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가위로 ‘싹둑’…전자발찌 채우나마나

입력 2010.10.15 (08:57) 수정 2010.10.15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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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성범죄를 막기 위해 도입된 ‘전자발찌’를 강제로 끊어버리고 도주한 20대 성범죄자가 나흘 만에 붙잡혔습니다.



성범죄자의 경우 재범 우려가 높아 시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는데요.



이민우 기자, 명색이 범죄를 예방하고자 만든 ‘전자발찌’인데, 손쉽게 끊을 수 있었다면서요?



<리포트>



예, 이 성범죄자, 전자발찌를 끊는데 특별한 도구를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집에서 쓰는 일반 가위로 잘랐습니다.



우레탄 소재로 만들어져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쉽게 자를 수 있다는 얘깁니다.



초기에는 인권침해다 가중처벌이다 말도 많았던 ‘전자발찌’.



이왕에 채우려면 제대로 된 걸 채워야하지 않을까요?



지난 11일 오후 8시 반쯤, 부산역 화장실에서 나온 한 남자가 서둘러 승강장으로 사라졌습니다.



뭔가에 쫓기듯 달아난 남자, 성범죄 전과자로 전자발찌를 부착한 채 보호관찰을 받아오던 27살 박 모 씨였는데요.



사람들로 북적이는 역 화장실에서 전자 발찌를 끊고 도주한 것입니다.



<인터뷰> 김진 팀장(부산 동부경찰서 형사1팀) : “(피의자가) 가위를 소지하고 부산역으로 왔다가 화장실에서 (전자발찌를) 자르고, 즉시, 고속열차를 타고 대구로 도망갔습니다.”



전자발찌의 이상을 감지한 보호관찰소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



즉시 관할 경찰서에 신고하고, 박 씨를 검거하려고 했는데요.



하지만 박 씨는 이미 자리를 뜬 뒤였습니다.



<녹취> 보호관찰소 관계자 : “위험경보가 뜨면 이제 그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에서 해당 경찰청 112센터로 위험발령이 가고요, 지구대를 빨리 출동시키고 조치를 취하는 거거든요.”



경찰이 박 씨의 은신처로 주목해 탐문 수사를 펼친 곳은 박 씨의 애인이 거주하는 대구의 한 유흥가. 인근 모 PC방 CCTV에 모습을 드러낸 박씨는 어제 새벽 거리를 배회하다 경찰과 맞닥뜨렸고, 100여 미터를 달아나다 결국 붙잡혔습니다.



도주한지 나흘만이었습니다.



<인터뷰> 김진 팀장(부산동부경찰서 형사1팀) : “검문을 하고, 불응하고 도망가는 것을 100미터 추격해 가지고, 3층 건물로 도망간 것을 우리가 건물을 둘러싸고 수색해서 3층 화장실에서 검거했습니다.”



3년 전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여성을 성폭행해 감옥에 간 뒤 지난 8월에야 출소했던 박 씨.



그 뒤 7년 동안 전자발찌를 부착하라는 명령을 받아 지난 3일부터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는데요.



일주일 만에 스스로 끊어버린 겁니다.



<녹취> 박00(전자발찌 끊고 도주) : “(전자발찌) 차니까 그냥 내가 낙인이 찍힌 것 같고,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거 같고, 사람들 만나도 왠지 내 발목을 쳐다보는 것 같고...”



특히 애인에게 차마 전자발찌를 찬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다는 건데요.



현행법상 전자발찌 훼손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됩니다.



<녹취> 박00(전자발찌 끊고 도주) : “그냥 단지 저는 여자 친구랑 있다가 다시 돌아올 그런 마음을 품고 있었는데...사람들은 그렇게 보겠죠. ‘아 성범죄자가 전자발찌 끊고 또 범죄하러 갔겠구나’...”



부산에서는 이틀 전에도 또 다른 성범죄 전과자 29살 김 모씨가 전자발찌를 훼손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는데요.



전자발찌가 불편하고 자꾸 다리를 찌른다며 이음새 부분을 강제로 훼손해 버린 것입니다.



최근 부산지역에서만 전자발찌 훼손이 잇따르자 시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는데요.



<인터뷰> 정재연(부산시 서구) : “(전자발찌를) 잘 끊고요, 딴 데 가서도 성범죄 저지를까봐 당연히 걱정되죠. 하루 만에 바로 잡아야죠. 3일이 걸려서는 안 되요.”



<인터뷰> 윤주원(부산시 동래구) : “전자발찌만으로는 솔직히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화학적 거세라든가 이런 거 많이 말씀하시잖아요. 그런 것도 도입이 필요한 부분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어요.”



성범죄자의 재범을 막고자 지난 2008년 9월 처음 시행된 ‘전자발찌’.



하지만 우레탄 재질로 만들어져 평범한 가위로도 자를 수 있을 정도인데요.



또 위치추적만으로 과연 추가 성범죄를 막을 수 있겠느냐는 근본적인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윤호 교수(동국대 경찰행정학과) : “(전자발찌를) 쉽게 자를 수 있고, 훼손할 수 있어서 기능이 상실될 수 있다는 것. (위치추적이) 정말 분초를 다투는 긴급한 범죄현장에서 즉각 대응하기가 어려울 수 있는 그런 문제도 없지 않다고 지적할 수 있습니다.”



성범죄 전과자가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한 사건은 지난 2년 동안 모두 12건.



지난 3월에는 28살 윤 모 씨가 20일 만에 검거됐고, 지난해에는 송곳으로 전자발찌를 훼손한 40살 김 모 씨가 102일 만에 붙잡히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지난 2008년에는 20대 남성이 전자발찌를 부착한 채 성폭행을 저지르는 충격적인 사건도 있었습니다.



<인터뷰> 이윤호 교수(동국대 경찰행정학과) : “단순히 전자발찌를 통한 전자적 감시뿐 만 아니라 성범죄자에 대한 교육이라던가, 훈련, 치료...이런 것까지 병행된다면 재범을 좀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현재, 전국적으로 전자발찌를 부착한 채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사람은 2백 30여명. 법무부는 현행 전자발찌의 문제점을 보완한 새로운 전자발찌를 이달 말 선보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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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가위로 ‘싹둑’…전자발찌 채우나마나
    • 입력 2010-10-15 08:57:17
    • 수정2010-10-15 11:5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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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성범죄를 막기 위해 도입된 ‘전자발찌’를 강제로 끊어버리고 도주한 20대 성범죄자가 나흘 만에 붙잡혔습니다.

성범죄자의 경우 재범 우려가 높아 시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는데요.

이민우 기자, 명색이 범죄를 예방하고자 만든 ‘전자발찌’인데, 손쉽게 끊을 수 있었다면서요?

<리포트>

예, 이 성범죄자, 전자발찌를 끊는데 특별한 도구를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집에서 쓰는 일반 가위로 잘랐습니다.

우레탄 소재로 만들어져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쉽게 자를 수 있다는 얘깁니다.

초기에는 인권침해다 가중처벌이다 말도 많았던 ‘전자발찌’.

이왕에 채우려면 제대로 된 걸 채워야하지 않을까요?

지난 11일 오후 8시 반쯤, 부산역 화장실에서 나온 한 남자가 서둘러 승강장으로 사라졌습니다.

뭔가에 쫓기듯 달아난 남자, 성범죄 전과자로 전자발찌를 부착한 채 보호관찰을 받아오던 27살 박 모 씨였는데요.

사람들로 북적이는 역 화장실에서 전자 발찌를 끊고 도주한 것입니다.

<인터뷰> 김진 팀장(부산 동부경찰서 형사1팀) : “(피의자가) 가위를 소지하고 부산역으로 왔다가 화장실에서 (전자발찌를) 자르고, 즉시, 고속열차를 타고 대구로 도망갔습니다.”

전자발찌의 이상을 감지한 보호관찰소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

즉시 관할 경찰서에 신고하고, 박 씨를 검거하려고 했는데요.

하지만 박 씨는 이미 자리를 뜬 뒤였습니다.

<녹취> 보호관찰소 관계자 : “위험경보가 뜨면 이제 그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에서 해당 경찰청 112센터로 위험발령이 가고요, 지구대를 빨리 출동시키고 조치를 취하는 거거든요.”

경찰이 박 씨의 은신처로 주목해 탐문 수사를 펼친 곳은 박 씨의 애인이 거주하는 대구의 한 유흥가. 인근 모 PC방 CCTV에 모습을 드러낸 박씨는 어제 새벽 거리를 배회하다 경찰과 맞닥뜨렸고, 100여 미터를 달아나다 결국 붙잡혔습니다.

도주한지 나흘만이었습니다.

<인터뷰> 김진 팀장(부산동부경찰서 형사1팀) : “검문을 하고, 불응하고 도망가는 것을 100미터 추격해 가지고, 3층 건물로 도망간 것을 우리가 건물을 둘러싸고 수색해서 3층 화장실에서 검거했습니다.”

3년 전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여성을 성폭행해 감옥에 간 뒤 지난 8월에야 출소했던 박 씨.

그 뒤 7년 동안 전자발찌를 부착하라는 명령을 받아 지난 3일부터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는데요.

일주일 만에 스스로 끊어버린 겁니다.

<녹취> 박00(전자발찌 끊고 도주) : “(전자발찌) 차니까 그냥 내가 낙인이 찍힌 것 같고,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거 같고, 사람들 만나도 왠지 내 발목을 쳐다보는 것 같고...”

특히 애인에게 차마 전자발찌를 찬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다는 건데요.

현행법상 전자발찌 훼손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됩니다.

<녹취> 박00(전자발찌 끊고 도주) : “그냥 단지 저는 여자 친구랑 있다가 다시 돌아올 그런 마음을 품고 있었는데...사람들은 그렇게 보겠죠. ‘아 성범죄자가 전자발찌 끊고 또 범죄하러 갔겠구나’...”

부산에서는 이틀 전에도 또 다른 성범죄 전과자 29살 김 모씨가 전자발찌를 훼손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는데요.

전자발찌가 불편하고 자꾸 다리를 찌른다며 이음새 부분을 강제로 훼손해 버린 것입니다.

최근 부산지역에서만 전자발찌 훼손이 잇따르자 시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는데요.

<인터뷰> 정재연(부산시 서구) : “(전자발찌를) 잘 끊고요, 딴 데 가서도 성범죄 저지를까봐 당연히 걱정되죠. 하루 만에 바로 잡아야죠. 3일이 걸려서는 안 되요.”

<인터뷰> 윤주원(부산시 동래구) : “전자발찌만으로는 솔직히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화학적 거세라든가 이런 거 많이 말씀하시잖아요. 그런 것도 도입이 필요한 부분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어요.”

성범죄자의 재범을 막고자 지난 2008년 9월 처음 시행된 ‘전자발찌’.

하지만 우레탄 재질로 만들어져 평범한 가위로도 자를 수 있을 정도인데요.

또 위치추적만으로 과연 추가 성범죄를 막을 수 있겠느냐는 근본적인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윤호 교수(동국대 경찰행정학과) : “(전자발찌를) 쉽게 자를 수 있고, 훼손할 수 있어서 기능이 상실될 수 있다는 것. (위치추적이) 정말 분초를 다투는 긴급한 범죄현장에서 즉각 대응하기가 어려울 수 있는 그런 문제도 없지 않다고 지적할 수 있습니다.”

성범죄 전과자가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한 사건은 지난 2년 동안 모두 12건.

지난 3월에는 28살 윤 모 씨가 20일 만에 검거됐고, 지난해에는 송곳으로 전자발찌를 훼손한 40살 김 모 씨가 102일 만에 붙잡히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지난 2008년에는 20대 남성이 전자발찌를 부착한 채 성폭행을 저지르는 충격적인 사건도 있었습니다.

<인터뷰> 이윤호 교수(동국대 경찰행정학과) : “단순히 전자발찌를 통한 전자적 감시뿐 만 아니라 성범죄자에 대한 교육이라던가, 훈련, 치료...이런 것까지 병행된다면 재범을 좀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현재, 전국적으로 전자발찌를 부착한 채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사람은 2백 30여명. 법무부는 현행 전자발찌의 문제점을 보완한 새로운 전자발찌를 이달 말 선보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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