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시댁 눈치, 미운 동서…‘명절이 싫어요’

입력 2011.02.01 (09:15) 수정 2011.02.0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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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내일부터 시작되는 설연휴동안 온가족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만, 명절이 좀 반갑지만은 않은 경우도 있죠?



친척들로부터 언제 결혼할거냐 소리 듣기 싫다는 미혼 남녀들도 있을 거구요.



특히 음식하랴 집안일 하랴 바쁜 주부들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겁니다.



그런데 정수영 기자, 명절스트레스 때문에 부부간에 주먹 다짐까지 하는 사건이 있었다죠?



<리포트>



설 연휴를 앞두고 시댁이 있는 고향으로 일찌감치 떠나자는 남편 요구에 부부싸움이 났습니다.



시댁 가기 내키지 않는 아내는 거부했고 다툼 끝에 남편이 주먹까지 휘둘렀는데요, 주부들이 명절마다 받는 스트레스 보통이 아닙니다.



한 설문 조사에 서는 명절 스트레스가 이혼하는 것보다 더 심하다는 주부도 있었는데요.



설을 앞두고 주부들이 털어놓는 속마음 남편들이 새겨듣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설 명절을 앞둔 지난 달 29일 저녁.



46살 김모 씨는 아내에게 시댁이 있는 고향에 일찌감치 내려가자고 제안했지만, 아내는 대번에 거절했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남편이 처한테 ‘설 쇠러 갈 거냐 안 갈 거냐’ 물으니까 처가 그냥 퉁명스럽게 ‘출근도 해야 되는데 지금 어떻게 가느냐’ 고 대답을 해가지고 (남편이) 기분이 상했대요.”



이튿날 김 씨는 또다시 고향에 내려가자는 문제로 아내와 옥신각신했고 욕설마저 주고받은 끝에 급기야 주먹을 휘둘렀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음성변조) :“남편이 처의 뺨을 때리고, 머리카락을 잡아 넘어뜨린 후, 발로 허벅지 등을 차는 등 폭행을 했답니다.”



경찰조사까지 받게 된 부부싸움 원인은 설 명절 고향에 빨리 내려가고 싶은 남편과 시댁에 내려가고 싶지 않은 아내의 갈등 때문이었습니다.



부부 사이에 주먹질까지 부를 정도로 주부 명절 스트레스는 위험 수위를 넘어섰습니다.



<인터뷰> 강00 (주부 11년차/음성변조) : “‘첫째 니가 해라, 첫째 니가 해라’. 동서가 둘 있는데 둘 다 (직장)일을 해요. 같은 며느린데, 저는 아파도 못 쉬고, 어떨 땐 진짜 제사지내고 나서 너무 힘들어서 운적도 있거든요.”



<인터뷰> 최00 (주부 12년차/음성변조) : “(마음이) 허하다고 해야 되나? 내가 여기 이렇게 일하려고 온건아닌 것 같은데 라는 그런 생각은 많이 들어요. 일단은 (시어머니가) ‘편하게 해라, 편하게 해라’ 하지만, 편한 게 편한 게 아니잖아요.”



주부들의 명절 스트레스는 음식장만부터 시작됩니다.



제수 음식 준비로 나물 다듬으랴 전 붙이랴 하루 종일 허리 한번 펼 짬도 없기가 일쑤입니다.



<녹취> "나 하루 종일 주방에서 살았어. 하루 종일 다리가 퉁퉁 붓도록 종종거렸다고. 하루 종일 밥상을 몇 번이나 차린 줄 알아? 차례음식도 나 혼자 다했어."



<인터뷰> 정00(주부 14년차/음성변조) : “저는 종손집이라서 힘들어요. 전 부치는 게 오랫동안 부치니까 허리가 많이 아프죠.”



며느리 사이에 벌어지는 신경전도 명절 스트레스를 끌어올립니다.



특히 직장 일 핑계로 고된 일 다 끝나고 얼굴을 내미는 동서 때문에 명절 생각만 해도 부아가 치민다는 주부들이 적지 않습니다.



<인터뷰> 강00(결혼 11년차 주부/음성변조) : “음식, 전 부치는 게 제일 힘든데 그거 끝나고 (동서들이) 올 때도 있고. 그 전에 전화라도 한 통하면 좋은데, 야속할 때가 있어요. 차라리 나도 (직장) 일을 할 걸 (후회되고).”



주부들이 말하는 또 다른 명절 스트레스 원인은 친정 방문입니다.



늘 시댁을 먼저 방문하는 관습도 탐탁지 않지만 남편이 시댁 방문은 당연히 여기면서도 친정 방문에 소홀할 때 주부들의 스트레스는 최고조에 이릅니다.



<녹취> ”명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서도요, 왜 무슨 이유로 시댁은 먼저가고, 처갓집은 나중에 가야 되는 겁니까?“



<인터뷰> 한00(주부 19년차/음성변조) : “저희는 시댁과 친정이 차로 5분에서 10분 거리에 있어요. 늘 시댁에 먼저 갔다가 친정에는 나중에 잠깐 들러서 오는데, 늘 거기에 대해서 힘들었어요. 섭섭하고. 제가 빨리 가자고 눈치를 해도 (남편은) 먼저 서두르지 않고, 어떻게 하면 더 늦게 갈까 해요.”



주로 며느리 처지인 주부들이 명절 스트레스를 호소하지만 시어머니들도 명절이 달갑지 않다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경험과 견줘 볼 때 쉽고 편한 일만 하려는 듯한 며느리들 모습이 못마땅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홍00(인천시 남동구/음성변조) : “명절 돌아오면 엿 먼저 고으고, 그 다음에 다 손으로 만들었지요. 절구에다 빻아가지고, 이렇게 다식도 다 찍어가지고 만들고, 산적도 기름에다 튀겨가지고 (했어요.)”



차롓상에 올릴 음식을 제 손으로 만들지 않고 시장에서 사서 해결하는 며느리를 볼 때면 불만이 있어도 꾹 참는다고 합니다.



<인터뷰> 홍00(인천시 남동구/음성변조) : “(며느리가) 음식하기 싫으면 그냥 사다놓고 그래도 말 못했지 뭐. 자기 맘대로 하라고 내버려둬. 그거 신경 쓰면 못살아."



행여 오랜만에 모인 자식들끼리 싸우지나 않을까 걱정하느라 명절이 달갑잖은 시어머니들도 있습니다.



<인터뷰> 박00(경기도 의왕시/음성변조) : “자녀들이 4남매거든. 혹시나 형제간에 오래간만에 만나가지고 혹시 돈 관계 이런 거 가지고 조금이라도 비위 상하는 일 있으면 어쩔까 (걱정돼요.)”



가족들이 함께 모인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차례를 지내기가 무섭게 며느리들이 친정 가야한다며 서둘러 집을 떠날 때면 야속하다고 말하는 시어머니들도 많습니다.



<인터뷰> 박00(경기도 의왕시/음성변조) : “며느리가 시댁에 제사 지내러 왔다가 명절 제사 모시고 하룻밤 자고, 이튿날이나, 삼일 날이나 이렇게 친정가면 좋은데, 아침에 차례지내고 바로 오후에 가면 섭섭하죠.”



명절마다 주부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주부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녀나 배우자가 사망했을 때 느끼는 스트레스를 100으로 놓았을 때, 명절 때 받는 스트레스는 평균 38.7로 나타났습니다.



응답자 중에는 명절스트레스가 75점이라고 답해 이혼할 때 느끼는 스트레스 평균값 73보다 더 높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녹취> 정진규(교수/충남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 “친구가 사망하였을 때, 이직이 있었다 던지, 부부싸움이 증가했을 때보다 ‘명절 스트레스’ (점수가) 높게 나온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주부 명절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가족 모두가 이해하지 못하는 한 명절은 주부들에게 해마다 고역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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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시댁 눈치, 미운 동서…‘명절이 싫어요’
    • 입력 2011-02-01 09:15:18
    • 수정2011-02-01 10: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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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시작되는 설연휴동안 온가족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만, 명절이 좀 반갑지만은 않은 경우도 있죠?

친척들로부터 언제 결혼할거냐 소리 듣기 싫다는 미혼 남녀들도 있을 거구요.

특히 음식하랴 집안일 하랴 바쁜 주부들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겁니다.

그런데 정수영 기자, 명절스트레스 때문에 부부간에 주먹 다짐까지 하는 사건이 있었다죠?

<리포트>

설 연휴를 앞두고 시댁이 있는 고향으로 일찌감치 떠나자는 남편 요구에 부부싸움이 났습니다.

시댁 가기 내키지 않는 아내는 거부했고 다툼 끝에 남편이 주먹까지 휘둘렀는데요, 주부들이 명절마다 받는 스트레스 보통이 아닙니다.

한 설문 조사에 서는 명절 스트레스가 이혼하는 것보다 더 심하다는 주부도 있었는데요.

설을 앞두고 주부들이 털어놓는 속마음 남편들이 새겨듣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설 명절을 앞둔 지난 달 29일 저녁.

46살 김모 씨는 아내에게 시댁이 있는 고향에 일찌감치 내려가자고 제안했지만, 아내는 대번에 거절했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남편이 처한테 ‘설 쇠러 갈 거냐 안 갈 거냐’ 물으니까 처가 그냥 퉁명스럽게 ‘출근도 해야 되는데 지금 어떻게 가느냐’ 고 대답을 해가지고 (남편이) 기분이 상했대요.”

이튿날 김 씨는 또다시 고향에 내려가자는 문제로 아내와 옥신각신했고 욕설마저 주고받은 끝에 급기야 주먹을 휘둘렀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음성변조) :“남편이 처의 뺨을 때리고, 머리카락을 잡아 넘어뜨린 후, 발로 허벅지 등을 차는 등 폭행을 했답니다.”

경찰조사까지 받게 된 부부싸움 원인은 설 명절 고향에 빨리 내려가고 싶은 남편과 시댁에 내려가고 싶지 않은 아내의 갈등 때문이었습니다.

부부 사이에 주먹질까지 부를 정도로 주부 명절 스트레스는 위험 수위를 넘어섰습니다.

<인터뷰> 강00 (주부 11년차/음성변조) : “‘첫째 니가 해라, 첫째 니가 해라’. 동서가 둘 있는데 둘 다 (직장)일을 해요. 같은 며느린데, 저는 아파도 못 쉬고, 어떨 땐 진짜 제사지내고 나서 너무 힘들어서 운적도 있거든요.”

<인터뷰> 최00 (주부 12년차/음성변조) : “(마음이) 허하다고 해야 되나? 내가 여기 이렇게 일하려고 온건아닌 것 같은데 라는 그런 생각은 많이 들어요. 일단은 (시어머니가) ‘편하게 해라, 편하게 해라’ 하지만, 편한 게 편한 게 아니잖아요.”

주부들의 명절 스트레스는 음식장만부터 시작됩니다.

제수 음식 준비로 나물 다듬으랴 전 붙이랴 하루 종일 허리 한번 펼 짬도 없기가 일쑤입니다.

<녹취> "나 하루 종일 주방에서 살았어. 하루 종일 다리가 퉁퉁 붓도록 종종거렸다고. 하루 종일 밥상을 몇 번이나 차린 줄 알아? 차례음식도 나 혼자 다했어."

<인터뷰> 정00(주부 14년차/음성변조) : “저는 종손집이라서 힘들어요. 전 부치는 게 오랫동안 부치니까 허리가 많이 아프죠.”

며느리 사이에 벌어지는 신경전도 명절 스트레스를 끌어올립니다.

특히 직장 일 핑계로 고된 일 다 끝나고 얼굴을 내미는 동서 때문에 명절 생각만 해도 부아가 치민다는 주부들이 적지 않습니다.

<인터뷰> 강00(결혼 11년차 주부/음성변조) : “음식, 전 부치는 게 제일 힘든데 그거 끝나고 (동서들이) 올 때도 있고. 그 전에 전화라도 한 통하면 좋은데, 야속할 때가 있어요. 차라리 나도 (직장) 일을 할 걸 (후회되고).”

주부들이 말하는 또 다른 명절 스트레스 원인은 친정 방문입니다.

늘 시댁을 먼저 방문하는 관습도 탐탁지 않지만 남편이 시댁 방문은 당연히 여기면서도 친정 방문에 소홀할 때 주부들의 스트레스는 최고조에 이릅니다.

<녹취> ”명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서도요, 왜 무슨 이유로 시댁은 먼저가고, 처갓집은 나중에 가야 되는 겁니까?“

<인터뷰> 한00(주부 19년차/음성변조) : “저희는 시댁과 친정이 차로 5분에서 10분 거리에 있어요. 늘 시댁에 먼저 갔다가 친정에는 나중에 잠깐 들러서 오는데, 늘 거기에 대해서 힘들었어요. 섭섭하고. 제가 빨리 가자고 눈치를 해도 (남편은) 먼저 서두르지 않고, 어떻게 하면 더 늦게 갈까 해요.”

주로 며느리 처지인 주부들이 명절 스트레스를 호소하지만 시어머니들도 명절이 달갑지 않다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경험과 견줘 볼 때 쉽고 편한 일만 하려는 듯한 며느리들 모습이 못마땅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홍00(인천시 남동구/음성변조) : “명절 돌아오면 엿 먼저 고으고, 그 다음에 다 손으로 만들었지요. 절구에다 빻아가지고, 이렇게 다식도 다 찍어가지고 만들고, 산적도 기름에다 튀겨가지고 (했어요.)”

차롓상에 올릴 음식을 제 손으로 만들지 않고 시장에서 사서 해결하는 며느리를 볼 때면 불만이 있어도 꾹 참는다고 합니다.

<인터뷰> 홍00(인천시 남동구/음성변조) : “(며느리가) 음식하기 싫으면 그냥 사다놓고 그래도 말 못했지 뭐. 자기 맘대로 하라고 내버려둬. 그거 신경 쓰면 못살아."

행여 오랜만에 모인 자식들끼리 싸우지나 않을까 걱정하느라 명절이 달갑잖은 시어머니들도 있습니다.

<인터뷰> 박00(경기도 의왕시/음성변조) : “자녀들이 4남매거든. 혹시나 형제간에 오래간만에 만나가지고 혹시 돈 관계 이런 거 가지고 조금이라도 비위 상하는 일 있으면 어쩔까 (걱정돼요.)”

가족들이 함께 모인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차례를 지내기가 무섭게 며느리들이 친정 가야한다며 서둘러 집을 떠날 때면 야속하다고 말하는 시어머니들도 많습니다.

<인터뷰> 박00(경기도 의왕시/음성변조) : “며느리가 시댁에 제사 지내러 왔다가 명절 제사 모시고 하룻밤 자고, 이튿날이나, 삼일 날이나 이렇게 친정가면 좋은데, 아침에 차례지내고 바로 오후에 가면 섭섭하죠.”

명절마다 주부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주부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녀나 배우자가 사망했을 때 느끼는 스트레스를 100으로 놓았을 때, 명절 때 받는 스트레스는 평균 38.7로 나타났습니다.

응답자 중에는 명절스트레스가 75점이라고 답해 이혼할 때 느끼는 스트레스 평균값 73보다 더 높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녹취> 정진규(교수/충남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 “친구가 사망하였을 때, 이직이 있었다 던지, 부부싸움이 증가했을 때보다 ‘명절 스트레스’ (점수가) 높게 나온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주부 명절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가족 모두가 이해하지 못하는 한 명절은 주부들에게 해마다 고역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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