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술 한 잔 산 걸로 생각해라”

입력 2011.08.3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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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인터넷으로 중고품을 거래하다 돈만 뜯기고 물건을 못 받앗는데, 상대방으로부터 당신 사기당한 거라고 조롱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분통이 터질까요.



2백 차례가 넘도록 인터넷 중고품 거래 사기를 저지른 20대의 피의자가 붙잡혔는데, 돈을 뜯어낸 것도 모자라 피해자들을 놀리는 휴대전 문자메시지까지 보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수영 기자, 사기로 돈을 갈취한 것도 고약한데 피해자들을 조롱까지 했다니 왜 그런 짓을 저지른 건가요?



이유도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피의자는 장난삼아 했다, 항의하는 사람들에게 맞서 욕 해주고 싶었다고 진술했는데요.



그 내용이 이런식입니다.



술 한잔 산걸로 생각해라, 이제 사기 당한게 실감이 나느냐, 당신이 나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으냐, 라고 놀려댔습니다.



피해자들은 격분했지만 쉽게 잡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2백 건이 넘는 사기를 밥먹듯이 저질렀고 결국 석 달만에 덜미가 잡혔습니다.



<리포트>



회사원 32살 김모 씨는 지난 6월 장마철 눅눅해진 집안 공기 때문에 제습기를 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한 푼이라도 싸게 살 생각에 인터넷 중고품 거래 사이트를 찾았고 마음에 쏙 드는 가격을 제시하는 판매자를 알게 됐습니다.



<녹취> 김OO(인터넷 사기 피해자) : "원래 22,3만원 하는 제습기구요 14만원, 15만원 보통 제품보다는 좀 싸게 판다는 식으로 얘기를 해가지고 빨리 구매를 하겠다고..."



판매자는 자신이 팔려는 제습기 실물 모습이라며 휴대전화로 사진까지 전송했습니다.



사겠다는 사람이 여럿 있다며 서둘러 물건 값을 송금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팔겠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녹취> 김 00(피해자) : "다른 분도 구매하겠다는 얘기가 있으니까 구매할 의향이 있으면 빨리 처리를 해 달라 그래야지 자기가 다른 사람한테 안 팔고 빨리 하지 않겠냐 얘기를 하니까..."



조급해진 김 씨는 즉시 13만 원을 입금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판매자는 돈을 받고 난 뒤 아무 연락이 없었습니다.



뒤늦게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봤지만 연락 두절 끝에 김 씨가 받은 문자메시지는 어처구니없는 놀림이었습니다.



<녹취> 김 00(피해자) : "제가 전화통화를 했더니 그분이 전화를 계속 피하고 저한테 문자가 오는데 “당신 사기 당했어” “당신 나한테 문자 보내도 나한테 문자안와” "당신 내 핸드폰에서 차단 시켜놨어" 이런 식으로 연락이 와서..."



불과 한 달 뒤인 지난달에는 자영업자 35살 강모 씨가 같은 수법에 피해를 입었습니다.



인터넷에서 마음에 드는 승용차 타이어 휠을 발견한 뒤 판매자에게 물건값 20만 원을 송금했습니다.



이튿날 물건을 배송했다며 판매자가 보낸 운송장 번호까지 받았고 며칠 뒤 택배 상자 한 개가 도착했지만 내용물을 확인해 보고 강 씨는 격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인터뷰> 신승주(경감/대전경찰청 사이버수사대) : "실제로 온 물품을 열어보니까 정품 타이어 대신 폐타이어가 들어있었습니다."



속았다는 생각에 판매자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은 닿지 않았고 얼마 뒤 강 씨 휴대전화에는 기막힌 조롱을 담은 문자메시지가 날아들었습니다.



<인터뷰> 신승주(경감/대전경찰청 사이버수사대) : "술 한잔 나한테 산 셈 치라든가 아니면 사기로 네가 신고를 하면 내가 잡힐 것 같으냐? 이런 식의 문자를 보낸 거죠."



27살 정모 씨가 저지른 범행 수법은 단순했습니다.



중고 물품을 사겠다는 구매 희망자들 가운데 먹잇감을 골랐고 급하게 파느라 헐값에 내놓는다는 그럴싸한 말로 구매자들을 유혹했습니다.



관심을 보이는 구매자들에게는 인터넷에서 구한 가짜 물건 사진을 보내 안심시켰습니다.



<인터뷰> 신승주(경감/대전경찰청 사이버수사대) : "(물품 사진은) 인터넷에서 퍼 온 것이 많습니다. 대부분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이 없이 이 사람은 특별한 주거가 없기 때문에 그런 (물건)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속아넘어간 구매자가 일단 송금을 하는 순간 즉시 전화기를 끄고 종적을 감췄습니다.



범행에 사용한 휴대전화는 수시로 전화번호를 바꿨고 지인 명의 통장과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경찰 추적을 따돌렸습니다.



<인터뷰> 신승주(경감/대전경찰청 사이버수사대) : "우선은 아이디를 굉장히 자주 바꿨습니다 그 다음에 경찰을 피하기 위해서 핸드폰 번호도 1주일 단위로 바꾸고 계속 주거도 일정치 않게 돌아 다닌거죠. (전화번호는) 9개정도 복수 번호까지 해서 9개정도 사용했습니다."



사기 피의자 정 씨가 팔겠다며 속인 가짜 물건은 제습기와 타이어는 물론 콘도 숙박권에 자동차 네비게이터까지 없는 게 없었습니다.



미리 해당 제품 정보를 수집해 마치 실제 사용해본 사람인 것처럼 꾸몄습니다.



<녹취> 박 00(사기 피해자) : "자기가 공기압축기에 대해서 아는 것처럼 얘기를.. 문자로 왔더라고요. (공기 압축기는) 컴퓨터 수리하는데 청소하는데 (쓰는 것) 아닙니까.그런 용도를 자기가 쓰고, 이 사람이 물건에 대해 아는 것 처럼 해서 사기꾼은 아니겠구나~ 했는데..."



현금 직거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안전거래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이런 저런 구실을 붙여 통장 현금 송금을 유도했습니다.



<녹취> 김 00(피해자) : "안전 거래를 이용하면 불편한 게 많아요. 물건 보내주고 입금 받아야하는데 2~3일 후에 물건 받고 수수료 같은 것이 발생하니까..."



일단 수중에 돈이 들어오면 구매자들에게 엉터리 물건을 보냈습니다.



자동차 네비게이터 대신 곽티슈를 보내고 제습기 대신 쓰던 목욕수건을 배송했습니다.



<인터뷰> 신승주(경감/대전경찰청 사이버수사대) : "번개탄을 보내기도 하고 모텔에 있는 곽 티슈를 보내기도 하고 제습기를 구매 했는데 받아본 물품은 야구 모자였다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피해자들 돈을 떼먹은 것도 모자라 항의하는 피해자들에게는 조롱을 담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인터뷰> 신승주(경감/대전경찰청 사이버수사대) :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장난삼아 했다고 이야기를 하죠. 항의 전화를 할 때는 좋은 말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그러니까 거기에 대응해서 피의자도 같이 화가 나니까 그런 조롱문자를 보내기도 하고 하는 것이죠. 욕설하기도 하고."



정 씨가 지난 5월부터 이달까지 석 달 동안 저지른 인터넷 사기는 경찰이 확인한 것만 204건에 피해액은 3천8백만 원에 이릅니다.



경찰은 상습 사기 혐의로 정 씨를 구속하고 추가 피해자들이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추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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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술 한 잔 산 걸로 생각해라”
    • 입력 2011-08-31 08:5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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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인터넷으로 중고품을 거래하다 돈만 뜯기고 물건을 못 받앗는데, 상대방으로부터 당신 사기당한 거라고 조롱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분통이 터질까요.

2백 차례가 넘도록 인터넷 중고품 거래 사기를 저지른 20대의 피의자가 붙잡혔는데, 돈을 뜯어낸 것도 모자라 피해자들을 놀리는 휴대전 문자메시지까지 보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수영 기자, 사기로 돈을 갈취한 것도 고약한데 피해자들을 조롱까지 했다니 왜 그런 짓을 저지른 건가요?

이유도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피의자는 장난삼아 했다, 항의하는 사람들에게 맞서 욕 해주고 싶었다고 진술했는데요.

그 내용이 이런식입니다.

술 한잔 산걸로 생각해라, 이제 사기 당한게 실감이 나느냐, 당신이 나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으냐, 라고 놀려댔습니다.

피해자들은 격분했지만 쉽게 잡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2백 건이 넘는 사기를 밥먹듯이 저질렀고 결국 석 달만에 덜미가 잡혔습니다.

<리포트>

회사원 32살 김모 씨는 지난 6월 장마철 눅눅해진 집안 공기 때문에 제습기를 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한 푼이라도 싸게 살 생각에 인터넷 중고품 거래 사이트를 찾았고 마음에 쏙 드는 가격을 제시하는 판매자를 알게 됐습니다.

<녹취> 김OO(인터넷 사기 피해자) : "원래 22,3만원 하는 제습기구요 14만원, 15만원 보통 제품보다는 좀 싸게 판다는 식으로 얘기를 해가지고 빨리 구매를 하겠다고..."

판매자는 자신이 팔려는 제습기 실물 모습이라며 휴대전화로 사진까지 전송했습니다.

사겠다는 사람이 여럿 있다며 서둘러 물건 값을 송금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팔겠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녹취> 김 00(피해자) : "다른 분도 구매하겠다는 얘기가 있으니까 구매할 의향이 있으면 빨리 처리를 해 달라 그래야지 자기가 다른 사람한테 안 팔고 빨리 하지 않겠냐 얘기를 하니까..."

조급해진 김 씨는 즉시 13만 원을 입금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판매자는 돈을 받고 난 뒤 아무 연락이 없었습니다.

뒤늦게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봤지만 연락 두절 끝에 김 씨가 받은 문자메시지는 어처구니없는 놀림이었습니다.

<녹취> 김 00(피해자) : "제가 전화통화를 했더니 그분이 전화를 계속 피하고 저한테 문자가 오는데 “당신 사기 당했어” “당신 나한테 문자 보내도 나한테 문자안와” "당신 내 핸드폰에서 차단 시켜놨어" 이런 식으로 연락이 와서..."

불과 한 달 뒤인 지난달에는 자영업자 35살 강모 씨가 같은 수법에 피해를 입었습니다.

인터넷에서 마음에 드는 승용차 타이어 휠을 발견한 뒤 판매자에게 물건값 20만 원을 송금했습니다.

이튿날 물건을 배송했다며 판매자가 보낸 운송장 번호까지 받았고 며칠 뒤 택배 상자 한 개가 도착했지만 내용물을 확인해 보고 강 씨는 격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인터뷰> 신승주(경감/대전경찰청 사이버수사대) : "실제로 온 물품을 열어보니까 정품 타이어 대신 폐타이어가 들어있었습니다."

속았다는 생각에 판매자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은 닿지 않았고 얼마 뒤 강 씨 휴대전화에는 기막힌 조롱을 담은 문자메시지가 날아들었습니다.

<인터뷰> 신승주(경감/대전경찰청 사이버수사대) : "술 한잔 나한테 산 셈 치라든가 아니면 사기로 네가 신고를 하면 내가 잡힐 것 같으냐? 이런 식의 문자를 보낸 거죠."

27살 정모 씨가 저지른 범행 수법은 단순했습니다.

중고 물품을 사겠다는 구매 희망자들 가운데 먹잇감을 골랐고 급하게 파느라 헐값에 내놓는다는 그럴싸한 말로 구매자들을 유혹했습니다.

관심을 보이는 구매자들에게는 인터넷에서 구한 가짜 물건 사진을 보내 안심시켰습니다.

<인터뷰> 신승주(경감/대전경찰청 사이버수사대) : "(물품 사진은) 인터넷에서 퍼 온 것이 많습니다. 대부분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이 없이 이 사람은 특별한 주거가 없기 때문에 그런 (물건)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속아넘어간 구매자가 일단 송금을 하는 순간 즉시 전화기를 끄고 종적을 감췄습니다.

범행에 사용한 휴대전화는 수시로 전화번호를 바꿨고 지인 명의 통장과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경찰 추적을 따돌렸습니다.

<인터뷰> 신승주(경감/대전경찰청 사이버수사대) : "우선은 아이디를 굉장히 자주 바꿨습니다 그 다음에 경찰을 피하기 위해서 핸드폰 번호도 1주일 단위로 바꾸고 계속 주거도 일정치 않게 돌아 다닌거죠. (전화번호는) 9개정도 복수 번호까지 해서 9개정도 사용했습니다."

사기 피의자 정 씨가 팔겠다며 속인 가짜 물건은 제습기와 타이어는 물론 콘도 숙박권에 자동차 네비게이터까지 없는 게 없었습니다.

미리 해당 제품 정보를 수집해 마치 실제 사용해본 사람인 것처럼 꾸몄습니다.

<녹취> 박 00(사기 피해자) : "자기가 공기압축기에 대해서 아는 것처럼 얘기를.. 문자로 왔더라고요. (공기 압축기는) 컴퓨터 수리하는데 청소하는데 (쓰는 것) 아닙니까.그런 용도를 자기가 쓰고, 이 사람이 물건에 대해 아는 것 처럼 해서 사기꾼은 아니겠구나~ 했는데..."

현금 직거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안전거래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이런 저런 구실을 붙여 통장 현금 송금을 유도했습니다.

<녹취> 김 00(피해자) : "안전 거래를 이용하면 불편한 게 많아요. 물건 보내주고 입금 받아야하는데 2~3일 후에 물건 받고 수수료 같은 것이 발생하니까..."

일단 수중에 돈이 들어오면 구매자들에게 엉터리 물건을 보냈습니다.

자동차 네비게이터 대신 곽티슈를 보내고 제습기 대신 쓰던 목욕수건을 배송했습니다.

<인터뷰> 신승주(경감/대전경찰청 사이버수사대) : "번개탄을 보내기도 하고 모텔에 있는 곽 티슈를 보내기도 하고 제습기를 구매 했는데 받아본 물품은 야구 모자였다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피해자들 돈을 떼먹은 것도 모자라 항의하는 피해자들에게는 조롱을 담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인터뷰> 신승주(경감/대전경찰청 사이버수사대) :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장난삼아 했다고 이야기를 하죠. 항의 전화를 할 때는 좋은 말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그러니까 거기에 대응해서 피의자도 같이 화가 나니까 그런 조롱문자를 보내기도 하고 하는 것이죠. 욕설하기도 하고."

정 씨가 지난 5월부터 이달까지 석 달 동안 저지른 인터넷 사기는 경찰이 확인한 것만 204건에 피해액은 3천8백만 원에 이릅니다.

경찰은 상습 사기 혐의로 정 씨를 구속하고 추가 피해자들이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추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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