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잦은 집중호우…‘도시 홍수’ 대책은?

입력 2011.07.29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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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차도 사람도 모두 물속에 잠겼습니다.



6백 밀리미터 가까이 내린 이번 폭우에 서울 곳곳에서 ’도시 홍수’ 현상이 나타난 겁니다.



눈 여겨 볼 건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으로 장마가 끝난 서울에 시간당 백 밀리미터의 비가 내렸다는 건데요.



이 때문에 한반도가 이미, 건기와 우기로 1년이 나뉘는 아열대성 기후로 변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달라진 강우 형태를 신방실 기상전문기자가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장마가 끝난 뒤에도 중부지방에 퍼붓듯 쏟아진 집중호우.



서울의 경우 지난 나흘 동안 내린 비의 양은 무려 595mm였습니다.



26일 동안의 장마철 강우량의 74%에 달했습니다.



지구온난화로 대기 중의 수증기가 늘어나 한번 내렸다 하면 폭우로 돌변하고 있는 겁니다.



한 시간에 30mm 이상의 여름철 집중호우는 70년대 평균 11.7회에서 2000년대 22회로 2배 정도 증가했습니다.



또 장마가 끝난 뒤에 오히려 더 많은 비가 내리는 경향도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장마가 끝난 뒤의 강우량이 장마철보다 많았던 경우는 1980년대까지 3회에 불과했지만, 1990년대 이후엔 12회로 4배나 급증했습니다.



<인터뷰>김승배(기상청 대변인) : "최근 들어서 장마가 끝난 이후 초가을까지도 시간당 100mm 안팎의 강한 비가 내리고 있어 과거 평년값의 의미가 점점 무색해지고 있습니다."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거나 장마철 이후 집중호우가 잦아지는 현상은 이제 더 이상 기상이변이 아닌 일상적인 현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기상 이변이 아니라 기후 변화로 봐야 할 것 같은데요, 디지털 스튜디오에 있는 경제부 이병도 기자가 현재 도시의 하수 대책이 어떻게 돼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답변>



자연 녹지가 거의 없고 콘크리트로 덮힌 도심에선 무엇보다 배수를 잘해야 침수 피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지금 보시는 것은 서울 땅속의 하수관인데요.



직경 450밀리미터 그러니까 45센티미터의 하수관으로, 시간당 75밀리미터의 비를 감당할 수 있습니다.



10년 빈도 설계, 그러니까 10년에 한 번 올 만한 큰 비에 대비했다는 건데요.



하지만 이번 처럼 시간당 100밀리미터 넘는 비가 오면 물이 다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하수구 바깥으로 역류하게 됩니다.



결국 도시는 물에 잠기게 됩니다.



선진국에선 이미 기후 변화에 대비해 다양한 도시 홍수 대책을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도쿄 홍수진 특파원이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상습 침수지역이었던 도쿄 인근 사이타마.



6년 전 지하 50미터에 세계 최대의 방수로를 완공했습니다.



그리스 신전 같은 기둥들이 서 있는 이 곳의 면적은 장충체육관 8배입니다.



집중호우 때는 일단 물을 가둬놨다가 초당 2백톤 씩 인근 에도강으로 흘려보낼 수 있습니다.



하루 3백mm의 호우에도 문제 없습니다.



<인터뷰> 야마구치(국토교통성 에도강 사무소 부소장) : "(주변 주민들이)안심하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도쿄 도심을 가로지르는 도로 밑에도 거대한 지하 터널이 있습니다.



간선도로 밑에는 이런 대형 취수구가 3개 있습니다. 집중호우로 물이 넘칠 때는 여길 통해 지하로 흘려보냅니다.



지하에는 54만톤의 빗물을 모아 놓을 수 있는 터널이 있는데 덕분에 주변 지역의 침수피해 면적은 이전의 1/10로 줄었습니다.



이런 지하 방수로는 도쿄에만 23개가 있습니다.



<인터뷰>사이토(도쿄도 하천과장) : "내린 비를 지하로 모으기 때문에 (강) 하류의 수위를 저하시킬 수 있습니다.



일본은 도시홍수에 대비해 10여년 전부터 지하 방수로를 만들어왔습니다.



덕분에 태풍이나 게릴라 호우에도 도쿄 등 수도권의 기능은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슈퍼 홍수까지 막는다는 차원에선 의미가 있지만 아무래도 돈이 많이 들 것 같은데요, 우리나라는 어떻습니까?



<답변>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서울시는 현재 10년 빈도로 설계된 하수관의 기준을 30년 빈도, 시간당 95밀리미터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하지만 공사가 이뤄진 구간은 5킬로미터에 불과합니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지,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 노윤정 기자가 조목조목 따져봤습니다.



<리포트>



이번 홍수 기간 몸살을 앓았던 서울의 하수관.



비가 그친 뒤 내부를 들여다 봤습니다.



곳곳에 이물질이 쌓여 가뜩이나 좁은 물길이 더 좁아졌습니다.



<인터뷰> 오길현(양천구청 건설교통국장) :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에 가장 취약한 부분만 1년에 4,5킬로미터,적게는 2킬로미터 이렇게 교체해 나갑니다."



남산 한옥마을 아래 저류시설.



7천 톤의 빗물을 담을 수 있습니다.



이런 저류시설은 서울에 16곳 뿐.



적어도 20여 곳을 더 지어야 하지만 주민 반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인터뷰> 전재기(중구청 치수팀장) : "주택가 같은 데는 반대를 많이 합니다. 저류조가 큰 구조물이 들어가있고 물을 저장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문제는 이런 치수 시설을 아무리 완벽하게 보강해도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는 최근의 기후 변화는 감당하기가 힘들다는 겁니다.



저지대로 집중되는 현재의 도시 물길을 넓은 지역으로 분산시키도록 재설계하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인터뷰> 조원철(연세대 교수) : "물이 열 가지가 있더라도 열 개를 한꺼번에 내보낼 게 아니고 하나씩 차례대로 내보내자, 그러니까 배수 구역을 분할해 가지고 흐름을 지체시켜주고 정리해주는 그런 작업을 해야됩니다."



국토부는 이번 폭우를 교훈삼아 기후변화 대응과 재해예방 대책을 도시계획의 최우선 고려사항으로 삼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노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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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잦은 집중호우…‘도시 홍수’ 대책은?
    • 입력 2011-07-29 22: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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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차도 사람도 모두 물속에 잠겼습니다.

6백 밀리미터 가까이 내린 이번 폭우에 서울 곳곳에서 ’도시 홍수’ 현상이 나타난 겁니다.

눈 여겨 볼 건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으로 장마가 끝난 서울에 시간당 백 밀리미터의 비가 내렸다는 건데요.

이 때문에 한반도가 이미, 건기와 우기로 1년이 나뉘는 아열대성 기후로 변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달라진 강우 형태를 신방실 기상전문기자가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장마가 끝난 뒤에도 중부지방에 퍼붓듯 쏟아진 집중호우.

서울의 경우 지난 나흘 동안 내린 비의 양은 무려 595mm였습니다.

26일 동안의 장마철 강우량의 74%에 달했습니다.

지구온난화로 대기 중의 수증기가 늘어나 한번 내렸다 하면 폭우로 돌변하고 있는 겁니다.

한 시간에 30mm 이상의 여름철 집중호우는 70년대 평균 11.7회에서 2000년대 22회로 2배 정도 증가했습니다.

또 장마가 끝난 뒤에 오히려 더 많은 비가 내리는 경향도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장마가 끝난 뒤의 강우량이 장마철보다 많았던 경우는 1980년대까지 3회에 불과했지만, 1990년대 이후엔 12회로 4배나 급증했습니다.

<인터뷰>김승배(기상청 대변인) : "최근 들어서 장마가 끝난 이후 초가을까지도 시간당 100mm 안팎의 강한 비가 내리고 있어 과거 평년값의 의미가 점점 무색해지고 있습니다."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거나 장마철 이후 집중호우가 잦아지는 현상은 이제 더 이상 기상이변이 아닌 일상적인 현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기상 이변이 아니라 기후 변화로 봐야 할 것 같은데요, 디지털 스튜디오에 있는 경제부 이병도 기자가 현재 도시의 하수 대책이 어떻게 돼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답변>

자연 녹지가 거의 없고 콘크리트로 덮힌 도심에선 무엇보다 배수를 잘해야 침수 피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지금 보시는 것은 서울 땅속의 하수관인데요.

직경 450밀리미터 그러니까 45센티미터의 하수관으로, 시간당 75밀리미터의 비를 감당할 수 있습니다.

10년 빈도 설계, 그러니까 10년에 한 번 올 만한 큰 비에 대비했다는 건데요.

하지만 이번 처럼 시간당 100밀리미터 넘는 비가 오면 물이 다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하수구 바깥으로 역류하게 됩니다.

결국 도시는 물에 잠기게 됩니다.

선진국에선 이미 기후 변화에 대비해 다양한 도시 홍수 대책을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도쿄 홍수진 특파원이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상습 침수지역이었던 도쿄 인근 사이타마.

6년 전 지하 50미터에 세계 최대의 방수로를 완공했습니다.

그리스 신전 같은 기둥들이 서 있는 이 곳의 면적은 장충체육관 8배입니다.

집중호우 때는 일단 물을 가둬놨다가 초당 2백톤 씩 인근 에도강으로 흘려보낼 수 있습니다.

하루 3백mm의 호우에도 문제 없습니다.

<인터뷰> 야마구치(국토교통성 에도강 사무소 부소장) : "(주변 주민들이)안심하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도쿄 도심을 가로지르는 도로 밑에도 거대한 지하 터널이 있습니다.

간선도로 밑에는 이런 대형 취수구가 3개 있습니다. 집중호우로 물이 넘칠 때는 여길 통해 지하로 흘려보냅니다.

지하에는 54만톤의 빗물을 모아 놓을 수 있는 터널이 있는데 덕분에 주변 지역의 침수피해 면적은 이전의 1/10로 줄었습니다.

이런 지하 방수로는 도쿄에만 23개가 있습니다.

<인터뷰>사이토(도쿄도 하천과장) : "내린 비를 지하로 모으기 때문에 (강) 하류의 수위를 저하시킬 수 있습니다.

일본은 도시홍수에 대비해 10여년 전부터 지하 방수로를 만들어왔습니다.

덕분에 태풍이나 게릴라 호우에도 도쿄 등 수도권의 기능은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슈퍼 홍수까지 막는다는 차원에선 의미가 있지만 아무래도 돈이 많이 들 것 같은데요, 우리나라는 어떻습니까?

<답변>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서울시는 현재 10년 빈도로 설계된 하수관의 기준을 30년 빈도, 시간당 95밀리미터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하지만 공사가 이뤄진 구간은 5킬로미터에 불과합니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지,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 노윤정 기자가 조목조목 따져봤습니다.

<리포트>

이번 홍수 기간 몸살을 앓았던 서울의 하수관.

비가 그친 뒤 내부를 들여다 봤습니다.

곳곳에 이물질이 쌓여 가뜩이나 좁은 물길이 더 좁아졌습니다.

<인터뷰> 오길현(양천구청 건설교통국장) :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에 가장 취약한 부분만 1년에 4,5킬로미터,적게는 2킬로미터 이렇게 교체해 나갑니다."

남산 한옥마을 아래 저류시설.

7천 톤의 빗물을 담을 수 있습니다.

이런 저류시설은 서울에 16곳 뿐.

적어도 20여 곳을 더 지어야 하지만 주민 반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인터뷰> 전재기(중구청 치수팀장) : "주택가 같은 데는 반대를 많이 합니다. 저류조가 큰 구조물이 들어가있고 물을 저장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문제는 이런 치수 시설을 아무리 완벽하게 보강해도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는 최근의 기후 변화는 감당하기가 힘들다는 겁니다.

저지대로 집중되는 현재의 도시 물길을 넓은 지역으로 분산시키도록 재설계하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인터뷰> 조원철(연세대 교수) : "물이 열 가지가 있더라도 열 개를 한꺼번에 내보낼 게 아니고 하나씩 차례대로 내보내자, 그러니까 배수 구역을 분할해 가지고 흐름을 지체시켜주고 정리해주는 그런 작업을 해야됩니다."

국토부는 이번 폭우를 교훈삼아 기후변화 대응과 재해예방 대책을 도시계획의 최우선 고려사항으로 삼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노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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