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상습 절도에 구타 살해까지…

<앵커 멘트>



10대 청소년들이 저지르는 범죄가 갈수록 대담하고 흉포해지고 있습니다.



정말 어른 뺨치는 경우가 많은데요, 상습적으로 차량털이를 하고 또래를 잔인하게 때려 숨지게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정수영 기자, 특히 재범률이 높은 것도 심각해 보이는군요.



네, 그렇습니다.



중학생을 구타 살해한 한 청소년의 경우 살인을 저지르기 앞서 이미 절도 사건으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구속영장이 기각됐고 풀려난 지 8일만에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19살 미만 소년들이 저지르는 범죄가 5년 만에 2배가 늘었습니다.



소년들이 범죄를 저질러도 보호하고 선도하는 게 선이다보니 재범을 차단할 실효성 있는 대책은 뒷전이라고 경찰과 검찰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리포트>



지난 2월 22일 저녁 8시경 대전의 한 주택가. 16살 김모 군 등 6명은 귀가하는 중학생 13살 지모 군을 협박해 인근 건물 옥상으로 끌고 갔습니다.



지 군 등을 폭행하고 휴대전화 등 금품을 빼앗은 김 군 일당은 지 군이 도망치려 들자 둔기까지 동원해 마구 때리고 걷어찼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각목 등으로) 맞고 쓰러졌다 둔부하고 머리를 (맞고) 쓰러진 다음에 (지 군이) 의식을 못 차리니까...”



얻어맞은 지군이 3차례나 정신을 잃고 쓰러져도 이들의 폭행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지 군이 기절한 척 엄살을 부린다며 잔인한 학대까지 서슴지 않았는데요.



<녹취>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가해자) 자기들 말로는 (지군이) 깨어나게 하기 위해서 그랬다 그런 식으로 진술하고 있는데요, 라이터로 장난하듯이 (신체를) 지지고, 속옷 가운데 배꼽 부분을 좀 태워가지고...”



쓰러진 지 군은 끝내 깨어나지 않았고 김 군 등은 의식이 없는 지군을 그대로 방치한 채 자리를 떴습니다.



<인터뷰> 지모 군 아버지 : “(현장검증 때) 각목가지고 다섯 명이 다 때리더라고요. 여기서는 속옷까지 다 벗기고 중간에 가서 라이터로 지진 거예요. 허벅지를. 지지니깐 꿈틀 하더래. 그리고 저 귀퉁이로 간 거야. 그 귀퉁이로 가서 (배도) 라이터로 지진 거예요.”



인근 하천 다리 밑에서 또다시 중고생들을 상대로 금품을 빼앗던 이들은 결국 주민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피해를 당한 한 학생이 폭행당해 의식을 잃고 쓰러진 지군을 경찰에 알렸지만 이미 너무 늦은 뒤였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신고가 밤11시 26분에 들어왔어요. 00교 (다리) 밑에서 싸운다고. 돈 뺏긴 과정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피의자) 학생들한테 내 친구가 맞았는데, (건물옥상에) 지금도 기절해 있을 것 같다, 이 얘기를 조사하는 직원이 듣고서 현장에 가보니까 (지 군이) 이미 숨져 있던 거예요.”



늦둥이로 얻은 아들이 또래 아이들에게 폭행당해 숨진 사실을 접하고 지 군 부모는 그저 망연자실할 따름입니다.



<인터뷰> 지모 군 어머니 : “설마 저런 애들이 저런 조그만 애들이 우리 00를 죽였으리라곤 우리는 상상도, 생각도 못해 봤지. 아직까지도 꿈만 같지, 믿어지지가 않아가지고. 곧 돌아올 것만 같고...”



경찰조사 결과 범인인 16살 김 군은 이미 크고 작은 범죄로 경찰서를 들락거린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구타 살해를 저지르기 8일전에도 서울의 한 사우나에서 현금 19만원을 훔치는 등 특수절도죄로 2차례 붙잡혔고 경찰이 구속 영장까지 신청했습니다.



법원은 김 군이 미성년자라는 점을 들어 영장을 기각했고 풀려난 지 8일 만에 김 군은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인터뷰>표창원(교수/경찰대학교) : “소년범에 대한 관용적인 태도 (때문에) 학습효과가 나는 거죠. (붙잡혀도) 보호관찰을 좀 받고 나면 또 다시 자유가 될 거야 이런 인식들이 형성되다 보니까 (범행이) 잔혹해지고 흉포화 되는 그런 현상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만 19세 미만 소년 범죄는 지난 2004년 2만2천8백 건에서 2009년 4만8천 건으로 5년 사이 두 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갈수록 소년 범죄가 늘고 있지만 소년범을 관리하는 법원은 처벌보다는 선도와 보호를 우선하는 원칙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 소년 보호 사건 4만 8천 건 가운데 법원이 형사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검찰에 넘긴 사건은 394건으로 1%에도 미치지 않습니다.



<인터뷰>표창원(교수/경찰대학교) : “소년범은 아직까지 인격이 완전히 형성되지 않았다, 자기 행동에 대해서 스스로의 책임을 전적으로 물을 수가 없다, 그리고 처벌보다는 교화, 개선이 더 중요하다. 이런 것들이 소년법의 기본적인 원칙이죠. 그리고 우선은 (그게) 맞고요.”



소년 범죄가 크게 늘면서 소년범들을 온정적으로 처리하는 관행이 재범을 부추긴다는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지난 해 10월부터 부산 시내 아파트 단지 13곳에서 속출한 차량털이 사건은 4개월 동안 피해 신고만 35차례, 피해액은 천만 원에 이르는데요, 경찰에 붙잡힌 범인은 15살 최모 군 등 10대 미성년자 3명이었습니다.



<녹취> 이광우(경사/부산남부경찰서 형사계) : “실질적으로 한 백 여 차례 정도 (범행)했다라고 진술을 했는데, 노상에 세워진 자동차를 선택하지 않고, 대단지 아파트(지하주차장)에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자동차) 시동장치를 풀수 있는 기술로 차량을 열고...”



최 군 등은 경찰에 붙잡힌 뒤에도 자신이 저지른 범행에 대해 반성하는 기미조차 없었는데요.



<녹취>이광우(경사/부산남부경찰서 형사계) : “그 (차량털이) 건에 대해서 뉘우치지 않고, 구속까지는 안 될 것이다 하는 기대심리도 있었고요, 조사가 끝나면 집에 갈 수 있느냐, 그리고 빨리 부모님을 만나고 싶다 그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실제 15살 최 군의 경우 초등학생 시절부터 상습적으로 주변 사람들 금품을 빼앗아 입건됐습니다.



최 군은 경찰에 붙잡혀도 소년 사건이라는 이유로 단 한 차례도 처벌받지 않고 풀려났습니다.



<녹취>이광우(경사/부산남부경찰서 형사계) : “(초등학생 시절에는) 형사미성년자기 때문에 처벌을 받지 않고 (풀려났고,) (다른 범행도) 조사가 이뤄지고 나면 거의 백퍼센트 집에 귀가 조치를 시켰기 때문에 계속적으로 차량털이 범행을 했습니다. (형사 처벌 받은 적은 없습니까?) 한 번도 없었습니다.”



소년 범죄의 경우 전과자 낙인이 남지 않도록 어떤 사건으로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수사기관이 파악할 수 있는 기록조차 남기지 않고 있는 제도부터 고쳐야 한다는 요구가 적지 않습니다.



<인터뷰>표창원(교수/경찰대학교) : “담당 경찰관이라든지 법집행공무원에게는 반드시 소년사범에 대한 처분결과와 (범행) 동기나 원인 이런 부분들의 정보공유가 이루어져야 이런 소년범이 사후에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사회에 오히려 (잘 적응하는) 사회화가 더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선도나 보호를 우선한 나머지 소년범죄가 흉포화, 대형화되는 일을 막기 위해선 상습적 범죄를 저지른 소년범 등 범죄 특성을 고려해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