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비타민 보충제 과용은 ‘독’

입력 2012.01.20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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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설을 맞아 부모님께 영양제 선물하시는 분들 많으시죠?

많은 분들이 값싸고 간편한 '영양 보험'으로 비타민 보충제를 선택하고 있는데요, 최근엔 천연 비타민이 나오는 등 비타민 제품도 고급화되고 있습니다.

먼저 박대기 기자가 비타민 매니아를 만나 봤습니다.

<리포트>

직장인 31살 황주영 씨는 틈만나면 비타민을 찾습니다.

황 씨가 하루에 섭취하는 비타민씨는 2만 7천 밀리그램, 권장량의 270배입니다.

많이 먹으면 미용과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인터뷰>황주영(서울 사당동) : "여자니까, 좀 더 예뻐지고 싶은 생각이 있어서…. 그런데 이게 효과가 드라마틱한 효과는 없어서, 그냥 정신적인 만족감?"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비타민은 명절 선물로도 인기입니다.

가족과 친지를 걱정하며 빠진 성분은 없는지 꼼꼼하게 고릅니다.

<인터뷰> 서울 : "직원들이 피곤해하는 거 같아서요. 설 선물로 뭘 살까 고민하다가 비타민이 좋을 거 같아가지고 비타민 선물하려고 왔습니다."

이런 액체 비타민처럼 새롭고 다양한 제품들이 소비자의 시선을 끌고 있습니다.

날마다 잊지 말라고 알약 케이스도 챙깁니다.

한해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비타민약은 2천 3백억 원, 건강기능식품과 비타민 음료까지 합치면 매출은 5천억 원에 이릅니다.

우리나라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은 비타민을 먹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비타민 C는 100mg 등 사실 우리가 하루 동안 필요로 하는 비타민의 양은 극소량입니다.

하지만, 최근 권장량을 훨씬 넘는 비타민 보충제를 먹는 분이 많은데요, 그 효과 얼마나 있을까요?

이충헌 의학전문기자가 설명해드립니다.

<기자 멘트>

우리 국민이 식품으로 섭취하는 비타민이 부족해 이런 비타민 보충제가 필요할까요?

권장 섭취량 대비 비타민 섭취량을 보면 비타민 C와 A, B 모두 부족하지 않습니다.

과학적인 연구 결과들은 비타민제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던집니다.

미국 의사 만 4천 명을 대상으로 한 군은 매일 비타민 C와 비타민 E를, 다른 군은 가짜 비타민을 8년간 복용하게 한 뒤 비교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비타민을 복용한 사람들에서 심장병과 뇌졸중 발생이 줄지 않았습니다.

그럼 암 예방효과는 어떨까요?

미국 여성 8천 명을 한쪽은 비타민 C와 E를, 다른 한쪽은 가짜 비타민을 9년간 먹게 한 뒤 비교했는데요, 암 발생률과 암 사망률에 아무런 차이가 없었습니다.

최근 천연 비타민제 등 고급화된 비타민 보충제도 나오고 있는데요,천연 비타민제는 더 좋을까요?

비타민제는 많이 먹으면 부작용은 없을까요?

박광식 의학전문기자가 설명해 드립니다.

<리포트>

천연 비타민을 고집하는 이소민씨, 일반 비타민보다 훨씬 비싸지만 매일 2알씩 챙겨 먹습니다.

<인터뷰>이소민(서울시 송파동) : "천연이라는 게 좀 더 자연에 더 가까울 거 같고 뭔가 더 내 몸에 맞을 것 같아서 단지 그 이유로 먹고 있습니다."

천연 비타민은 채소 등의 분말을 이용한 것이어서 더 좋을 수는 있지만, 1%만 들어가도 천연을 붙일 수 있어 소비자들이 현혹될 수 있습니다.

<인터뷰>강백원(식약청 영양정책과장) : "일부 천연원료 비타민을 사용한 경우라도 천연 표시가 가능하기 때문에 소비자들께서는 표시사항을 꼼꼼하게 확인하시고…"

그러면, 비타민제의 부작용은 없는 걸까?

지금까지 발표된 비타민 보충제에 대한 연구 67편, 대상자 23만여 명을 총 망라해 분석한 결과 비타민 A, 베타카로틴, 비타민 E는 오히려 사망률을 각각 16%, 7%, 4%씩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비타민제는 모두 지용성으로 과량 복용하면 체내에 축적이 됩니다.

<인터뷰> 명승권(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전문의) : "종합비타민제를 복용하는 것은 여러 임상시험을 다 수십 편 종합을 해봤을 때 효과가 없고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이 현재의 결론입니다."

수용성인 비타민 C는 많이 복용해도 대부분 소변으로 배출되지만, 위장장애와 결석 등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기자 멘트>

건강한 사람에게는 굳이 비타민 보충제가 필요 없지만, 만성 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비타민 제제가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직장인 고현지 씨는 평소 채소와 과일을 즐깁니다.

다이어트에 건강도 챙길 겸 도시락으로 싸와 수시로 먹습니다.

<인터뷰> 고현지(서울 신길동) : "다이어트를 하려고 하는데 야채를 먹으면 포만감도 생기고, 야채 생으로 먹으면 여러가지 비타민도 같이 섭취할 수 있잖아요."

비타민 보충제가 자연이 내린 채소와 과일을 대신하긴 어렵습니다.

채소와 과일엔 비타민 이외에 몸에 좋은 40여 가지의 천연물질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천연물질이 서로 작용해 강력한 항산화 효과를 나타냅니다.

영양제에만 의존하면 오히려 건강을 소홀히 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건강한 사람에게는 영양이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생활 속의 스트레스나 몸에 먹은 것들이 쌓이기 쉽기 때문에 운동이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좀 더 많은 영양공급이 필요한 노약자나 임신부, 폐질환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 소화기계통의 질환이 있는 사람 등은 비타민 보충제 섭취를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비타민이나 미네랄보다는 단백질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영양 평가를 한 뒤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KBS 뉴스 이충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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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비타민 보충제 과용은 ‘독’
    • 입력 2012-01-20 21:5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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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설을 맞아 부모님께 영양제 선물하시는 분들 많으시죠? 많은 분들이 값싸고 간편한 '영양 보험'으로 비타민 보충제를 선택하고 있는데요, 최근엔 천연 비타민이 나오는 등 비타민 제품도 고급화되고 있습니다. 먼저 박대기 기자가 비타민 매니아를 만나 봤습니다. <리포트> 직장인 31살 황주영 씨는 틈만나면 비타민을 찾습니다. 황 씨가 하루에 섭취하는 비타민씨는 2만 7천 밀리그램, 권장량의 270배입니다. 많이 먹으면 미용과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인터뷰>황주영(서울 사당동) : "여자니까, 좀 더 예뻐지고 싶은 생각이 있어서…. 그런데 이게 효과가 드라마틱한 효과는 없어서, 그냥 정신적인 만족감?"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비타민은 명절 선물로도 인기입니다. 가족과 친지를 걱정하며 빠진 성분은 없는지 꼼꼼하게 고릅니다. <인터뷰> 서울 : "직원들이 피곤해하는 거 같아서요. 설 선물로 뭘 살까 고민하다가 비타민이 좋을 거 같아가지고 비타민 선물하려고 왔습니다." 이런 액체 비타민처럼 새롭고 다양한 제품들이 소비자의 시선을 끌고 있습니다. 날마다 잊지 말라고 알약 케이스도 챙깁니다. 한해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비타민약은 2천 3백억 원, 건강기능식품과 비타민 음료까지 합치면 매출은 5천억 원에 이릅니다. 우리나라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은 비타민을 먹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비타민 C는 100mg 등 사실 우리가 하루 동안 필요로 하는 비타민의 양은 극소량입니다. 하지만, 최근 권장량을 훨씬 넘는 비타민 보충제를 먹는 분이 많은데요, 그 효과 얼마나 있을까요? 이충헌 의학전문기자가 설명해드립니다. <기자 멘트> 우리 국민이 식품으로 섭취하는 비타민이 부족해 이런 비타민 보충제가 필요할까요? 권장 섭취량 대비 비타민 섭취량을 보면 비타민 C와 A, B 모두 부족하지 않습니다. 과학적인 연구 결과들은 비타민제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던집니다. 미국 의사 만 4천 명을 대상으로 한 군은 매일 비타민 C와 비타민 E를, 다른 군은 가짜 비타민을 8년간 복용하게 한 뒤 비교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비타민을 복용한 사람들에서 심장병과 뇌졸중 발생이 줄지 않았습니다. 그럼 암 예방효과는 어떨까요? 미국 여성 8천 명을 한쪽은 비타민 C와 E를, 다른 한쪽은 가짜 비타민을 9년간 먹게 한 뒤 비교했는데요, 암 발생률과 암 사망률에 아무런 차이가 없었습니다. 최근 천연 비타민제 등 고급화된 비타민 보충제도 나오고 있는데요,천연 비타민제는 더 좋을까요? 비타민제는 많이 먹으면 부작용은 없을까요? 박광식 의학전문기자가 설명해 드립니다. <리포트> 천연 비타민을 고집하는 이소민씨, 일반 비타민보다 훨씬 비싸지만 매일 2알씩 챙겨 먹습니다. <인터뷰>이소민(서울시 송파동) : "천연이라는 게 좀 더 자연에 더 가까울 거 같고 뭔가 더 내 몸에 맞을 것 같아서 단지 그 이유로 먹고 있습니다." 천연 비타민은 채소 등의 분말을 이용한 것이어서 더 좋을 수는 있지만, 1%만 들어가도 천연을 붙일 수 있어 소비자들이 현혹될 수 있습니다. <인터뷰>강백원(식약청 영양정책과장) : "일부 천연원료 비타민을 사용한 경우라도 천연 표시가 가능하기 때문에 소비자들께서는 표시사항을 꼼꼼하게 확인하시고…" 그러면, 비타민제의 부작용은 없는 걸까? 지금까지 발표된 비타민 보충제에 대한 연구 67편, 대상자 23만여 명을 총 망라해 분석한 결과 비타민 A, 베타카로틴, 비타민 E는 오히려 사망률을 각각 16%, 7%, 4%씩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비타민제는 모두 지용성으로 과량 복용하면 체내에 축적이 됩니다. <인터뷰> 명승권(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전문의) : "종합비타민제를 복용하는 것은 여러 임상시험을 다 수십 편 종합을 해봤을 때 효과가 없고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이 현재의 결론입니다." 수용성인 비타민 C는 많이 복용해도 대부분 소변으로 배출되지만, 위장장애와 결석 등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기자 멘트> 건강한 사람에게는 굳이 비타민 보충제가 필요 없지만, 만성 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비타민 제제가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직장인 고현지 씨는 평소 채소와 과일을 즐깁니다. 다이어트에 건강도 챙길 겸 도시락으로 싸와 수시로 먹습니다. <인터뷰> 고현지(서울 신길동) : "다이어트를 하려고 하는데 야채를 먹으면 포만감도 생기고, 야채 생으로 먹으면 여러가지 비타민도 같이 섭취할 수 있잖아요." 비타민 보충제가 자연이 내린 채소와 과일을 대신하긴 어렵습니다. 채소와 과일엔 비타민 이외에 몸에 좋은 40여 가지의 천연물질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천연물질이 서로 작용해 강력한 항산화 효과를 나타냅니다. 영양제에만 의존하면 오히려 건강을 소홀히 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건강한 사람에게는 영양이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생활 속의 스트레스나 몸에 먹은 것들이 쌓이기 쉽기 때문에 운동이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좀 더 많은 영양공급이 필요한 노약자나 임신부, 폐질환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 소화기계통의 질환이 있는 사람 등은 비타민 보충제 섭취를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비타민이나 미네랄보다는 단백질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영양 평가를 한 뒤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KBS 뉴스 이충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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