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건설 현장 식당 비리 ‘일파만파’

입력 2011.01.16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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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건설현장 식당 브로커 유상봉 씨에게 인사청탁과 함께 거액을 받은 혐의로 강희락 전 경찰청장과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가 줄줄이 검찰에 소환됐습니다.

건설현장 식당 비리가 대형 게이트로 번질 양상마저 보이고 있는데요, 취재지가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양성모 기자! (네)

<질문> 강 전 청장이 돈을 받은 사실을 일부 인정했다고 했는데도 구속영장은 기각됐어요. 검찰 수사가 난관에 봉착한 것 아닙니까?

<답변>

네 검찰은 매우 당황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이런 식이면 부패 수사를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며 법원을 성토하는 분위기도 팽배합니다.

동부지방법원이 밝힌 영장 기각 사유는 범죄 사실이 충분히 소명되지 못했다는 것인데요,

한 마디로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못했다 이런 얘깁니다.

그러나 검찰은 현금을 주고 받는 부패범죄의 특성상 더 이상 어떻게 소명하라는 것이냐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돈을 준 사람은 구속됐는데, 돈을 받은 사람은 불구속하라고 한다면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이에 강 전 청장에 대한 추가 조사 뒤 조만간 영장을 다시 청구할 방침입니다.

<질문> 네, 그런 비리에 연루돼 전직 경찰 수장이 검찰에 소환됐는데 경찰 사기가 땅에 떨어졌겠어요?

<답변>

네, 경찰 내부 게시판엔 "부끄러워서 순찰 돌기도 힘들다"는 내용의 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습니다.

강 전 청장을 성토하는 글도 쉽게 찾을 수 있는데요, 취임 전부터 경찰조직의 비리 근절을 강조해온 강 전 청장이었기 때문에 배신감은 더 컸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직 경찰관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현직 경찰관: "변명을 할 수가 없잖아요. '위에는 그렇지만 나는 깨끗합니다'라고 한들 누가 믿어주겠냐고요."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조현오 경찰청장은 지난 10일 전국 경찰서장급 이상 간부 560명에게 브로커 유 씨와 접촉한 사실이 있는지 양심고백을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렇게 자체 조사한 결과 모두 41명이 유 씨와 만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대부분은 강 전 청장의 소개로 유 씨를 한두 번 만나기만 했고, 5명이 금품이나 선물을 받았지만 모두 돌려보냈다는 게 경찰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강 전 청장이 전국 각지의 경찰서장에서 유 씨를 소개했던 사실이 드러난 만큼 연루된 경찰 간부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질문> 경찰뿐 아니라 정치권과 지방자치 단체장들도 이번 사건에 연루된 정황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죠?

<답변>

네, 이미 브로커 유모 씨가 일부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준 사실이 확인이 됐는데요,

하지만, 대가성 여부 등이 확인된 바 없기 때문에 검찰은 아직은 정치인들은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유 씨는 전국의 대형건설현장 식당 운영권을 따내 업자들 사이에선 '대부'라고까지 불렸습니다.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렇게 운영권을 많이 따냈다는 건 그만큼 많은 로비를 한 결과라는 겁니다.

부산의 한 건설현장에는 이미 식당 2개가 운영되고 있었지만 그 현장에 유 씨가 운영하는 식당이 추가로 들어오기도 했는데요,

제가 만났던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자치단체장이나 고위 공무원이 개입하지 않으면 이런 일은 쉽게 일어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지만 식당 운영권을 따내기 위해 전방위적, 맞춤 로비를 해왔던 유 씨의 행적을 생각해본다면 정치권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이 연루돼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질문> 건설식당 운영권 때문에 로비를 벌인다는 건데, 얼마나 많은 이윤이 남길래 이렇게 로비를 벌이는 거죠?

<답변>

대형 건설현장의 식당 운영권을 따낸다면 일단 고수익이 보장됩니다.

건설현장 식당은 노동자들 사이에선 '함바집'으로 불리는데요, 끼니 당 4천 원에서 5천 원씩 천 명에게 세 끼 식사를 제공할 경우 한 달 매출은 3억 원이 넘습니다.

<녹취>창업 컨설팅 관계자: "단체로 주문을 받으면 식재료도 싸게 받죠. 업체들이... 싸게 받는 것만큼 일반 매장보다 손익 면에서 더 낫습니다."

규모가 큰 공사장일수록 식당의 수익도 커지고, 이른바 '현금장사'로 통하기 때문에 새로운 건설현장이 차려지면 식당 운영권을 차지하기 위해 인맥과 로비를 총동원하는 것이 업계의 관례입니다.

<질문> 전 청와대 감찰팀장인 배건기 씨에 대한 조사는 어떻게 되는겁니까?

<답변>

네, 바로 배건기 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번 사건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배 씨는 청와대 감찰팀장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최고위급 공직자들의 비리를 감찰하는 책임자가 브로커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겁니다.

배 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이었던 시절부터 경찰청 소속으로 서울시에 파견됐습니다.

정두언 의원도 서울시 정무부시장 시절 유 씨를 만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 씨가 서울시 인맥에 맞닿아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데요,

배건기 씨에 대한 조사가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제2의 대형 게이트로 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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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01-16 07:4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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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건설현장 식당 브로커 유상봉 씨에게 인사청탁과 함께 거액을 받은 혐의로 강희락 전 경찰청장과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가 줄줄이 검찰에 소환됐습니다. 건설현장 식당 비리가 대형 게이트로 번질 양상마저 보이고 있는데요, 취재지가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양성모 기자! (네) <질문> 강 전 청장이 돈을 받은 사실을 일부 인정했다고 했는데도 구속영장은 기각됐어요. 검찰 수사가 난관에 봉착한 것 아닙니까? <답변> 네 검찰은 매우 당황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이런 식이면 부패 수사를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며 법원을 성토하는 분위기도 팽배합니다. 동부지방법원이 밝힌 영장 기각 사유는 범죄 사실이 충분히 소명되지 못했다는 것인데요, 한 마디로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못했다 이런 얘깁니다. 그러나 검찰은 현금을 주고 받는 부패범죄의 특성상 더 이상 어떻게 소명하라는 것이냐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돈을 준 사람은 구속됐는데, 돈을 받은 사람은 불구속하라고 한다면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이에 강 전 청장에 대한 추가 조사 뒤 조만간 영장을 다시 청구할 방침입니다. <질문> 네, 그런 비리에 연루돼 전직 경찰 수장이 검찰에 소환됐는데 경찰 사기가 땅에 떨어졌겠어요? <답변> 네, 경찰 내부 게시판엔 "부끄러워서 순찰 돌기도 힘들다"는 내용의 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습니다. 강 전 청장을 성토하는 글도 쉽게 찾을 수 있는데요, 취임 전부터 경찰조직의 비리 근절을 강조해온 강 전 청장이었기 때문에 배신감은 더 컸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직 경찰관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현직 경찰관: "변명을 할 수가 없잖아요. '위에는 그렇지만 나는 깨끗합니다'라고 한들 누가 믿어주겠냐고요."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조현오 경찰청장은 지난 10일 전국 경찰서장급 이상 간부 560명에게 브로커 유 씨와 접촉한 사실이 있는지 양심고백을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렇게 자체 조사한 결과 모두 41명이 유 씨와 만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대부분은 강 전 청장의 소개로 유 씨를 한두 번 만나기만 했고, 5명이 금품이나 선물을 받았지만 모두 돌려보냈다는 게 경찰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강 전 청장이 전국 각지의 경찰서장에서 유 씨를 소개했던 사실이 드러난 만큼 연루된 경찰 간부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질문> 경찰뿐 아니라 정치권과 지방자치 단체장들도 이번 사건에 연루된 정황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죠? <답변> 네, 이미 브로커 유모 씨가 일부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준 사실이 확인이 됐는데요, 하지만, 대가성 여부 등이 확인된 바 없기 때문에 검찰은 아직은 정치인들은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유 씨는 전국의 대형건설현장 식당 운영권을 따내 업자들 사이에선 '대부'라고까지 불렸습니다.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렇게 운영권을 많이 따냈다는 건 그만큼 많은 로비를 한 결과라는 겁니다. 부산의 한 건설현장에는 이미 식당 2개가 운영되고 있었지만 그 현장에 유 씨가 운영하는 식당이 추가로 들어오기도 했는데요, 제가 만났던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자치단체장이나 고위 공무원이 개입하지 않으면 이런 일은 쉽게 일어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지만 식당 운영권을 따내기 위해 전방위적, 맞춤 로비를 해왔던 유 씨의 행적을 생각해본다면 정치권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이 연루돼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질문> 건설식당 운영권 때문에 로비를 벌인다는 건데, 얼마나 많은 이윤이 남길래 이렇게 로비를 벌이는 거죠? <답변> 대형 건설현장의 식당 운영권을 따낸다면 일단 고수익이 보장됩니다. 건설현장 식당은 노동자들 사이에선 '함바집'으로 불리는데요, 끼니 당 4천 원에서 5천 원씩 천 명에게 세 끼 식사를 제공할 경우 한 달 매출은 3억 원이 넘습니다. <녹취>창업 컨설팅 관계자: "단체로 주문을 받으면 식재료도 싸게 받죠. 업체들이... 싸게 받는 것만큼 일반 매장보다 손익 면에서 더 낫습니다." 규모가 큰 공사장일수록 식당의 수익도 커지고, 이른바 '현금장사'로 통하기 때문에 새로운 건설현장이 차려지면 식당 운영권을 차지하기 위해 인맥과 로비를 총동원하는 것이 업계의 관례입니다. <질문> 전 청와대 감찰팀장인 배건기 씨에 대한 조사는 어떻게 되는겁니까? <답변> 네, 바로 배건기 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번 사건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배 씨는 청와대 감찰팀장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최고위급 공직자들의 비리를 감찰하는 책임자가 브로커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겁니다. 배 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이었던 시절부터 경찰청 소속으로 서울시에 파견됐습니다. 정두언 의원도 서울시 정무부시장 시절 유 씨를 만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 씨가 서울시 인맥에 맞닿아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데요, 배건기 씨에 대한 조사가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제2의 대형 게이트로 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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