜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질문> 이렇게 의혹이 연이어 터져 나오는데, 외교부 차원에서도 뭔가 조치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답변>
네, 일단 인사 조치부터 시작했습니다. 유명환 전 장관은 청와대에서 사표가 수리됐고요.
유 전 장관 딸의 특채 파문과 관련해 지휘선상에 있던 고위 인사들이 문책성 인사 조치됐습니다.
장관 대행을 맡고 있는 신각수 1차관의 경우 이 자리가 원래 인사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인데, 이 권한을 당분간 천영우 2차관에게 넘기게 됐습니다.
또 임재홍 기획조정실장이 보직 해임과 함께 대기 조치됐고, 유 전 장관 딸의 인사 과정을 총괄한 한충희 인사기획관도 엄중 경고와 함께 외교안보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습니다.
추가 징계 등 구체적인 문책 수위는 후임 장관이 결정하게 됩니다.
외교부는 또 자체적으로 특별조사팀을 구성해서 연이어 터져 나오는 특채 의혹과 관련해 실제로 부당한 일이 있었는지를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질문> 하지만, 이 문제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은 이미 넘어선 것으로 보이는데요.
<답변>
그렇습니다. 이 문제는 이미 외교부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입니다.
유 전 장관 파문을 계기로 외교부뿐만 아니라 각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에서도 임용 비리 의혹이 정말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감사원에서 공무원 인사 전반에 대해서 대대적인 감사를 벌이기로 했는데요.
감사원이 기관별 감사가 아니라 인사 전반에 걸쳐 집중 감사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감사원은 중앙부처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특히 단체장들의 인사 전횡에 대해서 집중적인 감사를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김황식 감사원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김황식(감사원장) :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무리한 사람 심기 수단으로 특별채용이 혹시 이용되지 않나하는 의구심도 있기 때문에…"
이뿐만 아니라 다음달에 있을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유종하, 홍순영,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과 전윤철 전 감사원장 등 각종 의혹의 당사자들이 대거 증인으로 채택됐습니다.
<질문> 정말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란 생각이 드는군요.
이번 특채 파문 여파로 특채를 늘리겠다던 정부 계획도 백지화됐죠?
<답변>
네, 정부는 지난달 12일에 행정고시 개편안을 발표했는데요.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이 바로 특채를 확대하겠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오는 2015년까지 새로 채용하는 5급 공무원의 절반을 전문가 특채로 선발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여당과의 당정협의에서 이 안이 백지화됐습니다.
이로 인해서 특채 비율은 지난 10년의 평균 수준인 공채의 37% 정도로 유지되고, 각 부처에서 각각 진행하던 특채 과정은 행정안전부가 통합 관리하기로 했습니다.
특채를 늘리면, 특권층에만 유리하게 된다는 비판이 일반 국민은 물론, 여당 안에서도 나왔었는데요.
특채 파문까지 터지면서 결국, 정부가 뜻을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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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2010-09-12 11:4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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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언급한 공정한 사회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지난 한 주 동안 유명환 전 장관 딸의 특채 파문은 그야말로 일파만파로 번졌습니다.
비슷한 의혹이 잇따라 제기됐고, 특채를 확대하려던 정부 계획도 백지화됐습니다.
정치외교부 최문종 기자와 함께 특채 파문 정리해보겠습니다.
<질문> 최 기자, 특채 파문의 시작점이었죠.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딸이 특혜를 받아 채용됐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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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외교부가 이른바 '맞춤형 채용'으로 불리는 특혜를 노골적으로 준 사실이 행정안전부 감사 결과 확인됐습니다.
확인된 특혜는 크게 세 가지인데요.
우선, 장관 딸인 줄 알면서도 외교부 간부 2명이 심사 위원으로 참여해 높은 점수를 줬습니다.
외교부 인사기획관 등 2명이 장관 딸에게는 면접 점수를 20점 만점에 19점을 주고, 탈락한 차점자에게는 낙제점을 줬습니다.
반면, 외부 면접위원들은 차점자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녹취> 조윤명(행정안전부 인사실장) : "심사 회의시 내부 위원이 실제 근무 경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등 면접 시험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저해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두 번째 특혜는, FTA 통상 관련 법적 분쟁 담당자를 특채하면서 업무 연관성이 높은 변호사는 아예 응시자격에서 빼버린 겁니다.
또, 통상 2주 정도인 원서 접수 기간도 장관 딸인 유 씨가 높은 점수를 받은 영어 시험 성적이 나올 때까지 연장해 26일이나 됐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니 당연히 1등으로 채용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질문> 네, 그런데 유 전 장관뿐 아니라 이후 전현직 외교부 간부와 관련해 비슷한 의혹이 잇달았죠?
<답변>
그렇습니다. 전현직 고위직 인사, 대사들의 자녀는 물론, 친인척, 지인 자녀까지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경우 친구 딸이 지난 2006년 통상 분야 계약직에 특채됐고, 지난해 시험을 거쳐 정규직으로 다시 채용돼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외교부는 당시 친구 딸인 줄 몰랐다는 입장이고요.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지난 2006년에 외교부가 5급 특채 합격자들을 6급으로 발령하고, 이 시험에서 탈락했던 홍모 전 대사의 딸 등은 다시 5급 특채를 실시해 채용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박선영(자유선진당 의원) : "먼저 시험을 봐서 합격한 사람들은 6급으로 채용을 하고 그 시험에서 떨어졌던 사람들은 5급으로 채용을 했습니다."
박 의원은 특히 두 번째 특채 때는 필기시험 없이 면접만으로 평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2007년에는 홍 전 대사의 사위도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최근 전직 대사들의 자녀와 친척 3명이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특혜 전환됐다고 주장하면서 검찰 수사를 촉구했습니다.
이밖에 유종하, 홍순영 전 외교부 장관은 각각 아들의 외무고시 합격을 위해 편법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질문> 의혹이 정말 많군요. 해외 근무지를 옮겨다니면서 끈끈한 유대 관계를 맺게 되는 외교부 특유의 분위기가 이런 의혹 사태를 불러왔다, 이런 분석도 있던데요.
여기에 전윤철 전 감사원장 딸도 도마에 올랐죠?
<답변>
네, 전윤철 전 감사원장의 딸도 특혜를 받아 채용됐다는 의혹이 나왔습니다.
전윤철 전 감사원장은 외교부 출신은 아니지만, 유명환 전 장관, 신각수 외교부 1차관과 고등학교 동문이라는 연결 고리가 있습니다.
외교부는 지난 7월말 프랑스어 6급 전문인력 합격자를 발표했는데, 여기에 단독으로 합격한 사람이 바로 전윤철 전 감사원장이 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특채는 지난해 전문 인력을 특채하고 불과 반년 정도 만에 또 한 것이어서 외교부가 정원을 억지로 늘린 게 아니냐 이런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이에 외교부는 채용 공고 당시 계약직은 정원보다 19명이나 부족한 상태였고, 특히 심사위원 5명 가운데 외부 위원 3명 모두가 전 씨에게 더 많은 점수를 줬다면서 특혜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질문> 이렇게 의혹이 연이어 터져 나오는데, 외교부 차원에서도 뭔가 조치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답변>
네, 일단 인사 조치부터 시작했습니다. 유명환 전 장관은 청와대에서 사표가 수리됐고요.
유 전 장관 딸의 특채 파문과 관련해 지휘선상에 있던 고위 인사들이 문책성 인사 조치됐습니다.
장관 대행을 맡고 있는 신각수 1차관의 경우 이 자리가 원래 인사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인데, 이 권한을 당분간 천영우 2차관에게 넘기게 됐습니다.
또 임재홍 기획조정실장이 보직 해임과 함께 대기 조치됐고, 유 전 장관 딸의 인사 과정을 총괄한 한충희 인사기획관도 엄중 경고와 함께 외교안보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습니다.
추가 징계 등 구체적인 문책 수위는 후임 장관이 결정하게 됩니다.
외교부는 또 자체적으로 특별조사팀을 구성해서 연이어 터져 나오는 특채 의혹과 관련해 실제로 부당한 일이 있었는지를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질문> 하지만, 이 문제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은 이미 넘어선 것으로 보이는데요.
<답변>
그렇습니다. 이 문제는 이미 외교부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입니다.
유 전 장관 파문을 계기로 외교부뿐만 아니라 각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에서도 임용 비리 의혹이 정말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감사원에서 공무원 인사 전반에 대해서 대대적인 감사를 벌이기로 했는데요.
감사원이 기관별 감사가 아니라 인사 전반에 걸쳐 집중 감사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감사원은 중앙부처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특히 단체장들의 인사 전횡에 대해서 집중적인 감사를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김황식 감사원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김황식(감사원장) :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무리한 사람 심기 수단으로 특별채용이 혹시 이용되지 않나하는 의구심도 있기 때문에…"
이뿐만 아니라 다음달에 있을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유종하, 홍순영,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과 전윤철 전 감사원장 등 각종 의혹의 당사자들이 대거 증인으로 채택됐습니다.
<질문> 정말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란 생각이 드는군요.
이번 특채 파문 여파로 특채를 늘리겠다던 정부 계획도 백지화됐죠?
<답변>
네, 정부는 지난달 12일에 행정고시 개편안을 발표했는데요.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이 바로 특채를 확대하겠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오는 2015년까지 새로 채용하는 5급 공무원의 절반을 전문가 특채로 선발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여당과의 당정협의에서 이 안이 백지화됐습니다.
이로 인해서 특채 비율은 지난 10년의 평균 수준인 공채의 37% 정도로 유지되고, 각 부처에서 각각 진행하던 특채 과정은 행정안전부가 통합 관리하기로 했습니다.
특채를 늘리면, 특권층에만 유리하게 된다는 비판이 일반 국민은 물론, 여당 안에서도 나왔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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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종 기자 mjcho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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