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유혈 참상을 알려라!

입력 2011.02.27 (13:36) 수정 2011.02.27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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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금 리비아에서는 외신 취재단의 입국과 취재가 엄격히 통제되고 있습니다. 온 나라를 뒤덮은 반카다피 함성이 밖으로 알려지는 걸 리비아 당국이 막으려고 하는 겁니다.

그러나 그런 시도가 잘 먹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리비아 국민들이 시위 장면과 유혈 진압의 참상을 촬영해 인터넷 사이트에 속속 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영상들은 세계에 리비아의 실정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리비아 국민들이 포착한 급박한 현지 상황...정찬필 피디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리비아에서 대학살이 벌어지던 시각. 알자지라 TV는 리비아 국영TV가 무엇을 방송하고 있는지 보여주었습니다.

<녹취>"리비아 국영TV는 현재 오케스트라 공연실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녹취>"노래를 부르고 있네요. 명백히 리비아에서 아무 일도 벌어지고 있지 않다고 말하고 싶어하는 듯 합니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리비아 전역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아비규환은 전혀 비춰지질 않습니다. 외신 기자까지도 폭행, 구금이 이어져 정상적인 촬영이란 꿈도 꾸기 힘든 상황. 하지만 리비아의 참혹한 현실은 속속들이 전세계인들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시민들이 직접 촬영한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빠른 속도로 공개되었기 때문입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리비아 전역에서 가다피 퇴진을 요구해 온 리비아의 반정부 시위대. 카다피의 광기 어린 지시로 실탄 사격이 시작되자, 곳곳에서 희생자가 속출합니다.

거리 곳곳에 저격수가 있어, 경고와 해산이 목적이 아니라 시위대의 생명을 직접 노리는 사격을 가해옵니다. 당장 시위대의 저항 수단은 돌멩이뿐. 지붕 위의 저격수들을 발견하고 돌멩이를 던져보지만, 역부족입니다.

한 밤중에 시위대를 겨냥해 무차별적으로 날아오는 총알의 궤적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촬영 자체가 목숨을 건 행위입니다. 하지만, 고립된 현지 소식을 전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노력은 중단되지 않습니다.

<녹취> 리비아 시민의 호소 메시지: "제가 앞으로 5분 이상 살아있을지 자신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죽는 것은 두렵지 않습니다. 이 싸움에서 지는 것이 두려울 뿐입니다."

병원은 총상입은 부상자와 사망자로 만원입니다. 차마 마주 볼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게 희생된 이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희생자 중에 갓난 어린 아이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순간에 도시의 한쪽 켠이 거대한 공동묘지로 변했습니다.

정부군 내부에서도 희생자가 속출합니다. 시민에 대한 발포명령을 거부한 군인들에 대한 처형이 곳곳에서 벌어졌습니다. 어떤 군인들은 집단으로 총살당한 채 발견되었습니다. 심지어 어떤 군인들은 화형이라도 당한 듯, 뼈만 남은 처참한 몰골입니다.

강한 산성 용액을 뿌렸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그런데 이런 학살을 자행하는 것은 정규군이 아니라 용병이라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발포 명령을 거부하는 군인들, 심지어 고급 장교까지 용병들이 처형한다는 것입니다.

<녹취> 군인 처형 목격자: "우릴 공격한 것은 리비아인이 아니라, 아프리카 용병들이었어요. 우리와 함께 있던 군부대의 대대장도 죽였어요. 대장의 이름은 아불가더 가쉬였습니다. 그가 자기들을 배신하고 시민들을 죽이지 않는다고, 죽여버렸어요."

시위대의 저항이 거세지고 무장력까지 갖추면서, 반정부 세력은 거점지역을 하나씩 장악해 나갑니다. 곳곳에서 카다피의 용병들이 사살되거나 붙잡혔습니다.

<녹취>“(누가 시켰어, 카다피야?) 장교들이 시켰어요. (무슨 총탄이었어? 실탄 쐈지???) 예, 실탄이었어요.”

시위대의 가혹한 폭행이 이어집니다.

<녹취>"때리지 마, 그냥 놔줘"

보복하지 말자는 목소리도 있지만, 흥분한 시위대가 가만 두질 않습니다. 카다피의 초상화는 보이는대로 불에 태워집니다. 또 다른 증오의 상징물이 있습니다. 녹색 책입니다. 1976년에 만들어진 카다피 통치 철학의 집대성이라는 그린북입니다.

시민들은 그 상징물들을 모두 무너뜨립니다. 녹색으로 상징되는 카다피 통치의 핵심 정신을 송두리째 뽑아내는 것입니다. 카다피는 42년 철권 통치로 언론통제를 해왔지만, 리비아 시민들은 발달된 모바일 기기와 통신의 힘으로 이를 뛰어넘었습니다. 이제 어떤 독재자도 완전한 언론 장악을 꿈꿀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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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비아 유혈 참상을 알려라!
    • 입력 2011-02-27 13:36:49
    • 수정2011-02-27 13:40:12
    특파원 현장보고

vdv

<앵커 멘트> 지금 리비아에서는 외신 취재단의 입국과 취재가 엄격히 통제되고 있습니다. 온 나라를 뒤덮은 반카다피 함성이 밖으로 알려지는 걸 리비아 당국이 막으려고 하는 겁니다. 그러나 그런 시도가 잘 먹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리비아 국민들이 시위 장면과 유혈 진압의 참상을 촬영해 인터넷 사이트에 속속 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영상들은 세계에 리비아의 실정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리비아 국민들이 포착한 급박한 현지 상황...정찬필 피디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리비아에서 대학살이 벌어지던 시각. 알자지라 TV는 리비아 국영TV가 무엇을 방송하고 있는지 보여주었습니다. <녹취>"리비아 국영TV는 현재 오케스트라 공연실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녹취>"노래를 부르고 있네요. 명백히 리비아에서 아무 일도 벌어지고 있지 않다고 말하고 싶어하는 듯 합니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리비아 전역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아비규환은 전혀 비춰지질 않습니다. 외신 기자까지도 폭행, 구금이 이어져 정상적인 촬영이란 꿈도 꾸기 힘든 상황. 하지만 리비아의 참혹한 현실은 속속들이 전세계인들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시민들이 직접 촬영한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빠른 속도로 공개되었기 때문입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리비아 전역에서 가다피 퇴진을 요구해 온 리비아의 반정부 시위대. 카다피의 광기 어린 지시로 실탄 사격이 시작되자, 곳곳에서 희생자가 속출합니다. 거리 곳곳에 저격수가 있어, 경고와 해산이 목적이 아니라 시위대의 생명을 직접 노리는 사격을 가해옵니다. 당장 시위대의 저항 수단은 돌멩이뿐. 지붕 위의 저격수들을 발견하고 돌멩이를 던져보지만, 역부족입니다. 한 밤중에 시위대를 겨냥해 무차별적으로 날아오는 총알의 궤적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촬영 자체가 목숨을 건 행위입니다. 하지만, 고립된 현지 소식을 전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노력은 중단되지 않습니다. <녹취> 리비아 시민의 호소 메시지: "제가 앞으로 5분 이상 살아있을지 자신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죽는 것은 두렵지 않습니다. 이 싸움에서 지는 것이 두려울 뿐입니다." 병원은 총상입은 부상자와 사망자로 만원입니다. 차마 마주 볼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게 희생된 이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희생자 중에 갓난 어린 아이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순간에 도시의 한쪽 켠이 거대한 공동묘지로 변했습니다. 정부군 내부에서도 희생자가 속출합니다. 시민에 대한 발포명령을 거부한 군인들에 대한 처형이 곳곳에서 벌어졌습니다. 어떤 군인들은 집단으로 총살당한 채 발견되었습니다. 심지어 어떤 군인들은 화형이라도 당한 듯, 뼈만 남은 처참한 몰골입니다. 강한 산성 용액을 뿌렸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그런데 이런 학살을 자행하는 것은 정규군이 아니라 용병이라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발포 명령을 거부하는 군인들, 심지어 고급 장교까지 용병들이 처형한다는 것입니다. <녹취> 군인 처형 목격자: "우릴 공격한 것은 리비아인이 아니라, 아프리카 용병들이었어요. 우리와 함께 있던 군부대의 대대장도 죽였어요. 대장의 이름은 아불가더 가쉬였습니다. 그가 자기들을 배신하고 시민들을 죽이지 않는다고, 죽여버렸어요." 시위대의 저항이 거세지고 무장력까지 갖추면서, 반정부 세력은 거점지역을 하나씩 장악해 나갑니다. 곳곳에서 카다피의 용병들이 사살되거나 붙잡혔습니다. <녹취>“(누가 시켰어, 카다피야?) 장교들이 시켰어요. (무슨 총탄이었어? 실탄 쐈지???) 예, 실탄이었어요.” 시위대의 가혹한 폭행이 이어집니다. <녹취>"때리지 마, 그냥 놔줘" 보복하지 말자는 목소리도 있지만, 흥분한 시위대가 가만 두질 않습니다. 카다피의 초상화는 보이는대로 불에 태워집니다. 또 다른 증오의 상징물이 있습니다. 녹색 책입니다. 1976년에 만들어진 카다피 통치 철학의 집대성이라는 그린북입니다. 시민들은 그 상징물들을 모두 무너뜨립니다. 녹색으로 상징되는 카다피 통치의 핵심 정신을 송두리째 뽑아내는 것입니다. 카다피는 42년 철권 통치로 언론통제를 해왔지만, 리비아 시민들은 발달된 모바일 기기와 통신의 힘으로 이를 뛰어넘었습니다. 이제 어떤 독재자도 완전한 언론 장악을 꿈꿀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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