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항암배추’

입력 2012.02.20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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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의 농산물 매장.

피부에 좋다는 채소는 물론, 음악을 들려주고 키웠다는 잡곡에 특정 질병을 치료한다는 농산물까지.

<녹취> 농산물 판매 직원 : "네 이건 특허받은 고추고요, 보건복지부의 검사를 받아서 나온 기능성 고추입니다.”

이 같은 농산물은 특정기능을 추가했기 때문에 일반제품보다 가격이 더 비싸지만 소비자들은 효과를 생각하며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뷰> 윤은숙( 서울 상도동) : “그냥 건강에 더 좋을 것 같아요. 몸에 이익이 될 것 같은..그런 느낌이 들죠.”

<인터뷰> 정덕자(서울 도곡동) : “주부들 생각하기에는 그냥 머, 색다른 얘기죠. 좀 더 좋고 좀 여러 가지로 우리 몸에 좋다고 생각이 들지요.”

이처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실제로, 기능성 농산물을 포함한 기능성 식품의 시장 규모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면서 지난 2010년 현재, 1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또 그 종류도 날로 늘어가고 있습니다.

매년 확대되고 있는 기능성 농산물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과대광고입니다.

먹으면 특정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있다는 기능성 농산물의 실체와 문제점을 짚어봤습니다.

<녹취> "고추 똑같다 아니다.!...같은 고추라고 생각했어요. 뭔가 다르더라구요. 당조고추는 다르다! 왜? 효능 얘기를 듣고 먹어보니까 좋더라구요. 네, 당조고추에는 AGI 성분이 많아 혈당을 낮춰주고 건강지수는 높여줍니다."

여느 고추의 2~3배 크기에 맵지 않은 이 고추의 가격은 1킬로그램에 3만 원 이상.

흔히 먹는 풋고추의 2배가 넘습니다.

차이는 뭘까. 당조 고추라는 이름의 이 품종에는 혈당을 낮추는 AGI라는 성분이 일반 고추보다 5배 이상 많다고 종자 개발 업체는 설명합니다.

<녹취> "2008년에는 세계 최초 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당조고추를 출시했습니다. 세계 최초 항 당뇨 기능성 고추인 당조고추에는 혈당강화 기능성 물질인 AGI가 일반 고추보다 5배 이상 함유돼 있습니다."

즉 이 고추는 당뇨병치료에 큰 효과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면서 지난 2008년, 당조고추를 공동 개발한 농촌진흥청과 강원대학교, 그리고 전북대병원 기능성식품 임상시험지원센터의 실험자료를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농촌진흥청과, 전북대병원측의 설명은 업체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농진청은 당조고추가 일반 고추보다 AGI성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함유량이 너무 적어 치료 효과를 보자면 적어도 매 끼니에 10개는 먹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조명철(박사/ 농촌진흥청) : "열매보다는 잎사귀가 10배 정도 높았었어요. 그러니까 그 품종을 가지고 열매로 환산한다고 하면 (효과를 보려면) 230g(고추 10개) 정도는 드셔야 하는 거죠."

게다가 당조고추의 AGI 성분을 분석한 전북대병원 연구센터는 자신들이 수행했던 실험은 당뇨병과 관련이 없다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채한정(교수 /전북대병원) : “이게 동물한테 들어가고 사람한테 들어갈 때 활성이 없어질 수도 있는 것이고, 섭취량이나 이런 것을 설정하는 것도 말이 안 되고 그냥, '글루코시다제' 효소 활성을 억제할 수 있다라는 거기 까지니까 사람 몸에 좋다 안 좋다 말하기에는 너무 큰 차이가 있는 거죠."

그래서 지난 2010년 6월, 이 병원은 종묘 업체에 관련 자료를 왜곡해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녹취> 전북대병원 관계자 : "임상실험을 한 것 같은 그런 홍보를 나름대로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 부분에 있어서 그것은 아니다 해서 저희들이 못하게 유선상으로 통보를 하고, 서류적으로도 통보를 했어요."

그렇다면, 당조고추를 먹어본 사람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당뇨병 증세가 있는 박세영씨는 지난해 당조고추 묘목 25포기를 직접 키워 몇 달 동안 꾸준히 먹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박세영(괴산군 괴산읍 대사리) : "먹어보니까 큰 것은 없고, 일반 고추와 똑 같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안 맵고 그냥 몸에 좋다니까 그것으로 그냥 만족한 거지 효과적으로, 당 떨어졌다고 효과적인 것은 없었어요."

반면에 당조고추로 효과를 봤다는 사람도 더러 있고, 인터넷에서도 당조고추 효능과 관련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당조고추'만으로 혈당을 억제하거나 당뇨병을 치료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불가능하고 말합니다.

<인터뷰> 오태근(교수/충북대병원 내분비내과) : “어떤 면에서는 식욕 감퇴를 유발하면서 혈당을 떨어뜨릴 수 있는 면이 있거든요. 그래서 그 자체가 혈당을 떨어뜨리기보다는 어떤 면에서는 위장관 장애나 식욕 억제를 통해서 혈당을 떨어뜨리는 면이 더 많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종묘업체는 당뇨병에 좋다며 '당조고추' 광고를 계속했고, 전국 100여 농가에 씨앗을 공급했습니다.

그리고 취재팀이 고추의 효능문제를 집중 제기하자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인터뷰> 김유식(이사/ 당조고추 개발 종묘회사) : "물론 그게(당조고추) 약은 아니니까 약 드시는 것처럼 100%, 누구나 효과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을 안 해요..정부와 같이 한 것이니까, 그리고 분석은 대학교 교수가 한 것이고... "

당뇨에 좋다는 고추에 이어 암에 효능이 있다는 농작물도 나왔습니다.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의 기능성 배추를 개발했다며 열린 항암배추 발표회.

100여 명의 농민은 물론,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까지 참석했습니다.

<인터뷰> 박동복(대표/항암배추 개발 종묘회사) : "그렇지만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는 것이 능력이고 멋있는 것이니까 해보자, 수많은 좌절과 수많은 실패를 거듭해서 오늘날 이 항암배추를 만들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종묘사 대표는 항암배추에 항암성분인 베타카로틴과 글루코나스투틴 성분이 일반배추보다 30배 이상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식품연구원과 충남대학교 식물성분분석센터, 신라대학교 마린바이오센터의 분석.연구 자료까지 제시했습니다.

<인터뷰> 박동복(대표/항암배추 개발 종묘회사) : "항암 성분이 많다 이렇게 나와 있어요. 또 글루코나스투틴도 많다고 나와있어요. 그런데 이것이 암세포를 죽이는지 안 죽이는 지는 안 해봤다는 말이에요. 그래서 000교수한테 교수한테 의뢰를 해서 해보니까 탁월한 효과가 있더라 해서 곧 A가 B고, B가 C면, A는 C라는 논리가 성립이 된 거죠."

항암배추 개발로 얻어지는 경제적인 효과는 연간 7조 4천억 원. 해외까지 포함하면 경제유발효과가 46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같은 종묘업체의 주장은 사실일까.

종묘업체가 항암배추 근거자료로 제시한 충남대학교의 성분분석자료를 확인해봤습니다.

일반배추보다 33배 많다던 글루코나스투틴 성분의 경우 배추 겉과는 달리 속은 일반 배추보다 오히려 낮았습니다.

34배 이상 많다고 했던 베타카로틴 성분도 충남대학교 연구센터의 분석에서는 일반배추보다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때문에, 항암배추 발표회에 앞서, 충남대측은 종묘회사가 분석 자료를 왜곡했다며 자료를 사용하지 말 것을 요청했습니다.

<인터뷰> 박종태(교수/충남대 식물성분분석센터장) : "업체에서 얘기한 품종(항암배추)이 다른 시중의 품종들과 과학적으로 봤을 때, 유의적인 함량 차이가 보이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판단하기에는 그런 과학적인 근거로써 저희 데이터를 이용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거죠."

또 항암배추 성분을 분석한 한국식품연구원은 항암성분 자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녹취> 항암배추 분석 담당자(한국식품연구원) : "베타카로틴이 항암물질이라는 것은 어디서 와전되어서 나온 얘긴지는 모르겠는데 황산화 성분으로 쓰일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베타카로틴이 항암 성분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어요."

항암 효과 실험을 했다고 업체가 밝혔던 신라대학교 역시, 당시의 시험은 항암 효능 확인과는 무관하다고 밝혔습니다.

<녹취>항암배추 실험 담당자(신라대 마린바이오센터) : "식품은 암 예방이 되지 항암이라는 것은 약이다. 그래서 항암 배추라는 말을 쓰지 말라고 했어요. 박 사장(종묘회사 대표) 한테도 그랬고.."

상황이 이렇게되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1월, 항암배추 성분표시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리고 종묘업체가 관련 정보를 왜곡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인터뷰> 김이균(공정거래위원회 대전사무소장) : "'글루코나스투틴' 성분 부분은 이것은 성분 분석결과가 내부하고 외부하고 차이가 나고 또 적거나 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허위 과장성이 있다고 보고 위법성을 인정한 것이죠."

하지만, 여기까지였습니다.

근거 없이 사용된 '항암 배추'라는 광고에 대해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은 더 이상 없기 때문입니다.

공정위가 광고의 성분 표시 왜곡은 지적할 수 있지만 현행법상 의학적 효능 광고 자체는 막을 수 없도록 돼있습니다.

<인터뷰> 김이균( 공정거래위원회 대전사무소장) : "이것이 광고하는 광고주의 표시 부분을 사실이냐 아니냐를 자기가 나름대로 확인을 해봐야 합니다. 우리가 100% 광고를 믿는다는 것은 똑똑한 소비자가 될 수 없는 것이고"

지난 2009년 식품위생법이 개정되면서 가공되지 않은 1차 농산물과, 단순 가공 농산물의 효능에 대해 광고가 허용됐습니다.

그러면서 허위나 과장에 대한 규정을 정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김기환( 보건복지부 식품정책과장) : "2009년부터 농산물에 대한 요청을 적극적으로 검토를 해서..1차 생산물 또는 아주 단순 가공..말리거나 이런 부분들, 그렇게 해서 판매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과대광고 제한) 적용을 제외하도록 조치를 했습니다."

즉 특정 배추 종자를 '항암 배추'라고 광고해도 문제가 없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항암 배추를 가지고 제조업체가 김치를 만들어 '항암 김치'라고 표시하면 법에 저촉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가공한 김치는 과대광고를 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의 적용을 받지만 가공하지 않은 농산물의 과대광고는 막을 길이 없는 것입니다.

질병 치료 혹은 예방 효과를 기대하며 특정 종자의 농산물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자칫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농산물 생산자 또한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지난해 비싸게 팔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항암배추를 심었던 농민은 생육이 부진했던데다 성분 왜곡 문제가 제기되면서 적지않은 피해를 봤습니다.

<인터뷰> 윤원자(항암배추 재배 농민) : "이렇게 못 쓰게 되니까 속상하지, 세상에 이걸 농사라고 지어 가지고 이렇게 못 팔아먹으면, 아무래도 농민들이 속상하죠. 항암배추 한 사람들이 모두 다 그렇게 얘기해요."

<인터뷰> 이시남(항암배추 재배 농민) : “우선 맛을 보라고, 맛을 봐야 소비자들도 알 것 같아서, 심어서 서비스로 많이 나갔거든요, 잡숴보신 분들이 다 싫데요. 올해는 보내지도 말래요.”

농산물에 대한 과대광고가 허용되는 현행 법제도는 이렇듯 농산물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우려가 많습니다.

<인터뷰> 백기엽( 교수/충북대학교 농업생명환경대학) : "나중에 소비자들이 그것이 과대 허위 선전이라는 부분이 인정이 됐을 때는, 아마 우리 농산물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 결국 우리 재배농가들이 피해를 보는 하나의 지름길이 되지 않겠냐.."

당조고추를 만든 종묘사는 지난 2008년 농림수산식품부 주관 과학기술대전에서 세계 최초로 항당뇨 신기능 고추를 개발했다며 산업포장까지 받았습니다.

공신력 있는 기관의 엄정한 검증을 거쳤다면 과연 이런 상을 받을 수 있었을까.

기능성 농산물을 개발하는 일은 시장 개방의 위기 속에서 우리 농업이 경쟁력을 키우는 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철저한 검증과 함께, 과대광고를 통제하지 못한다면, 신뢰를 잃게 되고 결국, 우리 농업 발전에도 큰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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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엉터리 ‘항암배추’
    • 입력 2012-02-20 07:59:48
    취재파일K
대형마트의 농산물 매장. 피부에 좋다는 채소는 물론, 음악을 들려주고 키웠다는 잡곡에 특정 질병을 치료한다는 농산물까지. <녹취> 농산물 판매 직원 : "네 이건 특허받은 고추고요, 보건복지부의 검사를 받아서 나온 기능성 고추입니다.” 이 같은 농산물은 특정기능을 추가했기 때문에 일반제품보다 가격이 더 비싸지만 소비자들은 효과를 생각하며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뷰> 윤은숙( 서울 상도동) : “그냥 건강에 더 좋을 것 같아요. 몸에 이익이 될 것 같은..그런 느낌이 들죠.” <인터뷰> 정덕자(서울 도곡동) : “주부들 생각하기에는 그냥 머, 색다른 얘기죠. 좀 더 좋고 좀 여러 가지로 우리 몸에 좋다고 생각이 들지요.” 이처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실제로, 기능성 농산물을 포함한 기능성 식품의 시장 규모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면서 지난 2010년 현재, 1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또 그 종류도 날로 늘어가고 있습니다. 매년 확대되고 있는 기능성 농산물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과대광고입니다. 먹으면 특정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있다는 기능성 농산물의 실체와 문제점을 짚어봤습니다. <녹취> "고추 똑같다 아니다.!...같은 고추라고 생각했어요. 뭔가 다르더라구요. 당조고추는 다르다! 왜? 효능 얘기를 듣고 먹어보니까 좋더라구요. 네, 당조고추에는 AGI 성분이 많아 혈당을 낮춰주고 건강지수는 높여줍니다." 여느 고추의 2~3배 크기에 맵지 않은 이 고추의 가격은 1킬로그램에 3만 원 이상. 흔히 먹는 풋고추의 2배가 넘습니다. 차이는 뭘까. 당조 고추라는 이름의 이 품종에는 혈당을 낮추는 AGI라는 성분이 일반 고추보다 5배 이상 많다고 종자 개발 업체는 설명합니다. <녹취> "2008년에는 세계 최초 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당조고추를 출시했습니다. 세계 최초 항 당뇨 기능성 고추인 당조고추에는 혈당강화 기능성 물질인 AGI가 일반 고추보다 5배 이상 함유돼 있습니다." 즉 이 고추는 당뇨병치료에 큰 효과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면서 지난 2008년, 당조고추를 공동 개발한 농촌진흥청과 강원대학교, 그리고 전북대병원 기능성식품 임상시험지원센터의 실험자료를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농촌진흥청과, 전북대병원측의 설명은 업체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농진청은 당조고추가 일반 고추보다 AGI성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함유량이 너무 적어 치료 효과를 보자면 적어도 매 끼니에 10개는 먹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조명철(박사/ 농촌진흥청) : "열매보다는 잎사귀가 10배 정도 높았었어요. 그러니까 그 품종을 가지고 열매로 환산한다고 하면 (효과를 보려면) 230g(고추 10개) 정도는 드셔야 하는 거죠." 게다가 당조고추의 AGI 성분을 분석한 전북대병원 연구센터는 자신들이 수행했던 실험은 당뇨병과 관련이 없다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채한정(교수 /전북대병원) : “이게 동물한테 들어가고 사람한테 들어갈 때 활성이 없어질 수도 있는 것이고, 섭취량이나 이런 것을 설정하는 것도 말이 안 되고 그냥, '글루코시다제' 효소 활성을 억제할 수 있다라는 거기 까지니까 사람 몸에 좋다 안 좋다 말하기에는 너무 큰 차이가 있는 거죠." 그래서 지난 2010년 6월, 이 병원은 종묘 업체에 관련 자료를 왜곡해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녹취> 전북대병원 관계자 : "임상실험을 한 것 같은 그런 홍보를 나름대로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 부분에 있어서 그것은 아니다 해서 저희들이 못하게 유선상으로 통보를 하고, 서류적으로도 통보를 했어요." 그렇다면, 당조고추를 먹어본 사람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당뇨병 증세가 있는 박세영씨는 지난해 당조고추 묘목 25포기를 직접 키워 몇 달 동안 꾸준히 먹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박세영(괴산군 괴산읍 대사리) : "먹어보니까 큰 것은 없고, 일반 고추와 똑 같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안 맵고 그냥 몸에 좋다니까 그것으로 그냥 만족한 거지 효과적으로, 당 떨어졌다고 효과적인 것은 없었어요." 반면에 당조고추로 효과를 봤다는 사람도 더러 있고, 인터넷에서도 당조고추 효능과 관련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당조고추'만으로 혈당을 억제하거나 당뇨병을 치료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불가능하고 말합니다. <인터뷰> 오태근(교수/충북대병원 내분비내과) : “어떤 면에서는 식욕 감퇴를 유발하면서 혈당을 떨어뜨릴 수 있는 면이 있거든요. 그래서 그 자체가 혈당을 떨어뜨리기보다는 어떤 면에서는 위장관 장애나 식욕 억제를 통해서 혈당을 떨어뜨리는 면이 더 많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종묘업체는 당뇨병에 좋다며 '당조고추' 광고를 계속했고, 전국 100여 농가에 씨앗을 공급했습니다. 그리고 취재팀이 고추의 효능문제를 집중 제기하자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인터뷰> 김유식(이사/ 당조고추 개발 종묘회사) : "물론 그게(당조고추) 약은 아니니까 약 드시는 것처럼 100%, 누구나 효과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을 안 해요..정부와 같이 한 것이니까, 그리고 분석은 대학교 교수가 한 것이고... " 당뇨에 좋다는 고추에 이어 암에 효능이 있다는 농작물도 나왔습니다.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의 기능성 배추를 개발했다며 열린 항암배추 발표회. 100여 명의 농민은 물론,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까지 참석했습니다. <인터뷰> 박동복(대표/항암배추 개발 종묘회사) : "그렇지만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는 것이 능력이고 멋있는 것이니까 해보자, 수많은 좌절과 수많은 실패를 거듭해서 오늘날 이 항암배추를 만들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종묘사 대표는 항암배추에 항암성분인 베타카로틴과 글루코나스투틴 성분이 일반배추보다 30배 이상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식품연구원과 충남대학교 식물성분분석센터, 신라대학교 마린바이오센터의 분석.연구 자료까지 제시했습니다. <인터뷰> 박동복(대표/항암배추 개발 종묘회사) : "항암 성분이 많다 이렇게 나와 있어요. 또 글루코나스투틴도 많다고 나와있어요. 그런데 이것이 암세포를 죽이는지 안 죽이는 지는 안 해봤다는 말이에요. 그래서 000교수한테 교수한테 의뢰를 해서 해보니까 탁월한 효과가 있더라 해서 곧 A가 B고, B가 C면, A는 C라는 논리가 성립이 된 거죠." 항암배추 개발로 얻어지는 경제적인 효과는 연간 7조 4천억 원. 해외까지 포함하면 경제유발효과가 46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같은 종묘업체의 주장은 사실일까. 종묘업체가 항암배추 근거자료로 제시한 충남대학교의 성분분석자료를 확인해봤습니다. 일반배추보다 33배 많다던 글루코나스투틴 성분의 경우 배추 겉과는 달리 속은 일반 배추보다 오히려 낮았습니다. 34배 이상 많다고 했던 베타카로틴 성분도 충남대학교 연구센터의 분석에서는 일반배추보다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때문에, 항암배추 발표회에 앞서, 충남대측은 종묘회사가 분석 자료를 왜곡했다며 자료를 사용하지 말 것을 요청했습니다. <인터뷰> 박종태(교수/충남대 식물성분분석센터장) : "업체에서 얘기한 품종(항암배추)이 다른 시중의 품종들과 과학적으로 봤을 때, 유의적인 함량 차이가 보이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판단하기에는 그런 과학적인 근거로써 저희 데이터를 이용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거죠." 또 항암배추 성분을 분석한 한국식품연구원은 항암성분 자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녹취> 항암배추 분석 담당자(한국식품연구원) : "베타카로틴이 항암물질이라는 것은 어디서 와전되어서 나온 얘긴지는 모르겠는데 황산화 성분으로 쓰일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베타카로틴이 항암 성분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어요." 항암 효과 실험을 했다고 업체가 밝혔던 신라대학교 역시, 당시의 시험은 항암 효능 확인과는 무관하다고 밝혔습니다. <녹취>항암배추 실험 담당자(신라대 마린바이오센터) : "식품은 암 예방이 되지 항암이라는 것은 약이다. 그래서 항암 배추라는 말을 쓰지 말라고 했어요. 박 사장(종묘회사 대표) 한테도 그랬고.." 상황이 이렇게되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1월, 항암배추 성분표시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리고 종묘업체가 관련 정보를 왜곡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인터뷰> 김이균(공정거래위원회 대전사무소장) : "'글루코나스투틴' 성분 부분은 이것은 성분 분석결과가 내부하고 외부하고 차이가 나고 또 적거나 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허위 과장성이 있다고 보고 위법성을 인정한 것이죠." 하지만, 여기까지였습니다. 근거 없이 사용된 '항암 배추'라는 광고에 대해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은 더 이상 없기 때문입니다. 공정위가 광고의 성분 표시 왜곡은 지적할 수 있지만 현행법상 의학적 효능 광고 자체는 막을 수 없도록 돼있습니다. <인터뷰> 김이균( 공정거래위원회 대전사무소장) : "이것이 광고하는 광고주의 표시 부분을 사실이냐 아니냐를 자기가 나름대로 확인을 해봐야 합니다. 우리가 100% 광고를 믿는다는 것은 똑똑한 소비자가 될 수 없는 것이고" 지난 2009년 식품위생법이 개정되면서 가공되지 않은 1차 농산물과, 단순 가공 농산물의 효능에 대해 광고가 허용됐습니다. 그러면서 허위나 과장에 대한 규정을 정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김기환( 보건복지부 식품정책과장) : "2009년부터 농산물에 대한 요청을 적극적으로 검토를 해서..1차 생산물 또는 아주 단순 가공..말리거나 이런 부분들, 그렇게 해서 판매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과대광고 제한) 적용을 제외하도록 조치를 했습니다." 즉 특정 배추 종자를 '항암 배추'라고 광고해도 문제가 없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항암 배추를 가지고 제조업체가 김치를 만들어 '항암 김치'라고 표시하면 법에 저촉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가공한 김치는 과대광고를 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의 적용을 받지만 가공하지 않은 농산물의 과대광고는 막을 길이 없는 것입니다. 질병 치료 혹은 예방 효과를 기대하며 특정 종자의 농산물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자칫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농산물 생산자 또한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지난해 비싸게 팔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항암배추를 심었던 농민은 생육이 부진했던데다 성분 왜곡 문제가 제기되면서 적지않은 피해를 봤습니다. <인터뷰> 윤원자(항암배추 재배 농민) : "이렇게 못 쓰게 되니까 속상하지, 세상에 이걸 농사라고 지어 가지고 이렇게 못 팔아먹으면, 아무래도 농민들이 속상하죠. 항암배추 한 사람들이 모두 다 그렇게 얘기해요." <인터뷰> 이시남(항암배추 재배 농민) : “우선 맛을 보라고, 맛을 봐야 소비자들도 알 것 같아서, 심어서 서비스로 많이 나갔거든요, 잡숴보신 분들이 다 싫데요. 올해는 보내지도 말래요.” 농산물에 대한 과대광고가 허용되는 현행 법제도는 이렇듯 농산물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우려가 많습니다. <인터뷰> 백기엽( 교수/충북대학교 농업생명환경대학) : "나중에 소비자들이 그것이 과대 허위 선전이라는 부분이 인정이 됐을 때는, 아마 우리 농산물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 결국 우리 재배농가들이 피해를 보는 하나의 지름길이 되지 않겠냐.." 당조고추를 만든 종묘사는 지난 2008년 농림수산식품부 주관 과학기술대전에서 세계 최초로 항당뇨 신기능 고추를 개발했다며 산업포장까지 받았습니다. 공신력 있는 기관의 엄정한 검증을 거쳤다면 과연 이런 상을 받을 수 있었을까. 기능성 농산물을 개발하는 일은 시장 개방의 위기 속에서 우리 농업이 경쟁력을 키우는 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철저한 검증과 함께, 과대광고를 통제하지 못한다면, 신뢰를 잃게 되고 결국, 우리 농업 발전에도 큰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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