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부양 ‘옛말’…우울한 노후

입력 2011.05.08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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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사는 자식, 요즘 찾기가 쉽지 않죠.

그런데 따로 살면서 생활고를 호소하는 부모를 아예 외면하는 자식들까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먼저 그 실태를 김건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한 변호사 앞으로 편지 한 통이 도착했습니다.

"해외 노동자로 일하면서 자식을 가르치려고 먹을 것 덜 먹고 절약해 한 푼이라도 더 보냈다"며 지난날을 회고합니다.

그런데, "고생하며 가르쳐 놨더니 불효막심한 자식이 되어 늙은 아버지를 고통스럽게 하고, 심지어 폭행까지 했다"고 밝혔습니다.

칠순을 바라보는 아버지가 장남을 상대로 부양료 소송을 내면서 담당 변호사에게 자필로 쓴 편지입니다.

몇 해 전 이혼하고 홀로 사는데다 고혈압 치료를 받느라 생활고를 겪고 있는데도, 장남이 돈을 주기는 커녕 찾아오지도 않는다는 겁니다.

아들은 현재 한 교회의 담임목사입니다.

<녹취>부양료 소송 상대방(아들):"(사시던 집을) 매각했어요. 그 돈을 쓰실 수도 있다는 거죠."

아버지가 소송을 통해 아들에게 요구한 부양료는 한 달에 35만 원.

법원은 아버지의 처지와 다른 자녀들도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아버지가 사망할 때까지 장남이 월 30만 원씩을 지급하라고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목사 아들은 법원의 결정도 무시했습니다.

급기야 지난달 초 아버지가 아들의 월급 압류 명령을 법원에서 받아냈고, 결정문이 교회에 송달되자 아들은 마지못해 부양료를 지급했습니다.

최근 의사 아들을 상대로 부양료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거나, 부양을 거부한 아들 3형제에게 법원이 부양료 지급을 결정하는 등 부모 부양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건우입니다.

<앵커 멘트>

이처럼 부모 자식 사이에 부양료를 놓고 벌어지는 갈등, 점점 흔한 일이 돼 가고 있습니다.

결국 철저한 노후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데요.

전국 5천여 가구를 조사해보니 50대 이상 10명 가운데 7명이 이렇게 노후 준비가 안됐다고 답했습니다.

자녀 교육비 등 더 시급하게 돈 쓸 데가 많기 때문입니다.

늙어서 자식의 봉양을 받기 어려울 걸 알면서도 자신들의 노후 준비는 미룰 수 밖에 없는 사연을 윤지연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40년 넘게 건설업에 종사하다 은퇴한 임동호 할아버지.

삼남매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따로 노후 자금을 마련하는 건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살아왔습니다.

<인터뷰> 임동호(77살):"애들은 자꾸 커가니까 학비도 대야 되지 공부시켜야 되니까는 내 (노후는) 생각도 못할 때고, 그런 생각조차 몰랐어요. 노후대책의 노자도 모르던 시절이에요."

노령 연금이 지급된다해도 노인층이 생활고에서 벗어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입니다.

<인터뷰>엄귀섭(78살):"그건 우리 생활비라고 볼 수 없고 어떻게 됐든 자식들이 도와줘야 된다 이거야. 부양의무를 가지고."

소득 수준이 가장 높은 연령대인 40대도 사정은 마찬가집니다.

두 아들의 대학 학비만 한해 3천만 원이 드는 배석일 씨 역시 자식들의 결혼 비용까지 염두에 두다보면 노후 대책은 여전히 뒷전입니다.

<인터뷰>배석일(회사원):"현재 저금한 거라든가 현재 가지고 있는 연금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에는 퇴직 후에 다른 직업을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내집 마련과 자녀 교육을 위해 소득의 대부분을 지출하는 중.노년층. 정작 자신의 노년기는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채 불안한 노후를 맞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윤지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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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모 부양 ‘옛말’…우울한 노후
    • 입력 2011-05-08 21:45:49
    뉴스 9
<앵커 멘트>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사는 자식, 요즘 찾기가 쉽지 않죠. 그런데 따로 살면서 생활고를 호소하는 부모를 아예 외면하는 자식들까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먼저 그 실태를 김건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한 변호사 앞으로 편지 한 통이 도착했습니다. "해외 노동자로 일하면서 자식을 가르치려고 먹을 것 덜 먹고 절약해 한 푼이라도 더 보냈다"며 지난날을 회고합니다. 그런데, "고생하며 가르쳐 놨더니 불효막심한 자식이 되어 늙은 아버지를 고통스럽게 하고, 심지어 폭행까지 했다"고 밝혔습니다. 칠순을 바라보는 아버지가 장남을 상대로 부양료 소송을 내면서 담당 변호사에게 자필로 쓴 편지입니다. 몇 해 전 이혼하고 홀로 사는데다 고혈압 치료를 받느라 생활고를 겪고 있는데도, 장남이 돈을 주기는 커녕 찾아오지도 않는다는 겁니다. 아들은 현재 한 교회의 담임목사입니다. <녹취>부양료 소송 상대방(아들):"(사시던 집을) 매각했어요. 그 돈을 쓰실 수도 있다는 거죠." 아버지가 소송을 통해 아들에게 요구한 부양료는 한 달에 35만 원. 법원은 아버지의 처지와 다른 자녀들도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아버지가 사망할 때까지 장남이 월 30만 원씩을 지급하라고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목사 아들은 법원의 결정도 무시했습니다. 급기야 지난달 초 아버지가 아들의 월급 압류 명령을 법원에서 받아냈고, 결정문이 교회에 송달되자 아들은 마지못해 부양료를 지급했습니다. 최근 의사 아들을 상대로 부양료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거나, 부양을 거부한 아들 3형제에게 법원이 부양료 지급을 결정하는 등 부모 부양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건우입니다. <앵커 멘트> 이처럼 부모 자식 사이에 부양료를 놓고 벌어지는 갈등, 점점 흔한 일이 돼 가고 있습니다. 결국 철저한 노후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데요. 전국 5천여 가구를 조사해보니 50대 이상 10명 가운데 7명이 이렇게 노후 준비가 안됐다고 답했습니다. 자녀 교육비 등 더 시급하게 돈 쓸 데가 많기 때문입니다. 늙어서 자식의 봉양을 받기 어려울 걸 알면서도 자신들의 노후 준비는 미룰 수 밖에 없는 사연을 윤지연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40년 넘게 건설업에 종사하다 은퇴한 임동호 할아버지. 삼남매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따로 노후 자금을 마련하는 건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살아왔습니다. <인터뷰> 임동호(77살):"애들은 자꾸 커가니까 학비도 대야 되지 공부시켜야 되니까는 내 (노후는) 생각도 못할 때고, 그런 생각조차 몰랐어요. 노후대책의 노자도 모르던 시절이에요." 노령 연금이 지급된다해도 노인층이 생활고에서 벗어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입니다. <인터뷰>엄귀섭(78살):"그건 우리 생활비라고 볼 수 없고 어떻게 됐든 자식들이 도와줘야 된다 이거야. 부양의무를 가지고." 소득 수준이 가장 높은 연령대인 40대도 사정은 마찬가집니다. 두 아들의 대학 학비만 한해 3천만 원이 드는 배석일 씨 역시 자식들의 결혼 비용까지 염두에 두다보면 노후 대책은 여전히 뒷전입니다. <인터뷰>배석일(회사원):"현재 저금한 거라든가 현재 가지고 있는 연금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에는 퇴직 후에 다른 직업을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내집 마련과 자녀 교육을 위해 소득의 대부분을 지출하는 중.노년층. 정작 자신의 노년기는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채 불안한 노후를 맞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윤지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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