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외롭고 가난” 준비되지 않은 노후

입력 2011.05.30 (22:04) 수정 2011.05.3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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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앞서 보신대로 초고령화시대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우리나라 평균 기대 수명은요. 80세.



20여년 만에 9년이 더 늘었네요.



최장수국, 일본과 비교해도 겨우 세살 차인데요.



하지만 오래 산다고 꼭 행복할까요?



먼저 김나나 기자가 어르신들 얘기를 들어 봤습니다.



<리포트>



TV소리로 지하방의 정적을 달래는 박 할머니.



다섯 남매를 낳아 길렀지만 쉽게 연락이 닿는 자식은 없습니다.



<녹취> "전화가 안돼. 그래도 이 아들이 제일 엄마 생각을 했는데..."



경제적 궁핍과 아픈 몸보다 할머니를 더 힘들게 하는 건 외로움입니다.



<인터뷰> 박순임 할머니(88살) : "굶어죽든 살든 예전에는 굶어도 한 집에 살았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혼자 살게 내버려 두니까 속상하죠."



몸은 병들고 마음은 외롭고, 혼자 쓸쓸히 떠난 할머니, 할아버지 모두 여기에 있습니다.



이곳에 들어온 무연고 유골만 3천2백여 구.



늦었지만 행여 찾는 사람이 있을까, 10년 간 이렇게 보관됩니다.



평균 수명이 늘고 가족 해체가 심각해지면서 누구의 배웅도 받지 못하고 홀로 세상을 등지는 사람들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습니다.



<질문>



가족을 위해 일생을 몸바쳐 일하고도 의지할 곳 없는 상황.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그래선지 우리나라 노인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죠. 디지털 스튜디오 연결합니다.



김나나 기자 혼자 사는 어르신들 얼마나 많아졌습니까?



<답변>



네, 예순다섯 살 이상 노인이 혼자 사는 가구는 지난해 기준으로 무려 백만가구가 넘습니다.



전체 가구의 6%를 차지하는 셈인데요.



2020년엔 151만여 가구로, 또 2030년엔 233만여 가구로 급증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부끄러운 자화상 뒤엔, 이런 노인 문제가 숨어있는데요.



1년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60대가 2천7십 명, 70대가 천9백 명, 80대가 천7십 명으로 전체 32%를 차지해서, 두 시간마다 노인 한 명이 자살하는 나라가 됐습니다.



신병을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하는 경우가 가장 많고, 경제적 어려움이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가족을 위해 일생을 몸바쳐 일했지만 또다시 노구를 이끌고 일자리를 찾아나설 수밖에 없는 노인들의 사연을 박대기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새벽 5시. 지하철 역으로 노인들이 하나 둘 모여듭니다.



첫 열차 승객 중 열에 아홉은 육 칠십대, 아침 일찍부터 건물 청소나 건설현장 일을 찾아 나섰습니다.



<인터뷰> 한금순(건물 청소부/67살) : "집에서는 4시 45분에 나와서 서울대입구역까지 걸어와서 첫 차 타고 가는 거예요."



올해 일흔다섯인 박종철 할아버지도 그 중의 한 사람입니다.



아흔다섯 살 모친을 모시고 사는 박 할아버지는 역 앞에서 신문을 나눠주며 한 달에 30만 원을 받습니다.



아내까지 세 가족이 생활하기도 빠듯해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것이 무척이나 아쉽습니디.



<인터뷰> 박종철(신문 배포/75살) : "되는데 저는 몰라가지고 못하고, 가니까, (퇴직금을) 일시불로 계산해주고, 그렇게 된 거죠."



지난해 65살 이상 홀로 사는 노인 가운데 국민연금을 받는 비율은 28%에 불과합니다.



이조차도 정상보다 적게 받는 특례 연금이나 유족연금이 대부분입니다.



연금을 타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은퇴할 나이를 훌쩍 넘기고도 남들이 피하는 새벽 일을 하는 노인들이 많습니다.



이른바 ’빈 둥지’ 부부도 늘어 자식들이 떠나고 부부 단둘이 사는 기간이 과거에는 1.4년에서 불과했지만 현재의 50대는 19.4년이나 될 전망입니다.



부모를 봉양했지만 자식의 봉양은 기대하기 어려운 해방 전후세대.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45%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습니다.



<질문>



그런데 말이죠. 사회가 책임을 지려고 해도 ’자식’이 족쇄가 되는 경우가 있다면서요?



<답변>



네, 부양을 받지 못하는데도 부양의무자가 있으면, 기초생활수급자조차 되지 못하는 법의 맹점 때문인데요.



그 실태를 정홍규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유남열 할아버지는 오늘도 복지관에서 보내준 도시락으로 유일한 끼니를 때웠습니다.



불편한 몸에 다른 벌이도 없어 노령연금 9만 원이 한 달 생활비의 전부지만 연락도 없는 자식들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유남열(서울시 수유동/77살) : "외국을 도와주는 나라가 됐다고 돌아다니면서 얘기하는 게 섭섭하더라고. 한달에 9만 원으로 사람 생각을 해 줘야지..."



이 처럼 자격이 있어도 자녀가 있어서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사람은 백만 명이 넘습니다.



소득이 최저 생계비의 130%를 넘는 부양 의무자가 있을 경우 수급자 선정에서 제외하는 법 규정 때문입니다.



<인터뷰> 구인회(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그 선(최저생계비)을 약간 넘었다고 해서 부모에 대해서 충분한 부양 능력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부양 능력 판정 기준이 너무 엄격하기 때문에..."



정부는 예산 문제를 들어 부양 의무자 기준 폐지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권덕철(보건복지부 복지정책관) :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고 이 방안에 대해서 관계 부처 간 긴밀히 협의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기초생활보장 예산 가운데 쓰이지 않고 불용 처리된 규모는 지난 3년간 4천억 원이 넘었습니다.



KBS 뉴스 정홍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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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외롭고 가난” 준비되지 않은 노후
    • 입력 2011-05-30 22:04:12
    • 수정2011-05-31 15: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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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앞서 보신대로 초고령화시대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우리나라 평균 기대 수명은요. 80세.

20여년 만에 9년이 더 늘었네요.

최장수국, 일본과 비교해도 겨우 세살 차인데요.

하지만 오래 산다고 꼭 행복할까요?

먼저 김나나 기자가 어르신들 얘기를 들어 봤습니다.

<리포트>

TV소리로 지하방의 정적을 달래는 박 할머니.

다섯 남매를 낳아 길렀지만 쉽게 연락이 닿는 자식은 없습니다.

<녹취> "전화가 안돼. 그래도 이 아들이 제일 엄마 생각을 했는데..."

경제적 궁핍과 아픈 몸보다 할머니를 더 힘들게 하는 건 외로움입니다.

<인터뷰> 박순임 할머니(88살) : "굶어죽든 살든 예전에는 굶어도 한 집에 살았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혼자 살게 내버려 두니까 속상하죠."

몸은 병들고 마음은 외롭고, 혼자 쓸쓸히 떠난 할머니, 할아버지 모두 여기에 있습니다.

이곳에 들어온 무연고 유골만 3천2백여 구.

늦었지만 행여 찾는 사람이 있을까, 10년 간 이렇게 보관됩니다.

평균 수명이 늘고 가족 해체가 심각해지면서 누구의 배웅도 받지 못하고 홀로 세상을 등지는 사람들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습니다.

<질문>

가족을 위해 일생을 몸바쳐 일하고도 의지할 곳 없는 상황.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그래선지 우리나라 노인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죠. 디지털 스튜디오 연결합니다.

김나나 기자 혼자 사는 어르신들 얼마나 많아졌습니까?

<답변>

네, 예순다섯 살 이상 노인이 혼자 사는 가구는 지난해 기준으로 무려 백만가구가 넘습니다.

전체 가구의 6%를 차지하는 셈인데요.

2020년엔 151만여 가구로, 또 2030년엔 233만여 가구로 급증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부끄러운 자화상 뒤엔, 이런 노인 문제가 숨어있는데요.

1년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60대가 2천7십 명, 70대가 천9백 명, 80대가 천7십 명으로 전체 32%를 차지해서, 두 시간마다 노인 한 명이 자살하는 나라가 됐습니다.

신병을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하는 경우가 가장 많고, 경제적 어려움이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가족을 위해 일생을 몸바쳐 일했지만 또다시 노구를 이끌고 일자리를 찾아나설 수밖에 없는 노인들의 사연을 박대기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새벽 5시. 지하철 역으로 노인들이 하나 둘 모여듭니다.

첫 열차 승객 중 열에 아홉은 육 칠십대, 아침 일찍부터 건물 청소나 건설현장 일을 찾아 나섰습니다.

<인터뷰> 한금순(건물 청소부/67살) : "집에서는 4시 45분에 나와서 서울대입구역까지 걸어와서 첫 차 타고 가는 거예요."

올해 일흔다섯인 박종철 할아버지도 그 중의 한 사람입니다.

아흔다섯 살 모친을 모시고 사는 박 할아버지는 역 앞에서 신문을 나눠주며 한 달에 30만 원을 받습니다.

아내까지 세 가족이 생활하기도 빠듯해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것이 무척이나 아쉽습니디.

<인터뷰> 박종철(신문 배포/75살) : "되는데 저는 몰라가지고 못하고, 가니까, (퇴직금을) 일시불로 계산해주고, 그렇게 된 거죠."

지난해 65살 이상 홀로 사는 노인 가운데 국민연금을 받는 비율은 28%에 불과합니다.

이조차도 정상보다 적게 받는 특례 연금이나 유족연금이 대부분입니다.

연금을 타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은퇴할 나이를 훌쩍 넘기고도 남들이 피하는 새벽 일을 하는 노인들이 많습니다.

이른바 ’빈 둥지’ 부부도 늘어 자식들이 떠나고 부부 단둘이 사는 기간이 과거에는 1.4년에서 불과했지만 현재의 50대는 19.4년이나 될 전망입니다.

부모를 봉양했지만 자식의 봉양은 기대하기 어려운 해방 전후세대.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45%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습니다.

<질문>

그런데 말이죠. 사회가 책임을 지려고 해도 ’자식’이 족쇄가 되는 경우가 있다면서요?

<답변>

네, 부양을 받지 못하는데도 부양의무자가 있으면, 기초생활수급자조차 되지 못하는 법의 맹점 때문인데요.

그 실태를 정홍규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유남열 할아버지는 오늘도 복지관에서 보내준 도시락으로 유일한 끼니를 때웠습니다.

불편한 몸에 다른 벌이도 없어 노령연금 9만 원이 한 달 생활비의 전부지만 연락도 없는 자식들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유남열(서울시 수유동/77살) : "외국을 도와주는 나라가 됐다고 돌아다니면서 얘기하는 게 섭섭하더라고. 한달에 9만 원으로 사람 생각을 해 줘야지..."

이 처럼 자격이 있어도 자녀가 있어서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사람은 백만 명이 넘습니다.

소득이 최저 생계비의 130%를 넘는 부양 의무자가 있을 경우 수급자 선정에서 제외하는 법 규정 때문입니다.

<인터뷰> 구인회(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그 선(최저생계비)을 약간 넘었다고 해서 부모에 대해서 충분한 부양 능력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부양 능력 판정 기준이 너무 엄격하기 때문에..."

정부는 예산 문제를 들어 부양 의무자 기준 폐지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권덕철(보건복지부 복지정책관) :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고 이 방안에 대해서 관계 부처 간 긴밀히 협의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기초생활보장 예산 가운데 쓰이지 않고 불용 처리된 규모는 지난 3년간 4천억 원이 넘었습니다.

KBS 뉴스 정홍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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