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막장 커플’, 친할머니 상대 강도

입력 2011.05.18 (08:55) 수정 2011.05.18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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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다른 사람도 아니고 친할머니와 외할머니에게 어떻게 이런 짓을 저지를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10대 여자친구와 짜고 팔순의 친할머니를 상대로 두 차례나 강도짓을 벌인 것도 모자라 여자친구 외할머니 집까지 도둑질한 혐의로 20대 남자가 붙잡혔습니다.

정수영기자, 어쩌다가 이런 짓까지 저지르게 된건가요?

<리포트>

여자친구와 함께 즐길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피의자는 홀로 사는 82살 할머니 집에 여자친구와 함께 찾아가 강도짓을 벌였습니다.

할머니 반지를 빼앗기 위해 몸싸움끝에 치아를 부러뜨리기까지 했습니다.

10대 여자친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남자친구를 동원해 외할머니 집에 침입해 할머니 금시계를 훔쳐냈습니다.

훔친 귀금속을 판돈으로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다 붙잡혔습니다.

지난 1월 제주 서귀포시 한 단독주택.

21살 강모 씨는 고등학교 3학년인 여자친구 19살 이모 양과 할머니 82살 허모 씨 집을 찾았습니다.

여자친구가 밖에서 기다리는 사이 강 씨는 할머니와 잠시 얘기를 나누는가 싶더니 할머니 반지로 화제를 넘겼습니다.
자세히 보고 싶다며 빼 달라고 요구했고 허 씨는 아무 의심 없이 시키는 대로 따랐습니다.

할머니 반지를 손에 넣기가 무섭게 강 씨는 여자친구 손을 붙잡고 달아났습니다.

<녹취> 허 모씨(피해자) : "남편이 옛날에 군대를 제대하면서 선물을 사 놓은 거라. 남편이 죽은 지 지금이 40년이(에요) 다 남편이 해 준거라 그걸 내가 지금까지 지켜 두었습니다."

강 씨 아버지는 어머니가 애지중지하는 반지를 아들이 빼앗다시피 해 달아났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인근 금은방을 뒤져 반지를 되찾아야 했습니다.

<인터뷰> 이창훈(경위/서귀포경찰서 강력2팀) : "어머니가 소중히 여기는 반지니까 가서 돈(을) 돌려주고 금반지를 찾아다가 어머니를 드린 거죠."

넉 달 뒤인 지난 10일. 강 씨는 또다시 여자친구 이 양과 할머니 허 씨 집으로 향했습니다.

이번에는 용돈을 내놓으라고 요구했지만 반지를 훔쳐갔던 손자에게 할머니가 돈을 건넬 리가 없었습니다.

<인터뷰> 김근만(수사과장/서귀포경찰서 수사과) : "(평소처럼) 용돈을 안 주고 욕을 하고 내쫓으니까 (집에서) 나와 여자 친구랑 상의하면서 그럼 할머니한테 빼앗아 가자."

강 씨는 느닷없이 할머니를 덮쳐 강제로 손에서 반지를 빼앗으려 들었고 허 씨는 온 힘을 다해 손자를 밀어냈습니다.

다급해진 강 씨는 엎치락뒤치락 몸싸움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허 씨 치아 1개가 부러지고 의치 3개가 빠져 버렸습니다.

고통에 신음하는 할머니를 버려둔 채 강 씨는 반지 2점과 현금 12만 원을 챙겨 여자친구 이 양과 황급히 자리를 떴습니다.

<인터뷰> 이창훈(경위/서귀포경찰서 강력2팀) : "이빨 떨어진 건 봤답니다. 보철한 이빨이 떨어진 것(을) 보고 갔답니다. 그렇게 많이 다쳤을 것으로 생각은 안 했던 모양입니다."

강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3시간 만에 인근 유흥가 노래방에서 여자친구 이 양과 노래를 부르고 있던 강 씨를 붙잡았습니다.

할머니가 애지중지하던 반지는 이미 금은방에 팔아넘긴 뒤였습니다.

<녹취> 금은방 주인 : "자기 할머니 유품인데 좀 매입해 달라고 가격 잘 쳐서 매입해달라고 (했습니다) (반지) 두 개요 두 개. (두 개해서) 375,000원이요."

강 씨와 이 양을 상대로 여죄를 추궁하던 경찰은 두 사람이 저지른 또 다른 범죄를 확인하고 혀를 차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난 2월 16일 강 씨와 이 양은 올해 64살인 이 양 외할머니 집에 몰래 찾아갔습니다.

집이 빈 사실을 확인한 강 씨가 창문을 뜯어내고 들어가 현관문을 열었고 이 양은 평소 눈여겨봐 둔 시가 4백만 원 상당의 외할머니 금시계를 훔쳐내 달아났습니다.

<인터뷰> 이창훈(경위/서귀포경찰서 강력2팀) : "가족이 가져갔겠거니, (피해자의) 말로는 손녀가 가져간 걸 의심을 했었죠. 신고는 안 했죠."

두 사람은 금시계를 팔아 125만원을 손에 쥐었고 두 유흥비 등 데이트 비용으로 탕진했습니다.

친손자가 여자친구와 짜고 저마다 할머니들로부터 금품을 털었다는 사실에 강 씨 할머니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녹취> 허 모씨(피해자) : "그거 하나 금이야 옥이야 키워놨는데 저렇게 (할 줄) 난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손자로부터 두 차례나 강도짓을 당했지만 강 씨 할머니는 선처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아버지 역시 강 씨 잘못은 어린 시절이 불우했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탓으로 돌립니다.

<녹취> 강 모씨(피의자 아버지) : "먹고 살려고 아침 새벽에 나가고 밤늦게 일이 끝나다 보니까, 내가 중간 중간 전화 한 번씩 해서 집에 있느냐 잘 있느냐 밥 잘 먹었느냐 이렇게만 들어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외아들인 강 씨는 부모가 10년 전 이혼하면서 여느 또래들처럼 보살핌을 받지 못했고 학교 생활에도 적응하지 못했다고 아버지는 말합니다.

<녹취> 강 모씨(피의자 아버지) : "우리 아들이 조금 괴롭히면 돈 가져다주고 이런 식이 돼 버리니까. 저놈은 한 대 때리고 겁주면 돈 준다 이런 식으로 서귀포에 소문이 나니까. (더 괴롭힘을 받았었습니다)"

강 씨는 과거 집단 따돌림에 시달린 끝에 집안에 있던 금품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여자친구와 어울리며 유흥비를 대기 위해 할머니 물건까지 눈독을 들였다고 아버지는 한탄합니다.

<녹취> 강 모씨(피의자 아버지) : "정신적으로 자기 (스스로) 자제가 안 돼서 자기보다 약한 사람한테는 굉장히 강해지려고 그래요. 지금 자기 방어본능이지. 이제까지 쌓여 있던 게 (나온 거예요)"

경찰은 강 씨에 대해 존속 상해 등 무거운 혐의를 적용해 구속 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됐고 강 씨와 이 양을 불구속 입건해 수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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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막장 커플’, 친할머니 상대 강도
    • 입력 2011-05-18 08:55:48
    • 수정2011-05-18 09:4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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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다른 사람도 아니고 친할머니와 외할머니에게 어떻게 이런 짓을 저지를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10대 여자친구와 짜고 팔순의 친할머니를 상대로 두 차례나 강도짓을 벌인 것도 모자라 여자친구 외할머니 집까지 도둑질한 혐의로 20대 남자가 붙잡혔습니다. 정수영기자, 어쩌다가 이런 짓까지 저지르게 된건가요? <리포트> 여자친구와 함께 즐길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피의자는 홀로 사는 82살 할머니 집에 여자친구와 함께 찾아가 강도짓을 벌였습니다. 할머니 반지를 빼앗기 위해 몸싸움끝에 치아를 부러뜨리기까지 했습니다. 10대 여자친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남자친구를 동원해 외할머니 집에 침입해 할머니 금시계를 훔쳐냈습니다. 훔친 귀금속을 판돈으로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다 붙잡혔습니다. 지난 1월 제주 서귀포시 한 단독주택. 21살 강모 씨는 고등학교 3학년인 여자친구 19살 이모 양과 할머니 82살 허모 씨 집을 찾았습니다. 여자친구가 밖에서 기다리는 사이 강 씨는 할머니와 잠시 얘기를 나누는가 싶더니 할머니 반지로 화제를 넘겼습니다. 자세히 보고 싶다며 빼 달라고 요구했고 허 씨는 아무 의심 없이 시키는 대로 따랐습니다. 할머니 반지를 손에 넣기가 무섭게 강 씨는 여자친구 손을 붙잡고 달아났습니다. <녹취> 허 모씨(피해자) : "남편이 옛날에 군대를 제대하면서 선물을 사 놓은 거라. 남편이 죽은 지 지금이 40년이(에요) 다 남편이 해 준거라 그걸 내가 지금까지 지켜 두었습니다." 강 씨 아버지는 어머니가 애지중지하는 반지를 아들이 빼앗다시피 해 달아났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인근 금은방을 뒤져 반지를 되찾아야 했습니다. <인터뷰> 이창훈(경위/서귀포경찰서 강력2팀) : "어머니가 소중히 여기는 반지니까 가서 돈(을) 돌려주고 금반지를 찾아다가 어머니를 드린 거죠." 넉 달 뒤인 지난 10일. 강 씨는 또다시 여자친구 이 양과 할머니 허 씨 집으로 향했습니다. 이번에는 용돈을 내놓으라고 요구했지만 반지를 훔쳐갔던 손자에게 할머니가 돈을 건넬 리가 없었습니다. <인터뷰> 김근만(수사과장/서귀포경찰서 수사과) : "(평소처럼) 용돈을 안 주고 욕을 하고 내쫓으니까 (집에서) 나와 여자 친구랑 상의하면서 그럼 할머니한테 빼앗아 가자." 강 씨는 느닷없이 할머니를 덮쳐 강제로 손에서 반지를 빼앗으려 들었고 허 씨는 온 힘을 다해 손자를 밀어냈습니다. 다급해진 강 씨는 엎치락뒤치락 몸싸움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허 씨 치아 1개가 부러지고 의치 3개가 빠져 버렸습니다. 고통에 신음하는 할머니를 버려둔 채 강 씨는 반지 2점과 현금 12만 원을 챙겨 여자친구 이 양과 황급히 자리를 떴습니다. <인터뷰> 이창훈(경위/서귀포경찰서 강력2팀) : "이빨 떨어진 건 봤답니다. 보철한 이빨이 떨어진 것(을) 보고 갔답니다. 그렇게 많이 다쳤을 것으로 생각은 안 했던 모양입니다." 강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3시간 만에 인근 유흥가 노래방에서 여자친구 이 양과 노래를 부르고 있던 강 씨를 붙잡았습니다. 할머니가 애지중지하던 반지는 이미 금은방에 팔아넘긴 뒤였습니다. <녹취> 금은방 주인 : "자기 할머니 유품인데 좀 매입해 달라고 가격 잘 쳐서 매입해달라고 (했습니다) (반지) 두 개요 두 개. (두 개해서) 375,000원이요." 강 씨와 이 양을 상대로 여죄를 추궁하던 경찰은 두 사람이 저지른 또 다른 범죄를 확인하고 혀를 차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난 2월 16일 강 씨와 이 양은 올해 64살인 이 양 외할머니 집에 몰래 찾아갔습니다. 집이 빈 사실을 확인한 강 씨가 창문을 뜯어내고 들어가 현관문을 열었고 이 양은 평소 눈여겨봐 둔 시가 4백만 원 상당의 외할머니 금시계를 훔쳐내 달아났습니다. <인터뷰> 이창훈(경위/서귀포경찰서 강력2팀) : "가족이 가져갔겠거니, (피해자의) 말로는 손녀가 가져간 걸 의심을 했었죠. 신고는 안 했죠." 두 사람은 금시계를 팔아 125만원을 손에 쥐었고 두 유흥비 등 데이트 비용으로 탕진했습니다. 친손자가 여자친구와 짜고 저마다 할머니들로부터 금품을 털었다는 사실에 강 씨 할머니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녹취> 허 모씨(피해자) : "그거 하나 금이야 옥이야 키워놨는데 저렇게 (할 줄) 난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손자로부터 두 차례나 강도짓을 당했지만 강 씨 할머니는 선처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아버지 역시 강 씨 잘못은 어린 시절이 불우했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탓으로 돌립니다. <녹취> 강 모씨(피의자 아버지) : "먹고 살려고 아침 새벽에 나가고 밤늦게 일이 끝나다 보니까, 내가 중간 중간 전화 한 번씩 해서 집에 있느냐 잘 있느냐 밥 잘 먹었느냐 이렇게만 들어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외아들인 강 씨는 부모가 10년 전 이혼하면서 여느 또래들처럼 보살핌을 받지 못했고 학교 생활에도 적응하지 못했다고 아버지는 말합니다. <녹취> 강 모씨(피의자 아버지) : "우리 아들이 조금 괴롭히면 돈 가져다주고 이런 식이 돼 버리니까. 저놈은 한 대 때리고 겁주면 돈 준다 이런 식으로 서귀포에 소문이 나니까. (더 괴롭힘을 받았었습니다)" 강 씨는 과거 집단 따돌림에 시달린 끝에 집안에 있던 금품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여자친구와 어울리며 유흥비를 대기 위해 할머니 물건까지 눈독을 들였다고 아버지는 한탄합니다. <녹취> 강 모씨(피의자 아버지) : "정신적으로 자기 (스스로) 자제가 안 돼서 자기보다 약한 사람한테는 굉장히 강해지려고 그래요. 지금 자기 방어본능이지. 이제까지 쌓여 있던 게 (나온 거예요)" 경찰은 강 씨에 대해 존속 상해 등 무거운 혐의를 적용해 구속 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됐고 강 씨와 이 양을 불구속 입건해 수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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