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끔찍한 진실 ‘도가니’는 현재진행형

입력 2011.09.22 (09:00) 수정 2011.09.22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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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금부터 6년전에 한 청각장애 특수학교에서교직원들이 학생들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저질렀던 사건, 기억하십니까?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로 세상에 다시 나오기도 했죠? 영화로도 만들어져 오늘 개봉하고요.

그런데 류란 기자, 사회적 공분을 산 이 사건이 아직 현재진행형이라니 무슨 말입니까?

<리포트>

우리가 사는 세상 어느 한 구석에서 이토록 참담하고 비상식적인 일이 버젓이 벌어지다니... 받아들이기 힘들 정돕니다.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힘으로 굴복시켜 유린한 교직원들이 복직했습니다.

바로 그 학교에서 다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재단은 지금까지 "미안하다, 잘못했다" 사과 한 번 하지 않았고, 피해보상 약속마저 없던 일로 만들었습니다.

사건은 잊혀지고 있을 뿐 끝나지 않았다는 피해 학생들의 절규, 현장을 직접 찾아갔습니다.

광주광역시의 한 청각장애 특수학교.

지난 2006년 6월, 이 학교에 딸을 보낸 김모씨는 딸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같은 학교 박 모양이 학교에서 몹쓸 짓을 당해왔다는 것이었습니다.

<녹취> 학부모 (음성변조) : "딸아이가 학교에 갔다 오더니 학교에서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다(고 얘기를 해요.) 처음에는 깜짝 놀랐어요. 네가 뭘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냐."

김씨는 박양을 성폭력 상담소로 데려갔습니다.

박 양의 이야기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박양이 초등학교 5학년이던 2003년. 그 때부터였습니다.

운동장에서 놀고 있던 박 모양을 교장인 김 모씨가 교무실로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끔찍한 일을 저질렀습니다.

박 양에게 몸쓸 짓을 저지른 이는 교장만이 아니었습니다.

교내 기숙사에서 머무르던 박양이 혼자인 틈을 타 보육교사 이 모씨도 상습적으로 성폭행했습니다.

<녹취> 전 교사 : "이상하게 아이들 이야기를 물어보고 캐면 캘수록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오고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오는 거예요. 그러다가 (다른 피해자가) 더 있지 않겠는가 생각을 (했어요.)"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단체와 학부모를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고 학교 교직원들이 저지른 추악한 범죄가 하나둘씩 드러났습니다.

학교에서 함께 떠난 수련회.

술에 취한 행정실 직원이 여학생들의 방을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여러명의 학생들이 함께 자고 있는 그 자리에서 한 여학생을 성폭행했습니다.

<녹취> 전 교사 : "여학생 숙소에 가서 자는 여학생 얼굴을 누르면서 성폭행했어요. 성폭행당한 학생은 자기를 성폭행 한 사람이 누군지도 얼굴을 볼 수도 없었어요."

친구들이 바로 곁에 있었지만 청각장애인이었던 여학생은 어쩔 도리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했습니다.

<녹취> 전 교사 : "(청각장애인이라) 소리는 지르되 소리치는 걸 들을 수도 없잖아요. 그런데 (옆에 학생들이) 육감적으로 알았나 봐요. 다른 여학생들이 일어나서 그 광경을 봤던 거고."

학생들은 이 끔직한 경험을 선생님에게 알렸지만 아무 소용없었습니다.

<녹취> 전 교사 : "그 여학생이 담임한테 이야기를 했었어요. 담임한테 이야기를 했는데 그 담임이 교감한테 보고했죠. 그런데 교감이 묵살해버렸어요. 담임한테 너 입 다물고 있으라고."

친인척 관계로 얽힌 가해 당사자들이 학교를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인터뷰> 김용목(대표/OO학교 성폭력 대책위원회) : "재단 설립자가 이사장이었어요. 이사장의 큰아들이 교장, 둘째 아들이 행정실장, 동서가 근로시설장. 중요한 요소요소에 친인척들이 다 자리하고 있었죠."

지금도 그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국가인권위원회까지 조사에 나섰습니다.

조사결과 성폭행 피해자는 9명. 가해자는 6명으로 밝혀졌습니다.

<녹취> 전 교사: "고아인 애들도 있고. 가정형편이 극히 어렵거나 정말 뒤를 봐줄 수 없는 아이들만 중심으로 당했더라고요, 나중에 보니까."

인권위는 가해자들을 형사고발했지만 단 네 명만이 형사 처벌됐습니다.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와 피해자 부모와 합의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인터뷰> 김용목(대표/OO학교 성폭력 대책위원회) : "이미 공소시효가 많이 지난 일이라든지, 또 부모나 당사자들이 이걸 사건화 시키기를 굉장히 거부하거나 힘들어했던 사건들은 공식적으로 사건화하지 못했습니다."

솜방망이식 처벌이라는 비난이 일었지만 이들마저 2008년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습니다.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은 이는 결국 아무도 없었습니다.

<녹취> 학부모 (음성변조) : "분명히 벌 받게 한다. 약속했는데 약속을 못 지키게 돼서 지금 항상 마음이 아프고. 그런 사람들은 정말로 벌을 받아야 하는데 지금 사회가 그렇게 하는 게 안타까워요."

사건이 세상에 드러난지 올해로 6년째.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가해자들은 여전히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용목(대표/OO학교 성폭력 대책위원회) : "기소돼서 그때는 잠깐 해임됐다가 다시 재판에서 각하돼서 다시 복직을 한 것이죠."

또 다른 가해교사도 전혀 어떤 처벌 없이 지금도 그대로 처음부터 지금까지 교사로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오히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쓴 교직원들만 보복 인사를 당했습니다.

<녹취> 전 교사 : "그 재단에서는 그 사건의 가해자를 한 명도 징계를 하지 않았잖아요. 법원이 재판했을 뿐이에요. 그리고 대책위 활동했던 교사들만 파면시킨 거예요."

학교 측이 약속한 피해학생들에 대한 보상과 심리치료 등은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슬그머니 학교 이름을 바꾸고 사업을 확대하려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용목(대표/OO학교 성폭력 대책위원회) "올해는 재단에서 학교나 시설의 명칭을 바꾸기로 결의해서, 정관을 변경해서 청각언어장애인에서 지적장애인 교육과 복지사업까지 하겠다, 이런 신청을 구청에 했거든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가해자들은 학교에 복귀한 반면, 피해 학생들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끔찍한 경험에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용목(대표/OO학교 성폭력 대책위원회) : "지금도 그런 상처나 아픔들이 매우 커서 요즘에 전문병원이나 기관에서 상담과 심리적인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이 소설과 영화를 통해 알려지면서 사회적 관심이 커지자 해당 학교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합니다.

<녹취> 학교 관계자 (음성변조) : "이런 식으로 관심 안 가져주셨으면 고맙겠네요. 2005년도에 있었던 일인데 이미 끝난 일이에요. 그런데 지금 이렇게 6년 후에 와서 이렇게 책 만들고 영화 만들고 해서 괴롭네요."

사회적 약자인 장애 학생들에 대해 성적 유린이 자행됐던 추악한 진실.

영화보다 더 충격적인 이 끔찍한 현실은 스크린 밖에서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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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끔찍한 진실 ‘도가니’는 현재진행형
    • 입력 2011-09-22 09:00:13
    • 수정2011-09-22 09: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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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금부터 6년전에 한 청각장애 특수학교에서교직원들이 학생들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저질렀던 사건, 기억하십니까?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로 세상에 다시 나오기도 했죠? 영화로도 만들어져 오늘 개봉하고요. 그런데 류란 기자, 사회적 공분을 산 이 사건이 아직 현재진행형이라니 무슨 말입니까? <리포트> 우리가 사는 세상 어느 한 구석에서 이토록 참담하고 비상식적인 일이 버젓이 벌어지다니... 받아들이기 힘들 정돕니다.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힘으로 굴복시켜 유린한 교직원들이 복직했습니다. 바로 그 학교에서 다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재단은 지금까지 "미안하다, 잘못했다" 사과 한 번 하지 않았고, 피해보상 약속마저 없던 일로 만들었습니다. 사건은 잊혀지고 있을 뿐 끝나지 않았다는 피해 학생들의 절규, 현장을 직접 찾아갔습니다. 광주광역시의 한 청각장애 특수학교. 지난 2006년 6월, 이 학교에 딸을 보낸 김모씨는 딸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같은 학교 박 모양이 학교에서 몹쓸 짓을 당해왔다는 것이었습니다. <녹취> 학부모 (음성변조) : "딸아이가 학교에 갔다 오더니 학교에서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다(고 얘기를 해요.) 처음에는 깜짝 놀랐어요. 네가 뭘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냐." 김씨는 박양을 성폭력 상담소로 데려갔습니다. 박 양의 이야기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박양이 초등학교 5학년이던 2003년. 그 때부터였습니다. 운동장에서 놀고 있던 박 모양을 교장인 김 모씨가 교무실로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끔찍한 일을 저질렀습니다. 박 양에게 몸쓸 짓을 저지른 이는 교장만이 아니었습니다. 교내 기숙사에서 머무르던 박양이 혼자인 틈을 타 보육교사 이 모씨도 상습적으로 성폭행했습니다. <녹취> 전 교사 : "이상하게 아이들 이야기를 물어보고 캐면 캘수록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오고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오는 거예요. 그러다가 (다른 피해자가) 더 있지 않겠는가 생각을 (했어요.)"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단체와 학부모를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고 학교 교직원들이 저지른 추악한 범죄가 하나둘씩 드러났습니다. 학교에서 함께 떠난 수련회. 술에 취한 행정실 직원이 여학생들의 방을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여러명의 학생들이 함께 자고 있는 그 자리에서 한 여학생을 성폭행했습니다. <녹취> 전 교사 : "여학생 숙소에 가서 자는 여학생 얼굴을 누르면서 성폭행했어요. 성폭행당한 학생은 자기를 성폭행 한 사람이 누군지도 얼굴을 볼 수도 없었어요." 친구들이 바로 곁에 있었지만 청각장애인이었던 여학생은 어쩔 도리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했습니다. <녹취> 전 교사 : "(청각장애인이라) 소리는 지르되 소리치는 걸 들을 수도 없잖아요. 그런데 (옆에 학생들이) 육감적으로 알았나 봐요. 다른 여학생들이 일어나서 그 광경을 봤던 거고." 학생들은 이 끔직한 경험을 선생님에게 알렸지만 아무 소용없었습니다. <녹취> 전 교사 : "그 여학생이 담임한테 이야기를 했었어요. 담임한테 이야기를 했는데 그 담임이 교감한테 보고했죠. 그런데 교감이 묵살해버렸어요. 담임한테 너 입 다물고 있으라고." 친인척 관계로 얽힌 가해 당사자들이 학교를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인터뷰> 김용목(대표/OO학교 성폭력 대책위원회) : "재단 설립자가 이사장이었어요. 이사장의 큰아들이 교장, 둘째 아들이 행정실장, 동서가 근로시설장. 중요한 요소요소에 친인척들이 다 자리하고 있었죠." 지금도 그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국가인권위원회까지 조사에 나섰습니다. 조사결과 성폭행 피해자는 9명. 가해자는 6명으로 밝혀졌습니다. <녹취> 전 교사: "고아인 애들도 있고. 가정형편이 극히 어렵거나 정말 뒤를 봐줄 수 없는 아이들만 중심으로 당했더라고요, 나중에 보니까." 인권위는 가해자들을 형사고발했지만 단 네 명만이 형사 처벌됐습니다.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와 피해자 부모와 합의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인터뷰> 김용목(대표/OO학교 성폭력 대책위원회) : "이미 공소시효가 많이 지난 일이라든지, 또 부모나 당사자들이 이걸 사건화 시키기를 굉장히 거부하거나 힘들어했던 사건들은 공식적으로 사건화하지 못했습니다." 솜방망이식 처벌이라는 비난이 일었지만 이들마저 2008년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습니다.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은 이는 결국 아무도 없었습니다. <녹취> 학부모 (음성변조) : "분명히 벌 받게 한다. 약속했는데 약속을 못 지키게 돼서 지금 항상 마음이 아프고. 그런 사람들은 정말로 벌을 받아야 하는데 지금 사회가 그렇게 하는 게 안타까워요." 사건이 세상에 드러난지 올해로 6년째.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가해자들은 여전히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용목(대표/OO학교 성폭력 대책위원회) : "기소돼서 그때는 잠깐 해임됐다가 다시 재판에서 각하돼서 다시 복직을 한 것이죠." 또 다른 가해교사도 전혀 어떤 처벌 없이 지금도 그대로 처음부터 지금까지 교사로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오히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쓴 교직원들만 보복 인사를 당했습니다. <녹취> 전 교사 : "그 재단에서는 그 사건의 가해자를 한 명도 징계를 하지 않았잖아요. 법원이 재판했을 뿐이에요. 그리고 대책위 활동했던 교사들만 파면시킨 거예요." 학교 측이 약속한 피해학생들에 대한 보상과 심리치료 등은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슬그머니 학교 이름을 바꾸고 사업을 확대하려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용목(대표/OO학교 성폭력 대책위원회) "올해는 재단에서 학교나 시설의 명칭을 바꾸기로 결의해서, 정관을 변경해서 청각언어장애인에서 지적장애인 교육과 복지사업까지 하겠다, 이런 신청을 구청에 했거든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가해자들은 학교에 복귀한 반면, 피해 학생들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끔찍한 경험에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용목(대표/OO학교 성폭력 대책위원회) : "지금도 그런 상처나 아픔들이 매우 커서 요즘에 전문병원이나 기관에서 상담과 심리적인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이 소설과 영화를 통해 알려지면서 사회적 관심이 커지자 해당 학교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합니다. <녹취> 학교 관계자 (음성변조) : "이런 식으로 관심 안 가져주셨으면 고맙겠네요. 2005년도에 있었던 일인데 이미 끝난 일이에요. 그런데 지금 이렇게 6년 후에 와서 이렇게 책 만들고 영화 만들고 해서 괴롭네요." 사회적 약자인 장애 학생들에 대해 성적 유린이 자행됐던 추악한 진실. 영화보다 더 충격적인 이 끔찍한 현실은 스크린 밖에서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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