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남 돌풍, 명가 떨어뜨리다!

입력 2010.12.06 (13:05) 수정 2010.12.06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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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프로축구 K-리그에서 가장 큰 화제는 '제주발 폭풍'과 '조광래 유치원'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K-리그 전통 강호로 손꼽혀온 수원 삼성과 포항 스틸러스는 6강 플레이오프조차 통과하지 못한 채 아쉬운 성적표를 받고 말았다.

이렇듯 올해 K-리그는 약체로 분류됐던 제주와 경남의 약진이 눈에 부셨고, 시즌 초반 '우승 1순위'로 점쳐졌던 수원과 포항은 하위권으로 밀려나며 자존심을 구겼다.

◇ '제주발 폭풍'과 '조광래 유치원'

제주는 지난 2006년 부천에서 제주로 연고를 옮기면서 부천 SK에서 제주 유나이티드로 거듭났지만, 연고 이전 첫해부터 지난해까지 정규리그 10위권 밖에서 헤맸고, '돈 안 쓰고 성적이 나오지 않는 구단'이라는 이미지를 굳히고 말았다.

하지만 2010년 시즌을 앞두고 제주는 박경훈 감독을 사령탑으로 영입한 제주는 '체질 변화'를 선언했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U-17세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박 감독은 2007년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맛보고 나서 전주대학교 체육학부 축구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이론과 현장의 조화를 연구했다.

마침내 올해부터 제주의 사령탑으로 현장에 복귀한 박 감독은 해박한 축구 이론을 바탕으로 빠르고 아기자기한 패스 완성에 공을 들였고, 이런 노력은 연승 행진으로 이어졌다.

정규리그 시작과 함께 6경기 연속 무패(2승4무)로 돌풍의 조짐을 보인 제주는 시즌 중반 6연승과 5연승 행진을 거듭하며 한때 정규리그 1위까지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말 그대로 '제주발 폭풍'이었다.

미드필드에서 빠르고 효과적인 패스를 통해 골 사냥에 나섰던 제주는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 두 차례나 5골을 터트리는 화끈한 공격 축구로 공포의 대상이 됐다.

비록 엷은 선수층으로 시즌 막판 상승세가 꺾여 정규리그 2위로 챔피언결정전에 나선 제주는 박빙의 승부 끝에 챔피언 트로피를 FC 서울에 내줬지만 이번 시즌 최고의 팀으로 손꼽히기에 모자람이 없는 성과를 보여줬다.

제주의 돌풍과 더불어 '조광래 아이들'로 대변하는 경남FC의 초반 돌풍도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난 2008년 재야 생활을 청산하고 경남의 지휘봉을 잡았던 조광래 감독은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소박한 목표를 내세워 무명의 선수들을 조련했다.

구단 재정 때문에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 선수를 최소화하고 가능성이 보이는 연습생을 대거 뽑아 기본기부터 철저하게 가르쳤다.

이와 함께 김동찬과 서상민 등 무명의 공격수들을 조련해 팀의 기둥으로 만들었고, 올해 신인왕 1순위 후보로 떠오른 윤빛가람을 영입하면서 '지지 않는 축구'를 완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경남은 정규리그 개막전에서 울산에 패하고 나서 내리 9경기 연속무패(6승3무)를 앞세워 단숨에 상위권으로 뛰어올랐다.

특히 경남은 시즌 초반 5연승을 내달릴 때는 수원, 포항, 강원, 성남, 서울 등 강호들의 발목을 차례로 잡는 성과를 이뤄냈다.

아쉽게 부상 선수가 속출하고, 시즌 중간에 조광래 감독이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기는 진통 속에 잠시 침체했지만 기어이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저력을 발휘하며 성공적으로 한해를 마감했다.

◇수원-포항 '명가의 추락'

올해 팬들의 안타까움을 가장 많이 자아낸 팀은 수원과 포항이다.

시즌을 앞둔 전지훈련 때부터 부상 선수가 속출했던 수원은 정규리그 개막 이후 11경기 동안 2승1무8패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작성했다.

팀 창단 이후 최다 연패(6연패)를 당하며 꼴찌로 추락하는 수모까지 겪은 수원은 차범근 감독이 중도에 사퇴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치달았다. 2008년 우승 이후 팀 재정비에 실패했던 후폭풍을 맞은 셈이다.

수원은 차 감독 대신 대학교에서 오랫동안 지휘봉을 휘둘렀던 윤성효 감독을 '깜짝 발탁'하면서 분위기 전환을 노렸다.

사령탑 교체 이후 5연승을 거두며 꼴찌에서 탈출해 중위권까지 올라선 수원은 FA컵 우승으로 그나마 명문 구단의 자존심을 살렸지만 6강 플레이오프 탈락의 비운을 맛봐야 했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인 포항의 몰락도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포항은 세르지우 파리아스 감독이 지난해 연말 돌연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아흘리로 자리를 옮기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고, 파리아스 대신 사령탑에 오른 발데마르 레모스 데 올리베이라 감독 역시 성적 부진으로 경질되면서 회생의 빛을 보이지 못했다.

박창현 수석 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으면서 승수를 조금씩 쌓긴 했지만 끝내 6강 플레이오프 탈락의 비운을 맛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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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경남 돌풍, 명가 떨어뜨리다!
    • 입력 2010-12-06 13:05:13
    • 수정2010-12-06 13: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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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프로축구 K-리그에서 가장 큰 화제는 '제주발 폭풍'과 '조광래 유치원'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K-리그 전통 강호로 손꼽혀온 수원 삼성과 포항 스틸러스는 6강 플레이오프조차 통과하지 못한 채 아쉬운 성적표를 받고 말았다. 이렇듯 올해 K-리그는 약체로 분류됐던 제주와 경남의 약진이 눈에 부셨고, 시즌 초반 '우승 1순위'로 점쳐졌던 수원과 포항은 하위권으로 밀려나며 자존심을 구겼다. ◇ '제주발 폭풍'과 '조광래 유치원' 제주는 지난 2006년 부천에서 제주로 연고를 옮기면서 부천 SK에서 제주 유나이티드로 거듭났지만, 연고 이전 첫해부터 지난해까지 정규리그 10위권 밖에서 헤맸고, '돈 안 쓰고 성적이 나오지 않는 구단'이라는 이미지를 굳히고 말았다. 하지만 2010년 시즌을 앞두고 제주는 박경훈 감독을 사령탑으로 영입한 제주는 '체질 변화'를 선언했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U-17세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박 감독은 2007년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맛보고 나서 전주대학교 체육학부 축구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이론과 현장의 조화를 연구했다. 마침내 올해부터 제주의 사령탑으로 현장에 복귀한 박 감독은 해박한 축구 이론을 바탕으로 빠르고 아기자기한 패스 완성에 공을 들였고, 이런 노력은 연승 행진으로 이어졌다. 정규리그 시작과 함께 6경기 연속 무패(2승4무)로 돌풍의 조짐을 보인 제주는 시즌 중반 6연승과 5연승 행진을 거듭하며 한때 정규리그 1위까지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말 그대로 '제주발 폭풍'이었다. 미드필드에서 빠르고 효과적인 패스를 통해 골 사냥에 나섰던 제주는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 두 차례나 5골을 터트리는 화끈한 공격 축구로 공포의 대상이 됐다. 비록 엷은 선수층으로 시즌 막판 상승세가 꺾여 정규리그 2위로 챔피언결정전에 나선 제주는 박빙의 승부 끝에 챔피언 트로피를 FC 서울에 내줬지만 이번 시즌 최고의 팀으로 손꼽히기에 모자람이 없는 성과를 보여줬다. 제주의 돌풍과 더불어 '조광래 아이들'로 대변하는 경남FC의 초반 돌풍도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난 2008년 재야 생활을 청산하고 경남의 지휘봉을 잡았던 조광래 감독은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소박한 목표를 내세워 무명의 선수들을 조련했다. 구단 재정 때문에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 선수를 최소화하고 가능성이 보이는 연습생을 대거 뽑아 기본기부터 철저하게 가르쳤다. 이와 함께 김동찬과 서상민 등 무명의 공격수들을 조련해 팀의 기둥으로 만들었고, 올해 신인왕 1순위 후보로 떠오른 윤빛가람을 영입하면서 '지지 않는 축구'를 완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경남은 정규리그 개막전에서 울산에 패하고 나서 내리 9경기 연속무패(6승3무)를 앞세워 단숨에 상위권으로 뛰어올랐다. 특히 경남은 시즌 초반 5연승을 내달릴 때는 수원, 포항, 강원, 성남, 서울 등 강호들의 발목을 차례로 잡는 성과를 이뤄냈다. 아쉽게 부상 선수가 속출하고, 시즌 중간에 조광래 감독이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기는 진통 속에 잠시 침체했지만 기어이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저력을 발휘하며 성공적으로 한해를 마감했다. ◇수원-포항 '명가의 추락' 올해 팬들의 안타까움을 가장 많이 자아낸 팀은 수원과 포항이다. 시즌을 앞둔 전지훈련 때부터 부상 선수가 속출했던 수원은 정규리그 개막 이후 11경기 동안 2승1무8패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작성했다. 팀 창단 이후 최다 연패(6연패)를 당하며 꼴찌로 추락하는 수모까지 겪은 수원은 차범근 감독이 중도에 사퇴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치달았다. 2008년 우승 이후 팀 재정비에 실패했던 후폭풍을 맞은 셈이다. 수원은 차 감독 대신 대학교에서 오랫동안 지휘봉을 휘둘렀던 윤성효 감독을 '깜짝 발탁'하면서 분위기 전환을 노렸다. 사령탑 교체 이후 5연승을 거두며 꼴찌에서 탈출해 중위권까지 올라선 수원은 FA컵 우승으로 그나마 명문 구단의 자존심을 살렸지만 6강 플레이오프 탈락의 비운을 맛봐야 했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인 포항의 몰락도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포항은 세르지우 파리아스 감독이 지난해 연말 돌연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아흘리로 자리를 옮기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고, 파리아스 대신 사령탑에 오른 발데마르 레모스 데 올리베이라 감독 역시 성적 부진으로 경질되면서 회생의 빛을 보이지 못했다. 박창현 수석 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으면서 승수를 조금씩 쌓긴 했지만 끝내 6강 플레이오프 탈락의 비운을 맛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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