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강해보이잖아요”…이상한 문신 열풍
입력 2012.02.09 (09:05)
수정 2012.02.09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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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조직 폭력배, 하면 제일 먼저 연상되는 게 온몸을 뒤덮은 문신이죠.
그런데 요즘 조폭처럼 온몸 문신을 하는 게 10대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돈만 주면 무허가 시술소에서 얼마든지 문신할 수 있는 환경도 문제라고 하는데요.
이랑 기자, 다른 문제도 많지만, 문신 비용이 만만치 않을 텐데요.
이 때문에 10대들이 나쁜 짓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요?
<기자 멘트>
네, 문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은 당연하고요.
금품을 빼앗기도 했는데요.
경찰에 붙잡힌 10대 두 명은 심지어 일명 대포통장을 만들어 전화사기 조직에 팔다 붙잡혔습니다.
수사팀은 이들을 수사하면서 더욱 놀랐습니다.
두 학생들 모두 조폭 문신을 하고 있었고 이 문신을 더 하기 위해서 이런 짓을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청소년들 사이 급속히 번지고 있는 이상한 문신 문화,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3일 서울 서초경찰서 수사팀은 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던 17살 최 군과 박 군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안관표 (수사관 /서초경찰서 지능범죄팀) : "몸 전체에 조폭같이 문신을 한 걸 보고 수사관을 오래 했지만 이런 부분을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
상반신 전체가 그야말로 문신으로 빼곡히 덮여 있었기 때문인데요.
최 군의 양쪽 어깨와 몸통, 등판을 가득 메운 것은 바로 호랑이, 도깨비, 잉어, 각종 꽃을 이어 그린 문신!
일명 '조폭 문신'으로 불리는 일본 '이레즈미 스타일' 문신인데요.
이레즈미는 먹물을 주입한다는 뜻으로 일본 야쿠자들이 많이 하는 문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박 군은 취재진에서 자랑하듯 각각의 그림이 가진 뜻을 설명했습니다.
<녹취>박 군(피의자/음성변조) : "잉어는 돈이 들어온다. 도깨비는 귀신을 물러가게 한다. 사나운 거 호랑이는 용맹하고.시술 과정도 소상하게 설명해줬는데요."
<녹취>최 군(피의자/음상변조) : "원래 이렇게 가슴을 해요 .팔을 따요. 긴소매까지 이렇게 따잖아요. 여기도 흐리잖아요. 여기서 이어가는 거예요. 연한 부분부터 쫙, 쫙, 쫙, 쫙 . 가슴 부분부터 문신한 다음에 이렇게 입으면 여기까지 싹 다 하면 라운드, 여기가 없으니까 조끼, 몸만 본다면 17살 학생의 몸이라고는 도저히 상항할 수 없는 지경이죠?"
이렇게 문신을 한 것이 무려 수십 차례!
중학생 때부터 3년에 걸쳐 문신을 이어 새겼습니다.
<녹취>최 군(피의자/음성변조) : "제가 처음 했을 때는 한쪽 팔만 했을 때는 멋있었어요. 하다보니까 허전해요. 한 쪽팔만 있으니까 허전해요. 오른팔을, 오른팔을 하니 또 허전해요.(그래서) 등을 했어요. 허전해요. (그래서) 배에도 문신을 했어요.중 3 때부터 했으니까 수십 번."
수십 번에 걸쳐 문신을 하면서 쓴 돈만도 천만 원 가까이 됐는데요.
작은 부위는 40에서 80만 원, 큰 부위는 100만 원 넘는 돈이 들어갔습니다.
<녹취> 박 군(피의자/음성변조) : "팔 하나에 80만 원, 90만, 등판이 100만 원. 비싼 곳은 200만원 넘게 하고요. 싼 곳은 100만 원, 150만 원, 180만 원 이렇게."
취재진에게 공개하진 않았지만 박 군 역시 팔과 다리에 문신을 했다고 하는데요.
잦은 결석으로 중학교에서 퇴학당한 두 학생, 과연 천만 원에 달하는 문신 비용을 어떻게 마련했을까요?
아르바이트로 번 돈에서 모자라는 부분은 결국 또래 학생들을 괴롭혀 받은 돈으로 해결했습니다.
하지만 상반신에서 두 군데에 색깔을 채워 넣지 못한 최 군.
생활비와 시술 비용이 더 필요하자 일명 대포 통장을 만들기 시작했는데요.
또래 학생들 21명을 협박해 체크카드와 통장을 만들어오게 해서 한 건에 50만원씩 전화사기 조직에 팔아넘기다 경찰에 붙잡힌 겁니다.
이렇게까지 범행해서 문신을 한 이유, 정말 기가 막혔는데요.
<인터뷰>안관표 (수사관 /서초경찰서 지능범죄팀) : "문신을 왜 하냐고 물어보니까 그들 세계에서 멋있게 보이고 튀게 보이려고."
<인터뷰> 최 군(피의자/음성변조) : "무게 잡는 사람 있잖아요. 제가)옆에 앉잖아요? 그럼 다른데 알아서 가요. 쳐다보지도 못해요.(그래서 문신을 했어요.)"
이들은 잘 알려진 곳에서는 미성년자에게 문신을 해주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인터넷 등을 통해 서울, 인천, 경기도 일대
규모가 작은 곳을 일부러 찾아 갔습니다.
<인터뷰> 최 군(피의자/음성변조) : "(그냥은) 못 찾아 들어가요. 여기 초대를 해요.무서운 거 (문신 사진) 보여 드릴게요. 으리으리한 거."
실제로 10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문신을 해준다고 알려진 시술소를 찾아가 봤습니다.
일반 사무실 같은 작은 오피스텔, 책상과 문신 도안, 시술도구들이 보입니다.
소개로 온 사람들만 찾을 수 있도록 알음알음으로 운영하고 있었는데요.
<녹취>취재진 : "고등학생인데 괜찮을까요?"
<녹취> 시술소 관계자 : "요즘은 중학생도 많이 해요. 도안은 여기서 상담하고 본인 취향에 맞게 보여 드려요. 어깨선부터 반소매 라인까지 꽉 채웠을 때 30만 원선으로. 이레즈미라고 용이나 잉어 같은 모양을 좋아하면 그런 식으로 반소매 (문신해 줍니다.)"
학생도 괜찮다며 우선 문신 도안부터 보라고 권합니다.
많은 학생들이 실제 문신 상담을 하고 있다고 귀뜸해 줬는데요.
<녹취> 시술소 관계자 : "상담 많이 오죠. 지인 통해서 아는 애들."
일부 시술소가 이렇게 돈벌이에 급급해 어린 학생들의 나이도 묻지 않고 때론 알고도 모르는 척, 문신 시술을 해주고 있다는 사실, 이미 공공연히 알려져 있었습니다.
<녹취>문신 시술자 : "수강생들이나 이런 사람들이 하는 때도 있고 너무 배고파서 미성년자에 손대는 사람도 있어요. 해주는 사람도 미성년자도 뭐 돈이 없으니까 싸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까 자기들끼리 그러는 거고 (우리도) 미성년자 (문신) 해주는 애들은 쓰레기 취급해요."
이런 조폭 문신, 미성년자들도 해주는 곳이 많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퇴학을 당하거나 가출한 10대는 물론 중.고등학교의 이른바 ‘일진’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미 인기라고 하는데요.
조폭문신에 대한 거부감은 사라진 상태, 일반 청소년들 또한 실제로도 많이 이런 문신을 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최민우(인천시 계산동/19살) : "많죠. 문신하는 사람들. 제 주위 애들은요. 문신 두 개 있고요. 양팔 쪽에."
<인터뷰>강정훈(인천시 구월동/19살) : "지금 고3 졸업인데 후배들도 많이 하고 동생들도 친구들도 많이 해요."
<녹취> "개성이잖아요. 개성. 멋있는 거 같아요."
교사에게 들키는 것쯤은 별로 걱정하지도 않았습니다.
<녹취> 학생 : "들켜도요. 토시 끼고 다니면 돼요."
취재진이 길거리에서 만난 한 남학생도 별 거부감 없이 본인의 팔이며 어깨에 새긴 문신을 보여줬는데요.
<녹취>문신한 학생 (음성변조) : "(저는) 고 3때. 좀 강해 보이고 멋있어서 (문신을 했어요.)학생인 거 아는데 다 해주던데요."
현행법상 문신 자체가 불법 의료시술인데다가 미성년자가 무분별하게 문신을 한다는 사실 그 자체도 문제인데요.
단순히 멋있어 보여서, 누군가에게 강해보이기 위해서 별 다른 고민 없이‘조폭 따라하기’에 가세한 청소년들, 학교 폭력과 맞물리면서 악순환은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조직 폭력배, 하면 제일 먼저 연상되는 게 온몸을 뒤덮은 문신이죠.
그런데 요즘 조폭처럼 온몸 문신을 하는 게 10대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돈만 주면 무허가 시술소에서 얼마든지 문신할 수 있는 환경도 문제라고 하는데요.
이랑 기자, 다른 문제도 많지만, 문신 비용이 만만치 않을 텐데요.
이 때문에 10대들이 나쁜 짓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요?
<기자 멘트>
네, 문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은 당연하고요.
금품을 빼앗기도 했는데요.
경찰에 붙잡힌 10대 두 명은 심지어 일명 대포통장을 만들어 전화사기 조직에 팔다 붙잡혔습니다.
수사팀은 이들을 수사하면서 더욱 놀랐습니다.
두 학생들 모두 조폭 문신을 하고 있었고 이 문신을 더 하기 위해서 이런 짓을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청소년들 사이 급속히 번지고 있는 이상한 문신 문화,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3일 서울 서초경찰서 수사팀은 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던 17살 최 군과 박 군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안관표 (수사관 /서초경찰서 지능범죄팀) : "몸 전체에 조폭같이 문신을 한 걸 보고 수사관을 오래 했지만 이런 부분을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
상반신 전체가 그야말로 문신으로 빼곡히 덮여 있었기 때문인데요.
최 군의 양쪽 어깨와 몸통, 등판을 가득 메운 것은 바로 호랑이, 도깨비, 잉어, 각종 꽃을 이어 그린 문신!
일명 '조폭 문신'으로 불리는 일본 '이레즈미 스타일' 문신인데요.
이레즈미는 먹물을 주입한다는 뜻으로 일본 야쿠자들이 많이 하는 문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박 군은 취재진에서 자랑하듯 각각의 그림이 가진 뜻을 설명했습니다.
<녹취>박 군(피의자/음성변조) : "잉어는 돈이 들어온다. 도깨비는 귀신을 물러가게 한다. 사나운 거 호랑이는 용맹하고.시술 과정도 소상하게 설명해줬는데요."
<녹취>최 군(피의자/음상변조) : "원래 이렇게 가슴을 해요 .팔을 따요. 긴소매까지 이렇게 따잖아요. 여기도 흐리잖아요. 여기서 이어가는 거예요. 연한 부분부터 쫙, 쫙, 쫙, 쫙 . 가슴 부분부터 문신한 다음에 이렇게 입으면 여기까지 싹 다 하면 라운드, 여기가 없으니까 조끼, 몸만 본다면 17살 학생의 몸이라고는 도저히 상항할 수 없는 지경이죠?"
이렇게 문신을 한 것이 무려 수십 차례!
중학생 때부터 3년에 걸쳐 문신을 이어 새겼습니다.
<녹취>최 군(피의자/음성변조) : "제가 처음 했을 때는 한쪽 팔만 했을 때는 멋있었어요. 하다보니까 허전해요. 한 쪽팔만 있으니까 허전해요. 오른팔을, 오른팔을 하니 또 허전해요.(그래서) 등을 했어요. 허전해요. (그래서) 배에도 문신을 했어요.중 3 때부터 했으니까 수십 번."
수십 번에 걸쳐 문신을 하면서 쓴 돈만도 천만 원 가까이 됐는데요.
작은 부위는 40에서 80만 원, 큰 부위는 100만 원 넘는 돈이 들어갔습니다.
<녹취> 박 군(피의자/음성변조) : "팔 하나에 80만 원, 90만, 등판이 100만 원. 비싼 곳은 200만원 넘게 하고요. 싼 곳은 100만 원, 150만 원, 180만 원 이렇게."
취재진에게 공개하진 않았지만 박 군 역시 팔과 다리에 문신을 했다고 하는데요.
잦은 결석으로 중학교에서 퇴학당한 두 학생, 과연 천만 원에 달하는 문신 비용을 어떻게 마련했을까요?
아르바이트로 번 돈에서 모자라는 부분은 결국 또래 학생들을 괴롭혀 받은 돈으로 해결했습니다.
하지만 상반신에서 두 군데에 색깔을 채워 넣지 못한 최 군.
생활비와 시술 비용이 더 필요하자 일명 대포 통장을 만들기 시작했는데요.
또래 학생들 21명을 협박해 체크카드와 통장을 만들어오게 해서 한 건에 50만원씩 전화사기 조직에 팔아넘기다 경찰에 붙잡힌 겁니다.
이렇게까지 범행해서 문신을 한 이유, 정말 기가 막혔는데요.
<인터뷰>안관표 (수사관 /서초경찰서 지능범죄팀) : "문신을 왜 하냐고 물어보니까 그들 세계에서 멋있게 보이고 튀게 보이려고."
<인터뷰> 최 군(피의자/음성변조) : "무게 잡는 사람 있잖아요. 제가)옆에 앉잖아요? 그럼 다른데 알아서 가요. 쳐다보지도 못해요.(그래서 문신을 했어요.)"
이들은 잘 알려진 곳에서는 미성년자에게 문신을 해주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인터넷 등을 통해 서울, 인천, 경기도 일대
규모가 작은 곳을 일부러 찾아 갔습니다.
<인터뷰> 최 군(피의자/음성변조) : "(그냥은) 못 찾아 들어가요. 여기 초대를 해요.무서운 거 (문신 사진) 보여 드릴게요. 으리으리한 거."
실제로 10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문신을 해준다고 알려진 시술소를 찾아가 봤습니다.
일반 사무실 같은 작은 오피스텔, 책상과 문신 도안, 시술도구들이 보입니다.
소개로 온 사람들만 찾을 수 있도록 알음알음으로 운영하고 있었는데요.
<녹취>취재진 : "고등학생인데 괜찮을까요?"
<녹취> 시술소 관계자 : "요즘은 중학생도 많이 해요. 도안은 여기서 상담하고 본인 취향에 맞게 보여 드려요. 어깨선부터 반소매 라인까지 꽉 채웠을 때 30만 원선으로. 이레즈미라고 용이나 잉어 같은 모양을 좋아하면 그런 식으로 반소매 (문신해 줍니다.)"
학생도 괜찮다며 우선 문신 도안부터 보라고 권합니다.
많은 학생들이 실제 문신 상담을 하고 있다고 귀뜸해 줬는데요.
<녹취> 시술소 관계자 : "상담 많이 오죠. 지인 통해서 아는 애들."
일부 시술소가 이렇게 돈벌이에 급급해 어린 학생들의 나이도 묻지 않고 때론 알고도 모르는 척, 문신 시술을 해주고 있다는 사실, 이미 공공연히 알려져 있었습니다.
<녹취>문신 시술자 : "수강생들이나 이런 사람들이 하는 때도 있고 너무 배고파서 미성년자에 손대는 사람도 있어요. 해주는 사람도 미성년자도 뭐 돈이 없으니까 싸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까 자기들끼리 그러는 거고 (우리도) 미성년자 (문신) 해주는 애들은 쓰레기 취급해요."
이런 조폭 문신, 미성년자들도 해주는 곳이 많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퇴학을 당하거나 가출한 10대는 물론 중.고등학교의 이른바 ‘일진’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미 인기라고 하는데요.
조폭문신에 대한 거부감은 사라진 상태, 일반 청소년들 또한 실제로도 많이 이런 문신을 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최민우(인천시 계산동/19살) : "많죠. 문신하는 사람들. 제 주위 애들은요. 문신 두 개 있고요. 양팔 쪽에."
<인터뷰>강정훈(인천시 구월동/19살) : "지금 고3 졸업인데 후배들도 많이 하고 동생들도 친구들도 많이 해요."
<녹취> "개성이잖아요. 개성. 멋있는 거 같아요."
교사에게 들키는 것쯤은 별로 걱정하지도 않았습니다.
<녹취> 학생 : "들켜도요. 토시 끼고 다니면 돼요."
취재진이 길거리에서 만난 한 남학생도 별 거부감 없이 본인의 팔이며 어깨에 새긴 문신을 보여줬는데요.
<녹취>문신한 학생 (음성변조) : "(저는) 고 3때. 좀 강해 보이고 멋있어서 (문신을 했어요.)학생인 거 아는데 다 해주던데요."
현행법상 문신 자체가 불법 의료시술인데다가 미성년자가 무분별하게 문신을 한다는 사실 그 자체도 문제인데요.
단순히 멋있어 보여서, 누군가에게 강해보이기 위해서 별 다른 고민 없이‘조폭 따라하기’에 가세한 청소년들, 학교 폭력과 맞물리면서 악순환은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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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 따라잡기] “강해보이잖아요”…이상한 문신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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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2-02-09 09:05:23
- 수정2012-02-09 09:26:47

<앵커 멘트>
조직 폭력배, 하면 제일 먼저 연상되는 게 온몸을 뒤덮은 문신이죠.
그런데 요즘 조폭처럼 온몸 문신을 하는 게 10대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돈만 주면 무허가 시술소에서 얼마든지 문신할 수 있는 환경도 문제라고 하는데요.
이랑 기자, 다른 문제도 많지만, 문신 비용이 만만치 않을 텐데요.
이 때문에 10대들이 나쁜 짓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요?
<기자 멘트>
네, 문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은 당연하고요.
금품을 빼앗기도 했는데요.
경찰에 붙잡힌 10대 두 명은 심지어 일명 대포통장을 만들어 전화사기 조직에 팔다 붙잡혔습니다.
수사팀은 이들을 수사하면서 더욱 놀랐습니다.
두 학생들 모두 조폭 문신을 하고 있었고 이 문신을 더 하기 위해서 이런 짓을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청소년들 사이 급속히 번지고 있는 이상한 문신 문화,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3일 서울 서초경찰서 수사팀은 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던 17살 최 군과 박 군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안관표 (수사관 /서초경찰서 지능범죄팀) : "몸 전체에 조폭같이 문신을 한 걸 보고 수사관을 오래 했지만 이런 부분을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
상반신 전체가 그야말로 문신으로 빼곡히 덮여 있었기 때문인데요.
최 군의 양쪽 어깨와 몸통, 등판을 가득 메운 것은 바로 호랑이, 도깨비, 잉어, 각종 꽃을 이어 그린 문신!
일명 '조폭 문신'으로 불리는 일본 '이레즈미 스타일' 문신인데요.
이레즈미는 먹물을 주입한다는 뜻으로 일본 야쿠자들이 많이 하는 문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박 군은 취재진에서 자랑하듯 각각의 그림이 가진 뜻을 설명했습니다.
<녹취>박 군(피의자/음성변조) : "잉어는 돈이 들어온다. 도깨비는 귀신을 물러가게 한다. 사나운 거 호랑이는 용맹하고.시술 과정도 소상하게 설명해줬는데요."
<녹취>최 군(피의자/음상변조) : "원래 이렇게 가슴을 해요 .팔을 따요. 긴소매까지 이렇게 따잖아요. 여기도 흐리잖아요. 여기서 이어가는 거예요. 연한 부분부터 쫙, 쫙, 쫙, 쫙 . 가슴 부분부터 문신한 다음에 이렇게 입으면 여기까지 싹 다 하면 라운드, 여기가 없으니까 조끼, 몸만 본다면 17살 학생의 몸이라고는 도저히 상항할 수 없는 지경이죠?"
이렇게 문신을 한 것이 무려 수십 차례!
중학생 때부터 3년에 걸쳐 문신을 이어 새겼습니다.
<녹취>최 군(피의자/음성변조) : "제가 처음 했을 때는 한쪽 팔만 했을 때는 멋있었어요. 하다보니까 허전해요. 한 쪽팔만 있으니까 허전해요. 오른팔을, 오른팔을 하니 또 허전해요.(그래서) 등을 했어요. 허전해요. (그래서) 배에도 문신을 했어요.중 3 때부터 했으니까 수십 번."
수십 번에 걸쳐 문신을 하면서 쓴 돈만도 천만 원 가까이 됐는데요.
작은 부위는 40에서 80만 원, 큰 부위는 100만 원 넘는 돈이 들어갔습니다.
<녹취> 박 군(피의자/음성변조) : "팔 하나에 80만 원, 90만, 등판이 100만 원. 비싼 곳은 200만원 넘게 하고요. 싼 곳은 100만 원, 150만 원, 180만 원 이렇게."
취재진에게 공개하진 않았지만 박 군 역시 팔과 다리에 문신을 했다고 하는데요.
잦은 결석으로 중학교에서 퇴학당한 두 학생, 과연 천만 원에 달하는 문신 비용을 어떻게 마련했을까요?
아르바이트로 번 돈에서 모자라는 부분은 결국 또래 학생들을 괴롭혀 받은 돈으로 해결했습니다.
하지만 상반신에서 두 군데에 색깔을 채워 넣지 못한 최 군.
생활비와 시술 비용이 더 필요하자 일명 대포 통장을 만들기 시작했는데요.
또래 학생들 21명을 협박해 체크카드와 통장을 만들어오게 해서 한 건에 50만원씩 전화사기 조직에 팔아넘기다 경찰에 붙잡힌 겁니다.
이렇게까지 범행해서 문신을 한 이유, 정말 기가 막혔는데요.
<인터뷰>안관표 (수사관 /서초경찰서 지능범죄팀) : "문신을 왜 하냐고 물어보니까 그들 세계에서 멋있게 보이고 튀게 보이려고."
<인터뷰> 최 군(피의자/음성변조) : "무게 잡는 사람 있잖아요. 제가)옆에 앉잖아요? 그럼 다른데 알아서 가요. 쳐다보지도 못해요.(그래서 문신을 했어요.)"
이들은 잘 알려진 곳에서는 미성년자에게 문신을 해주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인터넷 등을 통해 서울, 인천, 경기도 일대
규모가 작은 곳을 일부러 찾아 갔습니다.
<인터뷰> 최 군(피의자/음성변조) : "(그냥은) 못 찾아 들어가요. 여기 초대를 해요.무서운 거 (문신 사진) 보여 드릴게요. 으리으리한 거."
실제로 10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문신을 해준다고 알려진 시술소를 찾아가 봤습니다.
일반 사무실 같은 작은 오피스텔, 책상과 문신 도안, 시술도구들이 보입니다.
소개로 온 사람들만 찾을 수 있도록 알음알음으로 운영하고 있었는데요.
<녹취>취재진 : "고등학생인데 괜찮을까요?"
<녹취> 시술소 관계자 : "요즘은 중학생도 많이 해요. 도안은 여기서 상담하고 본인 취향에 맞게 보여 드려요. 어깨선부터 반소매 라인까지 꽉 채웠을 때 30만 원선으로. 이레즈미라고 용이나 잉어 같은 모양을 좋아하면 그런 식으로 반소매 (문신해 줍니다.)"
학생도 괜찮다며 우선 문신 도안부터 보라고 권합니다.
많은 학생들이 실제 문신 상담을 하고 있다고 귀뜸해 줬는데요.
<녹취> 시술소 관계자 : "상담 많이 오죠. 지인 통해서 아는 애들."
일부 시술소가 이렇게 돈벌이에 급급해 어린 학생들의 나이도 묻지 않고 때론 알고도 모르는 척, 문신 시술을 해주고 있다는 사실, 이미 공공연히 알려져 있었습니다.
<녹취>문신 시술자 : "수강생들이나 이런 사람들이 하는 때도 있고 너무 배고파서 미성년자에 손대는 사람도 있어요. 해주는 사람도 미성년자도 뭐 돈이 없으니까 싸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까 자기들끼리 그러는 거고 (우리도) 미성년자 (문신) 해주는 애들은 쓰레기 취급해요."
이런 조폭 문신, 미성년자들도 해주는 곳이 많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퇴학을 당하거나 가출한 10대는 물론 중.고등학교의 이른바 ‘일진’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미 인기라고 하는데요.
조폭문신에 대한 거부감은 사라진 상태, 일반 청소년들 또한 실제로도 많이 이런 문신을 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최민우(인천시 계산동/19살) : "많죠. 문신하는 사람들. 제 주위 애들은요. 문신 두 개 있고요. 양팔 쪽에."
<인터뷰>강정훈(인천시 구월동/19살) : "지금 고3 졸업인데 후배들도 많이 하고 동생들도 친구들도 많이 해요."
<녹취> "개성이잖아요. 개성. 멋있는 거 같아요."
교사에게 들키는 것쯤은 별로 걱정하지도 않았습니다.
<녹취> 학생 : "들켜도요. 토시 끼고 다니면 돼요."
취재진이 길거리에서 만난 한 남학생도 별 거부감 없이 본인의 팔이며 어깨에 새긴 문신을 보여줬는데요.
<녹취>문신한 학생 (음성변조) : "(저는) 고 3때. 좀 강해 보이고 멋있어서 (문신을 했어요.)학생인 거 아는데 다 해주던데요."
현행법상 문신 자체가 불법 의료시술인데다가 미성년자가 무분별하게 문신을 한다는 사실 그 자체도 문제인데요.
단순히 멋있어 보여서, 누군가에게 강해보이기 위해서 별 다른 고민 없이‘조폭 따라하기’에 가세한 청소년들, 학교 폭력과 맞물리면서 악순환은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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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 기자 herb@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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