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소 폭발사고가 부른 ‘70대 노부부 비극’

입력 2011.06.13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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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죠.

서울의 한 세탁소의 증기 보일러가 갑자기 폭발한 사고, 기억하실 겁니다.

40년 동안 이 세탁소를 운영해온 70대 노부부가 폭발 피해를 입은 이웃들에게 줄 보상금 때문에 고민을 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안타까운 사연을 김준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갑작스런 폭풍이 거리를 휩쓸고, 사람들이 기겁하며 몸을 피합니다.

길 건너편 행인도 맥없이 쓰러집니다.

도로를 지나던 시내버스 내부는 물론 건너편 가게의 유리창까지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인터뷰> 윤연자(목격자) : "폭탄 터진 것처럼 컸어요. 저희 가게까지 다 완전히 무너졌잖아요. 이렇게."

지난달 17일, 76살 김모 씨 부부의 세탁소에서 일어난 폭발 사고입니다.

김씨 부부는 다행히 가게를 비워 무사했지만, 불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40년 동안 한자리에서 운영해오던 세탁소는 이 사고로 문을 닫았습니다.

여기에 폭발로 인한 부상자와 파손건물주 등이 요구한 피해 보상금도 3천만 원이나 됐습니다.

<인터뷰> 이건복(이웃 주민) : "합의 보러 간다고 하시더라고요. 갔는데 과도하게 요구한 거 같아요. 거기에 쇼크 먹은 거에요."

노부부는 결국 그제 죽음을 선택했습니다.

집안에서는 농약과 함께 남은 가족들을 잘 부탁한다는 유서가 발견됐습니다.

<녹취> 유족 : "사위에게 딸 잘 부탁한다…보증금이 얼마 있으니까 딸 줘라, 장례비에 보태쓰게. 그것밖에 없었어요."

40년 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세탁소와 주인까지 앗아간 증기보일러 폭발사고 원인은 아직도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김준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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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탁소 폭발사고가 부른 ‘70대 노부부 비극’
    • 입력 2011-06-13 22:02:02
    뉴스 9
<앵커 멘트>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죠. 서울의 한 세탁소의 증기 보일러가 갑자기 폭발한 사고, 기억하실 겁니다. 40년 동안 이 세탁소를 운영해온 70대 노부부가 폭발 피해를 입은 이웃들에게 줄 보상금 때문에 고민을 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안타까운 사연을 김준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갑작스런 폭풍이 거리를 휩쓸고, 사람들이 기겁하며 몸을 피합니다. 길 건너편 행인도 맥없이 쓰러집니다. 도로를 지나던 시내버스 내부는 물론 건너편 가게의 유리창까지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인터뷰> 윤연자(목격자) : "폭탄 터진 것처럼 컸어요. 저희 가게까지 다 완전히 무너졌잖아요. 이렇게." 지난달 17일, 76살 김모 씨 부부의 세탁소에서 일어난 폭발 사고입니다. 김씨 부부는 다행히 가게를 비워 무사했지만, 불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40년 동안 한자리에서 운영해오던 세탁소는 이 사고로 문을 닫았습니다. 여기에 폭발로 인한 부상자와 파손건물주 등이 요구한 피해 보상금도 3천만 원이나 됐습니다. <인터뷰> 이건복(이웃 주민) : "합의 보러 간다고 하시더라고요. 갔는데 과도하게 요구한 거 같아요. 거기에 쇼크 먹은 거에요." 노부부는 결국 그제 죽음을 선택했습니다. 집안에서는 농약과 함께 남은 가족들을 잘 부탁한다는 유서가 발견됐습니다. <녹취> 유족 : "사위에게 딸 잘 부탁한다…보증금이 얼마 있으니까 딸 줘라, 장례비에 보태쓰게. 그것밖에 없었어요." 40년 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세탁소와 주인까지 앗아간 증기보일러 폭발사고 원인은 아직도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김준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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