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경지역 비상 대피 시설 ‘엉망’

입력 2010.11.27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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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의 연평도 도발 사건 이후, 비상 상황이 생기면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궁금해 하는 시민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 곳으로 대피하라'고 말하기가 곤란할 만큼 비상대피시설, 장비 모두 엉망입니다.

엄기숙 기자가 고발합니다.

<리포트>

주민 7천여 명이 살고 있는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입니다.

읍사무소 앞에서 비상 대피소의 위치를 물었더니, 주민 대부분이 알지 못합니다.

<인터뷰>류병오 : "주민들 다 마찬가지죠.. 어디로 피해야 할지... 이런데는 없어요"

안내 표지판 하나 없는 비상 대피소, 알고보니 읍사무소 지하에 있습니다.

대피소 안은, 60~70㎡ 크기의 컴컴한 지하 보일러실로, 4백명을 수용할 수 있단 말이 무색합니다.

<녹취>담당 공무원 : "지하만 하는게 아니라 지상도 대피시설로 활용하겠다는 거죠."

휴전선과 10 여km 남짓 떨어진 최전방 강원도 양구군.

읍사무소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면 비상 대피소입니다.

그런데 대피소 한쪽은 지상과 연결돼 있습니다.

폭격에 대비해 지하에 설치돼야 한다는 규정은 있으나 마나입니다.

장비는 더 엉망입니다.

화생방 공격에 대비해 있어야 할 해독제 한 점 없고, 오염 여부를 알아보는 탐지지는 무려 25년 전 만들어져 쓸 수가 없습니다.

화천군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대피소 한켠에 방독면이 쌓여 있지만 대부분 5년이라는 유효기간을 2배 가까이 넘긴 것입니다.

특히 이런 방독면은 습기가 없는 곳에 오염되지 않게 보관해야 하지만, 이렇게 방독면 상자마다 곰팡이가 피었을 정도로 보관상태도 엉망입니다.

<녹취> 담당 공무원 : "주민들이 써도 무방하다는거에요?" "그건 저한테 얘기하지 마세요"

북한과 맞닿은 접경지역 비상대피소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엄기숙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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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접경지역 비상 대피 시설 ‘엉망’
    • 입력 2010-11-27 13:59:58
    뉴스광장 1부
<앵커 멘트> 북한의 연평도 도발 사건 이후, 비상 상황이 생기면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궁금해 하는 시민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 곳으로 대피하라'고 말하기가 곤란할 만큼 비상대피시설, 장비 모두 엉망입니다. 엄기숙 기자가 고발합니다. <리포트> 주민 7천여 명이 살고 있는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입니다. 읍사무소 앞에서 비상 대피소의 위치를 물었더니, 주민 대부분이 알지 못합니다. <인터뷰>류병오 : "주민들 다 마찬가지죠.. 어디로 피해야 할지... 이런데는 없어요" 안내 표지판 하나 없는 비상 대피소, 알고보니 읍사무소 지하에 있습니다. 대피소 안은, 60~70㎡ 크기의 컴컴한 지하 보일러실로, 4백명을 수용할 수 있단 말이 무색합니다. <녹취>담당 공무원 : "지하만 하는게 아니라 지상도 대피시설로 활용하겠다는 거죠." 휴전선과 10 여km 남짓 떨어진 최전방 강원도 양구군. 읍사무소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면 비상 대피소입니다. 그런데 대피소 한쪽은 지상과 연결돼 있습니다. 폭격에 대비해 지하에 설치돼야 한다는 규정은 있으나 마나입니다. 장비는 더 엉망입니다. 화생방 공격에 대비해 있어야 할 해독제 한 점 없고, 오염 여부를 알아보는 탐지지는 무려 25년 전 만들어져 쓸 수가 없습니다. 화천군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대피소 한켠에 방독면이 쌓여 있지만 대부분 5년이라는 유효기간을 2배 가까이 넘긴 것입니다. 특히 이런 방독면은 습기가 없는 곳에 오염되지 않게 보관해야 하지만, 이렇게 방독면 상자마다 곰팡이가 피었을 정도로 보관상태도 엉망입니다. <녹취> 담당 공무원 : "주민들이 써도 무방하다는거에요?" "그건 저한테 얘기하지 마세요" 북한과 맞닿은 접경지역 비상대피소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엄기숙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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