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검은 돈 벌었다’ 헛소문 믿고 납치

입력 2011.05.13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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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얼마 전 마늘밭에서 백억 원 넘는 돈이 쏟아져 나오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죠?

눈먼 돈이 많긴 많은가보다, 그런 말씀 하는 분이 종종 있더군요?

그래서 일까요?

동네 후배가 수십억 원의 검은돈을 벌었다는 소문만 믿고 납치극을 벌인 혐의로 일당 3명이 붙잡혔습니다.

정수영 기자, 대체 무슨 소문이 났기에 납치까지 할 마음을 먹은 건가요?

<리포트>

이렇다 할 근거도 없는 헛소문이었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피의자들은 동네 후배가 벌었다는 검은 돈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는데요.

외국 범죄조직과 불법외환거래로 수십억 원을 움켜쥐었다는 소문 때문이었습니다.

불법으로 번 돈인 만큼 납치해서 조금만 겁을 주면 경찰에 신고도 못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내줄 것으로 굳게 믿었습니다.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돈벼락은 커녕 철창행이었습니다.

지난달 초 경북 울주군 35살 최모 씨는 동네 후배 30살 안모 씨로부터 뜻밖의 말을 듣고 귀가 번쩍 뜨였습니다.

수중에 50억 원이 들어오면 어떻게 관리하는 게 좋겠냐는 얘기였습니다.

<인터뷰> 강윤근(울산 중부경찰서 강력4팀) : “(안씨가) 한 50억 원 정도 만약에 주웠으면 이걸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한번 의논한 적이 있거든요. 50억 원 중에 그걸 (환치기 수법으로) 마카오에 가서 바꿔오면 6억 원을 준다고 (했습니다.)”

최 씨는 후배 안 씨가 수십억 원을 손쉽게 벌고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안 씨가 해외 범죄조직과 손잡고 거액의 불법 자금을 주고받으며 막대한 검은 돈을 벌고 있다는 소문이 지인들 사이에 파다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인터뷰> 오상팔(팀장/울산 중부경찰서 강력4팀) : “ (안씨가) 지인들을 만나서 이야기 하던 중에 돈을 많이 벌었다는 이야기를 했고, 이야기 하던 도중에 환치기(불법외환거래)라든지 그런 이야기를 한 게 소문이 나다보니까 피의자들가지 그 소문을 진자로 믿게 된 (상황입니다.)”

서른 살 젊은 나이에 사업체를 운영하고 고가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안 씨 모습에 최 씨 믿음은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그 무렵 전북 김제 마늘밭에서 돈다발 110억 원이 발견됐다는 뉴스가 연일 쏟아져 나오면서 최 씨는 안 씨 역시 거액의 검은 돈을 어딘가 숨겨뒀을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에 이르게 됐습니다.

결국 최 씨는 안 씨를 협박해 돈을 빼앗기로 마음먹고 매제 등을 공범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강윤근(울산 중부경찰서 강력4팀) : “(안씨가) 대표이사하면서 외제차 하고, 국내에서는 좋은차 타고 다니고 하니까 (안씨가) 땅에 (돈을) 묻어놓은 게 있을 것 같다. 자기가 굴삭기 기사니까 (안씨) 그 쪽에 빌붙어서 어디 묻었는지 확인하고 (나중에) 파내자...”

최 씨 등 일당 3명은 범행 한 달 전부터 안 씨의 집과 사무실 등을 몰래 답사하며 꼼꼼히 납치 계획을 세웠습니다.

<인터뷰> 오상팔(팀장/울산 중부경찰서 강력4팀) : “(안씨를) 납치하기 위해서 미리 주거지와 회사 소재지에 사전답사를 한 두 번씩 갔다 왔고, 최종적으로 납치해서 데리고 갈 장소까지 미리 선정해 놓고...”

안 씨를 구타하고 험악하게 협박하는 역할은 강도 전과로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30살 이모 씨가 맡았습니다.

<인터뷰> 오상팔(팀장/울산 중부경찰서 강력4팀) : “6억 원을 강취하게 되면 세 명이서 2억 원씩 나누기로 (하고,) 피해자가 불법적인 행위로 돈을 많이 벌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경찰에는 신고 못 할 거라 생각하고...”

안 씨가 불법으로 돈을 벌었기 때문에 조금만 겁을 주면 순순히 돈을 내놓고, 경찰에 신고도 못할 것으로 믿은 최 씨 일당은 두려울 것이 없었습니다.

지난 6일 새벽 2시 반 쯤 안 씨 집 앞에서 차사고가 났다는 핑계로 안 씨를 차량으로 이끌었습니다.

<녹취> 안00(납치피해자) : “자고 있는데, 현관문을 두드리기에 나갔거든요. 나가 보니까 자기 친구가 술을 먹고 음주운전을 해서 (내 차를) 긁었다, 만나서 얘기를 한번 해보자고 해서 차에 시동을 걸고 올라갔죠.”

안 씨 차에 함께 탄 이 씨는 느닷없이 안 씨에게 주먹을 휘둘렀습니다.

불법으로 돈을 번 사실을 알고 있다며 다짜고짜 6억 원을 내놓으라고 협박했습니다.

<녹취> 안00(납치피해자) : “ 얼굴을 두세대 정도 맞고 가격하고, 욕을 하고, (불법사업) 다 알고 있다 조용히 할 테니까 6억 원을 달라. 6억 원만 주면 없는 척하고 모른척하고 넘어가겠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더라고요.”

2시간 남짓 안 씨를 끌고 다닌 일당은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거액의 범죄 수익을 굴려야 할 안 씨 통장에서 목돈이라 할 만한 돈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검은 돈을 주무르는 만큼 경찰을 두려워 할 게 틀림없는 안 씨를 겁주기 위해 경찰서로 끌고 가보기도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안00(납치피해자) : “00파출소에 들어가서 자기 아는 지인이 있다, 지인이 있으니까 잠시 보고가자, (경찰에게) 누구누구를 물어보고 (이씨) 연락처를 적어주고 나왔어요.”

일당이 부산으로 이동하려는 순간 안 씨는 볼 일이 너무 급하다는 핑계를 댔고, 최 씨 등이 한눈을 파는 사이 그대로 찻길로 뛰어들어 무작정 도망쳤습니다.

<녹취> 안00(납치피해자) : “더 따라 갔다가는 진짜 죽을 것 같아가지고 잘못되면 큰일난다 (싶어서) ‘소변이 마렵다. 진짜 급하다’ 애원을 하니까 대로변에 세워줬어요. 거기서 죽으나 차에서 죽으나 똑 같으니까 대로변에 뛰어나가서 (도망쳤어요.)”

안 씨까지 탈출하고, 일이 꼬일대로 꼬여버렸지만, 일당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안 씨 역시 범죄자기 때문에 경찰에 신고하지 못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고 겁없이 안 씨에게 협박을 계속했습니다.

<녹취> 납치피의자 : “정보에 의하면 투자해서, 2억 원 정도 던져준 것 같은데, 6억 원 주세요. 6억 원. 깔끔하게 그냥 끝낼게요. 괜히 협박 비슷하게 공갈로 밖에 안 들리니까 12시까지 생각해 보고 전화 주십시오.”

최 씨 일당 판단과 달리 안 씨는 합법적 화물 운송 사업체를 운영하는 평범한 사업가였고 수십 억 돈은 만져본 적도 없었습니다.

<녹취> 안00(납치피해자) : “제가 (농담)했죠. 장난 식으로. ‘땅이라도 파볼까 그러다가 하나 재수 좋게 돈이 나올 거 아니냐...’ (진짜라고 믿다니) 어이가 없죠. 진짜 할 말이 없던데요. 그거 (피의자 사진) 보면서. 괘씸하고 배신감도 느껴지고.”

거리낄 것이 없는 안 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최 씨 일당은 곧 쇠고랑을 찼습니다.

엉뚱한 헛소문에 현혹돼 일확천금을 꿈꾸며 납치행각을 벌인 35살 최모 씨 등 일당 세 명에 대해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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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05-13 08:5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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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얼마 전 마늘밭에서 백억 원 넘는 돈이 쏟아져 나오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죠? 눈먼 돈이 많긴 많은가보다, 그런 말씀 하는 분이 종종 있더군요? 그래서 일까요? 동네 후배가 수십억 원의 검은돈을 벌었다는 소문만 믿고 납치극을 벌인 혐의로 일당 3명이 붙잡혔습니다. 정수영 기자, 대체 무슨 소문이 났기에 납치까지 할 마음을 먹은 건가요? <리포트> 이렇다 할 근거도 없는 헛소문이었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피의자들은 동네 후배가 벌었다는 검은 돈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는데요. 외국 범죄조직과 불법외환거래로 수십억 원을 움켜쥐었다는 소문 때문이었습니다. 불법으로 번 돈인 만큼 납치해서 조금만 겁을 주면 경찰에 신고도 못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내줄 것으로 굳게 믿었습니다.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돈벼락은 커녕 철창행이었습니다. 지난달 초 경북 울주군 35살 최모 씨는 동네 후배 30살 안모 씨로부터 뜻밖의 말을 듣고 귀가 번쩍 뜨였습니다. 수중에 50억 원이 들어오면 어떻게 관리하는 게 좋겠냐는 얘기였습니다. <인터뷰> 강윤근(울산 중부경찰서 강력4팀) : “(안씨가) 한 50억 원 정도 만약에 주웠으면 이걸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한번 의논한 적이 있거든요. 50억 원 중에 그걸 (환치기 수법으로) 마카오에 가서 바꿔오면 6억 원을 준다고 (했습니다.)” 최 씨는 후배 안 씨가 수십억 원을 손쉽게 벌고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안 씨가 해외 범죄조직과 손잡고 거액의 불법 자금을 주고받으며 막대한 검은 돈을 벌고 있다는 소문이 지인들 사이에 파다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인터뷰> 오상팔(팀장/울산 중부경찰서 강력4팀) : “ (안씨가) 지인들을 만나서 이야기 하던 중에 돈을 많이 벌었다는 이야기를 했고, 이야기 하던 도중에 환치기(불법외환거래)라든지 그런 이야기를 한 게 소문이 나다보니까 피의자들가지 그 소문을 진자로 믿게 된 (상황입니다.)” 서른 살 젊은 나이에 사업체를 운영하고 고가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안 씨 모습에 최 씨 믿음은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그 무렵 전북 김제 마늘밭에서 돈다발 110억 원이 발견됐다는 뉴스가 연일 쏟아져 나오면서 최 씨는 안 씨 역시 거액의 검은 돈을 어딘가 숨겨뒀을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에 이르게 됐습니다. 결국 최 씨는 안 씨를 협박해 돈을 빼앗기로 마음먹고 매제 등을 공범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강윤근(울산 중부경찰서 강력4팀) : “(안씨가) 대표이사하면서 외제차 하고, 국내에서는 좋은차 타고 다니고 하니까 (안씨가) 땅에 (돈을) 묻어놓은 게 있을 것 같다. 자기가 굴삭기 기사니까 (안씨) 그 쪽에 빌붙어서 어디 묻었는지 확인하고 (나중에) 파내자...” 최 씨 등 일당 3명은 범행 한 달 전부터 안 씨의 집과 사무실 등을 몰래 답사하며 꼼꼼히 납치 계획을 세웠습니다. <인터뷰> 오상팔(팀장/울산 중부경찰서 강력4팀) : “(안씨를) 납치하기 위해서 미리 주거지와 회사 소재지에 사전답사를 한 두 번씩 갔다 왔고, 최종적으로 납치해서 데리고 갈 장소까지 미리 선정해 놓고...” 안 씨를 구타하고 험악하게 협박하는 역할은 강도 전과로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30살 이모 씨가 맡았습니다. <인터뷰> 오상팔(팀장/울산 중부경찰서 강력4팀) : “6억 원을 강취하게 되면 세 명이서 2억 원씩 나누기로 (하고,) 피해자가 불법적인 행위로 돈을 많이 벌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경찰에는 신고 못 할 거라 생각하고...” 안 씨가 불법으로 돈을 벌었기 때문에 조금만 겁을 주면 순순히 돈을 내놓고, 경찰에 신고도 못할 것으로 믿은 최 씨 일당은 두려울 것이 없었습니다. 지난 6일 새벽 2시 반 쯤 안 씨 집 앞에서 차사고가 났다는 핑계로 안 씨를 차량으로 이끌었습니다. <녹취> 안00(납치피해자) : “자고 있는데, 현관문을 두드리기에 나갔거든요. 나가 보니까 자기 친구가 술을 먹고 음주운전을 해서 (내 차를) 긁었다, 만나서 얘기를 한번 해보자고 해서 차에 시동을 걸고 올라갔죠.” 안 씨 차에 함께 탄 이 씨는 느닷없이 안 씨에게 주먹을 휘둘렀습니다. 불법으로 돈을 번 사실을 알고 있다며 다짜고짜 6억 원을 내놓으라고 협박했습니다. <녹취> 안00(납치피해자) : “ 얼굴을 두세대 정도 맞고 가격하고, 욕을 하고, (불법사업) 다 알고 있다 조용히 할 테니까 6억 원을 달라. 6억 원만 주면 없는 척하고 모른척하고 넘어가겠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더라고요.” 2시간 남짓 안 씨를 끌고 다닌 일당은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거액의 범죄 수익을 굴려야 할 안 씨 통장에서 목돈이라 할 만한 돈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검은 돈을 주무르는 만큼 경찰을 두려워 할 게 틀림없는 안 씨를 겁주기 위해 경찰서로 끌고 가보기도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안00(납치피해자) : “00파출소에 들어가서 자기 아는 지인이 있다, 지인이 있으니까 잠시 보고가자, (경찰에게) 누구누구를 물어보고 (이씨) 연락처를 적어주고 나왔어요.” 일당이 부산으로 이동하려는 순간 안 씨는 볼 일이 너무 급하다는 핑계를 댔고, 최 씨 등이 한눈을 파는 사이 그대로 찻길로 뛰어들어 무작정 도망쳤습니다. <녹취> 안00(납치피해자) : “더 따라 갔다가는 진짜 죽을 것 같아가지고 잘못되면 큰일난다 (싶어서) ‘소변이 마렵다. 진짜 급하다’ 애원을 하니까 대로변에 세워줬어요. 거기서 죽으나 차에서 죽으나 똑 같으니까 대로변에 뛰어나가서 (도망쳤어요.)” 안 씨까지 탈출하고, 일이 꼬일대로 꼬여버렸지만, 일당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안 씨 역시 범죄자기 때문에 경찰에 신고하지 못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고 겁없이 안 씨에게 협박을 계속했습니다. <녹취> 납치피의자 : “정보에 의하면 투자해서, 2억 원 정도 던져준 것 같은데, 6억 원 주세요. 6억 원. 깔끔하게 그냥 끝낼게요. 괜히 협박 비슷하게 공갈로 밖에 안 들리니까 12시까지 생각해 보고 전화 주십시오.” 최 씨 일당 판단과 달리 안 씨는 합법적 화물 운송 사업체를 운영하는 평범한 사업가였고 수십 억 돈은 만져본 적도 없었습니다. <녹취> 안00(납치피해자) : “제가 (농담)했죠. 장난 식으로. ‘땅이라도 파볼까 그러다가 하나 재수 좋게 돈이 나올 거 아니냐...’ (진짜라고 믿다니) 어이가 없죠. 진짜 할 말이 없던데요. 그거 (피의자 사진) 보면서. 괘씸하고 배신감도 느껴지고.” 거리낄 것이 없는 안 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최 씨 일당은 곧 쇠고랑을 찼습니다. 엉뚱한 헛소문에 현혹돼 일확천금을 꿈꾸며 납치행각을 벌인 35살 최모 씨 등 일당 세 명에 대해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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