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 “바뀐 법 때문에 장기이식 막막”

입력 2011.06.22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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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장기기증 운동본부가 생긴지 20년.



900명 넘게 새 생명을 얻었죠. 지금도 많은 환자들이 이식할 날만 기다리고 있구요.



그런데 기증자가 마침내 나타났는데도 수술을 못 받는다면.. 그것도 다름아닌 ’법’ 때문이라면 얼마나 기가 막힐까요?



먼저 김준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만성 신부전 환자인 38살 김모 씨.



20년 전부터 매주 세 차례씩 받아온 신장 투석 주사 바늘 자국이 팔에 가득합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이달 초에 자신에게 맞는 신장 기증자를 만났지만, 정부가 수술을 보류시켰습니다.



<녹취> 김00(장기이식 20년 대기) : "아, 나도 이제 날개를 다는구나 그런 기분이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안된다니까 청천벽력같은 소리였죠."



장기이식을 원하는 환자들은 지금까지 병원이나 전문 민간단체에 대기자로 등록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달부터 법이 바뀌어 병원만 등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녹취> 이00(장기이식 6년 대기) : "그럼 다른 병원에 (대기 등록을) 해야 하느냐고! 아, 나는 희망이 없고, 나는 그냥 포기하고 …"



사실상 유일한 민간단체로 지난 20년간 900여 명에게 장기이식수술을 하게 해준 장기기증운동본부엔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미 등록돼 있는 환자라 해도 모두는 대기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정부 방침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정봉실(상담팀장) : "이분 같은 경우는 92년도에 등록한 분이 거든요. 지금까지 거의 20년 가까운 기간을 기다리셨는데, 다시 새롭게 등록을 해야 된다는 얘기거든요."



현재 장기기증운동본부에 기증자를 기다리고 있는 환자는 모두 943명입니다.



KBS 뉴스 김준범입니다.



<앵커 멘트>



그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애타게 장기 이식을 기다리고 있을까요? 지난 2000년엔 5천여명이었고 최근엔 만 9천여명으로 급격히 늘었습니다.



이 가운데 실제 이식을 받는 환자는? 1년에 3천명 정도 밖에 안 되네요.



뭐가 문젤까요? 박대기 기자가 짚어 보겠습니다.



<리포트>



16년째 신장 이식을 기다려온 39살 고미선 씨.



중국에 가면 이식 받을 수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지만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터뷰> 고미선(신장이식 대기자) : "한 사오천 든다는데, 저는 여유롭지가... 지금도 아파서 돈이 많이 들어가잖아요."



고씨 처럼 장기 이식 희망자가 애를 태우는 이유는 여러 사람의 생명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뇌사자 장기 이식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뇌사자 장기 이식은 백만명 당 5.4명으로 34명인 스페인이나 27명인 미국에 비해 턱없이 적습니다.



시신을 훼손하면 안 된다는 관습 탓도 있지만, 뇌사자 관리 체계가 부실한 게 더 큰 문제입니다.



뇌사자가 발생한 병원은 장기 기증원에 통보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를 어겨도 과태료 50만 원만 내면 돼, 실효성은 낮습니다.



실제로 매년 뇌사자가 3천 명가량 발생하지만, 지난해 통보된 뇌사자는 3백여 명에 불과합니다.



<인터뷰> 정흥수(보건복지부 장기이식관리과장) : "중환자실에서 많이 발생을 하는데 거기가 여러가지 여건이 어렵다 보니까 지금 (뇌사자) 발굴을 못하고 있는 상태죠."



따라서 각급 병원의 중환자실에서 부터 체계적인 뇌사자 관리가 시급하고, 장기 기증에 대한 의식 전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박대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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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중진단] “바뀐 법 때문에 장기이식 막막”
    • 입력 2011-06-22 22: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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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장기기증 운동본부가 생긴지 20년.

900명 넘게 새 생명을 얻었죠. 지금도 많은 환자들이 이식할 날만 기다리고 있구요.

그런데 기증자가 마침내 나타났는데도 수술을 못 받는다면.. 그것도 다름아닌 ’법’ 때문이라면 얼마나 기가 막힐까요?

먼저 김준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만성 신부전 환자인 38살 김모 씨.

20년 전부터 매주 세 차례씩 받아온 신장 투석 주사 바늘 자국이 팔에 가득합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이달 초에 자신에게 맞는 신장 기증자를 만났지만, 정부가 수술을 보류시켰습니다.

<녹취> 김00(장기이식 20년 대기) : "아, 나도 이제 날개를 다는구나 그런 기분이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안된다니까 청천벽력같은 소리였죠."

장기이식을 원하는 환자들은 지금까지 병원이나 전문 민간단체에 대기자로 등록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달부터 법이 바뀌어 병원만 등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녹취> 이00(장기이식 6년 대기) : "그럼 다른 병원에 (대기 등록을) 해야 하느냐고! 아, 나는 희망이 없고, 나는 그냥 포기하고 …"

사실상 유일한 민간단체로 지난 20년간 900여 명에게 장기이식수술을 하게 해준 장기기증운동본부엔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미 등록돼 있는 환자라 해도 모두는 대기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정부 방침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정봉실(상담팀장) : "이분 같은 경우는 92년도에 등록한 분이 거든요. 지금까지 거의 20년 가까운 기간을 기다리셨는데, 다시 새롭게 등록을 해야 된다는 얘기거든요."

현재 장기기증운동본부에 기증자를 기다리고 있는 환자는 모두 943명입니다.

KBS 뉴스 김준범입니다.

<앵커 멘트>

그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애타게 장기 이식을 기다리고 있을까요? 지난 2000년엔 5천여명이었고 최근엔 만 9천여명으로 급격히 늘었습니다.

이 가운데 실제 이식을 받는 환자는? 1년에 3천명 정도 밖에 안 되네요.

뭐가 문젤까요? 박대기 기자가 짚어 보겠습니다.

<리포트>

16년째 신장 이식을 기다려온 39살 고미선 씨.

중국에 가면 이식 받을 수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지만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터뷰> 고미선(신장이식 대기자) : "한 사오천 든다는데, 저는 여유롭지가... 지금도 아파서 돈이 많이 들어가잖아요."

고씨 처럼 장기 이식 희망자가 애를 태우는 이유는 여러 사람의 생명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뇌사자 장기 이식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뇌사자 장기 이식은 백만명 당 5.4명으로 34명인 스페인이나 27명인 미국에 비해 턱없이 적습니다.

시신을 훼손하면 안 된다는 관습 탓도 있지만, 뇌사자 관리 체계가 부실한 게 더 큰 문제입니다.

뇌사자가 발생한 병원은 장기 기증원에 통보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를 어겨도 과태료 50만 원만 내면 돼, 실효성은 낮습니다.

실제로 매년 뇌사자가 3천 명가량 발생하지만, 지난해 통보된 뇌사자는 3백여 명에 불과합니다.

<인터뷰> 정흥수(보건복지부 장기이식관리과장) : "중환자실에서 많이 발생을 하는데 거기가 여러가지 여건이 어렵다 보니까 지금 (뇌사자) 발굴을 못하고 있는 상태죠."

따라서 각급 병원의 중환자실에서 부터 체계적인 뇌사자 관리가 시급하고, 장기 기증에 대한 의식 전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박대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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