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죽음까지 부르는 ‘사채의 덫’

입력 2011.01.07 (22:28) 수정 2011.01.07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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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사채에 덫에 걸려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 얘기, 심심찮게 들려 오죠.



등록된 대부업체만 만 오천개를 넘었는데 금리가 평균 연 40%! 매우 높습니다.



이보다 더 많이 챙기는 미등록 불법 대부업체 역시 4만개가 넘습니다.



사채업자 횡포를 못 견디겠다, 피해 신고도 해마다 급증하고 있습니다.



한 번 발을 디디면 빠져나올 수 없다는 사금융의 덫.



먼저 박일중 기자가 실태를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불법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린 뒤 하루라도 연체를 하면 가혹한 빚독촉이 시작됩니다.



<녹취> 사채업자 : "시집도 못가게 만들어 버릴테니까 알아서 하시라고. 진짜 열받게 하지 말고요."



<녹취> 대부업 이용자 : "너도 약먹고 죽어버려라. 약 먹고 죽으면 난 너한테 돈 안받는다."



사채 4억 원을 썼던 김 모씨는 아내와 아이들까지 들먹이는 사채업자의 협박에 운영하던 공장도 문을 닫고 도피 중입니다.



빚은 보름에 10%씩 복리로 계산되면서 석 달여 만에 7억 원 이상으로 불었습니다.



<녹취> 김00(사채 피해자) : "집에 들어갈 수도 없고, 사무실에 갈 수도 없고. 죽고 싶은 심정이죠."



지난 한해 빚에 시달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알려진 것만 6명입니다.



지난해 2월 중소기업 사장부터 7월에서 10월까지 포항 여종업원 4명, 그리고 8월 20대 여성 자살까지.



이들이 원하는 것은 빚에 시달리지 않는 일상적인 삶이었습니다.



<녹취> 자살자 유족 : "제가 평범하게 사니까 언니가 부럽다고 문자가 왔었거든요."



하지만 그들이 마지막 남긴 말은 하늘에서도 용서할 수 없고, 다른 피해를 막기 위해 꼭 신고를 해달라는 사채업자 들에 대한 극한의 분노였습니다.



<질문>



평범한 삶조차 살 수 없을 정도로 시달린다니, 정말 안타깝습니다.



서재희 기자! 도대체 어떻게 계산을 하길래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걸까요?



<답변>



네, 이자를 뜯어내는 수법은 다양하지만, 가장 일반적인 게 이른바 꺾기 라는 수법입니다.



먼저 ’선이자’가 붙는데, 차용증에는 천만 원을 쓰지만 실제론 800만 원을 주면서 나머지는 이자와 수수료 명목으로 먼저 떼갑니다.



이자도 보름에 10~15%씩 그야말로 살인적인데, 제때 이자를 내지 못하면 곧바로 이자까지 원금이 돼 이자에 이자가 붙는 복리로 계산됩니다.



결국, 800만 원을 빌린 지 석 달 후엔 이자만 1513만 원이 붙어 원금의 세 배 가까이 되는 빚더미에 앉게 되는 겁니다.



빚이 커지면 사채업자는 다른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려 갚도록 해, 원금은 다시 한번 커지게 됩니다.



모두 엄연한 불법이지만 이들에 대한 관리는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서영민 기자입니다.



<리포트>



생활정보지에 가득한 대부업체들의광고, 한 업체에 대출상담을 하니 법으로 금지돼 있는 선이자를 요구합니다.



<녹취> "열흘치 떼고 나갑니다. 100만 원을 빌릴 때 (선이자는) 하루 4만 원입니다. (40만 원 떼고 60만 원 나가요.)"



대출 전에 업체 방문은 한결같이 안된다고 말합니다.



<녹취> "직접 방문하면 안될까요?" "왜요? 와서 뭐 하실라구요?" "다른 데 한 번 알아보세요"



광고를 한 열 곳 중 두세 곳은 이렇게 미등록 전화번호를 쓰거나 사무실을 숨긴 채 영업을 합니다.



피해신고가 접수돼도 전화를 끊고 잠적하면 그만입니다.



<녹취> "고객의 사정으로 착신이 중지된"



대부업체 감독은 현행법상 지방자치단체 책임, 그러나 서울의 경우 등록업체만 6천여 개에 가까운데 담당 직원은 30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녹취> 구청직원 : "그 일만 하는 게 아니예요. (대부업 관련 업무는) 우리가 무슨 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관리 감독은 사실 못하고 있습니다."



일부는 아예 관리감독은 업무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녹취> 구청직원 : "감독은 우리 업무가 아니예요. 그건 금감원이 해야되는 일이죠."



경찰의 불법 사금융 검거실적도 특별 단속이 있던 2009년에만 반짝 높았을 뿐, 지난해에는 4분의 1로 줄어들었습니다.



검거가 돼도 솜방망이 처분이 대부분입니다.



<인터뷰>이현욱(변호사) : "금융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나서기가 어려 운 경우가 많고 설혹 문제를 제기해도 처벌도 벌금형 정도로 종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질문>



이런, 대부업체 불법행위가 하루 이틀 된 것도 아닌데 대책이 없습니까?



<답변>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만 무성합니다.



흩어져있는 대부업의 관리 감독권을 금융위원회로 일원화하고, 위법 혐의를 발견하면 곧바로 검찰에 고발토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중이고요, 이자 상한을 30%로 낮추는 법안도 올라왔지만, 잠만 자고 있습니다.



정부는 서민금융을 활성화해 사금융 피해를 줄이겠다고 하지만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근본적인 대책은 없을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경남 김해에서 과일 장사를 하는 안 모씨 미소금융지점에서 명절 물품 대금 천 만원을 빌리려 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농협 대출금 500만 원이 있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결국, 연이자가 45%나 되는 대부업체를 찾아야 했습니다.



<인터뷰>안 모씨(저신용자) : "연체도 없는데 오백밖에 안된다. 재산이 없다는 이유로 담보금이 작다는 이유로. 저신용자가 담보를 있으면 얼마나 있겠습니까?"



사기를 당해 퇴직금을 모두 날린 김 모씨 ’햇살론’으로 창업자금을 구하려 했지만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인터뷰>김 모씨(저신용자) : "임대차 계약을 하고 난 다음에 신청을 하라고 그러니까, 그런 돈이 있으면 그 돈 가지고 하지..."



대출 조건이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는 것입니다.



<인터뷰>이건호(KDI 교수) : "일정한 기준만 정부가 제시를 하고 그 가이드 라인에 따라서 대출이 일어나고 있으니까 운영하는 단계에서 경직적이다 유연하지 못하다 그런 문제가 발생"



’햇살론’과 ’희망홀씨’등 정부가 내놓은 서민용 대출 상품들.



하지만 아직도 가까이 가기에는 너무 멀다는 것이 서민들의 하소연입니다.



KBS 뉴스 서재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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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죽음까지 부르는 ‘사채의 덫’
    • 입력 2011-01-07 22:28:17
    • 수정2011-01-07 22:3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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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사채에 덫에 걸려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 얘기, 심심찮게 들려 오죠.

등록된 대부업체만 만 오천개를 넘었는데 금리가 평균 연 40%! 매우 높습니다.

이보다 더 많이 챙기는 미등록 불법 대부업체 역시 4만개가 넘습니다.

사채업자 횡포를 못 견디겠다, 피해 신고도 해마다 급증하고 있습니다.

한 번 발을 디디면 빠져나올 수 없다는 사금융의 덫.

먼저 박일중 기자가 실태를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불법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린 뒤 하루라도 연체를 하면 가혹한 빚독촉이 시작됩니다.

<녹취> 사채업자 : "시집도 못가게 만들어 버릴테니까 알아서 하시라고. 진짜 열받게 하지 말고요."

<녹취> 대부업 이용자 : "너도 약먹고 죽어버려라. 약 먹고 죽으면 난 너한테 돈 안받는다."

사채 4억 원을 썼던 김 모씨는 아내와 아이들까지 들먹이는 사채업자의 협박에 운영하던 공장도 문을 닫고 도피 중입니다.

빚은 보름에 10%씩 복리로 계산되면서 석 달여 만에 7억 원 이상으로 불었습니다.

<녹취> 김00(사채 피해자) : "집에 들어갈 수도 없고, 사무실에 갈 수도 없고. 죽고 싶은 심정이죠."

지난 한해 빚에 시달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알려진 것만 6명입니다.

지난해 2월 중소기업 사장부터 7월에서 10월까지 포항 여종업원 4명, 그리고 8월 20대 여성 자살까지.

이들이 원하는 것은 빚에 시달리지 않는 일상적인 삶이었습니다.

<녹취> 자살자 유족 : "제가 평범하게 사니까 언니가 부럽다고 문자가 왔었거든요."

하지만 그들이 마지막 남긴 말은 하늘에서도 용서할 수 없고, 다른 피해를 막기 위해 꼭 신고를 해달라는 사채업자 들에 대한 극한의 분노였습니다.

<질문>

평범한 삶조차 살 수 없을 정도로 시달린다니, 정말 안타깝습니다.

서재희 기자! 도대체 어떻게 계산을 하길래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걸까요?

<답변>

네, 이자를 뜯어내는 수법은 다양하지만, 가장 일반적인 게 이른바 꺾기 라는 수법입니다.

먼저 ’선이자’가 붙는데, 차용증에는 천만 원을 쓰지만 실제론 800만 원을 주면서 나머지는 이자와 수수료 명목으로 먼저 떼갑니다.

이자도 보름에 10~15%씩 그야말로 살인적인데, 제때 이자를 내지 못하면 곧바로 이자까지 원금이 돼 이자에 이자가 붙는 복리로 계산됩니다.

결국, 800만 원을 빌린 지 석 달 후엔 이자만 1513만 원이 붙어 원금의 세 배 가까이 되는 빚더미에 앉게 되는 겁니다.

빚이 커지면 사채업자는 다른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려 갚도록 해, 원금은 다시 한번 커지게 됩니다.

모두 엄연한 불법이지만 이들에 대한 관리는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서영민 기자입니다.

<리포트>

생활정보지에 가득한 대부업체들의광고, 한 업체에 대출상담을 하니 법으로 금지돼 있는 선이자를 요구합니다.

<녹취> "열흘치 떼고 나갑니다. 100만 원을 빌릴 때 (선이자는) 하루 4만 원입니다. (40만 원 떼고 60만 원 나가요.)"

대출 전에 업체 방문은 한결같이 안된다고 말합니다.

<녹취> "직접 방문하면 안될까요?" "왜요? 와서 뭐 하실라구요?" "다른 데 한 번 알아보세요"

광고를 한 열 곳 중 두세 곳은 이렇게 미등록 전화번호를 쓰거나 사무실을 숨긴 채 영업을 합니다.

피해신고가 접수돼도 전화를 끊고 잠적하면 그만입니다.

<녹취> "고객의 사정으로 착신이 중지된"

대부업체 감독은 현행법상 지방자치단체 책임, 그러나 서울의 경우 등록업체만 6천여 개에 가까운데 담당 직원은 30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녹취> 구청직원 : "그 일만 하는 게 아니예요. (대부업 관련 업무는) 우리가 무슨 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관리 감독은 사실 못하고 있습니다."

일부는 아예 관리감독은 업무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녹취> 구청직원 : "감독은 우리 업무가 아니예요. 그건 금감원이 해야되는 일이죠."

경찰의 불법 사금융 검거실적도 특별 단속이 있던 2009년에만 반짝 높았을 뿐, 지난해에는 4분의 1로 줄어들었습니다.

검거가 돼도 솜방망이 처분이 대부분입니다.

<인터뷰>이현욱(변호사) : "금융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나서기가 어려 운 경우가 많고 설혹 문제를 제기해도 처벌도 벌금형 정도로 종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질문>

이런, 대부업체 불법행위가 하루 이틀 된 것도 아닌데 대책이 없습니까?

<답변>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만 무성합니다.

흩어져있는 대부업의 관리 감독권을 금융위원회로 일원화하고, 위법 혐의를 발견하면 곧바로 검찰에 고발토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중이고요, 이자 상한을 30%로 낮추는 법안도 올라왔지만, 잠만 자고 있습니다.

정부는 서민금융을 활성화해 사금융 피해를 줄이겠다고 하지만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근본적인 대책은 없을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경남 김해에서 과일 장사를 하는 안 모씨 미소금융지점에서 명절 물품 대금 천 만원을 빌리려 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농협 대출금 500만 원이 있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결국, 연이자가 45%나 되는 대부업체를 찾아야 했습니다.

<인터뷰>안 모씨(저신용자) : "연체도 없는데 오백밖에 안된다. 재산이 없다는 이유로 담보금이 작다는 이유로. 저신용자가 담보를 있으면 얼마나 있겠습니까?"

사기를 당해 퇴직금을 모두 날린 김 모씨 ’햇살론’으로 창업자금을 구하려 했지만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인터뷰>김 모씨(저신용자) : "임대차 계약을 하고 난 다음에 신청을 하라고 그러니까, 그런 돈이 있으면 그 돈 가지고 하지..."

대출 조건이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는 것입니다.

<인터뷰>이건호(KDI 교수) : "일정한 기준만 정부가 제시를 하고 그 가이드 라인에 따라서 대출이 일어나고 있으니까 운영하는 단계에서 경직적이다 유연하지 못하다 그런 문제가 발생"

’햇살론’과 ’희망홀씨’등 정부가 내놓은 서민용 대출 상품들.

하지만 아직도 가까이 가기에는 너무 멀다는 것이 서민들의 하소연입니다.

KBS 뉴스 서재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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